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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NHT는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이다. 보통 유명한 회사라고 하면 초고가 제품들이 주를 이루거나, 수익은 입문형 제품들로 낸다 해도 고가의 레퍼런스 라인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NHT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90년대 미국 오디오 시장이 초고가의 하이엔드 제품들과 저가 홈시어터용 제품들로 양분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생산 하는 것”을 추구해온 NHT는 현재까지도 그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다. 그 증거로 현재 NHT가 생산하는 스피커 중 가장 저렴한 소형 북쉘프 스피커의 가격은 $129(약 14만원)에 불과하며, 가장 비싼 4way 톨보이 스피커의 가격은 고작 $1250(한 쪽당 140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타 회사들이 고가의 레퍼런스 라인을 생산해 놓고 하위 라인들에 어떤 기술을 어느 지점까지 적용시킬지 고민하고 있을 때, NHT는 제한적인 가격에서 어떻게 하면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 낼까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것이다.
그러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과가 바로 SuperZero 라는 제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Absolute Zero 의 염가형 제품 정도로 알고 있는 이 제품은 사실 엄청난 과거를 갖고 있다. 93년에 출시되어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마감,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소리로 미국 전역을 놀라 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면서 NHT라는 회사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제품이 바로 SuperZero 이다. “$250 밖에 안 하지만 $3000 가격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견줄 수 있는 제품…” 1994년 1월에 Stereophile 의 Corey Greenberg 이 SuperZero 를 두고 한 말이다. 과장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런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당시 SuperZero 의 인기와 평가는 하늘을 찔렀다.
이 글에서 다룰 예정인 Absolute Zero 는 바로 SuperZero 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저역대의 반응속도, 중역대의 확산성 등을 개선시킨 제품이다.
만듦새와 구성
Absolute Zero 의 외관은 꽤 고급스럽다. 일단 마감이 매우 매끈한 하이글래스 피아노 처리가 되어 있는데, 검색을 해보니 7번의 폴리우레탄 도장, 2번에 걸친 스크래치 방지용 하드코팅까지 총 11번의 도장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정도 수준의 마감은 비슷한 가격대에는 물론이고 100만원대의 제품들에서도 흔치 않은 수준이다. 참고로 비슷한 가격대의 입문형 북쉘프 스피커들이 많은 경우 시트지 마감이거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허다한 것을 고려했을 때, Absolute Zero 의 마감은 가격대비 굉장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안에는 어떨지 궁금해서 두들겨 봤더니 울림이 없고 굉장히 단단한 편이다. 캐비닛이 MDF 재질이라고 하는데 들어보니 무게 또한 제법 묵직하다. (설명서를 보니 3.6kg 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더해 나사로 고정시킬 수 있는 방진용 고무로 마감된 알루미늄 바까지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공진 억제에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Desk-Fi 사용자들이 별도의 스파이크를 구매할 필요 없이 배려한 것 또한 돋보이는 구석이다.
유닛은 새로이 개발된 폴리프로필렌 5.25인치 우퍼와 네오디뮴 마그넷이 채용된 1인치 알루미늄 트위터를 사용한다.
소리 성향
소리 성향에 대해 얘기를 하기에 앞서 염두해야 할 것은 Absolute Zero 의 인클로져 구조가 후면 덕트가 없는 밀폐형 구조라는 것이다. 밀폐형 구조는 덕트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동이 어렵고 음 이탈이 원만하지 않은 대신 밀도감과 윤곽감, 탄력 등이 우수한 성격을 가지는데, Absolute Zero 는 이러한 밀폐형 구조의 장점들을 잘 계승하고 있다. 우선 음악을 틀면 굳이 성향 파악을 위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바로 느껴지는 특징이 바로 뛰어난 밀도감이다. 꽉 찼다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전음역대에 걸쳐 굉장히 듣기 좋을 정도로 충분히 살집 있는 소리가 나온다. 이 작디 작은 체구에서 이런 밀도감을 맛볼 수 있는 게 놀라울 정도이다.
그 다음으로 귀에 들어오는 특징은 윤곽감인데, 몽글몽글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윤곽감이라는 게 너무 없으면 고음이 하놀하놀 맥아리가 없이 날리고 저음이 풀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너무 명확하게 잡으려 하다 보면 지나치게 동글동글해서 인위적이게 느껴지거나 너무 단단해서 여운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데, Absolute Zero 의 경우 그 윤곽감이 밀폐형 구조로 인해 자연스레 발생된 것이기 때문에 탄력적이면서도 적당한 여운을 지니고 있어 인위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밀도감 있는 음과 몽글몽글한 윤곽감이 합쳐져 굉장히 탄력 있고 기분 좋은 볼륨감을 자아낸다.
고음의 경우 다른 음역대와 마찬가지로 가볍거나 날리지 않고 적절한 두께와 밀도감, 그리고 탄력을 갖고 있다. 이탈감의 경우 촥 확산되는 소리는 아니지만 제법 직진성 있는 또렷한 소리를 들려주며, 해상력의 경우 오히려 준수한 편이다. 점수를 주자면 7~8점 정도? 소프트 재질의 우퍼와는 달리 알루미늄 트위터를 사용함으로 인해 밀폐형 구조가 가질 수 있는 단점들을 효율적으로 상쇄 및 개선한 느낌이다.
밸런스의 경우, 중저역이 다른 음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부풀은 느낌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평탄한 수준이며, 음색 측면에서 트위터와 우퍼가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그 이음새 또한 매끄러운 편이기 때문에 재질 차이로 인한 이질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색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 영국제 제품들처럼 화사하거나 달콤하거나 하는 등의 색채감이 있지는 않지만, 제법 또렷하면서도 윤기 있는 소리이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자극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와 밀폐형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초저역은 맛볼 수 없지만, 중저역대에서는 사이즈를 의심케 할 정도로 공간을 채우는 풍성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두께가 약간 얇거나 거친 성향의 앰프도 제법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타격감이나 다이내믹은 훌륭한 편이다. 비트가 빠른 음악을 들을 때 쳐진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경쾌함을 잘 전달해주며, 드럼과 같은 타악기도 그 고유의 타격감이 잘 전달된다.
단점을 언급해보자면, 아무래도 밀폐형 구조이기 때문에 비슷한 사이즈의 입문형 스피커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구동 난이도가 낮은 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재생 대역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스펙상 71Hz-20kHz 로 기재되어 있는데 들었을 때 좁다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지만 기존에 광대역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주로 사용했다면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의 경우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을 메인으로 사용할 일이 잘 없을 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이즈가 워낙 작은 편이기 때문에 몽글몽글하게 맺히는 윤곽감이 장르나 악기에 따라서는 인위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윤곽감이 심하거나 부담스러운 정도는 전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노파심에 기재해본다.
맺으며
사실 Absolute Zero 보다 더 선명하거나 더 단단하거나 더 부드러운 제품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범용성 측면에서 접근하면 Absolute Zero 의 우수성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무난한 매우 모범적인 올라운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NHT가 밀폐형 구조를 택한 것은 제한된 가격대에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밀폐형 구조를 택함으로써 동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에서 맛볼 수 없는 전음역대에 걸친 충분한 밀도감, 윤곽감, 탄력을 취하고, 반대로 아쉬울 수 있는 이탈감이나 해상력은 적재적소에 맞는 재질과 튜닝력으로 답답하지 않게 상당 부분 보완하고 개선했다.
“NHT 스피커를 구매한다는 것은, 당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가장 그레이드 높은 스피커를 얻는다는 것.” 이라는 문구가 NHT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데, 이 가격에 이 정도 그레이드를 만들어내는 NHT의 기술력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 제품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표를 첨부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제품 NHT Absolute Zero
특징 기준 설명
거친정도 거침/고움 약간 고움 (6.5)
윤기 있음
적극성 소극적/적극적 중간 (5.5)
밸런스 나쁨/좋음 좋음 (8.0)
중저역 약간 많음
피치 낮음/높음 중간 (5.0)
두께 얇음/굵음 약간 굵음 (6.5)
밀도 빔/꽉참 약간 꽉참 (6.5)
조여진정도 풀어짐/조여짐 약간 단단함 (6.0)
스피드 느림/빠름 빠름 (7.0)
해상도 나쁨/좋음 좋음 (7.5)
장점 살집 있는 밀도감
통실거리는 탄력
뛰어난 범용성
뛰어난 가성비
단점 구동 난이도
좁은 재생 대역
◈ 청음기기
앰프: Anthem Intigrated 225
소스: Arcam 73T
파워케이블: Wireworld Stratus 5²
인터케이블: AudioQuest Colorado RCA
스피커케이블: AudioQuest CV-8
◈ 참고
NHT 공식사이트 (http://www.nhthifi.com/)
주기표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jbo117Redirect=Log&logNo=70083791400&from=post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