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 첫 느낌
설레는 마음으로 흰색 파우치에 담긴 앰프를 조심스레 꺼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사이즈가 작아서 가뿐하게 들어보려고 했더니 제법 묵직함이 느껴 집니다. 거의 13kg에 육박하는 무게가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는 상대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책장에 올려놓고 찬찬히 살펴보니 우드무늬로 부드럽게 라운딩처리된 바디와 전면의 버튼이 예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제품 외관의 전체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 실내 어느 곳에 두어도 그 존재감을 뽐낼 것 같습니다.
소리적 특성
얼굴은 그만하면 되었고, 이제부터 음을 다루는 실력을 살펴볼 차례 입니다.
이 앰프는 24/192 비동기식 USB DAC가 내장된 제품으로 ESS사의 Sabre9023 DAC칩을 사용하고 있으며, 탑재된 진공관은 녹음이 안 좋은 디지털파일의 거친 소리를 부드럽게 다듬어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24비트 음원, CD리핑된 16비트 음원 등 다양한 파일을 USB로만 연결해서 들어 본 결과 따뜻하고 여운이 좋은 소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용하던 투에니 TD-100 과 비교해보면(사실 체급이 다른데 비교자체가 무리는 있습니다) TD-100이 또렷하지만 다소 거친 성향의 소리였다면 Decco65는 거친 부분이 많이 억제되고 상당히 고급스럽게 재생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라존스, Come away with me, 24/192
노라존스의 이 음반은 워낙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작품인데, 보컬의 탁월함과 녹음의 우수성이 결합되어 오디오 테스트에 참 좋은 소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Decco65가 그려내는 노라존스는 참 따뜻하고 섹시합니다. 약간 메마른 듯 하지만 깊숙이 귓가에 맴도는 노라존스의 보컬적 특성을 밀도감 있게 잘 표현해 줍니다. 눈 감고 들으면 바로 내 앞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한 공간감, 존재감을 사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Lenny white, Exploration in space and Time, 24/176
이 음반은 세계 최정상급 퍼커셔니스트인 Lenny White의 탁월한 연주를 맛볼 수 있는 음반으로서 체스키레코드사의 녹음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퍼커션이라는 악기가 주는 리듬감, 속도감, 타격감이 제법 느껴집니다. 여기서 ‘제법’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Q acoustics 사의 소형 북쉘프로는 몸서리칠 정도의 압도적 쾌감을 느낄 수 없기에 제한적인 표현을 한 것입니다. 소형 북쉘프를 감안 할 때에는 꽤나 저음의 탄력과 밀집도가 높은 재생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드보르작 신세계교향곡, 카라얀 지휘, 24/96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은 클래식 팬들에게는 익숙한 레파토리인데요, 이 음반은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필 연주입니다. ‘Going Home’이라는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한 2악장의 잉글리시호른 파트에서 침침하고 어둡지만 신비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악기 음색을 잘 그려내 줍니다. 경기장의 응원전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4악장의 테마곡에서는 각 파트 악기의 생생함과 전체적 조화로움이 살아있는 연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편성의 클래식 곡에서 이렇게 밸런스 잡힌 고해상도의 음질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놀랍게 다가 옵니다.
바흐 Goldberg 변주곡, 글렌굴드 연주, 24/96
이번에는 피아노 솔로곡으로 너무도 유명한 바흐의 Goldberg 변주곡을 들어 봅니다. 사실 피아노라는 악기음색을 제대로, 만족스럽게 표현해내는 시스템을 가지려면 제법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피아노가 가진 고유한 음색과 여운을 ‘자연스럽게’ 재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몇몇 DAC로 피아노 음반을 집중적으로 들어 보았는데, 정말 소리자체는 지극히 투명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허전함에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많았습니다. Decco65의 실력은 어떨까 궁금해 하며 음악을 들어 보았는데, 결론은 기대이상이다! 라는 것입니다. 맑고 깨끗한 피아노의 음색은 그대로 살려내면서 공간적 여운, 즉 잔향을 적절히 표현해 냅니다. 물론 초고가의 하이엔드적 특성은 아니지만 저가의 DAC에서 들어 봄직한 소리와는 분명 다른 ‘등급’의 소리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제 아내가 한마디 거듭니다. “음표가 보이는 것 같아…”
결론
써 놓고 보니까 장점만 언급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단점을 찾아보려고 애써 생각해 보았는데 딱히 꼬집어 말할게 없습니다. 그 만큼 두루 두루 모범생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기기라는 반증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사용하는 스피커보다 상위기종을 물려서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필연적인 화두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격대비 가치’ 입니다. 이 제품은 분명히 가격대비 만족도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