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PMC24를 듣게 되었습니다. PMC22를 구입예정이었으나 샾에서는 PMC24가 전시되어 이 스피커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은 음반이 카페 짐머만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 3악장이었습니다. 역시나 PMC특유의 밝고 화려한 현의 음색은 상상하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탄탄하고 절제되어있는 저음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악 연주에 있어서 저음은 결단코 모자라도 과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곡에있어서 더블베이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스피커에서 그 저음을 크게 울려버리면 위의 성부들이 다 가려버리게 됩니다. PMC24의 저음은 절제된 커다란 통에 담겨져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탄탄하고 안정감있었습니다. 과거 FB1i의 경우 저음이 깜짝놀랄 정도로 퍼져버려서 굉장히 불만이었는데, 24의 경우는 저음이 매우 세련되어있습니다. PMC24는 저음하나만으로도 큰 점수를 줄만합니다.
하지만, PMC24의 문제는 중역대였습니다. PMC24는 대체적으로 중역대가 굉장히 강조되어있습니다. 중역대의 화려함과 민첩한 묘사력은 한번에 시선을 휘어잡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괴벨의 브란덴부르크를 들어보면, 괴벨 특유의 빠른템포에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음색도 앞에 어떠한 막힘 없이 있는 그대로... 말그대로!! 소리를 '분출'해 버립니다. 니콜라스 맥기건의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은 PMC24 중역대의 날카로운 묘사력의 끝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Harmonia mundi의 화사한 녹음실력, 니콜라스 맥 기건 특유의 따스한 금속성, 그리고 PMC24의 날카로운 묘사력이 합쳐져... 말 그대로 바이올린의 음색에 살갗이 베일 뻔 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PMC24는 중역을 너무 대놓고 강조하다 보니 곡의 왜곡이 심합니다. 처음 연주부터 챔버 악단이 마치 바이올린 솔로 음악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그 왜곡은 피아노 독주 연주에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마틴 슈타트펠트가 연주한 바흐 프렐류드와 푸가... 스타인웨이의 음색이 PMC24에는 잘 맞으나... 중역이 너무 강조되어 오른손이 너무 두드러집니다. 게다가 성부간의 균형감이 중요한 프렐류드와 푸가이다보니.. 음악이 기괴하게 들렸습니다. 여기서 PMC24, 22시리즈 구입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어버렸습니다.
현에서 느껴지는 중역대도 해상도가 높고 민첩한 묘사력이라고는 하나... 그 화사함이 지나쳐서, 마치 엔터테인먼트 용 스피커로 클래식을 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유치한 음색이 되어버린 것이죠.
500만원대의 스피커에다가 '유치한 음색이다 뭐다' 라고 말하는 것에 경악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입니다. 더욱이, 치우침없고 담백한 자비앙을 듣고 난 뒤에 PMC24를 들으면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담백한 자비앙에 비교되어 PMC24의 막힘없는 분출은 정말 눈을 홱 돌아가게 만들지만... 계속 듣고 있으면 뭔가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고음은 기존의 PMC제품에 비해서는 다듬어진 느낌. 기존의 PMC가 밝고 화려한 고음이라면 twenty시리즈의 고역은 조금 절제된 느낌입니다.
대체로 PMC24는 기존의 PMC와는 궤도를 달리하면서, 앞으로 PMC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 스피커 입니다.
절제되고 세련된 저음은 그 만족도가 높고, 특히 왜곡이 독이 되는 클래식음악에서는 대단한 강점입니다. 하지만, 화려하게 도드라져 있는 중역은, 소리를 '좋게'들리게 하는 효과는 있으나, 쉽게 귀가 피로해지고, 곡을 왜곡시켜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역의 묘사력이, 음의 밀도나 질감을 배제시키고, 오로지 세밀함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음색에 깊이가 없고 이차원적인 유치한 소리가 납니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굉장히 커다란 매력이나 클래식 음악, 더욱이 피아노 독주를 들으시는 분들은 구입에 재고를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