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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일류급 바텐더가 만든 마티니같은 소리 – 노스스타 USB DAC32
* 청취기다 보니 존대가 아님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서론
칵테일과 술의 전문가인 바텐더가 평생 천착하는 칵테일중의 하나가 마티니다. 드라이진이나 보드카에 버무스를 섞었을 뿐인 이 칵테일은 007에서 ‘젓지 말고 흔들어서(Martini. Shaken, not stirred.)’라는 유명한 명대사를 낳기도 했던 클래식 칵테일이다. 뭐 사실 보드카보다는 진, 그리고 흔드는(shake) 방식보다는 젓는(stir)방식의 마티니가 보다 정통이긴 하지만... (개인 취향에도 이쪽이 더... ^^;)
일류 바텐더가 만든 드라이 마티니는 각각 바텐더의 개성이 담겨있을지언정 모두 샤프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클래식 칵테일이다 보니 여러 일화도 많은데 실제로 더 드라이하게(버무스를 적게), 더 더 더!를 외치다 보면 술꾼으로 유명했던 고 윈스턴 처칠경처럼 ‘버무스 병을 바라보며 진만 마신다. 집사에게 곁에서 "버무스"이라고 속삭이게 하면서 진을 마신다.’라는 유머까지 나오게 되는데 ^^; 뭐 이정도 까진 아니더라도 진의 샤프함을 끝까지 유지하다가 마지막의 막판에 버무스의 부드러움으로 혀를 감싸는 것이 바로 마티니의 진수다.
노스스타의 DAC32를 처음 연결해 청취하면서 ‘마티니같다.’라는 느낌이 든게(뭐 아주 드라이한 넘은 아니더라도 ^^;) 바로 이 때문이다. 엘락의 초 광대역을 무리 없이 술술 끝단까지 세세하게 풀어주면서도 중역을 음악적으로 미끈하게 채워주고, 광대역 오디오의 장점이자 단점인 자칫 날카로울 수 있는 음 끝을 초 일류급 바텐더가 만든 마티니처럼 일일이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칭 기기별 느낌
1) 매칭기기 : 스퀴즈박스(시놀로지NAS), X-DDC Plus, 온쿄9070, 엘락 FS247BE
메인 시스템이다. 대편성과 비밥을 가능한 한 시원스럽게 울려주는 방향으로 세팅했다. 전형적인 광대역 특성의 쿨한 소리를 낸다. 몸을 올올이 일깨우는 카페인같은, 커피같은 사운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시스템에서 노스스타 DAC의 첫 느낌은 서론에서 지적했듯이 마티니다. 광대역의 소리가 부담스럽지 않게 펼쳐지면서 중역대를 미끈하게 채워준다. 음을 끝단까지 술술 풀어주지만 날카롭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계속 들어본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이다. 가격대만 봐도 직접 비교한다는게 말도 안되기도 하지만 온쿄 내장 DAC가 풀어내던 소리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여태껏 그리 만족하며 써오던 내장 DAC의 소리는 DAC32 대비 톤이랄까? 그런 것이 약간 높다. 연주자의 순간순간의 강약 표현도 DAC32에서 보다 분명하게 느껴진다. DAC32가 보다 낭창낭창하고 유연한 소리를 낸다. 음장감의 경우 좌우 음장감은 온쿄 내장 DAC와 차이가 없으나 앞뒤 음장감에는 보다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악한 비교를 덧붙인다면 일반 PC에서 Foobar를 쓰다가 Jplay로 플레이어를 바꿨을 때 든 느낌과 비슷하다. 음악을 부담스럽지 않고 미끈하게, 그러나 결코 해상도를 잃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이어 펄먼의 비르투오조 바이올린 앨범을 걸어봤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 오디오에 이 앨범을 연결하면 100이면 백 바이올린이 쏜거나 장송곡처럼 축축 늘어진다. 바이올린 중저역은 질감있게 뚝뚝 떨어지고 고역은 부드럽게 감싸지며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DAC32가 바로 그런 소리를 잘 표현했다. 좀 저렴한 표현이지만 나올 때 나오고, 들어야 할 때 들어가는, 그야말로 음이 쫄깃하다는 느낌이 든다.
2) 매칭기기 : PC, 샤콘 업글형 6V6PP 진공관앰프, 힘사운드 K21
겨울날 다찌에 앉아 마시는 따끈한 사케같은 느낌을 비교적 저렴하게 만들려 노력한 시스템이다. 참고로 K21은 힘사운드에서 아예 처음부터 책상파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소형 북셀프다. 광대역 특성은 당연히 모자랄 수밖에 없으나 진한 중역대의 질감으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는 스피커다. 가격대로 봐도 당연히 미스매칭이지만 테스트를 위해 연결해 봤다. 예상한 대로 이 시스템에 연결한 DAC32는 전에 쓰던 DAC에서 청감상, 특히 대역상의 변화는 거실 시스템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재생 음의 수준을 두어 단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비교가 무색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에 사용하던 저렴한 DAC 대비 연주자의 강약 표현을 섬세하게 잘 해줘 특히 소편성에서 음악 듣는 맛을 배가시켰다. 다만 기존 앰프와 스피커가 모두 배음이 풍부한 타입이다 보니 노스스타와 매칭시키자 대편성 소리가 배음끼리 충돌해 뭉치는 느낌을 줬다.
타 기기와의 비교
이해를 돕기 위해 DP-1, QuteHD, JAVS X-DAC HDSD등의 기기와 비교한 글을 좀 길게 썼다가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삭제했다. 이왕 DAC32를 술에 비유했으니 다른 기기도 술에 비유해보면 물론 기기간 수준차이는 있지만 DP-1과 QuteHD는 김렛, JAVS X-DAC HDSD는 Glenfarclas 105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JAVS제품은 사운드 특성으론 DAC32와 거의 반대쪽 극단에 위치한 느낌인데 DAC32레벨은 물론 아니지만 에이징 후 의외로 힘있고 매력 있는 소리를 내 줘서 좀 놀랐다.
사용상의 팁.
만약 DAC32를 사용하면서 혹여 저역이 부족하다거나 배음이 모자란다거나 하는 느낌이 드는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콘센트로 달려가서 플러그를 반대방향으로 꽂아보시기를 추천한다. 대개 빈티지, 즉 오래된 기기들이 극성에 덜 민감하고 최신 기기로 올수록 극성에 민감해지는 편인데 이 DAC32는 음 스타일이 광대역이지만 빈티지 스타일과 비슷한데도 극성에 꽤 민감하다고 느꼈다. 당연히 재생 음의 품질에도 차이가 느껴졌다.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전원이 115, 105V 차이나는 환경에서는 플러그 반대로 끼우는 게 별 차이가 없을 수 있으나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215, 5V씩 차이나는 전원환경에서는 차이가 꽤 많이 나타난다. 돈 드는 거 아니니 DAC32를 쓰시는 분들 중 리뷰가 이해 안되시는 분들은 한번 플러그를 반대로 끼워 보며 비교해 보시라 권유 드린다. 만약 접지핀이 없는 콘센트를 쓰고 계시다면 접지 역시 필수다.
단점.
스퀴즈박스의 USB출력이 연결되지 않는다. 스퀴즈박스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아마 Alix도 소스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스기기들이 다양화하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리눅스커널 기반의 기기들과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신제품에선 개선되길 바래본다.
결론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광대역이지만 처음 들을 때 ‘우와 광대역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기기는 아니다. 흡사 빈티지 같은 느낌도 들고 뭣보다 아무 스트레스 없이 음악을 오래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술 같은 기기다. 개인적으로는 현 오디오 시스템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었던 중역의 느낌을 100% 채워줘서 깜짝 놀랐다. 1주일이란 기간은 한 장비를 제대로 분석하기엔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기에 욕심이지만 이정도 기기라면 정말 한 몇 개월 정도 진득하게 써가며 분석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기기를 반납하면 이제 음악을 어떻게 듣나 하는 생각을 하며 ‘DAC32는 어짜피 못살 가격이니 어떻게 중고 에센시오라도.....’하고 갖고 있는 오디오 세팅에 골몰하며 오랜 기간 찾지 않았던 장터란을 기웃기웃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에센시오는 이미 프리기능을 내장한 에센시오 플러스라는 신제품이 나왔고 DAC32역시 곧 신제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노스스타라는 브랜드에 대해 깜짝 놀랐고 오디오가 아닌 ‘음악’을 아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제품이 나오면 꼭 청음을 해 보고 싶다.
추천/비추천 대상
현재 사용하는 오디오시스템의 소리가 하이파이적으로 너무 좋은 소리고 끝내주는데 이상하게 앨범 하나를 진득하게 안 듣게 된다는 분이 있다면 구매까지는 아니더라도 꼭 시간 내서 청음해 보시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 (만약 친구집 오디오가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닥치고 사’라고 하겠다. --;) 처음 청음할 때 음을 좀 분해해서 들어 보려고 시도했다가 아무생각 없이 음악듣기 모드로 빠져버려서 음반이 한 두어바퀴 돌아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음악을 사랑하는 분께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기기다. 반면에 음을 끝단까지 분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 귀에 확확 박히는 칼날같은 사운드만을 추구하는 분은(오해가 있을까봐 부언하지만 폄하한다거나 하는건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다른 DAC를 사용하시는 게 낫겠다 싶다.
본 사용기는 Fullrange측에서 기기를 제공받아 1주일여 청음한 후 작성한 사용기임을 밝힙니다. 좋은 기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주신 Fullrange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