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Tannoy Stirling TW (2008-2009)
오디오를 잘 모르는 사람도 JBL과 탄노이는 아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역사깊은 두 메이커의 명성은 독보적인 데가 있다. 그렇기에, JBL 궤짝과 탄노이 궤짝을 사용해 보지 않고서, 과연 오디오쟁이라 할 수 있을까...
이는 그리하여 들이게 된 스피커로, 당시 구입가는 중고로 170만원이었다.
탄노이 스털링TW는 Prestige 시리즈의 입문형 제품으로, 10인치 2웨이 동축 페이퍼콘 우퍼로 구성되어 있는 소형 궤짝이다.
탄노이 프레스티지는 유닛의 서스펜션 타입에 따라 세대가 나뉘는데, 요즘에는 HE로 서스펜션이 하드하여 저음이 단단해져 보다 현대적인 성향으로 튜닝되어 있는 반면에, TW는 그 전 세대로서 90년도쯤에 나온 모델로, 서스펜션이 부들부들하여 저음이 풍성하고 펑퍼짐하게 나온다.
인클로저는 탄탄한 원목재질에, 내부가 미로형으로 되어 있으면서, 덕트가 전면좌우측에 세로로 길게 나 있는데, 그 개폐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덕트를 열 수록 저음양감이 많아지되 단단함은 떨어지고, 덕트를 줄일 수록 저음양감이 줄어들되 보다 단단해진다.
고음은 어테뉴에이터가 달려 있어 음압을 5단계로 조정할 수가 있다.
고음은 동축 유닛의 중앙에 있는 꼭 나팔처럼 생긴 금속 혼트위터에서 나오는데, 굵고 뻣뻣하고 초고역이 롤오프되어 있다.
소리는 생긴대로 난다고 하더니, 중고역의 음색도 꼭 나팔소리같다. 실제로도 나팔소리의 재생이 정말 리얼하다..-.-
금속혼이라 그런지 음색에 금속성 울림이 뭍어나오고, 디테일은 좀 약하며, 초고역대의 살랑거림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빈티지스럽게 중역에 몰려있고, 고역 보다는 약간 저역쪽으로 내려앉아 있다.
유닛이 자기 임의대로 펄럭거리는 느낌이라 분해능은 우수하진 않지만, 덕분에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공간을 가득 매우는 중저역의 웅장함은 역시 궤짝임을 증명하는 듯 하다.
클래식 대편성은 비록 해상력은 좋진 못해도 다른 스피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웅장한 느낌이 인상적이고, 특히 첼로의 통울림과 나팔소리는 기가막히게 재생한다.
마치 스피커가 악기통인 듯, 소리에 나무 울림의 음색이 뭍어나온다.
이 정도면 클래식은 후한 점수로 합격이다.
그러나, 문제는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들이다.
고역 답답, 중고역 뻣뻣, 중역 도드라짐, 저역 펑퍼짐하고 다소 혼탁....
클래식을 제외하고는 사실 들어주기 어려운 소리가 난다....-.-
보다 상급의 제품이거나, 혹은 요즘 나오는 HE 시리즈이면 어떨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털링TW는 클래식만 듣는 이를 위한 스피커인 것 같다.
21. 금잔디 카이로스쥬니어ES (2009)
세계 최강의 유닛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그리하여 스피커자작이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계기가 된, 오디오인생에 있어서 가장 임팩트가 컷던 스피커이다.
당시 구입가는 중고로 175만원...
실크돔의 최강으로 이미 전설이 된 Estoar T330D와, 아큐톤과 더불어 현존 최강의 미드우퍼 메이커로 손꼽히는 Skaaning의 C-Quenze 18i 6.5인치 미드우퍼로 구성된 2웨이로, 금잔디에서 기존의 카이로스주니어에서 유닛만 이들로 교체하여 특주버전으로서 공동제작이 되었던 스피커이다.
에소타는 오래전 용산에서 다인크래프트를 청음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마치 공기가 달라진 것 같이 공간을 화려하게 채우는 중고역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 중고역은 카이로스주니어ES에서는 컷팅 기울기가 가파른 4차필터 덕에 더욱 매끈해져 있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들어보니 과연 명불허전인 것이다.
입술을 벌리고 혀를 움직일 때 나는 그 타액의 깔짝이는 소리가 어찌 그리 리얼한지... 음색이 달콤하면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한 초고역대의 배음과 잔향... 천사의 날개 깃털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빛나는 듯한 그 화려하고 화사한 스테이징과 해상력은 25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수가 없을 만큼, 에소타는 정말 대단한 트위터이다....
이 때 물린 앰프는 리비도P35프리(V5모듈)/M35파워였는데, V5 모듈의 중고역대가 상당히 화려하기에, 에소타와 만나니 소리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스카닝 유닛은 처음 들어보았는데, 중음의 밀도감과 해상력이 뛰어나고 스테이징 또한 상당히 넓게 펼쳐지며, 타격감이 중음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록 저역의 양감은 적지만 타격감은 강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깊고 넓게 펼쳐지는 저역은 그간의 어떤 스피커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결국 저역 양감의 아쉬움으로 방출을 하게 되었고, 이는 18i 유닛의 태생적인 특성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여간 여기서 저역 양감만 더 보충이 된다면 세상에 부러울 스피커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스피커자작이라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사건의 시작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