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이 어려울 때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이냐 물으면,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
- 저역이 안 터진다 : 양이 모자라다?
- 저역이 제어가 안된다 또는 우퍼를 잡아주지 못한다 : 양이 넘친다?
- 저역이 불분명하다 : 저역의 윤곽이 흐릿하다?
그렇게 구동에 대한 개념마저 사람마다 다른데, 하나같이 구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앰프의 구동력이 좋으면 어떻게 만들어진 스피커라도 하나같이 다 어떤 표준적인 저역을 재생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역이 모자라도 구동력 문제, 저역이 넘쳐도 구동력 문제, 저역이 흐릿해도 구동력 문제.... 구동력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동이 어렵다 하는 스피커를 요리하기 위해 소위 구동력 좋다는 앰프를 붙여볼 때 항상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수 많은 앰프들 들락거리며 어쩌다 맞는 것 같은 앰프를 찾아 한동안 물려 쓰더라도, 결국 스피커가 나가든 앰프가 나가든 방출의 길을 걷죠.
그렇다면 과연 이 스피커는 왜 구동이 어려운 것 같은 소리가 나며, 그것이 과연 앰프가 힘이 없어서일까요? 여기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을 먼저 꺼냅니다.
- 듣기 좋은 저역이 쉽게 나와주지 않는 스피커가 분명 있으며, 앰프의 전류공급능력이 우수할 경우 그런 부분이 분명 보완이 된다.
- 그러나 그건 보완이 될 뿐이지 그 특성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다른 면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그 특성이 특히 강한 스피커들은 세상의 그 어떤 앰프를 물린들 바뀌지 않는다.
- 그러므로, 앰프가 너무 빈약하다면 앰프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기본 수준의 전류공급능력을 가진 앰프에서 스피커의 저역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참고 듣던지 아니면 스피커를 바꾸든지 둘 중에서 선택할 일이지, 이걸 앰프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 결론이 납득이 되려면, 왜 그런 저역의 스피커들이 존재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는 스피커를 만들다 보니 알게 된 것들입니다.
1. 우퍼유닛 자체의 문제
저역이 민첩하고 경쾌하나 깊이가 없는 우퍼가 있고, 저역이 깊고 웅장하나 뭔가 답답하고 윤곽이 흐리멍텅한 우퍼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직경이 작고 진동판이 가볍고 단단한 재질이 그러하고, 후자의 경우는 직경이 크고 진동판이 무겁고 무른 재질이 그러합니다.
후자의 경우 힘좋고 뻣뻣한 앰프를 물리면 어느정도 보완이 될 수는 있겠죠.
2. 포트(덕트)의 설계 문제
포트의 구경과 길이에 따라 저역의 성향과 증폭되는 저역 주파수 대역이 달라집니다.
포트 구경이 클 수록 저역 성향이 깊고 풍성해지나 자칫 풀어지고 허벙해지고, 구경이 작을 수록 저역이 단단해지고 찰지나 자칫 깊이와 양이 빈약해질 수 있습니다.
포트 공진주파수가 낮을 수록 저역이 깊어지나 자칫 둔하고 답답해질 수 있고(클래식에 유리), 공진주파수가 높을 수록 높은 저역이 강조되어 풍성하고 박력있으나 자칫 벙벙이거나 낮은 저역이 허해질 수 있습니다(팝에 유리).
저역이 벙벙이면 직경을 줄이든지 포트 길이를 늘려보세요(공진주파수 내려감).
3. 스피커 내부 흡음재 문제
스피커 내부 흡음재는 저역보다는 중고역의 흡수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흡음재를 넣지 않으면 유닛 후면, 즉 인클로저 내로 방사되는 중고역대 소리가 내벽에 반사되어 메아리치며 돌아다녀 중고역대가 쟁쟁거리고 혼탁하고 소란스럽게 됩니다. 특히 인클로저가 직육면체인 경우, 두 벽면 사이에서 소리가 상호 소멸되지 않고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하는 정재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역은 어차피 흡음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파장이 길어 반사된다고 해서 소리상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으므로, 이를 저역증폭의 에너지로 활용을 하기 때문에 굳이 흡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흡음재가 증가되면 인클로저 내 공기의 흐름이 저항을 받아 느려지면서, 이것이 유닛의 진동에 영향을 주어 저역의 윤곽을 흐리게 만듭니다.
즉, 흡음재는 중고역에는 이로우나 저역에는 해로운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댐핑이 높고 윤곽이 분명한 앰프에 물리면 그 단점이 보완이 되기는 하겠지요....
고가의 스피커들은 어차피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소위 좋은 앰프들이 물리게 될 것이기에, 그렇게 저역은 보완될 터이니 중고역이나 잡자... 하고 흡음재 때려넣어 튜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고가의 스피커일 수록 구동이 어려워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저역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중고역만 제거해 주는 흡음방식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인클로저를 정재파가 일어나지 않는 구면체로 하고, 내벽면에 요철을 주고, 안에 구조물들을 얽기섥기 구축해 두는 방법입니다. 결과적으로 인클로저 제작 단가가 무척 올라가겠죠. 이런 인클로저로는 대표적으로 B&W 메트릭스 및 노틸러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혹시 기성품 저역 답답하다고 흡음재를 빼내어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흡음재 줄어들면 내부 반사음으로 인해 중고역 많아져 밸런스가 흐트러져, 네트워크를 다시 튜닝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4. 네트워크 소자의 특성 문제
우퍼부 네트워크 병렬소자로 콘덴서들이 적용되는데, 이 콘덴서가 같은 용량이라도 메이커 및 종류에 따라 소리특성이 많이 다릅니다. 어떤 것은 저역의 윤곽이 흐릿하나 부드럽고 풍성하고, 어떤 것은 저역의 윤곽이 분명하고 또렷하나 선이 가는 등, 어떤 콘덴서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저역의 특성이 달라집니다.
또한 우퍼에 직렬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코일은 용량이 커질수록 그리고 직류저항이 높아질수록 우퍼를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묘하지만 같은 용량의 같은 굵기의 코일이라도 재질 및 형태에 따라 소리가 다릅니다. 스피커케이블마다 소리가 다른 것과 같은 것이죠.
곧 예산과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소자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저역의 특성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만약 저역의 윤곽이 흐릿한 콘덴서가 적용되어 윤곽이 불분명한 저역이 나온다면, 사용자는 스피커가 구동이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이게 실제로 구동이 안되서 그런걸까요? 이건 출력을 불문하고 윤곽이 예리한 앰프를 붙여야 보완되는 것이지 100kg 짜리 모노블럭을 붙인다 하여 나아지는게 아닙니다.
5. 네트워크 튜닝의 문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유닛들 간의 음압 밸런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곧, 중역을 많이 감쇄시키면 저역이 풍성해지나 중역이 얌전하되 자칫 흐리해지고, 중역을 덜 감쇄시키면 중역이 또랑해지되 저역은 빈약해지고...
그렇게 원래 저역이 적게 또는 많게 만들어진 스피커를 가지고, 저역이 안터진다, 저역이 제어가 안된다 하며 앰프에 혐의를 씌우곤 합니다.
이상 살펴보면, 실제로 앰프의 구동(driving)력과는 별 관계가 없는 요소로 인한 결과를, 구동이 안되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피커는 물리법칙을 따라 가며, 아직까지 이론적으로 완벽한 스피커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잃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격 고하를 불문하고 완벽한 스피커는 없습니다. 오히려 고가일 수록 하나의 최고를 추구하기 위하여 다른 큰 것을 희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가이니 스피커에 문제가 있을리는 없다고 믿고, 좋은 앰프를 붙여주지 못한 자신의 죄라 탓하며 스스로 자책감에 빠지는 모습을 봅니다.
사실 이건 비단 스피커 뿐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앰프 또한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때론 하이엔드 분리형이라도 소리의 어떤 면에서는 중저가 인티만 못한 부분이 있기도 하죠.
만약 새로 장만한 스피커에서 저역이 구동이 안되는 듯 할 때, 그것이 정말로 앰프의 힘이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판단하실 수 있을까요?
그런 판단도 안되면서 당췌 어떤 성향의 앰프를 물려야 할지 어떻게 판단이 가능할까요...
그냥 무작위로 붙여보아 우연찮게 맞는 앰프가 나타나길 기대해야 할까요...
우연찮게 서너번 바꿈질로 나타나주면 좋은데, 수십번의 바꿈질로도 안되면 그땐 어찌하시렵니까..
나는 최선을 다 했으나 스피커가 너무 어려웠다 하며 그제서야 스피커를 방출하시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들이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동에 고민하지 마시고, 애먼 앰프 탓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맞는 스피커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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