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re i21를 막 들였습니다.
설치하자 마자 곧바로 음반 몇개를 눈에 띄는데로 들어보았습니다. 1시간 남짓한 새로운 경험. 이 첫 느낌을 잊기 전에 간단하게 남겨두려 합니다.
- Van Morrison 'Born to Sing: No Plan B' - Mystic of the East
- Greatful Dead 'Live Dead' - Turn on Your Love Light
- Santana 'Guitar Heaven'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Sara Bareilles 'Little Voice' - Gravity
- Richie Beirach Trio 'Romatic Rhapsody' - Flamenco Sketches
CD장에 손길이 닿는 데로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록 / 올드락 / 블루스, 소울 / 팝보컬 / 재즈... 다양하게 한두곡씩 듣게 되었네요.
기존 앰프(는 마란츠 7200)와 너무나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게 재밌어서 계속 이 음반 저음반을 꺼내 들었지만 시계가 이미 밤 10시를 넘어서서 어쩔 수 없이 전원을 내렸습니다.
예상대로 모니터오디오 RS8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듭니다. 앰프가 충분한 구동력을 가지고 스피커를 쥐락 펴락 해주기를 바랬는데 정말 그런듯 합니다. 모 평론가는 체감상 크렐 KAV-300i 와도 별 차이가 안느껴질정도의 구동력을 보여준다고 하였는데 그 앰프는 제가 들어본 일이 없으니 모르겠고, 입문기와는 일단 비교가 안되는 묵직함과 밀도감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RS8은 6ohm 에 음압이 91dB로 대체적으로 울리기 쉬운 스피커이다 보니 그 힘의 특징이 한껏 드러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다인오디오나 PMC같은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에 한번 물려보고 싶은 또 새로운 소원(?) 이 생겨버렸습니다
i21의 볼륨레인지는 0-79 까지 인데, 일단 3평 조금 안되는 작은 AV룸을 울리는데 25 정도(vol. 25면 대략 원형 노브로 따졌을때 10시 방향 정도의 볼륨량 되는것 같습니다) 면 충분하고, 볼륨의 반에 해당하는 39 (12시 방향) 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당히 크게 듣기에는 30 정도면 충분하고 대부분의 음반에서 35까지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스펙상으로는 앞서있던 마란츠 앰프 95 watt/8ohm 도 비슷한 레벨에서 비슷한 음량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큰 소리에서의 사운드가 역시나 상당히 차이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큰 소리가 난다고 해서 다 똑같이 구동력이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스펙도 스펙일 따름.
우선 마란츠 PM-7200 대비 같은 음량에서 프라이메어 i21가 중저역의 붕푸한 중량감과 묵직하게 소리내는 구동력이 훨씬 우수한 듯 합니다. 타격감과 조여주는 저역의 느낌이 강하다기 보다는 힘이 있으면서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이 첨가된 저역의 힘이 느껴집니다.
마란츠의 경우 볼륨을 올릴 경우 시끄러운 느낌이 강해질뿐 사운드의 풍성함은 어디론가 흡수된 느낌이라 그 건조함에 쉽게 귀가 피곤해졌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i21은 두툼하면서 농밀하면서 지저분한 느낌이 없습니다.
마치 똑같이 아령을 들더라도, 힘이 딸려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올리는 것과 정자세에서 부드럽고 절도 있게 아령을 들어 올리는 힘의 차이를 보는 듯합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음의 여운이 느껴지는데 버터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잔향감이 들립니다. 적은 볼륨에서나 큰 볼륨에서나 기존 앰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와 공간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한결 고급스러운 사운드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칼 같은 해상력이나 음의 직진성, 스피디함은 상상했던 것 만큼 강하진 않습니다. 아마 이 앰프의 특징은 정교함, 직진성, 해상력 같은 요소보다는 그와 대비되는 요소로서 강력한 구동력과 풍부한 중량감 그리고 짙은 음악적 색깔(두터운 질감)과 여운인 듯 합니다.
밤이 늦어 그만 들어야할 시간인데 자꾸만 음반에 손이 갑니다.
너무 처음부터 60년대의 올드락의 녹음으로 시작한 듯하여 (아무래도 녹음상태가 뛰어나지 않은) 최신 음반의 사운드가 궁금해 산타나의 최근 음반을 걸어보았습니다.
쿵 내려앉는 저음과 그 양감에 깜짝 놀라 볼륨을 조정했습니다. 흡사 서브우퍼를 연결하여 2.1채널이 내어주는 다소 과장된 저음량인 것 처럼, 몸으로 느껴지는 저음이 발산됩니다. 최신의 레코딩이 담긴 록음반을 재생하는 저역의 양감이 실로 엄청납니다. 아무래도 RS-8의 2발 베이스 유닛이 작은 방에서는 분명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들으면 들을 수록, 무게중심이 아래로 상당히 내려가는 것이 보입니다. 양감이 엄청나지만 그래도 저음의 윤곽을 잘 그려줍니다. 결코 경박한 타격이 아닌 아주 젊잖으면서도 중후하게 깔리는 베이스 표현입니다. 입문기 수준인 마란츠 앰프 대비 큰 차이는 역시나 뭔가 '음악성'이 가미된 듯한 질감입니다.
현재 CDP 역시 저렴한 입문기종이고 스피커 역시 음악 전용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하합니다. 더구나 케이블 역시 짬뽕 조합으로 앰프 셀렉터에 물려있기 때문에 각 기기들 고유의 색깔을 정확히 표현하기에는 제한점이 많은 환경이죠.
아마 소스기기와 케이블을 좀더 적당한 매칭을 찾아주면, 중고역의 표현 또한 짜릿해지고, 저음의 윤곽도 더 또렷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꺼운 상급 케이블이 아닌 얇은 은선 계열로 매칭을 해볼 계획이고, DAC을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이 앰프를 원래 제 짝인 Primare CD21과 모니터오디오 GS-20 정도에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또다른 욕심과 꿈을 꾸며...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