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 소리의 쾌감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렬해 지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앰프, 스피커 등에 관심을 두게 되나 봅니다. 저는 영화와 음악을 AV processor로 해결하고 있어서 인티앰프를 따로 들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인 스피커를 레벨 Concerta F12로 바꾸면서 소리가 많이 바뀐 것을 경험하고 나니 앰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마침 모사이트에서 로텔에서 최근 출시한 RA-11 인티앰프의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AV processor와 인티앰프를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에 신청을 했습니다. 선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으니 겁이 덜컥 나네요. 해상도니 질감이니 이런 단어들에 대한 개념도 잘 모르는데 사용기를 올려야 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해 봐야지요. 기기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것도 처음이고 감각이 조금 둔감한 편이라 고수님들처럼 자세한 사용기를 올리기는 어렵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사용기를 쓸까 합니다. 전 PC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기 때문에 RA-11의 PC-FI에 대한 활용도, AV processor와 인티앰프의 음악적 성능 비교 등에 대해 느낀 점을 간략하게 기술해 보고자 합니다.
택배로 도착한 RA-11. 포장을 벗겨서 카메라로 첫인상을 남겨 봅니다. 지금까지의 로텔 계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디자인이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로텔 RA-11는 2012년에 출시된 인티앰프로, 최근 많아진 디지털 기기와의 연결, PC-FI를 위한 DAC 기능 포함 등이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기기의 스펙을 살펴보면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입니다. 메인 DAC칩은 울프슨 WM8740을 사용하는데, 이 칩은 이 회사의 상급에 속하는 칩이며 24Bit/192kHz까지 변환하기 때문에 별도의 DAC을 구매하지 않고도 고음질의 파일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Optical cable로 연결해서 고음질 파일을 재생해 보니 무난히 재생이 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다른 디지털 기기와의 연계성에 관한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기기의 전면패널에 USB단자가 있습니다. 이 단자를 통해 USB 메모리 재생, MP3 플레이어, 아이팟 등의 미니 플레이어들과 연결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를 USB단에 연결하니 바로 재생되는 음악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단자에 꽂기만 하면 바로 인식이 되고 재생이 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C-FI를 할 때 USB cable로 연결을 많이 하는데 입력단에 USB단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맘에 연결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아쉽네요. PC-FI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flac 파일의 직접 재생이 안 되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이 USB단자에 로텔에서 제공하는 블루투스 동글을 삽입하면 블루투스 기기와의 연결이 가능합니다. 블루투스 동글을 삽입하고 아이패드에서 검색하면 “Rotel BluTooth”라고 검색되므로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노트2의 경우도 동일하게 연결이 잘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과정으로 연결되니 블루투스 연결을 한 번이라도 해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잘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설명서에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 어려워하실 분도 계실 것 같기는 합니다. 음악을 재생해 보니 블루투스를 이용한 음악재생도 상당히 들을만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약 20여 분을 재생하는 동안 음악이 조금 끊기거나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가끔씩 생깁니다. 이 부분은 무선 송수신에서 생기는 문제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갤럭시노트가 원인인지 RA-11이 원인인지는 저로서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RA-11의 인티앰프로서의 성능은 출력이 채널당 200 W (8옴)인 이모티바 XPA-3 파워앰프를 따로 물렸을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파워부의 기능이 충실하다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영화와 음악을 병행할 수 있느냐는 늘 논쟁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RA-11와 PR-SC5507을 파워앰프인 이모티바 XPA-3에 물려 비교해 봤습니다. 아래와 같이 연결을 한 다음, 제가 잘 듣는 곡들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1. Bonnie Tyler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
이 노래는 Bonnie Tyler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창법이 사람의 마음을 완전 무너뜨릴 것만 같은 곡입니다. 남자 보컬의 섬세한 목소리와 Bonnie Tyler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서로 주고받으며 점점 클라이막스로 진행되므로 음악적 감성을 맘껏 느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RA-11을 통해 재생되는 음악이 상대적으로 얇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남자 보컬의 목소리가 좀 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PR-SC5507을 통해 재생되는 소리는 RA-11보다는 좀 더 굵고 디테일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남자 보컬이 노래를 참 잘하네, 딱 거기까지 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디테일하면 음악성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것하고는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2. Santana의 ‘Smooth’
1999년 발매된 ‘Supernatural’은 크게 인기를 얻어 Santana의 대표적인 앨범이 되었으며 그 대표곡이 바로 ‘Smooth’입니다. 라틴록의 신나는 리듬과 운율이 듣는 사람을 절로 흥겹게 해 주는 곡입니다. 워낙 좋은 곡이어서 그런 걸까요. RA-11이나 PR-SC5507 모두 흥겨운 연주를 들려줍니다. Santana의 연주모습이 담긴 연주실황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RA-11은 베이스와 킥드럼의 경쾌한 타격감이 음악을 더 흥겹게 해 주지만 가끔은 기타 선율보다 베이스 선율이 더 선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점이, PR-SC5507은 좀더 균형 잡힌 것으로 들리지만 조금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점이 다르게 느껴지는 점입니다.
3. Miles Davis ‘Round midnight’
재즈를 입문하는 계기가 될만한 곡이죠. Miles Davis의 감성 넘치는 색소폰 연주가 일품인 재즈곡입니다. RA-11로 들을 때는 베이스 연주가 조금씩 도드라져 나옵니다. 퉁퉁 튕기는 베이스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정말 듣기 좋은 소리이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베이스가 조금 나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R-SC5507은 드럼의 스내어에서 나는 사그락거리는 소리까지 실감나게 들려주네요. 이 곡에서는 PR-SC5507에서 들려주는 연주가 좀 더 균형있게 들립니다.
4. Verdi ‘Missa da Requiem’ 중 ‘Dies Irae’ / Karajan, Vienna Philharmonic (1985)
레퀴엠 중 가장 대중적이고 귀에 익숙한 곡이 베르디의 레퀴엠이고 그 중에서도 Dies Irae (진노의 날)일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곡 전개는 오디오적인 성능을 맘껏 발산시켜 주기 때문에 오디오쇼에서 자주 선곡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데, 굳이 구별을 해 본다면 RA-11은 무대의 밀집도를 높이고 앞으로 쏟아내는 듯한 연주를 들려 줍니다. 반면 PR-SC5507은 무대를 조금 더 넓게 사용하면서 소리의 방향도 여러 갈래로 나뉜 듯합니다. RA-11은 연주의 포커싱 면에서, PR-SC5507은 무대의 폭에서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 차이란 없다고 해도 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몇 곡을 집중해서 듣다 보니 두 앰프의 성향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RA-11은 중저음의 튜닝에 무게를 둔 것 같고 PR-SC5507은 디테일을 살리는 섬세함을 좀더 신경 쓴 것 같습니다. 굵게 과장되지 않은 무게감이 실린 소리를 선호한다면 로텔을, 디테일이 살아있는 섬세한 소리를 원한다면 온쿄를 선택하면 크게 실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 앰프의 프리 성능은 호불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뿐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RA-11을 통해 들었던 ‘Total eclipse of the heart’의 음악적 감성을 PR-SC5507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다는 것이 인티앰프의 구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게 합니다. 만약 인티앰프를 구입한다면, 중고가격이 백만원 이상되는 것을 그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 번 비교를 통해 확실해 졌습니다.
로텔의 RA-11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잘 만들어진 인티앰프라는 생각이 듭니다. USB와 블루투스를 통한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연결은 인티앰프가 더 이상 아빠의 전유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질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RA-11은 중저음의 소리가 상당히 탄력있게 들려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소리가 가늘어진 듯 느껴져 디테일이 조금 생략된 것처럼 들리기도 한데 오히려 음악적인 감성의 전달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중저음에 중심을 둔 음악성이 있는 소리를 들려 주기 때문에 소리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아주 좋습니다.
이 번 체험기는 제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해상도, 다이나믹과 같은 전문적인 용어를 쓸만큼 세련된 음감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제가 느끼는 바를 글로 표현하면서 정리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궁금했던 인티앰프와 AV 프로세서의 비교를 해 본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 동안 남들이 쓴 사용기를 가볍게 읽기만 했는데 새삼 그 분들의 열정을 느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 뿐인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