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가다가 기기를 한 번 바꾸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으실 겁니다. 특별히 현재기기에 부족함을 찾았거나,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임에도 불구하구요. 제가 딱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시긴 하겠지요. 이유 없이 장터에 주기적으로 들어가거나 게시판에 들락날락 하는 행동들. 그런 행동 중에 가끔씩 이러한 기회를 만나게 되기에 소홀히 할 수 는 없게 되어버리는 그런 일상. 그리고 덕분에 때마침 세몬에서 진행하는 대여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대여기간은 딱 3일… 보통 2주 정도는 기기를 두고 들어야 대략, 아주 대략의 느낌이 잡히는 것을 감안할 때 정말 짧은 기간이라 약간의 우려는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재미있을 것 같았기에 놓칠 수는 없는 기회였습니다.
처음 박스를 개봉하며 SID-200에 손이 닿은 순간 ‘어? 이거 만듦새가 보통이 아니네.’ 바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크기에 비해 샷시가 아주 묵직합니다. 기기가 손에 닿는 느낌도 좋습니다. 리모컨 역시 묵직합니다만 이건 비슷한 것을 많이 보아서 감흥은 적었습니다.
관심 있는 기기가 있으면 보통 기기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 보게 됩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하나 빠진 제품이 있다면 ‘훌륭하다’ 라고 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오디오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적절한 타협은 제품의 완성도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예산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 타겟 범위 안에서만 통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즐거운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쪼록 오디오만 그랬으면 합니다만….
약간의 마감이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아주 아주 자세히 보시면 샷시 접합 부에 단차가 있습니다. 미려하게 각을 준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요. 그런데 이게 보통이지요. 이 것 마저 딱 맞아 떨어질 정도의 제품이라면, 제 손에는 아마도 하얀 장갑이 끼워져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SID-200의 첫 인상은 아주 좋았습니다.
우선 PC파이로 사용 중인 NHT SB3를 인켈의 거함(?) AX-9030(몇몇 콘덴서 및 부품 교체) 대신에 물려 보았습니다. 아시겠지만 NHT SB3는 6.5인치 밀폐형 북셀프로, 꽤나 나온 지 오래된 스피커입니다. 6.5인치의 우퍼 크기대비 작은 인클로저가 장점이라 좁은 방 안에서 사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기에 거의 정착 수준에 머물게 된 기기라고 하겠습니다. 니어 필드에서도 위화감 없는 소리를 들려 주기에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잠깐의 시청이었지만 세몬 SID-200 성향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 나오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것이 음장이 뒤로 쭉 빠지는데 중역이 허전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보컬 곡을 들어보아도 좌우 무대를 잘 그려 줍니다. 그리고 자연스럽습니다. 해상도도 만족스럽습니다. 구동력에 있어서는 이 정도의 북셀프라면 전혀 힘들이지 않고 팡팡 때려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S/N 비라는 것이 앰프 스펙에 있어서 어느 정도 중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뒷배경이 아주 깨끗한 것이, 음악만이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저역의 해상도 및 펀치력도 굉장합니다. SB3를 마음껏 주무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들을 만한 볼륨의 크기가 되려면 1시 방향을 넘어서야 합니다. 즉, 그 만큼 미세한 볼륨 조정이 가능합니다. 미세한 볼륨만큼 좌우 밸런스의 약간의 편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실제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낮은 볼륨에서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맨인블랙3를 시청해 보았습니다. 톤컨트롤이나 EQ 없이도 충분한 저역을 내어 줍니다. 빵빵 터지고 깔끔합니다. 소란스럽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현장감 좋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외부 DAC를 제거하고 앰프 내장 DAC의 성능을 보기 위해 동축으로 CDP(Azur 540C)와 연결을 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SID-200에 조금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메인기기에 물리기에 앞서 클립쉬 포르테2에 몰려 보았습니다. 아이고, 너무 좋습니다. 포르테2가 앰프에 따라 소리의 느낌이 많이 바뀌는 편입니다. 다른 스피커는 앰프를 바꾸면, 소리 하나하나를 세세히 듣고 이것저것 따지게 됩니다만, 포르테2는 그런 거 없습니다. 좀 듣다가 보면 잡생각은 없어지고, 조금 더 음악에 집중하게 되고, 느낌만 남습니다. 궤짝이라 부르기엔 소형(?)의 스피커 입니다만, 아무튼 만족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울 때가 예전 EL34 PP 진공관 인티에 물려주었을 때인데 그 때보다 더욱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튜너가 안 잡힙니다. 앰프 전원을 꺼보니 잘 되는 것을 보아 디지털 잡음(고주파잡음?) 이 아주 강한 듯합니다. 튜너를 멀찌감치 두어도 제대로 신호를 못 잡습니다. 두꺼운 샷시로도 내부의 신호를 차단을 전혀 못 시켜주는 듯합니다. 결국은 세몬 앰프로 튜너는 들어볼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메인인 카시오페아 알파1에 물려 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많이 들어본 음악, 오디오를 하면서 10년을 함께한 음반 몇 장을 걸어 봅니다. 오디오를 바꾸면 그냥 한 번씩 들어보는 음반으로 전락 했지만, 그래도 준치라고 할까요? 새로운 기기로 들어보면 나름대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어서 참 재미있습니다.
체스키 귀그림 씨디, TELARC-1812, 레퍼런스레코딩-Tutti, 레퍼런스레코딩-Pomp&Pipe, Mary Black-No frontier, Kari Bremnes-Norweian Mood, Chuck Mangione-산체스의 아이들, Stan Getz-Jazz Samba 등등…
음반 하나하나씩 느낀 바를 감상하면서 간략히 나마 적어 놓았습니다만, 여기선 한번에 적기로 합니다.
고역이 잘 뻣어 줍니다. 쭉쭉 올라갑니다. 아주 약간 착색된 느낌은 있습니다. 촉촉한 착색이 아니고 앙칼진 느낌. 낭낭한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중역대 역시 뭉침이 없고, 곱습니다. 하지만 진한 느낌은 없습니다. 저역은 빵빵 터집니다. D 클래스 앰프가 저역이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반응 속도 역시 문제 없습니다. (아주 빠른 느낌은 아닙니다.)
해상력 역시 아주 좋습니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소리 하나하나가 잘 분해되어 있습니다. 아주 세밀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음 하나하나가 신호 대 잡음이 극도로 작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저가의 튜너를 듣다가 고가의 튜너를 들으면 처음에 딱 느껴지는 느낌. 그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배경이 아주 깨끗합니다. 에어리 하다는 표현의 정확한 정의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느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줍니다.
음장은 뒤로 쭉 빠집니다. 그런데 깊이 감이 없습니다. 즉, 음장은 스피커 한참 뒤에서 형성이 됩니다만 입체적인 느낌이 덜합니다. 얼핏 무대가 잘 그려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음장이 뒤로 간 만큼 좌우의 폭도 넓습니다만, 역시나 거기서 끝입니다. 딱 그만큼만 넓어졌기에 이탈감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했습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참 편합니다. 이물질이 없는 느낌. 걸러질 거 다 걸러지고, 알맹이만 나오는 느낌입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악도 그냥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대신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면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열정, 호소력, 뜨거움 뭔가 그런 비슷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너바나를 들어도, 오자키 유타카를, Steely Dan, Lydia Gray를 들어도 이상합니다. 뭔가 없습니다. 딱 집어낼 수 없기에 불만은 아닙니다만, 그냥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앰프 내장 DAC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코엑시얼 입력 사용) 이건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리가 너무 어색합니다. 디지털 앰프임에도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여기서는 아닙니다. 음악이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중고역이 너무 얇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리의 입자도 느껴지고, 소리의 중심이 약간 올라갑니다. 특히 보컬곡은 듣기가 심히 괴로웠습니다. 파에톤 SE DAC에 물린 소리와 비교해 봐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그냥 저냥 가격대비 괜찮은 DAC와의 비교 시에도 차이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은 조금 더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코엑시얼 입력 밖에 사용하지 못했기에 다른 입력(USB나 AES 등) 에서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
앰프 스펙을 보면 채널당 160W 라고는 합니다만 THD가 10% 대에서 측정된 것이라 무의미한 수치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앰프라 이렇게 표기하는 것인지 아니라면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적어놓은 표기 치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시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잘은 모르기에 넘어갑니다. 그런데 나오는 소리만으로 보면, 충분히 TR 100W 이상 급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그냥 제 느낀 기준입니다.
처음에 리모컨이 작동을 안 해서 걱정했습니다만, 세몬과 통화 후, 분해해서 리셋 버튼을 눌러주니 잘 작동 하네요. 배송 중에 충격으로 리모컨 프로그램이 엉킨 것인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거기다 기기도 대여한 것이기에 혹시나 싶어서 약간의 심적인 부담(?) 이 있었습니다만 다행이었습니다.
아 참 깜빡 했습니다. 집 전원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파워텍 AVR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VR을 사용해보니 보통 앰프는 크게 차이 없고, 소스기기에서 차이가 잘 느껴지는데요. 세몬 인티는 앰프임에도 차이가 쉽게 보였습니다. 전원에 좀 민감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품 실제 구입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최근 출시된 비슷한 급의 인티앰프는 사용해 보지 못 하였기에 어느 정도 가격에서 어느 정도의 소리가 나와주어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를 탈출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나, 맥주나, 와인이나 모두 비싼 것을 많이 마셔보고, 많이 머릿속에 담아 두어야 어느 정도 품격(?) 있는 취미생활을 고상하게(?)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는 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서는 위스키는 12년산 급이면 충분하고, 맥주나 와인도 그냥 저냥 괜찮은 가격대의 좋은 제품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좋은 소리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도 계속 이 단계에서 머무르면서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악을 들으면서, 술을 참 많이 마십니다. 예전 뉴욕에서 블루노트나 이리듐, 빌리지 뱅가드에 참 많이 갔었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 오디오를 좋아하는 건지, 술을 좋아하는 건지. 아마 가장 후자이겠지요. 그러니까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고쳐 써야 할 듯합니다.
오디오 라는 것은 처음엔 그냥 신기했습니다. 뭔가 굉장하고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취미로만 보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어떤 오디오 매니아분의 진공관 오디오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것이 오디오를 처음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워크맨과 조그만 미니 콤포넌트에는 없었던, 그런 세계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대학입학에서부터 오디오와 친해졌고,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함께한 시간만큼 참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세몬에 참 고맙습니다. 제 기억만큼 오래오래 장수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