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게시판에 들락거린지 얼마 안된 사람이지만,
그 얼마 안되는 사이에도 조모님, 이모님을 필두로 한 논쟁을 지켜보기에도
이젠 정말 넌덜머리가 나려 합니다.
심지어는 오디오를 쳐다보기 싫은 생각까지 들고 있어요.
저도 직장생활 시작해서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십대 초반부터
LP, 테입을 용돈이 생기는대로 사모으며 컬렉션을 즐겨했지만,
결국 부피와 무게, 취급방법의 번거로움이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서
LP는 땡처리로 팔아버리고 CD로 전환했는데,
최근엔 이 마저도 역시 번거롭고 선곡이 제한적이어서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지 오랩니다.
하지만 테입 만큼은 아직도 몇 박스 가지고 있습니다.
제 차가 오래된 구형이라 테입 밖에 안되기 때문이죠.
주로 혼자 타고 다니니 뒷자석과 트렁크에 가득 싣고 다니면서
그때 그때 듣고싶은 것들을 골라 들으며 다닙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노이즈 하면 테입이이 으뜸이죠.
테입 특유의 히스 노이즈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오디오로 듣는 것 보다
자동차의 구형 기기로 듣는 소리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우연히 들린 카페나 혹은 서점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너무 좋아
어떤 오디오를 쓰나 싶어 찾아보면
자신의 것보다 한참 아래급의 기기였던 경험들 말입니다.
음악은 그런 것이죠.
귀로 듣는게 아닌 마음으로 듣게 되는.
그런데 미디어의 우위를 놓고 다투는 것은 정말이지 음향 엔지니어를 제외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미디어든 자신이 감각적으로, 정서적으로, 행위적으로, 소리로 좋은 것을
듣고 즐기면 되는데, 너무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저 허다한 그래프들이 여러분의 음악 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논쟁을 지켜보면 결국은 음악과는 관계가 없는 자존심과 태도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내가 더 많이 알고, 내가 더 정확하고, 내 말이 맞다"는 자존심과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조소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태도의 싸움요.
사실 이게 과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논쟁이기 때문에 쉽게 끝날 수 있는
논쟁임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에 이런 논쟁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글로만 진행되는 논쟁이라, 지난하고 반복적이기만 하죠.
절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직접 만나서 같이 실험하고 같이 결론을 지켜보고 하기 전에 과연 결론이 날까요?
절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걸 여러분도 아실겁니다.
열사람이 같이 들어도 열사람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것이 자명하고,
설혹 현장에서 결론이 난다 해도 또 여러가지 환경과 조건들을 걸고 문제시하고,
반복 또 반복 아마 끊임없이 되풀이 될겁니다.
오디오에 얼마나 조건이 많나요.
이젠 논쟁이 녹음을 하는 마이크까지 확대되는 것 여러분들도 보셨지요.
결론이 없어요. 결론이.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 음악을 이야기 하고, 명기를 이야기 하고
정보를 나누는 정겨운 동호인 게시판에서 너무 결론도 없고 소모적인 논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 같아
정말 지켜보는 사람으로써 너무 지겹습니다.
요샌 커뮤니티 어디를 가나 이런 저런 사안으로 툭하면 싸움질, 논쟁들이어서
참 회의가 듭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 다른 생활방식,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네요.
모두가 자기안의 세계에 갖혀 그 세계만 절대 진리라 믿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정보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커뮤니티엔 참여하지 말라는
암시인가 싶은 생각도 자주 듭니다.
제발 이제 자존심 싸움 좀 그만 하시면 안될까요?
아니면 끝도 없는 싸움, 여기서 이러실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셔서 같이 합의된 조건 아래서 실험을 해보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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