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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람의 햇살, 셀레스천SL6s/ 악마의 속삭임, SL6si
HW사용기 > 상세보기 | 2013-07-02 00:41:52
추천수 37
조회수   6,449

제목

봄 바람의 햇살, 셀레스천SL6s/ 악마의 속삭임, SL6si

글쓴이

강종완 [가입일자 : 2009-04-05]
내용







[혁명의 셀레스천]





1924년, 영국 런던 근교의 작은 마을 Hampton Wick. 이 마을에 셀레스천(Celestion)이라는 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라디오, 스피커 등을 주로 만들던 이 회사는 이후 빠르게 성장해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당국의 규정으로, 셀레스천은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들의 스피커와 동일한 모델을 생산하기도 하였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회사는 계속하여 라디오, 텔레비젼과 함께 hi-fi 스피커를 생산합니다. 이 후, 발전과 합병을 거듭하던 셀레스천은, 1992년도에 회사가 Kinergetics Holdings 라는 회사에 합병되고, 2006년도 부터는 스피커의 생산을 중단, 오로지 기타, 베이스 기타의 제작에 주력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만한 기간동안 스피커를 제작하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셀레스천이지만, 오디오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 합니다. 1982년, 셀레스천은 'SL6'라는 모델을 발표하며, 스피커 기술계의 새로운 장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때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도, 꿈꿔 보지도 못하였던 세상, 그것은 바로 조그마한 크기의 스피커를 통하여 듣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울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울림을 듣기 위해서는 커다란 스피커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책상 위에 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포효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사용한 구리 제질의 트위터 돔의 장착과, 레이저 간섭 측정법(Laser inferometry)으로 인한 음파 분석과 치밀한 계산은, 작은통에서 거대한 스케일의 울림을 실현시켰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감동하였습니다.







스피커의 컴팩트(compact)화, 음악의 자연스러운 울림이 바로 셀리스천 스피커의 비전이었고, 이 뚜렷한 비전아래 셀레스천은, SL6를 기본으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며 많은 모델들을 내놓았습니다. SL6를 시작으로, 구리재질의 트위터 돔에서 알루미늄 재질의 트위터 돔으로 개량한 SL6s, 그리고 이어서 음색을 개선시킨 SL6si를 발표하였고, 인클로져의 재질을 나무가 아닌 금속재질로 바꾼 SL600, SL700, 그리고 셀레스천의 궁극의 꿈을 실현시킨 Kingston을 개발하였습니다. 그 많은 모델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이정표이자 목적지였으며, 그 어떤 모델을 듣더라도 셀레스천 제작자들의 열정과 열망이 베어져 있는 뛰어난 성과물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뛰어난 성과에 사람들은 매료되었고, 셀레스천은 SL6부터 SL700에 이르는 모델로 일세를 풍미하게 됩니다.







[들어가면서]





이렇듯 셀레스천 스피커는, 그 자체가 오디오의 기나긴 세월을 품고있는 살아있는 역사이며 많은 철학과 개성이 담긴 매력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하여 나는 이번 글에서, 셀레스천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SL6모델의 후속모델, SL6s와 SL6si에 대하여 사용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사용기'라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기호, 청취 환경,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 이런 사람은 이렇게 느끼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셀레스천'이라는 메이커가 역사적으로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 번 음미하는 기회가 된다면, 저는 매우 기쁠 것입니다.
















나의 음악기호는 서양 고전음악, 그것도 17세기 부터 19세기 음악으로 '대체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매우 편협되고 좁은 기호이지만,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정도이면 모든 성부를 '어느정도' 아우를 수 있다는 과감한 생각도 해봅니다. 글 읽으시는 분이 클래식을 주로 들으신다면 도움이 되겠으나, 재즈, 락, 대중 가요를 즐겨 들으시는 분들은 많이 다를 것이므로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이번 사용기를 쓰면서 사용한 음반을 먼저 소개해보면...







(곡 이름/연주자 이름/음반 레이블)



1.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유진 포더(Eugene Fodor)/ RCA



2. 하이든 첼로 협주곡/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EMI classics



3.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380/이작 펄만(Itzhak Permal),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DG



4.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니콜라스 아르농쿠르(Nikolas Harnoncourt)/Teldec Classics












한 편, 제가 사용하는 오디오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엠프 : CYRUS aCA 7.5 pre amplifier



파워엠프 : CYRUS Smartpower amplifier (모노모노)



CD player : CYRUS CD 6SE







[에피소드]





먼저, 내가 사랑하는 음반에 대한 에피소드로 글을 열어보겠습니다. 이 음반 자체가 '역설적으로' 셀레스천과 어울리는 부분도 있고, 또한 이 기회에 이 음반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소개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이기도 합니다. 
















2011년 8월의 어느 주말, 저는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평소 잘 다니던 음반샵에 들렀습니다. 친한 음반 과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과장님께서 한 번 들어 보라며 음반 박스하나를 툭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름이 유진 포더(Eugene Fodor)? 처음듣는 이름이었습니다. 문제는 각각 음반의 표지사진이었는데... 어느 20대 금발 백인 청년이 카우보이 와이셔츠에 바이올린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엥? 나는 그 사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습니다. 미국 포크송에 어울릴 법한 카우보이 와이셔츠에 바이올린이라니...게다가 경직된 표정하며... 이 어색함과 부조화에 나는 그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썩 미덥지않은 마음으로 먼저, 멘델스존과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이 수록된 음반을 꺼내들었습니다.












카우보이 사진에서 받았던 느낌때문이었는지 익숙한 멜로디의 오케스트라 총주는, 1970년대 미국서부영화 음악처럼 흥겹게 들렸습니다. 이어 나오는 바이올린 독주.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음색, 거침없는 호흡, 유연한 보잉에 놀랐습니다. 유진 포더. 그는 어리숙한 아메리카 카우보이도 아니었고, 우스꽝스런 꼭두각시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모든 면에서 이미 그의 젊은 나이를 초월하고 있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연주는, 그의 풍부하고 촉촉한 울림으로 인해 안정감있게 들렸고, 그런 자신감과 안정감은 곡 본연의 모습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냥 초인적인 기교를 자랑하려하는 치기어린 작품이 아니라, 바이올린의 다양한 표현에 대한 탐구와 탄탄한 곡의 구성이 어우러진 멋진 곡이었습니다.







아까의 경솔한 나의 태도에 한 숨 쉬며, 음반 속지를 다시 조심스레 넘겨보았습니다. 유진 포더, 미국 태생의 포더는 1970년대 20대의 나이에 이미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각종 콩쿨 대회 우승하였고, 미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으나, 어린 신동이면 누구가 겪을법한, 주위 기대에 대한 부담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과 술로 내리막길을 걷고, 결국 서서히 세상으로 부터 잊혀져 버린, 비운의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이 날의 사건(?) 이후, 유진 포더의 음반은 항상 나의 오디오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기를 쓰기위하여 셀레스천 SL6s와 SL6si를 들어보면서, 나는, 두 가지 모델 모두 동일하게 중음과 저음 (첼로와 베이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반대로 고역이 자칫 소홀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 SL6si의 경우, 고음을 담당하는 바이올린 성부가 왜곡되어, 바이올린 고음의 긴장감이 상쇄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SL6si의 전 모델인 SL6s는 이런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SL6s의 경우는 오히려 바이올린 성부가 듣기 편한 울림이었는데, 아마도 도드라진 성부 없이 꾸준하게 울려주는 탄탄한 음역대와 음색의 밝은 성향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풍부한 저음이 있으면서도 고음이 무리없이 울려주는 것이 바로 SL6s의 특징이었는데, 특히나 유진 포더의 풍부한 울림이 이런 SL6s의 특색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SL6s로 오랫동안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다시 한 번 유진 포더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어,이렇게 서론을 길게 써보았습니다.
















[악마의 속삭임, SL6si]





셀레스천 SL6si의 첫인상은, '두드러지는 중역대'와 '뒤로 물러나있는 저역'과 고역'이었습니다. 즉, 표준적인 4성부 현악기 그룹(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베이스)에서, 중저음을 담당하는 첼로 음색이 도드라지면서, 그 아래위의 성부는 뒤로 물러나 있어 첼로의 음역을 더욱 강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중역대를 강조하기 위한 제작자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저역이 뒤로 물러나있다고는 하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겹쳐지는 성부가 약하게 들리고 다시 콘트라베이스 음은 강하게 울렸습니다. 강조된 중역대의 기대감으로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C장조를 들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인데, 첼로(중저역대)라는 악기 특유의 울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넘치는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현악4중주처럼, 이 곡은 하이든의 쾌활함과 엄격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스트로포비치 전매특허인 풍부한 울림은 주위의 모든 공간을 압도할만큼 강력하였고, 그의 유연한 프레이징은 주변의 모든 사물을 고요하게 만들었습니다. SL6si로 듣는 로스트로포비치의 풍부한 울림은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이미 의도된 듯, 일정량의 울림을 딱 울려주었습니다.







연주가 이어지면서, 나는 SL6si의 더욱 깊은 매력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셀레스천 특유의 음색 그 자체였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뒤이은 첼로의 출현. 이후에 첼로 독주와 투티의 대화... 첼로독주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는 화음을 받쳐주는데, 첼로 뒤에 들리는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매우 특이하게들렸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가 피아니시모로 연주하는 현의 울림이 아니었습니다. 뭐라고할까요. 마치 여성 합창단원들이 미성으로 합창을 하는 그런 울림이었습니다. 그 울림은 너무나도 독특하여, 마치 산(acid)의 휘발성이 우리의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 그러한 마력이 있었습니다. 검은 턱시도를 두른 악마가 내 귀에서 조용하게 속삭이는 듯한 울림에, 나는 마치 무엇에 홀린듯 시종일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주를 들었습니다. 단순히 음색이 특이할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의도와 보잉이 그대로 전달되어, 그 음색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었고, 바로 이 순간 나는 셀레스천SL6si, 아니 셀레스천의 특색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셀레스천 특유의 '음색', 그것은 황금 복숭아 향미처럼 밝고 섬유질의 감칠맛이 나지만, 그 음색에 그늘이 살짝 드리워져 깊이를 더하고 있으며, 그 헤어나올 수 없는 그늘은 강한 마력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열병에 걸린 듯 멍하니 누워서 머릿속으로 그 음색을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SL6si의 검은 인클로저는, 마치 물잔속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그렇게 방안의 모든 공간을 서서히 검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사이로 전해지는 햇살, SL6s]





첼로의 감동을 뒤로하고, 바이올린 성부가 궁금하여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하였던 유진 포더의 연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울려보았습니다. 자유로운 낭만적인 영혼이 한껏 풍만한 이 곡은 모든 면에서 낭만주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없이 바이올린 독주로 시작되는 파격적인 도입부는, 그 멜로디가 지극히 낭만적이어서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하고(appasionato), 이어 등장하는 두번째 주제(tranquilo)는 고요한 음성으로 듣는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유진 포더 특유의 맑고 풍부한 울림은 멘델스존의 낭만적인 영혼을 만나, 감상자의 가슴을 뒤 흔들어 놓습니다. SL6si 로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바이올린 음색이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바이올린 소리이기는 한데, 바이올린 음들이 한음 정도 낮게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누가 조성을 변화시켜놓은듯 그렇게 바이올린의 높은 성부가 한음 낮고 굵게 들렸습니다. 나의 귀가 의심되어, 평소 주력기로 사용하는 로저스 5/9로 다시들어 보았는데, 확실히 셀레스천 SL6si에서는 바이올린 음이 낮게 들렸습니다. 셀레스천 SL6si 특유의 그늘 진 음색으로 바이올린 음색이 두텁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 SL6s로 바꾸어서 다시 한 번 들어보았는데, SL6si와는 다른 자연스러운 울림이 났습니다.



(제품 출시 당시, SL6는 고음역이 다소 '침체되고 우울하다'란 평가를 받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SL6s와 SL6si에서는 트위터가 알루미늄 재질로 바뀝니다. 두 모델 모두 알루미늄 재질의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으나, SL6s는 그 우울한 음색이 개선된 반면, 후속모델인 SL6si에서는 여전히 고음역이 침체된다는 느낌입니다.)







SL6s는 음색 자체에 햇살이 드리워져 있는 듯 밝은 성향인데, 다소 우울한 느낌이 있는 SL6si와 비교하여 들어보면 그 특징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음역대도 딱히 도드라지는 성부가 없고, 저음도 SL6si와는 달리 좀 더 풍성하게 울리는 경향이 있어서 안정감이있고 풍부하게 들립니다. 모든 성부에서의 고른 울림과 풍부한 저음으로 인하여, 오히려 음역대가 높은 바이올린을 편안하게 울려주는 것 같습니다. 해상도를 강조한 스피커의 경우에는, 현의 소리가 다소 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면에서 SL6s는 듣기편한 울림이었습니다. SL6si에서 드리워진 그늘을 걷어내고, 도드라진 중역대 아래 위에 뒤로 물러나 있는 음역을 다시 골고루 분포시킨다면, 그것이 바로 SL6s가 될 것입니다. SL6s에서 개량된 것이 SL6si인 것을 보면, 아마 제작자는 여기서 셀레스천의 개성을 조금 더 살리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감동적인 중역대와, 매우 개성있고 표현력이 뛰어난 음색을 탄생시켰지만, 이로 인하여 바이올린 성부, 비올라 성부의 음색이 다소 없어져버린 느낌입니다. 반면에 SL6s는 모든 악기가 풍부하게 울리고, 그 성향도 밝습니다.
















[SL6s와 SL6si의 한계]





피아노 소리에 대한 궁금증과 바이올린 음색에 대한 미련(?)으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집어들었습니다. 이작펄만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인데, 이작펄만의 긴장감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명쾌함이 참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반입니다. SL6s와 SL6si 모두 무난한 울림을 들려주었습니다. SL6si에서 느껴지는 바이올린 성부의 왜곡은 여전하였으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스타인웨이 피아노 특유의 맑은 섬유질의 울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모델 모두에서 두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되었습니다. 첫째는 피아노 저음부 음색의 어색함인데, 사실 이 점은 중저역대를 강조하는 스피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 같습니다. 피아노 가온 C음에서 두옥타브만 내려가면 저음의 울림이 강조되어, 마치 그 울림이 콘트라베이스와도 같은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피아노 페달을 너무 깊게 눌러서 발생하는 음의 뭉게짐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곡의 이해를 방해하지도 않고,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안정감있게 들리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입니다. SL6s, SL6si 두 모델 모두 전형적인 셀레스천의 음색을 느낄 수 있는데, 셀레스천 특유의 섬유질과 감칠나는 음색이 바로 그 특색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음색이, 강조된 중저음과 맞물려 피아노의 섬세한 표현을 까먹기도 합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380를 들어보면, 피아노의 두번째 마디에 아르페지오가 나타납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그 아르페지오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지만, SL6s와 SL6si에서는 그 아르페지오가 약간 무너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요. 음이 뭉게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 현상은 SL6si에서 조금 더 두드러졌는데, 밝은 성향의 SL6s는 아르페지오를 굴러가듯이 제대로 처리하는 반면, SL6si에서는 특유의 거친음색이 아르페지오의 민첩함을 놓치고 살짝 뭉개어 버렸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런 아르페지오가 곡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곡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에, 매우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향곡에 대한 궁금증으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들어보았습니다.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의 연주를 선택하였는데, 아르농쿠르 특유의 남근적인 강인함이 3번과도 무척이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느껴졌던 바이올린 성부의 왜곡이 교향곡에서는 오히려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바이올린 성부의 성량이 커지기 때문인듯 합니다. 또하나, 교향곡을 들으면서 두 가지 모델에게 동일하게 느꼈던 것은 금관 악기의 도드라짐이었습니다. 음역대 자체가 중역대에 분포되어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유달리 호른, 트럼펫의 음색이 도드라지게 들렸습니다. 이 현상은 SL6si에서 조금 더 두드러졌는데, SL6s는 단순히 강조에만 그치지만, SL6si에서는 강조를 넘어서서 호른, 트럼펫 음색에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성부에서 치밀한 밀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개성은 기분좋은 특색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교향곡을 들었던 것은 두 스피커가 얼마나 실제 공연장과 같은 공간감을 선사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였습니다. 나는 이 부분을 쓰면서 많은 고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공간감'이라는 표현자체가 어떠한 객관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불완전한 것이며, '공간감이 좋다.'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라는 말도 상대적이고 상황 의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부분은... 저의 청취환경과, 지금까지 보여진 저의 성향을 감안하여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현재 사용하는 청취환경은 6~7평 정도 되는 조그마한 거실입니다. 이런 조그만 공간에서 셀레스천 SL6s와 SL6si는 충분한 '공간감'을 보여주었습니다. SL6s는 울림을 밝게 풀어놓는 반면에, SL6si는 딱 자기가 울릴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그 안에서 울림을 만들어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조그마한 인클로져가 가지고 있는 운명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6~7평의 조그마한 공간은 충분히 울려주지만, 공간이 조금 커지게 되면 작은 인클로져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이 두가지 모델 모두 '밀폐형' 스피커라는 점입니다. '밀폐형'이라는 것은 스피커 통안이 진공상태로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밀폐형'은 '개방형'스피커와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통울림보다는, 제작자에 의해 의도되고 만들어진 울림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첼로가 활로 한 번 휙 그으면, 웅~ 하고 울리다가 일정 시간에 툭 하고 멎어 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런 밀폐형의 태생적인 특징으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표현하는데에 있어서 방안 한가득을 터질듯이 메워버리는 울림의 향연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터져야할 타이밍에 터져주지 못하는 울림에 대한 아쉬움은, 잔향들의 산만함을 없앰으로 나타나는 집중력과 특유의 탄탄한 울림으로 보상받았습니다.














[결론]





셀레스천 SL6s와 SL6si 모두 그 개성이 뚜렷한 스피커입니다. 모두 중저역대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SL6s는 모든 음역대에서 무난하고 밝은 울림을 울려주는 반면에, SL6si는 중역대가 도드라지면서 그 아래위의 성부가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음색도 SL6s보다는 한 층 그늘져있는 어두운 음색인데, 이 음색이 셀레스천의 개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중저역대에 강조를 두고 있어서, 첼로의 울림이 매우 훌륭하며, 오케스트라의 울림도 무리 없이 울려줍니다. 특히 탄탄한 중역과 저역을 앞세워 구축하는 공간감은 매우 인상적이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작은 인클로저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밀폐형 특유의 탄탄한 울림은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일정한 크기로 한정짓기도 합니다.  셀레스천 특유의 음색과 강조된 중저음으로 피아노의 표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이지만, 이런 편견없이 곡을 듣는다면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자잘한 장점과 단점 모두 셀레스천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노력해온 아름다운 결과물들입니다. 셀레스천을 중고거래로 구입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청음을 하고,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 내 품속으로 스피커를 들었을 때, 마치 나는, 셀레스천이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을 같이 구입하는 듯한 가슴벅찬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두팔에 느껴지는 셀레스천의 무게는 단순히 기계의 무게가 아니라 지금 까지 거쳐온 세월들의 무게였습니다. 세상에 그 누가 어디서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그 스피커가 셀레스천이라면, 그는 반드시 셀레스천을 느낄 것이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의 기쁨과 영혼의 신비함을 느낄 것입니다.

결국 셀레스천의 비전이 아름다운 음악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그 음악의 아름다움이 우리모두의 가슴에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번 사용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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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2013-07-02 01:36:28
답글

킹스톤 사용기도 올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권태수 2013-07-02 07:33:45
답글

오 진정 셀레스천 매니아라 할만하십니다. 추천~

강종완 2013-07-02 08:33:40
답글

이준호님/ 네^^ 안 그래도 이번 기획(?)을 셀레스천 모델에 대한 총정리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이어서 SL600,SL700 사용기를 쓰고, 그 다음으로 킹스톤에대하여 쓸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br />
<br />
권태수님/ 반갑습니다. 혹시 SL12si를 가지고계신 그 권태수님 맞으신지요^^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많은 지도 부탁드려요.

이장호 2013-07-02 09:27:32
답글

글도 좋고, 사진도 좋고....<br />
정성이 가득한 사용기군요.... ^^

신호영 2013-07-02 09:28:52
답글

구동이 어려웠던 스피커 소리는 참 좋다고는 하는데 앰프가 힘이딸려서 ㅎㅎ

강민구 2013-07-02 09:35:10
답글

사용기 잘 읽었습니다. 근데 셀레스천보다 유진 포더에 더 관심이 가네요 요즘 제가 형님들(셀링, 켐프 등등)연주를 너무 재미없어하던 차에 잘됐네요<br />
<br />
저 표지를 어떻게 극복하였느지 좀 신기해지네요^^

정영석 2013-07-02 09:45:33
답글

심층분석한글 잘 봤습니다. ㅋㅋ

강종완 2013-07-02 09:49:55
답글

이장호님/ 필력도 부족하고 실력도 모자란데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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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영님/ 밀폐형이라는 점,그리고 셀레스천 특유의 음색, 이것이 엠프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엠프 힘이 달리면 소리도 뭉뚱그려 나오고 셀레스천 개성도 반감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br />
<br />
강민구님/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유진 포더 음반 강력 추천입니다. LP복각반으로 박스세트로 나와있는데 음질까지 너무 훌륭

강종완 2013-07-02 09: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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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석님/ 분석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글입니다^^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재혁 2013-07-02 10: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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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B&W CDM1으로 처음 오디오에 입문하던시절 갖고 싶었던 셀레스쳔 스피커 이야기네요. 이제는 더 이상 스피커를 만들지 않는군요. 잘 보고 갑니다.

김준구 2013-07-02 19: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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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완님 덕분에 셀레스쳔 스피커들이 인기가 오를 듯 합니다.^^ 600 과 700에 관한 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강종완 2013-07-02 21: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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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님/ 반갑습니다.*^^* 1996년도에 킹스턴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스피커를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br />
<br />
김준구님/ 되도록 객관적인 글이 되려고 단점도 부각(?)시키려 노력하였습니다.^^ 장단점을 떠나 매력있는 스피커는 분명하기에 이런 글을 써 봅니다. 감사합니다.

rdkkimhyun@yahoo.co.kr 2013-07-03 0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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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천은 몇달전 거래에서 판매자분것을 잠깐 듣고 꽤 감동받은 스피커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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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쉘프형에 상태도 매우 좋았는데 회사가 예전에 망한건 이글보고 알았습니다. <br />
<br />
정성들인 글 꼼꼼히 잘봤습니다. 진정한 사용기십니다. ^^

강종완 2013-07-03 01: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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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님/ 반갑습니다. 이제 더이상 생산 안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리하여 지금의 셀레스천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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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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