오디오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기기들이 들락날락 했습니다.
처음부터 잠깐만 써보고 팔아야지 생각하고 산 기기들은 없습니다. 계속 사용할 목적으로 일단 구매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과거의 명기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거기에 혹해서 어렵게 구해서 들이게 됩니다.
일단 외관에서 많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소리가 좋으면 들어야지'
'오디오 란건 음악을 듣기 위함이지 장식용이 아니잖아. 음질 좋은게 최고야'
라고 말하지만 결국 외관이 안좋은 기기들은 방출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AR 스피커와 기타 20년 이상 된 앰프들을 들였다가 내보내면서 이제 다시 옛날 기기들은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신형 네임 앰프 nait 5i와 xs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네임의 진득함과 농밀함을 느끼고 싶었으나 제 귀에는 깨끗한 하이엔드 적인 소리만이 들렸고 같이 쓰고 있는 뮤피m6i와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5i는 확실히 뮤피m6i와는 급수가 많이 낮았고 xs에 테디캡 플러스를 붙히니 대등한 소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네임의 진득한 소리라는게 이런게 아닐텐데 란 생각을 하며 검색을 많이 했습니다. 그랬더니 네임의 소리는 구형 도시락통 앰프에서 난다길래 찾아보았더니 허접하게 생긴것이 가격이 엄청나게 높더군요.
하지만 출시된지 20년 정도 된 기기들이 그 정도 중고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뜻이기에 마지막으로 속는셈치고 네임 네이트1 크롬 초기형 금장 로고에 토끼눈을 구했습니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다들 말하는 네임의 진득함이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하여 들였는데 결과는 충격적이라 할 만큼 대만족이었습니다.
프로악 d18을 신품으로 구입한지 두 달이 넘었는데 프로악만의 매력과 음색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못느꼈고 한 때는 그냥 방출할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네이트1 크롬과 매칭시킨 후 완소 스피커가 되었죠.
현악기들의 질감과 여성보컬의 진득함이란 것이 이런거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들과 프로가수의 차이점이라면 물론 고음역 처리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만 가끔씩 가수들이 한소절만 노래해도 일반인들과 완전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결정적인 차이는 음의 강약 조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군용 도시락통 같이 볼품없게 생긴 녀석이 그 강약을 조절하며 애절하고 간절한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기타 한 가닥씩 한다는 다른 앰프와 스피커를 물려서 들으니 그 애절함과 간절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렇게 듣다보면 1분도 안되어서 또 그 나름대로 좋게 들립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어느 오디오로 들어도 들을만한 음질은 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네임 네이트1에 물린 프로악 d18은 그 어떤 기기로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만큼 너무나 감미롭고 애절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네임 올리브도 궁금해져서 결국 72/140에 하이캡까지 들이게 되었습니다. 네이트1 크롬만큼 애절하고 진득한 질감은 조금 덜 느껴집니다만 올리브만의 음색이 또 다르네요.
하이캡을 물린 네임은 점점 올라운더처럼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네이트1과 프로악 d18 조합의 약점은 가요 팝 등 비트가 빠른 음악들에는 영 안맞더군요. 가끔 벙벙대는 느낌도 들고요. 그렇지만 현악 4중주 이하의 소편성이나 조용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보컬 등에는 더 이상 업글의 유혹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좋았습니다.
즉, 장르를 많이 가린다는 말이죠. 하지만 소편성 및 조용조용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한 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더불어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작은 덩치와 아무리 켜놓아도 열이 나지 않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기기적인 단점으로는 일단 허접한 외관과 버튼, 그리고 볼륨단이 낮은 품질이어서 음량에 따라서 발란스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리브그린에서는 고급 볼륨단이 채용되어서 만지는 느낌이나 감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리모콘 없는 기기들은 사용하면서 너무 불편해서 결국 내치게 되었는데 네임 구형은 원래 리모콘이 없는걸 알고 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네임 앰프 쓰시는 분들은 하이캡과 같은 전원장치를 반드시 붙혀보시기 바랍니다. 앰프를 업그레이드한 느낌이 듭니다.
왜 네임 네이트 구형앰프가 장터에 잘 안나오는지 이해가 갑니다.
카시오페아 칼리스토를 두 달정도 에이징 시키면서 듣다가 결국 방출을 결심했던 것은 PMC twenty 22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맑은 모니터적인 높은 해상도와 올라운드 적인 퍼포먼스. 북쉘프중에서도 덩치가 크고 ATL이라는 기술을 도입하여 저음도 깊이 있게 울려주는 것이 어느 장르를 들어도 좋은 소리를 내어줍니다. 칼리스토는 해상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풍성한 저음을 느낄 수 있었고 에이징 시키다 보면 언젠가는 입실론이 되어주리라 믿었는데 또 바꿈질 병에 그만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카시오페아의 스피커는 하나 들이고 싶습니다.
하베스 SHL5는 참으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생긴 것 만 보면 궤짝 스타일에 큼직한 우퍼 탓에 엄청나게 풍성한 저음과 좁은 공간에서는 부밍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을 것 같은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을 들어보면 전혀 그 반대의 성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음의 양이 많지 않고 수퍼트위터를 채용한 탓인지 고음이 매우 하늘거리며 아름답습니다. 풍성한 저음을 기대하고 들였던 하베스였는데 첨에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SHL5가 바꿈질의 마지막이라고도 불리는 스피커인만큼 좀 더 매칭을 연구해봐야할 필요를 느꼈고 그 답은 역시 네임 구형에 있었습니다. 네임 구형과 매칭된 하베스는 특유의 아름다운 통울림을 이용해서 참 듣기 좋은 소리를 내어줍니다. 그래도 어쩐지 구형 하베스가 더 잘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왜 오디오들은 구형들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을까요?
그러고 보면 오디오들은 퇴보하는 경우도 있나봅니다.
구형네임과 신형네임의 소리가 다른 것은 같은 음식점에 주방장이 바뀐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앰프가 아닌 것 같이 다른 느낌입니다.
뭔가 횡설수설 해놓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쓰고 있는 기기들에 대해 간략한 느낌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