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손바닥 만한 7511kr이 나왔을 때 부터 사용한 바쿤.....
중간에 몇 번 다른 중후한 앰프로 곁눈질도 했지만[마크 333, 제프 8, 첼로 350, 제프 501 모노 등이 제가 사용한 것 중 바로 떠오르는 것들이네요...]
끝까지 버리지 않고 2세대, 3세대까지 사용해왔습니다.
생긴게 별로 이쁘지 않고 투박해서 처음에는 정이 잘 가지 않았지만
[물론 가격이 쌌기 때문에...첨 1세대은 아마 85만원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
볼 수록 앙징스럽고 소리가 아름다워서 한 번도 내치지는 않았습니다.
덩치큰 앰프들에 자꾸 곁을 주었던 것은 제가 당시 사용했던 스피커가
오랜 방황후에 들인 것으로
다인오디오에서 발매한 컨피던스 5로 정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스피커는 에소타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처음 나왔을 때 660만원에 구입한 기억이나고 구동이 안되어 싸게 팔았다가
단종되기 직전 830만원인가 다시 구입했었죠...
정말 대책없는 스픽인데
그리폰의 오래된 앰프인 DM 100으로도 구동이 잘 안되었고
마크 23.5는 저역이
잘려서 고역으로 몰린 에너지 때문에 불균형이었으며
마크333은 힘이 너무들어가
드라이버가 자유스럽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모든 앰프로 다 내쳐 버리고 아직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던
바쿤 7511kr을 붙어보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구동력은 없어 소리가 크게 나지는 않았지만[이 스피커는 매킨 253이나 패스의 알레스 0 모노블럭, 엠프질라 모노블럭을 물려도 균형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었는데]
음의 크기가 피라미드 적으로 잘 균형잡힌 소리가 나왔고
고역이 하늘하늘한 소출력 앰프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쿤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정숙하고 깔끔한 소리에 반해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7511 mk 2 가 나오고
지금은 작고한 니쇼지 씨가 직접 오셔서
ic칩을 바꾸어준 기억이 납니다.
에열이 필요했고 안정되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 되는 것이 귀챦긴 했지만
분명 소리는 더욱 좋아졌습니다.
전에는 교향곡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대편성도 서서히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고역의 실키함과 섬세함 그리고 중역의 튼실함이 분명 더 나아졌습니다.
그러다
이 번에 큰 맘을 먹고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7511 mk3 ex version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고역의 시원한 뻗힘은 더욱 좋아졌고 피아노의 타건은 더 옹글어졌습니다.
전에는 피아노 소리는 거의 듣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리히터의 강철소리도 아름답게 울려줍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
산지 얼마되지도 않는 요놈을 내놓고
다시 7512 UL version을 중고로 다시 들여 놓았죠
물론 ic를 새로운 것을 갈아끼운 것이었죠.
어제 저녁 박스를 열어놓고 정신없이 빠져 들어
지금까지 듣던 익숙한 시디들을 다 돌려보다보니 어느덧 새벽 3시....
볼륨도 초저녁에는 크게 하다가 서서히 줄여나가 미소 음향까지 다 듣게 되었습니다.
바쿤의 놀라운 점 하나가
소리가 아무리 줄여도 원래의 밸런스가 전혀 무너지지
않는 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소리는요?
엄청 발전한 소리였죠.
제작자인 나가이 사장이 "이제 신의 소리를 찾았다"라고 했다는데.....
모르겠어요,,
이게 신의 소리인지....신의 영역을 어찌 인간이 넘볼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소리는 더욱 발전해 있었습니다.
ex에 비해 ul version은 성격이 많이 다르긴 했습니다
소리의 심이 좀 더 아래로 내려갔고
음의 중심,,,즉 음의 핵이라고나 할까요... 이것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리히터의 바하 전주곡이 건반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 느껴졌으니까요.
피아노소리의 배음감이 좋아다보니 현장감이 더욱 살아났습니다.
그전 버젼에서 피아노는 잘 듣지 않는 장르였는데요
왜냐면 피아노를 오디오적으로 만족스럽게 재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7511의 발전은 말하자면 개발자가
음을 자꾸 아래로 끄집어 내려보는 과정이다고
생각됩니다.
초기의 기계는 음은 정숙하고 배경은 고요했지만 소리가 좀 뜨는 경향이
있었죠. 즉 고역의 나긋함이 더욱 강조된 소리였지요.
그러다 최종본의 이 기계는 아래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카라얀의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저음이 너무 많이 나와서 문제일 정도니까요.
저음의 크기가 커져서 고역이 마스킹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배음감이 좋아져서 소리에 기분좋은 에코감이 느껴집니다.
목관악기의 위치감이 더욱 확고하고 약간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금관이 더욱 시끄럽게 되지는 않네요.
약간 서운한 것은 바이올린 족의 차진 소리가 약간 감쇠된 점입니다.
샤론 쿼텟의 베토벤 현사를 들으니 소리가 약간 두꺼워져서
섬세한 맛은 조금 덜 합니다만 정위감이 좋아져서 기분은 더 좋군요....
이러 저러한 시디를 들어보다 오래전에 많이 들었던 케롤 키드의
When I dream까지 듣게 되네요. 정말 어쿠스틱 기타를 띁는 손가락이
보이는 듯....줄을 잡는 소리가 동그랗고 분명하군요...이렇게 리얼하긴
정말 처음입니다. 트레카노프의 짚시 바이올린까지 들어봅니다.
거칠고 애수어린 바이올린의 질감이 머릿칼을 죽 잡아당기네요.
반주 피아노의 루바토는 더욱 또랑또랑하고요...가운데로 잘 모입니다.
음상이 정확하다는 거지요... 저의 집은 좁아서
스피커를 벽에 어쩔 수 없이 붙여서 듣는데 놀랍게도
여자 가수의 입이 작아지고 뒤로 물러나네요...음의 깊이가 좋아진 겁니다.
오늘 아침에는 좀 무리하게도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을 틉니다.
다이나믹의 편차가 큰 음악이죠. 고역과 저역 그리고 금관과 팀파니의
균형잡힌 아름다움이 자꾸만 아침부터 볼륨을 올리게 만듭니다.
아쉬워하면서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빨리 저녁이 와라... 빨리 주말이 와라....종일 이 소리만 들어도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정갈하고 검고 고요한 배경위에서
정교하게 그려지는 음의 향연...그 촉감,,,그 깊이...그 위치...
그 음색...스케일은 작지만 [제 지금의 스피커는 웃기게도 아큐톤 세라믹 드라이버]
음량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가감없이 음악을 끌어내는 능력...정말
싸고도 좋은 앰프라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합니다.
이 작은 앰프로 사트리 즉 삼매에 들 수 있다면 무슨 욕망이 더 있겠습니까?
문제도 있단 말씀이지요....저역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던가
그러다 보니 저역 경계가 약간 흐려지는 경향....힘이 없어 제동이 잘 안되는 거죠...
전체적으로 소리가 곱고 아름답게 조탁되다 보니 격렬하고 파워풀한 느낌이
들기보다는 단아하고 아취있게 들린다는 점...그리고
성악이 잘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것도...지적 사항...왜냐하면
에너지감이 확고하게 전달되긴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리에 취해 지금도 이렇게 눈을 감으면 바쿤 앰프의 파란 리이드 빛이
눈에 감감합니다. 끄지 않고 일부러 놓아두고 나왔어요.
전깃세가 거의 나가지 않으니 앞으로도 끄지 않고 사용할 생각이에요.
소자들의 안정된 반응이 기대되고 수명도 길어진다고 하니까요.
오래오래 쓰고 싶으니.....
아마추어의 사용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혀 객관적인 용어를 구사하지 못하여 산만한 사용기가 되고 말았네요....
조금이라도 기쁘게 읽어주셨으면 하고요.....
그럼 오디오 친구님들 모두 득도하시고 즐음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