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board.wassada.com/iboard.asp
HIFI게시판에 자주 오신 분이라면 위 사진보고 얼마전에 올렸던 그 사람이군.. 하실분도 계실텐데요.
전에 "사이즈가 중요한 앰프.. " 라는 제목으로 앰프관련 글을 올렸었습니다.
전에 쓴 글 : http://board.wassada.com/iboard.asp?code=hifi&mode=view&num=97510
몇몇분들이 도움이 되는 글들을 주셔서 사이러스 인티를 한번 들여봐야겠다.. 라고 생각했었고 다행히 사이러스 6vs 인티가 장터에 나와 구입하여 약 일주일정도 듣고있습니다.
위 사진은 니코44에서 사이러스로 교체된 사진이죠.
그런데 우려했던 다운그레이드네요. 적어도 저에게는요.
처음에는 사이러스 너무 하위모델(6vs)이여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사이러스를 섭렵한 지인이 보더니 8vs로 바꿔도 똑같다는 대답을 받고 더욱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파워를 붙여도 저는 만족을 못할거라네요 :(
네, 바로 취향문제더라고요.
박스를 풀고 케이블을 연결하고, 나름 기대감을 갖고 들었는데, 헉 소리가 나더랍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쫙쫙 긁어대는 활의 감촉,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낮은 손동작과 함께 밀려오는 콘트라베이스를 대장으로하는 현악기들의 폭발이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많이 과장하면 로스트로포비치는 첼로가 아닌 연습용 바이올린을 켜고있는것 같고, 오케스트라는 우리 꼬마아이 장난감 신디사이저에서 나오는 소리같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하소연일까요? ㅠㅠ
다시한번 니코44라는 앰프가 얼마나 대단한지 - 적어도 저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앰프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잘못되었겠지하면서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 동축케이블,, 조금씩 변화를 주니 그래도 처음의 "헉" 소리는 들어가더라고요. 핵심은 은선계열을 동선으로 바꾸니 많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실망한 부분만 적어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좀더 밝아지고 투명해지는듯한 느낌은 좋은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은 제가 원하는 취향이 아니라는게 문제죠.
어찌되었든 내보내더라도 몇일 들어보고 내보내자 하면서 듣기 시작했고 오늘 장터에 물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올린 물건은 사이러스가 아니라 니코44를 올렸죠.
이유인즉,
1. 리모콘의 편리함. 책상위 시스템이긴 하지만 책상이 조금 큰 편입니다.(가로 2미터) 정자세로 앉아서 우측의 앰프볼륨노브까지 팔이 힘들게 닿거든요. 사이러스 리모콘 감도가 아주 좋아 아무쪽이나 보고 그냥 누르면 동작하는게 나름 편리했습니다.
2. 헤드폰단자의 존재. 가끔 헤드폰을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헤드폰 단자가 없어 별도의 헤드폰앰프를 교체해가며 사용해야해서 불편했는데 단자가 있으니좋더라고요. 또 헤드폰단의 출력도 괜찮은편같고요.
3. 발열이 거의 없음. 니코44가 A급 구동을 하기때문에 발열이 꽤 있는편입니다. 진공관이나 풀사이즈의 조금 무식한(?) 하이엔드 파워앰프들에 비하면 적은편이지만 한 5~6시간 지나면 "좀 뜨겁네" 정도의 느낌이거든요. 제 앰프공간이 협소하고 실제로 "전문 음악감상 시스템" 보다는 컴퓨터 스피커로의 사용이 주가 되다보니 하루에 10시간이상씩 켜져있어 이 발열을 무시할수가 없었습니다.
4. 크기가 니코44에 비해 맘에 들었습니다. 니코44가 거의 정사각형인반면 사이러스는 아담한 직사각형인데, 이 사이즈가 저 앰프자리에 더 어울리더라고요.
이런 음악외적인 이유로 사이러스를 남겨두기로 한거죠.
그리고 결정한게 니코44정도의 음악적 장점과, 사이러스의 부수적인 장점들을 만족시키려면 일단 미니사이즈에서 벗어나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내일 니코44를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야하는데 왜 이렇게 아쉬운지 모르겠네요.
거치공간만 확보되어 케이블변경만으로 니코와 사이러스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데 거치공간이 공간인만큼 한번 바꿔들으려면 너무 번거롭고, 결국 사용하지 않고 짐만 된다 생각하고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앰프가 불용기가 되면 안된다는 사명감도 있구요. (__)
오늘 장터에서 니코44가 Class A가 아니라는 딴지가 걸려 제작사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내 오디오업체들에 대한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국내 오디오 기기들, 정말 좋은 기기들인데 사용자들의 사랑을 능력만큼 받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중고가격의 하락과 공방수준에서 제작할 경우 괜한 성능의 의심도 함께 사게 되는거 같더라고요. 사실 가격에 거품없고 가격을 떠나 좋은기기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심에 만들어지는 기기들이라 같은 가격선에선 최고라는 말이 부그럽지 않은 기기들이 제법있는데 말이죠. AS도 오히려 대기업제품에 비해 좋은편이고 심지어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면 다음세대로 업그레이드도 해주곤 하지 않습니까!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더 비싼 물건을 들였고, 그 물건은 기존것보다 만족도가 적고, 만족하고 있던 기존것은 이제 제 물건이 아니라는 별볼일 없는 생각들이 이래 저래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밤입니다.
ps. 아. 장문의 글을 써놓고 보니 사이러스를 너무 폄하하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사이러스역시 사이러스만의 충분한 가치와 개성이 있는 앰프임은 틀림없습니다. 왠만한 앰프들에 비해 소리도 좋고 돈값도 충분히 한다고 느끼고요. 저의 유별나고 이상한 음악적 취향이 아닌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사이러스도 좋은 선택일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제글의 핵심은 그동안 정들었던 니코44가 얼마나 좋은 앰프였는지, 그래도 시집보내는 나쁜 애비의 마음으로 받아주세요 ^^
ps. 근데 이거 글을 서놓고보니 너무 길어 누가 읽을래나 모르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