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은 와싸다에 들려 좋은 글들을 읽으며 지낸지 언 10년정도 된거 같습니다.
장터도 몇번 이용하고 질문도 몇번 올리고, 가끔은 답변도 좀 하고,, 하면서 항상 AV갤러리와 하드웨어 사용기 게시판은 글쓸 엄두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갤러리는 주로 눈요기 하는장소인데 정말 후덜덜한 사진들만 올라와 감히 소박한 제 시스템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고 하드웨어 사용기에는 깊은 오디오력과 내공으로 무장하신 분들의 꼼꼼한 글들을 도움받고자 찾는 곳 같아 제가 글을 쓸만한 곳은 아닌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그냥 물건 하나 구입할때 꼭 참고하는 곳이기도 한 이곳에 다음에 같은 물건을 찾으시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려봅니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고 제가 최근 사용한 기기에 대한 글입니다.
참고로 저는 어렸을때부터 피아노를 접하면서 클래식교육도 조금 받고, 중고등학교와 대학때 록밴드를 하고, 한때는 제법 큰 재즈동호회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HIFI보다는 음악자체에 관심이 많고 지금은 클래식을 주로 듣고 재즈도 가끔 듣는 정도입니다. 오디오는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아남/인켈 전축을 제외하고는 사이도 PC 스피커를 시작으로 유명제품들 위주로 몇개 사용해본정도이고 주로 중고가 300 정도의 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가장 고가의 기기라면 다인25주년과 네임 슈퍼네이트정도겠네요.
몇년전 아이가 태어나면서 오디오를 모두 정리하고 피시에 A2 정도를 사용하다 올해 초 아이가 좀 크면서 간단한 북셀프를 들여서 듣다가 개인사무실을 구해서 지금은 넓은 공간에서 시간과 볼륨 구애없이 비교적 만족하면서 음악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ra Design5 + Nico44
처음 뭘로 들어볼까 하다 구입한건 예전에 pc-fi로 만족하며 사용했던 era d3, d4 생각에 d5를 들였습니다.
하위 모델과 성향이 비슷하긴 한데 많이 다르더군요. 우선 음색이 훨씬 어둡고(무겁고) 저음이 많았습니다.
저는 좀 무게감있고 굵은 성향( 다른말로는 멍청하고 답답한) 을 좋아하는지라 만족했습니다.
올라운드 성격의 스피커로 이 가격대에서는 (저는 신품으로 구입했으니 중고라면 더욱 더) 정말 괜찮네 생각했습니다.
앰프로는 훨씬 고가의 기기를 사용할때도 시시탐탐 노렸던 nico44를 운좋게 구하여 매칭시켰었는데 정말 니코44 는 제가 사용해본 앰프중 제 성향을 고려할때 거의 최고였습니다.
출력이 좀 낮고, 리모콘이나 전원 버튼등의 편의성이 좋지 않고, 발열이 많다는것을 빼고는 소리로서는 흠잡을 만한 곳이없었습니다.
era와의 매칭도 현악의 질감의 표현이 너무 좋고, 3평남짓한 방을 포근히 감싸주는 것이 참 좋았더랬죠.
그러던중 와이프와 애기가 몇일 여행가면서 집에 혼자있게 되어 음악이나 실컷 듣자라는 생각으로 거실에 세팅을 했는데 좁은 공간에서 만족하던 소리가 조금 넓은공간(36평 아파트 거실)으로 오니 이게 왠걸. 포근하던소리에 허점함도 느껴졌습니다.
다시 방으로 갖고오니 허점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새로운 스피커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느낌
Era Design5 :
장점 : 음색이 두툼하고 마감이 좋다.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단점 : 저음이 과다해 저음이 많은 팝이나 록음악에서는 앰프가 따라주지 않으면 벙벙거리는 느낌이 있다. 공간이 넓어지면 허전함이..
평점 : 10점만점에 7점
Nico 44 :
장점 : 음색이 가격을 떠나 아주 좋은 편이고 저음량에서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출력에 비해 구동력도 괜찮은 편.
단점 : 리모콘부재와 후면 전원스위치등 편의성이 좀 부족하고 발열이 많다.
평점 : 10점만점에 9점
비엔나어쿠스틱 하이든 그랜드 + 사이러스 6vs
스피커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우연히 장터를 보다가 하이든 그랜드가 보여 구입하였습니다. 하이든 그랜드는 예전에 약 1년가량 사용했는데 그때도 너무 만족했습니다. 저음이 많지만 붕붕거린다는 느낌의 저음이 아니라 단단하고 힘이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 공간 장악력도 좋고 음색도 약간 어두운 느낌으로 중고역보다 중저역의 표현, 특히 현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처음엔 하이든과 위에 쓰던 Nico 44를 사용했는데 예전에 쓸때 느꼈던 그 느낌이 안나왔습니다. 그때는 네임 수퍼네이트를 사용했는데 그래서인지 자꾸 소리의 부족함이 앰프 Nico44에게 의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Nico44 하나만 두고 소리의 질로 치면 아주 만족할만한데 드는 이 부족함 - 심리적인 영향이 좀 더 컸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앰프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게시판에 글도 올리고 알아보면서 추천해주신 사이러스를 들였습니다.
말리는 분도 계셨는데 말많은 사이러스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 강행했는데 결론은 업그레이드는 아니였습니다.
처음 사이러스를 받고 첫인상은 많이 실망했습니다.
니코44는 두껍고, 현의 질감이 좋고, 음장이 좋은 편인데 사이러스는 약간 반대의 성향입니다. 두껍다기 보다는 조금 밝고 질감에 특유의 착색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현을 부드럽게 긁는 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예쁘게 소리나는 비닐(?) 같은걸 덧대고 긁는다고 할까요?
첫느낌 그대로 쓴다면 첼로소리가 바이올린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중고음이 강한 편이라 드럼의 하이햇 소리가 챙챙 거리는게 음악을 들을때 자꾸 그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어 피곤했습니다. 뭐 어떤 분들은 이것을 해상력이 좋다거나 시원하다라고 표현할 수 도 있겠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좀 멍청한 소리를 좋아하는거 같습니다.
케이블도 모두 동선으로 바꾸고 흡음재와 오석과 스파이크등으로 튜닝을 좀 하니 좀 괜찮아져 그냥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달듣다보니 참 이상하게 중독이 되네요. 처음엔 가벼워진 소리와 밝은 성향때문에 피곤했는데 이게 의외로 푹 빠져들더군요.
하이든이 약간 어두운 성향인데, 거기에 사이러스는 조금 밝은 성향이라 두개의 단점을 잘 보완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썩 맘에 들지 않던 약간 꺼칠 미끌한 질감도 소리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열활로 장점으로 다가왔구요.
(하지만 제게는 Nico44 가 훨씬 더 잘맞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몇달 듣다가 방보다 좀더 넓은 사무실로 기기를 옮겨 세팅을 했는데 처음엔 큰 불만이 없었는데 최근 말러에 빠져가면서 대편성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이 넓다보니 큰 볼륨에서 나오는 대편성의 찌랏함과 웅장함이 또다른 음악적 매력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에맞는 조금 큰 스피커와 거기에 맞는 앰프로 가려고 알아보았고 큰 고민없이 스피커는 같은 브랜드의 베토벤 베이비 그랜드로, 그리고 앰프는 프라이메어 i21로 구입하였습니다.
비엔나어쿠스틱 하이든 그랜드 :
장점 : 소리의 질감이 좋고 적당한 공간에서는 질이 좋은 저음을 적당히(충분히) 내어준다.
단점 : 고음의 짤랑거림에 약간 아쉬움이 있고, 펀치력에 있어 팝이나 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음악적 쾌감이 거의 없을것으로 보인다.
평점 : 10점만점에 8점
사이러스 6vs
장점 : 고음이 시원하고 특유의 착색된 소리로 중독되게 만든다. 볼륨노브나 리모콘 감도가 아주 좋고, 기타 편의성이 좋다.
단점 : 소리가 가볍고 구동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평점 : 10점만점에 6점
비엔나어쿠스틱 베토벤 베이비 그랜드 + 프라이메어 i21
대편성을 듣다보니 2웨이보단 3웨이가 좋을것같고 공간이 넓어진 만큼 톨보이로 가야겠다고 결정했고 기존의 비엔나어쿠스틱의 성향이 딱 제 최향이라 큰 고민없이 선택했고 결론은 아주 만족합니다.
하이든 그랜드와 성향이 거의 비슷하고(하이든 그랜드를 구입하러 오신분도 거의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대편성에서 볼륨을 높이면 바닥에서 밀려오는 저음도 제법 좋았습니다. 그리고 3웨이로 저음과 중음이 분리되니 중음의 표현이 있어서도 하이든 보다 좀더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선명해지는 느낌이 확실했습니다. 뭐 이건 3웨이의 장점이니 미리 예상은 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고음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더군요.
하이든과 베토벤은 중음유닛은 동일하고 트위터는 다른 모델인데 베토벤 트위터가 스캔스픽사와 개발한 좀더 좋은 성능의 트위터입니다. 그런데 이게 중음유닛과 함께 흘러나올때 그 선명함과 고음의 실키함이 하이든에 비해 정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 하이든그랜드의 단점으로도 적었지만 초고음의 재생이 조금 둔탁해 자칫 좀 답답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베토벤 베이비는 고음역대의 표현이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인이나 jbl 류보다 훨신 깨끗한 고음이라고 느꼈습니다.
앰프는 일단 비엔나를 보내면서 같이 보내기로 결정해서 - 그리고 베토벤 베이비를 구동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어서 - 그냥 보냈습니다.
차기 앰프의 선택에서는 모팡과 프라이메어 i30, 오디오아날로그 베르디 센토(세탄타)등을 고민하다가 장터에 마침 i21이 하나 올라왔길래 휴가지에서 연락하여 구입하였습니다. (보통 신품을 많이 구입했는데 중고구입을 몇번 하다보니 신품사는게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앰프를 받아보니 상태도 너무 좋고 소리도 제 취향이더군요.
쏘지않는 소리와 (특히 사이러스는 고음에서 약간 찰랑찰랑 거리는데 저는 거슬렸거든요) 묵직한 중저음. 그리고 무엇보다 구동력이 정말 좋았습니다. 괘 높은 볼륨에서 말러2번의 포르테시모를 표현할때도 "이정도 쯤이야 가볍게" 라면서 대놓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마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더 고가의 앰프도 몇개 사용해보았지만 제가 사용해본 앰프들중 마감만 놓고 보면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단자 결속력이나 무게, 조작감등도 괜찮은 편이었구요.
비엔나어쿠스틱 베토벤 베이비 그랜드
장점 :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톨보이지만 표현력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음. 중음의 해상도와 고음이 좋음. 작은 공간에서의 운용이 용이함.
단점 : 같은 가격대의 3웨이 톨보이에 비해서 무거운 저음이 부족함
평점 : 충분히 사용해보지 않아 보류 (약 8~9점가량이 될것으로 보임)
프라이메어 i21
장점 : 착색되지 않은 깨끗한 소리와 중림적인 질감 표현이 좋음. 구동력이 좋고 마감이 좋음
단점 : 통함리모콘이 썩 사용하기 편리하지 않음. 개성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음.
평점 : 역시 충분히 사용해보지 않아 보류 (약 7~8점가량이 될것으로 보임)
여기까지입니다.
오디오를 잠시 접었다가 최근 1년간 사용했던 기기들입니다.
제 업무환경상 하루종일 원하는 볼륨으로 음악을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기간이 좀 적더라도 사용시간은 충분하기때문에 대충 사용해본것은 아니라 생각되고 다만 제 내공이 부족하니 많은 기기들과의 비교가 아닐 수 있고 장점/단점들은 주관이 많이 섞여있음을 참고해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주일이 넘게 휴가도 못가고 폭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휴가지만 쉬지 못하고 처자식 뒷바라지 하시는 분들, 또 간만에 좋은 휴식 취하시는 분들 모두 건강이 최고이니 더운여름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또 음악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은 음악 좋게 듣는것도 좋은 건강관리죠.
별 도움 안되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