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점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한 방향으로 곧게 뻗은 도형을 직선이라고 합니다. 이 직선을 구성하는 각 점들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아야만 직선을 완벽하게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길이가 무한한 직선뿐만 아니라 길이가 유한한 직선마저도 그 직선을 구성하는 점들의 갯수는 무한입니다. 즉 직선은 무한한 정보를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물리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선을 저장하고, 또 저장된 정보로부터 직선을 다시 표시할 때는 무한개의 정보를 모두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한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직선에 대한 정보를 저장할 때는 단 두 개의 점만 기억하면 되고, 이 두 점으로 직선을 표현할 때는 자를 이용하여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을 직접 그리거나, 좌표계와 함수를 이용한 분석적인 방법으로 직선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방법 1 : 자를 대고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을 그린다.

방법 2 : y=ax+b 라는 직선의 함수에 두 점의 좌표값을 대입하여 a 와 b 값을 구하면 직선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이제 두 점만 있으면 이 두 점을 지나는 직선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등장하게 됩니다.



직선으로부터 추출한 두 점은 과연 직선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동일한 위치의 두 점은



두 점을 지나는 직선

두 점을 지름으로 하는 원

두 점을 대각의 꼭지점으로 하는 직사각형



을 모두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직선으로부터 얻은 두 개의 점은 항상 직선만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직선 외에도 다른 도형들을 함께 가리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두 점이 가리키는 것이 직선인지 아니면 원이나 직사각형을 가리키는 것인지 반드시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올렸을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샘플링 이론에 바탕을 둔 아날로그 신호의 디지털적인 해석과 복원에 대한 것입니다. 무한개의 정보를 갖고 있는 직선, 원, 직사각형을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에, 그리고 각 각의 직선, 원, 직사각형으로부터 얻은 단 두 개의 점을 샘플링된 디지털 신호라고 생각하신다면 샘플링 이론이 갖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상만 다를 뿐 개념은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직선으로부터 이 직선을 대표하는 두 개의 점을 추출합니다. 이것은 샘플링을 의미합니다.



- 두 점으로부터 직선을 다시 표시(복원)할 때에는 원이나 직사각형에 대한 정보가 함께 섞이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샘플링된 신호를 복원할 때 샘플링된 신호에 함께 섞여있는 가짜 신호들인 에일리어스(Alias, 이 경우에는 원이나 직사각형 같은...)를 제거해야 원래의 신호(직선)가 제대로 복원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일리어스는 샘플링 논쟁에서 가끔 등장하는 용어이고 이것을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DAC 의 로우-패스 필터입니다.



직선으로부터 두 점을 추출하여 다시 직선을 만들어내든 아니면 아날로그 신호를 띄엄띄엄 간격으로 샘플링하고 디지털 처리를 하여 다시 복원하든 우리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과학적 개념을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 적절한 경우에는) 부분은 전체를 완벽하게 포함한다.”



이러한 멋진 개념을 나타내는 사례의 하나로 홀로그래피를 들 수 있습니다. 풍경이 담긴 일반 사진의 필름을 반으로 자르고 현상하면 당연히 잘려진 풍경은 사라지고 절반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홀로그래피 영상이 담긴 필름은 절반으로 자른다고 영상도 절반으로 잘리지는 않습니다. 전체를 모두 다 보여줍니다. 또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생성되는 인간의 최초 생식세포는 어떤가요? 그 연약하고 미세하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 하나의 세포 속에는 장차 수 십년 후에 자라나게 될 개인의 모든 신체적 정보와 설계도가 완벽하게 저장되어 있습니다.

나이퀴스트의 샘플링 정리가 나온 것은 1920년대 입니다. 이 때는 스마트폰은 커녕 반도체의 기본인 접합 다이오드도 개발되지 않았던 순수한 아날로그의 시대였지만 앞으로의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이런 혁명적인(?) 개념들이 연구되고 발표되었던 시대였습니다.



Something to Believe..!



수 십년 전 어떤 자동차의 선전 문구라고 기억합니다. 비록 주장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지만 과학과 공학은 믿을만한 어떤 것에 포함되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런지요?



P.S.) 샘플링된 디지털 신호를 원래의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로 복원할 때는 두 개의 점을 연결하여 직선이나 곡선을 그리는 방법 같은 것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샘플링 이론 중 가장 오해받는 부분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런 단순한 선 긋기 대신에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수학적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두 점을 곧게 연결하면 얻을 수 있는 직선의 예를 들었지만 개념적인 일치에만 주의를 두시고 세부적인 복원 기법은 서로 상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