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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http://fullrange.kr)에서 진행하는 체험단 모집 이벤트에 응모하여 NHT Classic Two 북쉘프 스피커를 사용해 볼 수 있게 되었다. NHT Super Zero가 저렴한 가격에 빵빵한 성능을 보여준 스피커로 워낙 유명해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상급기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되어 큰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드디어 택배가 오고..
스피커가 어떻게 오나 했더니, 그냥 택배로 온다. 북쉘프 스피커라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고, 원박스에 포장이 잘 되어 있어 택배로 보내도 무리가 없어보이긴 했다. 전시품 정도의 제품이 올 줄로 알았는데, 받아보니 완전 새제품이다. 내 껀 아니지만, 이렇게 원박스에 제조사 테이프로 봉해진 따끈따끈한 제품은 정말 오랜만에 받아본 것 같다. 스피커로는 처음인 것 같고.
조심조심 꺼내서 일단 소파 위에 올려놔본다. 유선형으로 생겨서 이걸 어떻게 올려놓는건가 했더니, 아래 부분에 고정하는 받침이 딸려온다.
행여 기스라도 갈까, 조심조심 받침대를 고정하고.. 아, 신품 다루려니 영 부담스럽다.
나의 애장기 다인오디오 MC15와 크기와 모양을 비교해본다. 크기는 별 차이가 없어서 책상용 PC-FI로 쓰기에도 적합할만큼 아담한 사이즈이고, 모양은 통이나 유닛 모두 많이 다르게 생겼다. 미드 유닛을 살짝 만져보니 꽤 말랑말랑하다. 이 정도면 에이징하는데 그리 고생하진 않겠다. 하이글로스 마감은, 손 대면 흔적이 고스란히 남을 것 같아 맨손으로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반짝거리고 깨끗하다. 그릴은 좀, 그렇게 고급스러운 모양새는 아니다.
뒤에는, 벽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스탠드가 없어서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거실 스피커 위에 올려두니 높이가 너무 높다. 보기도 안 좋고, 불안하고, 소리도 안 좋다. 직접 와야할 소리들이 다 위로 날라가 버린다.
할 수 없이 바닥에 내려 놓고, 경사진 받침대를 사용해서 소리 방향을 좀 올려본다. 적당한 높이의 스탠드를 쓰는 것보다는 안 좋겠지만, 그래도 이제 너무 높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런데, 문제는 신품을 직접 개봉한 것이다 보니, 에이징이 전혀 안 되어 있다. 몇 가지 음반을 걸어보니, 락은 그럭저럭 들어줄만한데, 클래식은 영 꽝이다. 무대 형성이 전혀 제대로 안되고, 소리도 제멋대로다. 저음은 딱딱하고, 고음은 날라다닌다. 일주일에서 길어야 열흘 사용해보기 어려울텐데, 큰일이다. 소리듣기놀이를 포기하고, 에이징에 집중한다. 일주일 동안 다양한 음악으로 스피커 길들이기에 올인한다. 레인지가 넓은 대편성 클래식도 많이 돌리고, 다이내믹하게 유닛을 주물러줄만한 락음악도 많이 틀어놓는다. 에이징 에이스인 XLO 번인CD 9번 트랙도 여러번 반복해서 돌려준다. 하루 정도 지나고, Best Audiophile Voice 음반을 걸어본다. 아, 아직 멀었다. 현장감도 부족하고, 해상력이나 질감도 전혀 살아나질 못하고 있다.
꾹 참고, 일주일 정도 에이징을 최대한 해주고 이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나씩 틀어본다. 아직 몸이 다 풀린 것 같지는 않지만, 일주일 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소리도 많이 부드럽고 편안해졌고, 주변기기와 환경과도 많이 친해진 느낌이 난다.
우선 클래식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안네 소피 무터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틀어본다. 바이올린 소리가 제법이다. 기대보다 편안하게 흘러나온다. 음의 직진성이 좋아서 또렷하게 들리면서도 전혀 날카롭지 않다. 꽤 까다로운 스피커라고 들었는데, 순A급 앰프에 물려 있는 탓인지, 전혀 까탈부리진 않는 것 같다. 배음도 적당히 나와서 울림도 잘 받쳐주고, 6분 48초쯤 음악이 빨라지는 부분에선 다이나믹하게 잘 따라온다. 처음에는 저음이 그렇게 딱딱하더니, 이제 에이징이 조금 되었는지 클래식 음악도 들을만하다. 첫인상은 클래식보다는 락이나 팝에 강할 것 같았는데, 올라운드로 다 커버해낼 모양이다. 가격대와 크기를 생각해보면, 잘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스피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피커의 특성 및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오래된 녹음인 카잘스 연주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틀어봤다. 역시 잡음도 선명하게 들리고, 울림은 그렇게 넉넉하고 편안하지는 않다. 이런 음반은 통울림이 넉넉하고 여유있는 탄노이 구형 스피커에서 가장 좋게 들린다.
Duo di Basso의 Progressive Duo 음반을 걸어보니,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울려퍼진다. 생각보다 깊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작은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로는 믿기지 않을만큼 저음의 양과 질감이 훌륭하다. 오래된 녹음과 현대 녹음의 클래시컬 베이스 사운드를 비교해 보며, 소스에 담긴 소리 정보의 특성이 충실하게 재생되는 스피커임을 확인했다.
역시 오래된 녹음이지만 데카 사운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이스트반 케르테츠의 드보르작 교향곡 9번 3악장을 들어본다. 사운드 스테이지가 제법 잘 펼쳐진다. 저음의 타격감도 좋고, 다이나믹도 훌륭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무게 중심이 조금만 더 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케이블의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 현재 사용중인 시스템을 튜닝하기 위해 저음의 양을 조금 줄여 놓았었는데, 아무리 짱짱한 사운드를 내주는 스피커라 하더라도 북쉘프의 특성 상 저음의 양감과 단단함을 조금 잘 뽑아낼 수 있는 케이블링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음악성 측면에서도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클래식에 특화된 스피커도 아니고 넉넉하고 편안한 사운드 경향을 지닌 스피커도 아니기 때문에, 기대보다 훨씬 탄탄하게 교향곡을 표현해내는 능력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피아노 소리는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를 이용해 테스트 해봤다. 또랑또랑하고 영롱한 소리를 들려주고, 피아노의 타악기적 특성도 충분히 전해준다. 밸런스도 좋고, 역시 기대 이상의 저음 재생 능력과 라이브감을 지니고 있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테스트해볼 음악이 꽤 남았는데, 계속 듣게 된다. 워낙 좋아하는 음반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스피커의 표현력이 좋아서 스톱 버튼을 못 누르고 있다. 이런 스피커를 만날 때면, 굳이 수백만원짜리 시스템을 갖출 이유가 없단 생각이 들곤 한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를 들어본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각 악기의 정위감이 잘 살려서 전달되면서도 조화로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의 질감도 생생하고, 사운드가 윤기 있고 단단하다. 그러면서도 거친 느낌은 전혀 나지 않는다. 고것 참 조그맣고 비싸지도 않은 게 영특하다. 자꾸 탐나려고 한다.
기타 소리도 확인해보기 위해, 마이클 헤지즈의 Aerial Boundaries를 틀어봤다. 이젠 기대 이상이란 표현을 쓸 수가 없는 게,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면서 이 스피커가 크기와 가격 이상의 성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기타 현을 튕기는 소리와 통 안의 울림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또렷하게 전달된다. 소리가 시원하게 뚫고 나오면서도 거칠거나 날카롭지 않은 소리, 딱 듣기 좋은 소리다.
이제 락음악으로 넘어가본다. 가벼운 락은 팝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헤비메탈 사운드를 점검해보는데, 주다스 프리스트의 The Ripper를 들어보기로 해본다. 그리 유명하지도 않고 3분이 채 안되는 짧은 곡이지만, 드러밍의 헤비함과 경쾌함, 기타 리프의 육중함과 날카로움, 보컬의 남성적인 베이스와 째지는 고음까지 헤비메탈 사운드의 다양한 측면을 한꺼번에 점검해 볼 수 있는 곡이다. 언급한 모든 것들이 NHT Classic Two의 커버 범위에 들어와 있다. 사운드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고, 짱짱한 소리로 응답한다. 파워의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작은 거인이다.
한 레벨 더 들어가서,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을 들어본다. 이 곡도 잘 소화해내고 있다. 헤비한 기타 리프와 파워풀한 드러밍이 잘 전해진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고 힘찬 사운드를 뽑아내고 있다. 아쉬운 부분을 굳이 찾자면, 소리의 두께가 조금 더 두텁고 묵직하게 나와준다면 더 좋겠는데, 이는 유닛의 크기에서 나오는 한계도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케이블링과 앰프 매칭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게 여겨질만큼 단단한 소리결을 지닌 기본기 튼튼한 스피커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듣고 실망했던 Best Audiophile Voices 음반을 다시 걸어본다.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을 주의깊게 들어본다. 들여오자마자 들었을 때에 비교하면 많이 차분해졌다. 그래도 아직 섬세한 질감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따뜻한 음색과 밀도 있는 질감으로 여성 보컬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전체적인 느낌을 종합해보자면, 스테이지 형성 능력이나 정위감, 입체감 등이 6.5인치 유닛을 지닌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좋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세밀하고 섬세한 따뜻한 소리를 내주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영롱하게 표현하는 데 장점이 있는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저역을 아주 낮은 주파수까지 넉넉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스펙상 51hz 이상의 소리가 표현된다고 나와있는 정도는 충분히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저음의 양은 조금 부족한 듯도 하지만 음악을 즐기기 위한 양 정도는 충분히 내주고 있고, 단단하고 힘있는 소리로 양감의 부족함을 상쇄한다. 응답 특성도 아주 기민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밸런스도 잘 잡혀 있어서 어떤 음반을 틀어도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소리 이상을 내준다.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묵직한 펀치를 가진 헤비급 선수가 아니라, 민첩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정확하게 집중하여 힘을 실어내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 자체만으로도 탐날만한 제품이고, 크기와 가격을 고려한다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만한 놀라움을 주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