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Platinum Solo (2001-2002)
로이드 더블렛의 중역의 허전함에, 다시 북쉘프로 가야겠다 하여 만나게 된 스피커가 Platinum Solo이다.
구입가는 당시 중고로 110만원...
보스턴어쿠스틱스 린필드, 어쿠스틱에너지 AE1으로 유명한 필존스가 그 후속으로 만든 스피커로, 우퍼 한발짜리인 Solo와 우퍼 두발 가상동축 북쉘프 타입인 Duo가 있다.
Solo의 평을 보면 크기에 비해 대단한 저역과 음장을 보여주나 극악의 구동력을 요한다는 주의사항(?)이 따라다닌다.
매물이 뜬 차에 구동이 어렵다는 것이 무슨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호기심에 덥썩 매뚝해 왔다.
우퍼는 5인치가 채 안되어 보이는 구경이나 그 엣지가 엄청나게 두껍고 진동판이 묵직하게 보이며, 트위터는 평범한 알루미늄돔 타입이다.
보통 이런 형태의 우퍼는 서브우퍼가 대부분인데 아마 이 유닛도 그런 성격을 가진 것 같다. 저역은 깊고 묵직하게 나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반응이 느리고 음의 윤곽이 흐릿해지는 것이 단점이다.
소리를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소리를 들려준다. 저역은 그 생긴대로 크기를 무색케 하는 깊고 묵직하고 강력한 성향이나, 역시나 그 윤곽이 좀 분명치가 않다.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가 밀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걸 제동이 어렵다고 하는 것인지...
이 구동이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앰프가 유닛 진동을 제동하는 힘이 약하여 그렇다기 보다는, 스피커 고유의 특성인 것을 애먼 앰프에 혐의를 씌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보통 구동이 안된다고 할 때의 소리는 어떠할까... 어떻게 재생되는 상태를 구동이 안되는 상태라 정의하는 것일까.... 이게 사람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세간에서 논하는 구동 안된다는 표현의 속뜻은 세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a. 저역이 부족할 때
이건 기본적으로 해당 스피커가 원래 저역이 부족하거나 청음공간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을 대형 앰프로 억지로 끌어내는 시도는 미션751과 첼로의 예와 같이 효과는 있긴 하지만 그 보다는 스피커를 바꾸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월등하다.
b. 저역이 넘칠 때
앰프가 힘이 없을 때 저역의 제동이 안되어 양감은 오히려 많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도 기본적으로는 해당 스피커가 원래 저역이 많거나 청음공간이 작기 때문이다.
c. 저역의 윤곽이 흐릿할 때
문제는 이것이다. 솔로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 원인은 스피커를 제작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퍼유닛 자체의 특성, 네트워크의 특성, 흡음재가 많을 때, 인클로저 용적이 필요보다 작을 때의 네 가지의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결국 스피커 원래의 특성이 그러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스피커의 반대되는 특성의 기기들을 매칭해야 하는데, 곧 소스, 프리, 파워 모두 저역의 엣지가 분명한 성향의 제품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기기의 저역의 엣지가 분명한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구동력이 좋은 앰프 = 저역의 엣지가 분명한 앰프” 일까? 경험상 이 공식은 예외가 아주 많다.
다행히 우연히 그렇게 맞는 기기들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이 소위 찰떡궁합이라 일컬어지게 될 수 있겠지만...
앰프간 저역의 성능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앰프간의 절대적인 성능차이인 것을, 이것을 스피커와의 매칭과 연관짓다 보면 애먼 앰프만 억울해 진다는 얘기이다.
참고로, 구동 어렵다는 ATC 북쉘프들의 경우는 a와 c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플래티넘솔로의 고역대는 B&W 처럼 특정 대역이 뾰족하게 솟아있는 느낌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금속성의 차갑고 거슬거슬하고 뻣뻣한 느낌이다. 초고역은 어두우며 살랑거림은 느낄 수 없다.
장점은 중저역의 묵직함과 강력함이나... 단점은 저역의 윤곽이 불분명하고(구동이 어렵고?) 중고역이 차갑고 뻣뻣하고 거슬거리는 점이다.
비록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묵직하고 강력한 중저역은 매우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6. PSB Stratus Silver-i (2002)
PSB는 실*오디오에서 강추하던 메이커로, 당시는 3웨이인 Gold, 2.5웨이인 Silver와 Bronze 세 기종이 나오고 있었다. Silver-i는 그 중 중간기종으로, 그 추천도 있고 하여 호기심에 들어놓게 되었다. 구입가는 당시 중고로 140만원..
본 스피커는 2.5웨이 가상동축형으로, 가운데 알미늄 트위터를 중심으로, 윗쪽 우퍼는 중역 및 저역을 담당하고, 아래쪽 우퍼는 저역만 담당하게 설계되어 있다.
소리성향은 고역대가 플래티넘솔로처럼 거슬거슬하진 않고 매끈하긴 하였지만, 트위터에서 3kHz 부근이 대단히 강하게 쏟아져, 비록 보컬이나 피아노는 아주 또랑하게 들렸지만, 귀가 너무 피곤하고, 그 때문에 주변 대역이 마스킹이 되어 초고역은 어두우면서 살랑거림도 느껴지지 않고 중역대도 흐릿한 것이다. 알미늄돔의 금속성 울림도 영 거북하였다.
저역은 플래티넘솔로 이상으로 깊고 강력하면서도 윤곽이 흐리지 않았는데, 이거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만 하였지만...
하여간 대실망을 하고, 당시만 해도 워낙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보니 방출하는 데에도 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지난번 로이드더블렛도 그렇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톨보이는 고역과 저역이 강하고 중역은 약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스피커를 제작해 보니 어느정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일단 톨보이는 용적이 큰 만큼 중역보다 저역의 양감이 많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저역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려면 고역을 부스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파수특성은 V커브 형태로 되는 것이다.
소리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저역의 양이 줄어들고 청취거리가 멀어질 수록 고역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톨보이는 넓은 공간에서 멀찍이 청취를 해야 밸런스가 맞는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의 벽 재질이 콘크리트일 수록 저역이 많아지고, 목재 같이 떨림이 있는 재질일 수록 저역이 줄어든다.
PSB는 캐나다산이다. 집이 넓고 목재주택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PSB의 소리특성의 이유를 어느정도 설명해 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이걸 청취환경이 전혀 다른 한국의 방에서 운용하니, 밸런스가 맞을 리가 없겠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