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Rega Kyte (2002)
1999년 용산에서 들었던 소리가 계속 생각이나, 매물이 나온 김에 매뚝해왔다. 당시 가격은 중고로 19만원...
그런데 어째 소리가 예전의 그것이 아닌 것 같다. 사실은 그 3년간 내 귀가 업글된 탓이리라....
고역은 답답하고 저역은 싹둑 잘려있고, 거의 중역만 들리는 듯 하다....
사실 이 정도 크기에 깊고 풍성한 저역을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니...
저역이 적으면 고역도 약하게 튜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밸런스가 고역쪽으로 치우쳐 버리기에, 어쩔 수 없는 튜닝이라 생각이 된다. 곧 이것이 보통 북쉘프가 톨보이보다 중역이 더 충실한 이유이긴 하다.
음에 착색이 좀 있으며, 고저역은 아쉽지만 중역은 나름 자극적이지 않고 밸런스 잘 잡힌 소리이긴 하였다.
그러나 귀에 차지 않는 소리로 얼마 듣지 못하고 곧 방출이 되고 만다. 참 사람 귀는 간사한 것 같다.....
11. JBL 4312B (2002)
우연히 용산 선인상가 뒷편의 PA 매장들을 지나다가 괜찮은 상태의 4312가 눈에 띄기에, 급 마음이 동하여 충동구매를 하였다. 당시 가격은 중고로 63만원...
처음으로 12인치 대구경 우퍼를 울려본다는 설레임에 연결을 해 보는데... 좀 의외였다...
분명 12인치인데 저역이 낮게 깔리는 느낌이 없다. 크렐 500i에 물려도 마찬가지...
100Hz 부근은 부스팅되어 팡팡거리는데, 낮은 저역은 온데간데 없다.
비록 구경은 12인치이지만 저역하한선이 높은 건 의도적으로 그렇게 튜닝을 한 듯 한데....
구경이 크다고 다 저역 깊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역은 어찌 그리 챙챙거리는지...
보컬음을 들으니 분명 한 사람인데 이게 합창으로 들린다. 소란스럽다.....
어테뉴에이터가 있어 중역과 고역의 음압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리저리 해 봐도 그 소란스러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락이나 그나마 좋게 표현해서 시원하게 울리지, 다른 장르들은 영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특히 클래식은 뭐, 거의 상극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것이 왜 인기 스피커인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JBL도 L 시리즈는 다른 것 같던데....
4312B는 PA스피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오디오는 역시 백문이 불여일청인 것이다...
곧 얼마 머물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최악의 스피커였다는 기억을 남기고...
12. Acustic Energy AE1 Reference (2002)
AE1은 90년도 중반 한시대를 풍미했던 명기로, 크기를 초월하는 음장재현 능력을 보여주며, 프라이메어 301 인티와 찰떡궁합이라 알려져 있다. 당시 구입가는 중고로 105만원...
알루미늄돔 트위터와 4.5인치 정도의 메탈콘 우퍼로 구성된 소형 북쉘프로, 참 옹골차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이것 또한 구동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저역의 양감을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쪽이다.
그러나 앞서 플래티넘솔로 사용기에서 얘기했듯이, 이건 스피커 태생적인 문제이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서 저역이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는가...
여기에 마크레빈슨332까지 물려보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저역이 조금 더 윤곽이 잡히는 정도이지 그 태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닛이 모두 금속재질에, 또 이 필존스 스타일이 하늘거리는 성향이 아닌지라, 음 끝자락이 좀 뻣뻣하면서 오래 청음하면 귀가 피곤한 느낌이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맛도 있긴 한데, 그 끝자락은 날이 서 있으니 피곤한 것이다...
프라이메어301 인티는 들어본 적은 없지만, 30.1은 사용해 본 느낌(약간 답답하면서 단정한 성향)에 비추어 보면, 아마 이런 AE1의 단점을 누그러트리는 성향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음에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해상력과 스테이징이 좋아, 오디오적인 지표상으로는 good한 소리임에는 분명하며, 이런 성향을 like하는 이에게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본다.
13. Dynaudio Contour 1.3SE
1.3MKII에 좋은 인상이 있었기에 그 상급기인 1.3SE는 더 좋지 않을까 기대감에 구입하였다.
당시 구입가는 중고로 250만원으로... 겉보기에는 1.3MKII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가격차이는 큰 것이 어떤 이유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들어보니 알 수 있었다...
MKII와 SE는 모양만 같을 뿐 소리는 전혀 다른 스피커이다.
저역 : MKII 단단, SE 풍성
중고역 : MKII 굵고 질감적이고 힘이 있음, SE 가늘고 여리고 하늘하늘함.
겉보기에 똑같아 보이는 유닛에 크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소리경향이 다를 수 있는지....
MKII는 묵직하고 단단하고 힘이 느껴지는데 반하여, SE는 풍성하고 가늘고 살랑거리는 성향으로,
요즘 나오는 Special 25와 보다 유사한 쪽은 SE 이다.
저음의 양감은 더 많은데 구동이 안되는 느낌도 별로 없다.
MKII와는 유닛 특성도, 네트워크도 모두 다른 것 같다.
그 공간을 그득 채우는 저역의 깊이감과 양감은 훌륭했는데, 문제는 중고역이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네트워크가 1.3MKII는 1차 필터이지 싶은데, 이 SE는 3차 필터의 느낌에 가깝다.
까칠한 느낌은 전혀 없지만 중고역이 가늘고 건조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2-5kHz 대역이 꺼져 있을 때 느껴지는 바로 그 느낌인 것이다.
그 건조한 느낌에 듣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져, 결국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방출을 하게 되었다.
크로스오버 대역의 그 건조한 느낌만 없었으면 정말 손색이 없었을텐데, 지금 생각하면 네트워크의 약간의 조정만으로 해결이 될 부분 같은데 참 안타깝다.
SE가 상급기임에도, MKII와 SE 중 다시 돌아가라면 MKII를 선택할 것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