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영국의 스피커 회사 셀레스천(Celestion). '작은크기의 스피커로 듣는 커다란 스케일의 울림' 이라는 모토아래, 셀레스천은 1982년, SL6를 시작으로 SL600, SL6s, SL6si 등 잇달아 히트작을 발표하면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눈앞의 조그마한 크기의 상자에서 나오는 거대한 울림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적인 것이었는데, 이어 발표한 SL700으로, 셀레스천은 그들의 꿈을 사람들 마음속에 확실히 각인시킵니다. 단순한 성공을 뛰어넘어, 스피커 역사의 한획을 긋게 된 셀레스천은, 이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더 커다란 꿈을 품게 됩니다. 이제까지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시키고, 그 성과에 자신감을 얻은 셀레스천은 보다 크고 넓은 비전을 스스로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셀레스천의 그 새로운 꿈은, 지금까지의 그들이 추구하던 비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의 본질, '음', '울림' 그 자체였습니다. 음악은 바로 소리의 울림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울림, 잔향을 좀 더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만들자, 이것이 바로 셀레스천의 목표였고, 이 목표아래 개발된 야심작이 바로 '킹스턴' (Kingston)입니다. 이 킹스턴 개발이후, 셀레스천이라는 회사는 천천히 쇠퇴하여, 마치 거짓말처럼, 스피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됩니다. 저는 이번 글 에서, 바로 이 킹스턴에 대하여 사용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번 사용기를 작성하면서 사용한 시스템을 소개하겠습니다.
프리엠프 : CYRUS aCA 7.5 pre amplifier + psx-r(전원부)
파워엠프 : CYRUS Smartpower amplifier (mono) + psx-r(전원부)
Smartpower amplifier (mono) + psx-r(전원부)
CD player : CYRUS discmaster + CYRUS dacmaster + psx-r(전원부)
그리고 사용기 작성동안 감상하였던 음반입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대하여 애정이 더욱 많고 관심도 많습니다. 여기에 소개한 음반 대부분이 뛰어난 음반들입니다. 추천 기준은 음악성뿐만 아니라, 오디오 파일적인 가치도 함께 따졌습니다. 추천 안 한 음반도 음악적으로 매우 훌륭하나, 개인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또 오디오 음질 상 논란이 있을 것 같아, 배제하였습니다. 음반추천 선정 기준은, 각각의 음반에 따라 10가지가 넘지만, 지면이 한정되고 글 자체가 스피커 사용기라 다 밝히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초강력추천음반-강력추천음반-추천음반 순으로 초강력추천음반은 그냥 구입하여 들어보셔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
(곡 이름/연주자/음반 레이블)
1. 쇼팽 왈츠/알렉상드로 타로/ Harmonia mundi (음질 극상, 초강력추천음반******, 구하기 쉬움)
2.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릴리 크라우스/EMI (음질 중, 강력추천음반******)
3. 바흐 찬송가(Psalm) 51 BWV 1083/ Gunar Letzbor/ PAN CLASSICS (음질 극상, 2CD, 강력추천음반*****, 구하기 쉬움)
4.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르네 야콥스/ Harmonia mundi (음질 극상, 강력추천음반****, 구하기 쉬움)
5.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리날도 알렉산드리니/ Naive (음질 극상)
6. 말러 교향곡 4번/ 클라우디오 아바도, 빈필/ 도이치 그라모폰/1978년 연주 (음질 상, 강력추천음반*****, 구하기 쉬움)
7.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Jos Van Immerseel/ 지그재그 (음질 극상)
8.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아마데우스 4중주단/ Westerminster/ 1951년 연주 (음질 중)
9.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힐러리 한/ 도이치 그라모폰(음질 상)
[킹스턴. Kingston.]
'킹스턴'(Kingston)이라는 명칭은 셀레스천 회사 초기 설립 당시에 자리잡았던 마을 이름입니다. 셀레스천이 킹스턴 개발에 착수하면서, 다시 음악 본질로 돌아가자는 아이디어가 개발 배경이었고, '본질', '기초'에 충실하자는 그들의 컨셉(Concept)은, 필연적으로 셀레스천이라는 회사의 아이덴티티(Identity)와 역사를 새삼돌아보게 하였을 것입니다. 음악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그들의 생각은, 회사의 태생에 대하여 엿보는 동기가 되었을 것이고, 바로 이런 배경으로 이 '스피커'의 이름이 결정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킹스턴은 이제까지 셀레스천이 만들어왔던 그 어느 모델과도 차별화된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울림은 (만약 셀레스천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 그들이 표방할 새로운 아이덴티티였습니다. 게다가, 셀레스천이 킹스턴 마을에 있을 당시, 판매실적이 호조를 이루었다 하니, 회사가 이 '스피커'를 '킹스턴'이라 명명한 것은, 그들의 새로운 비전과, 앞으로의 회사 부흥 기대감 등등 모든 염원들이 점철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스피커에 있어서 저음]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과 연주회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다릅니다. 그 차이중의 하나는 '공간감'일 것입니다. 실제, 커다란 연주회장에서 수십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울리는 울림은 연주회장 벽과 천장을 타고 청중의 온몸을 휘감지만, 조그마한 스피커 통에서 나오는 소리는 '두 군데'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공간감'을 최대한 실제 연주 처럼, 감상자의 '온몸을 휘감게' 하느냐 하는 것은, 스피커 설계자에게는 영원한 고민인데, 가장 흔한, 그리고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강력한 저음을 내새워 공간감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저음을 크게 울리게 되면, 감상자는, 실제 연주회장에 있는듯, 음이 공간 곳곳이 퍼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철저하게 이용하여 성공한 스피커가 바로 셀레스천 SL700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듣고 있는 많은 스피커들의 저음은, 실제로 연주회장에서 와는 다른 저음들입니다. 이런 어색함은, 전 음역대에서 음색이 일정한 피아노 연주에서 확연히 나타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피커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왼손 화음, 2성, 3성의 음들이 지나치게 크게 들려 그 어색함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울리는 스피커를 찾기 힘든 것인데, 이런 문제점은 3way보다는 2way 스피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트위터와 우퍼, 딱 두군데에서 모든 성부를 표현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의 2way 스피커는, 피아노의 가온 C음에서 한 옥타브, 또는 두 옥타브 아래의 음들을 우퍼가 소리를 내야하는데, 이 음들은 우퍼가 소리를 내기에는 음역대가 다소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음들이 지나치게 장중하게 울리고 듣기가 거북해집니다. 더욱이, 소리의 청명함과 투명함이 특징인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피아노에서는 이런 점이 치명적입니다.
[피아노를 위한 스피커, 킹스턴(Kingston)]
킹스턴은 저음의 양감을 늘리지 않은 스피커입니다. 공간감을 구축할 강력한 무기인 '저음'을 버리는 대신, 킹스턴이 선택한 것은 모든 음역대에서의 '자연스럽고 우아한 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울림은, 인클로저 재질의 선택과, 선택된 인클로저를 통한 효과적인 연주로 실현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울림이 묵직한 인클로저(재질 : 알파 크리스탈, MDF의 2.5배에 달하는 밀도) 를 거쳐 매우 투명하고 깨끗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킹스턴을 통하여 나오는 피아노의 울림은, 스타인웨이의 커다란 검은 통에서 울려나오는 울림처럼, 그렇게 청명하고 우아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인들의 정서를 한껏 보여주는, 프랑스 젊은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로 타로. 누구라도 타로의 연주를 한 번 듣게 되면, 마치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화이트 와인에 쓰이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의 향취에 취하듯, 그렇게 타로의 음성에 취하게 됩니다. 타로 특유의 템포 루바토는 듣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순간 순간 열정적으로 치달아 가는 아르페지오 페시지는, 프랜치 키스처럼 '날카롭고' 강렬합니다. 느린 패시지의 아름다운 악구는, 모네 그림과 같은 꿈으로 다가와, 살포시 감상자의 마음을 흔들고,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가 연주한 쇼팽 왈츠를 듣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3/4박자의 곡을 통해, 모든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음반을 연주하면서, 타로는 '단순해 보이는 쇼팽 왈츠 곡이, 정작 가장 아름답고,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인터뷰처럼, 그가 연주하는 쇼팽의 왈츠 한 곡 한 곡은, 마치 쇼팽이 프랑스 살롱의 연주회에서 연주한 그 시간들을, 영원히 정지시켜, 1848년부터 2013년에 걸친 세월만큼, 많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킹스턴은, 스타인웨이의 울림통이 된 듯, 그렇게 자연스럽고, 우아하고, 황홀하고, 아름답게 타로의 연주를 울려주었습니다. 그 울림은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도, 음악의 울림 하나하나가 눈부시거나 거칠지 않은, 자연스러운 '고전적'인 울림이었습니다.
킹스턴을 통한 피아노 연주 감상은, 나에게, 그야말로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굳이 저역의 양감을 키우지도, 음역대를 조절하지 않아도,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울림 자체가, 피아노라는 타악기가 울려주는 울림과 동일하였고, 그 자연스러움에 더하여, 적절한 긴장감과 깊이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킹스턴의 묘사력은, 피아노 페달 사용에도 뛰어납니다. 이러한 특성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전설적인 스페셜리스트, 릴리 크라우스의 연주를 거의 완벽하게 울려주었습니다. 릴리 크라우스의 모차르트 연주는 그 명쾌함과 섬세함, 그리고 여성스러움으로 모차르트를 맛깔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릴리 크라우스 연주의 커다란 매력 중의 하나는, 페달의 효과적인 사용입니다. 페달의 '마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의 연주는, 그만큼 페달 사용으로 인한 음의 미묘한 변화가 감상의 백미인데, 킹스턴은 그녀가 사용하는 페달의 모든 부분을 놓치지 않고 울려주었습니다.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279의 꾸밈없으면서도 풍부한 도입부가 감상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그녀의 효과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페달사용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하고, 단호한 템포에서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 프랑스 피아니스트)는, 모차르트가 어린이에게는 너무 쉽고,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어렵다 말하였지만, 스피커에게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가 울리기 까다로운 곡입니다. 음역대의 균형은 물론이거니와, 한음 한음 울림을 피아노 음색 그자체로 표현하지 못하면, 곡의 그림이 올바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킹스턴은, 이런점에서, 대단히 보기드문 스피커입니다.
[인간의 음성, 킹스턴]
자연스럽고 투명한 음색, 전 음역대의 고른 배열은 보컬 음악에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어떤 예상도 뛰어넘는 '대단히' 강렬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감동은, 킹스턴 특유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영롱하고 우아한 울림!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울림들은 짜임새 있는 음역대와 치밀한 묘사력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흐의 소년 합창
2012년 여름,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들었던 소년 합창단의 칸타타는 천상의 울림 그 자체였습니다. 맑고 투명한 소년들의 음성은 교회 내부의 벽들을 타고 올라, 끊임없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고, 그 음성은 이 세상의 모든 이성을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울림이었습니다. 절대적인 존재를 인식하게되는, 종교적인 의식과도 같았던 그 날의 칸타타는, 나에게 바흐 시대의 교회울림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변성기를 거치치 않은 소년들의 맑은 음성은, 교회 건물의 울림이 한데 어우러져, 하늘에서 천사의 음성이 내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런 음악을 울리기 위해선, 스피커 자체의 울림이 맑고, 동시에 교회건물 울림을 묘사할 만큼 울림의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맑되 눈부시지 않아야 하고, 음의 깊이가 있되 어둡지 않아야 하는,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두가지 특성을 동시에 표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킹스턴이 대단한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공존할 수 없어보이는 음색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킹스턴으로 듣는 소년들의 합창, 더 나아가서 인간의 음성은 감동적입니다. 가수들의 맑은 음색을 넘어, 그 음성이 울리는 감정, 시간, 그리고 장소의 특색까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킹스턴의 음색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있습니다. 최근에 발매된 바흐 칸타타 연주는, 마치 바흐 그 자신이 소년시절, 아이제나흐 그리고 오르두르프 등지에서 교회 소년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이고, 그들의 음성은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 세상을 이성적이고 올바른 토대로, 절대적인 존재 아래 내려놓습니다. 바흐의 칸타타에서 느껴지는 감성들이 킹스턴 음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랑과 섹스,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는 이성을 배반합니다. 코지 판 투테의 '잔혹성'은 여성들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됩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신뢰와, 또다른 육체적 욕망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음성은, 습도 높은 여름 낮의 공기처럼, 욕망 사이에서 끈적대며, 여성 육체(더 정확히는, 젖가슴과 OO)의 매혹적인 실루엣을 묘사하는 짖궂음이 있습니다. 이성적인 사랑에 대한 행복감과,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사랑의 유혹으로, 섹스의 환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모차르트 오페라 정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와싸다 심의에 걸릴 것 같아 자제하였습니다.) 코지 판 투테의 성패 요인 중의 하나는 여성 가수들의 음색입니다. 소프라노의 음색은 단순히 맑고 아름다워서는 안 됩니다. 이성적 고삐와 섹스 환타지에 동시에 휩싸인 여성의 음색은 단순하지 않아야 합니다. 프레이즈 하나하나에 떨림이 있어야 하며, 그 떨림 사이사이에는 황금빛 육체의 실루엣이 보여야 합니다. (여성들의 나체가 난무하는 현대 오페라 연출은, 사실 그 오페라의 본질을 표현하려는 데에 불과합니다.)
르네 야콥스 연주가 훌륭한 점은, 오케스트라와 성악진, 모든 부분에서 모차르트의 본질을 곧바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지고지순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살결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들의 음성은, 오케스트라의 음색과 완급조절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부분에서조차 모순성이 표현되는 점은 르네 야콥스의 위대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코지 판 투테를 들으면서 (작곡가의 의도대로) 섹스장면을 떠올리려면, 스피커는 그 음색을 정확히 표현해주어야 합니다. 떨리는 여성 가수들의 음성에는, 육체의 실루엣이 들어가야할 공간이 있어야 하며, 지고지순한 음성은 하늘 끝까지 올라갈 정도로 개방감이 있어야 합니다. 킹스턴은, 스피커 인클로져의 부드러운 곡선이, 가수들 음성을 형상화 하듯, 그렇게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오페라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킹스턴으로 듣는 오페라에는 음색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페라의 본질과, 그 본질을 표현하기 위한 기악적, 성악적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곧 킹스턴의 음색입니다. 이 점에서, 킹스턴은, 그 이전에, 그리고 현재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스피커와도 차별화되는 확연한 스피커입니다.
[시대연주, 킹스턴]
르네 야콥의 코지 판 투테를 감상하면서, 킹스턴으로 듣는 시대연주의 특색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크 활로 연주되는 시대연주는, 날카롭고 호흡이 짧고 강약대비가 명확합니다. 기악합주에서의 킹스턴 음색은 부드럽습니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끝까지 올라가지 않고, 적정선에서 타협합니다. 바이올린과 같은 날카로운 음색은 킹스턴의 프리즘을 거쳐 부드럽게 다듬어집니다. 다듬어지는 정도는, 다른 스피커와 열심히 비교해서 듣지 않으면 곡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인간 목소리는 킹스턴의 부드러운 음색에 상충되지 않지만, 바이올린 음색은 킹스턴 프리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킹스턴의 음색은 시대연주에 알맞습니다. 바로크 활의 강렬하고 짧은 프레이징은, 현대 스피커의 기술을 만나면 귀가 피곤합니다. 그러나 킹스턴은 그 울림을 적절히 타협하여 귀의 피로도가 없으며, 완급조절과 디미누엔도와 같은 음의 표현을 놓치고 있지않아, 감상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합니다.
'이탈리아적인 사운드가 도대체 바흐음악에 어울릴수 있겠느냐'에 대한 조롱을 보기좋게 반박한, 리날도 알렉산드리니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그 음색적 특색뿐 아니라 개성적인 프레이징에서 '이국적'인 브란덴부르크를 형상화하였습니다. 펜플룻과 리코더의 음색에서 드디어 이국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알렉산드리니의 브란덴부르크는 음색 자체에서 상승의 본질이 있습니다. 의도되었건 의도되지않았건 간에, 시대연주의 특색과 알렉산드리니의 음색 자체는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비온디(Fabio biondi)나 까르미뇰라의 음색과 알렉산드리니 음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울림의 부재입니다. 비온디는 애초에 울림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울림은 부차적으로 생산된 성과물이며, 앞으로 전진하는 추진력이 최상의 수단이었습니다. 반면에 알렉산드리니는 모든 부분에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알렉산드리니의 울림은 비온디의 추진력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음상의 형상화에 있어서는 그 이상으로 효과적입니다. 킹스턴의 프리즘 앞에서는 비온디보다 알렉산드리니가 유리합니다. 시대 악기의 한정된 울림은 킹스턴의 인클로저와 상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거트현의 날카로움은 킹스턴의 부드러움과는 다른면이 많습니다. 비온디는 추진력을 음색에서 뿐 아니라, 합주단의 역학적 관계에서도 이용하였습니다. 이는 대단히 드문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의 시대 연주가 킹스턴과 잘 어울렸습니다.
이로써, 킹스턴 사용기 1부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킹스턴의 가능성은 다양하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음색은 킹스턴 인클로져 색깔 만큼이나 깨끗하였고, 코지 판 투테의 매혹적인 여성의 젖가슴은 킹스턴의 동그란 곡선 만큼이나 부드러웠습니다. 피아노의 음색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시대 연주에서, '킹스턴 프리즘'은 바로크의 거트현을 부드럽게 다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연주자에 따라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같은 장르에서도, 연주자에 따라, 작곡가에 따라, 그 외 수많은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킹스턴 스피커의 특색 중 하나입니다. 킹스턴의 다양함과 훌륭함은 일정 분량 이상의 사용기를 요구합니다. 2부 에서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현대 악기로의 연주에 대한 느낌을 언급하겠습니다. 아울러, 킹스턴이라는 스피커와 앰프 메칭에 대하여서도 짧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