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성능을 얘기하는데 사용하는 용어들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해상력(resolution), 심도(depth), 투명도(transparancy), 순도(purity), 자연스러움(naturalness), 임장감(presence), 다이나믹(dynamic), 포커싱(focusing), 과도응답(transient) 등등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해상력이라 생각합니다.
황인용씨가 나레이션한 체스키의 The ultimate demonstration disk가 평가요소들을 나름 체계적으로 잘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1번 트랙이 해상력을 평가하는 트랙이죠.
이 해상력이 충족되면, 나머지 요소들의 상당부분은 자동적으로 충족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들리는 상태가 해상력이 좋은 상태일까요?
소위 쨍한 소리, 고역이 강조된 소리를 해상력이 높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해상력이 높은 것이 아니라, 중고역의 특정 대역이 강조되어, 일순간은 우와~ 하게 될지 몰라도, 곧 피곤해지는 소리라는 것은, 오디오 조금 하신 분이면 아십니다.
해상력이 좋을 때 소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악기소리의 경계가 흐릿하지 않고 깔끔하며,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될 때 음들이 섞이지 않고 구분되어 들리며, 악기들이 좌우 앞뒤 3차원적으로 제 위치에 포진해 있는 것이 시각적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특정 대역이 튀거나 꺼지는 느낌 없이 전 대역이 청감상 평탄하게 들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소리입자가 미세하여 음결이 매끄럽고, 스테이징은 깊고 넓게 펼쳐지며, 악기와 악기 사이의 빈공간들이 느껴지며(이를 배경이 정숙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미세한 약음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볼륨을 높여도 쏘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소리가 오히려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Garbage in garbage out...
이런 음이 되려면, 우선 음반의 레코딩부터 좋아야 합니다. 아무리 오디오가 우수해도 없는 정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까요.
해상력이 떨어지는 시스템은 악기소리의 경계가 흐릿하고, 총주시 음들이 섞여 구분이 잘 되지 않고, 음상이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게 됩니다.
곧, 답답하고 멍청한 느낌을 받게 되죠.
미니콤포나 저가오디오들은 톤콘트롤이나 이퀄라이저로 저역과 특히 중고역을 부스팅시켜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그냥 들으면 답답하니 특정 대역을 강조라도 해야 청감상 그 답답함이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답답함은 해소되지만 반대급부로 거칠고 산만해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소리의 입자는 굵은데 중고역을 강조시키니 음결이 거칠어질 수 밖에요...
해상력이 높으려면 아래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기기들 자체의 음분리도가 좋아야 합니다. 이건 당연한 부분이구요.
둘째는 밸런스가 좋아야 합니다.
이는 전대역이 청감상 평탄한 것을 말하는데,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사람이 내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사람이 갑자기 큰 소리로 떠들어대면, 앞사람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게 되죠. 분명, 앞사람은 같은 음량으로 얘기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그럴까요?
그건 옆사람의 소리로 인하여 앞사람의 소리가 마스킹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소리에서 특정 주파수 대역이 강조되어 있으면(이를 peak라 합니다), 그 소리 때문에 주변 대역의 소리들이 마스킹되어 잘 들리지 않게 됩니다.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이는 곧 해상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곧, 특정 대역의 peak는 그 자체로서도 귀를 피곤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해상력도 해치는 아주 나쁜 요소입니다.
이것이 밸런스가 해상력을 결정하는 이유이며, 그만큼 밸런스가 중요한 것입니다.
보통 선명한 소리라 하면 청감상 예민한 대역인 2~5kHz가 강조되어(peak) 있을 때 느껴지는데, 사실은 결과적으로 도리어 해상력을 해치는 것입니다.
이런 소리는 귀를 쉬이 피곤하게 하는데, 해상력이 좋아서 귀가 피곤한 것이다 라고 착각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해상력이 좋은 상태는 어떤 상태인지, 해상력을 해치는 피크는 없는지, 자신의 시스템을 한번 점검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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