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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파이프가 길면, 성질 급한 사람은 샤워 못한다.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1-11 14:01:57
추천수 0
조회수   1,001

제목

샤워기 파이프가 길면, 성질 급한 사람은 샤워 못한다.

글쓴이

석경욱 [가입일자 : 2001-09-17]
내용
어릴 때, 겨울이 되면 집에서 목욕을 할 수 없어 동네 목욕탕엘 갔습니다.

돈을 아껴야 했고, 때미는 게 귀찮고 힘들이 상당히 드물게 갔습니다.

목욕을 그렇게 이따금 했어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긴, 그 긴 겨울방학 동안 이빨을 닦은 적이 소집일 아침 뿐이었는데도 충치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어릴 때에는 성질이 정말 급했습니다.

시험 문제에 --가 아닌 것은? --인 것은? 을 구분 못하고 헷갈리며 답이라고 보이는 것은 무조건 빠르게 적어내다 보니 황당한 점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목욕탕 샤워기를 쓰다보면, 앗 뜨거, 앗 차거를 반복했습니다.

요즘은 작대기 하나로 수량, 온도 조절을 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합니까?

옛날에는 뜨거운 물, 찬 물에 각 각 돌리는 수도꼭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두 수도꼭지를 양손으로 함께 살짝 돌려봅니다.

차가운 물이 쏟아집니다. 앗 차거

놀라서 뜨거운 물 수도 꼭지를 확 돌립니다.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앗 뜨거.

다시 차가운 물 수도 꼭지를 확 돌립니다.

앗 차거.

다시 차가운 물 수도 꼭지를 확 잠급니다.

앗 뜨거.

적당한 수량과 온도를 맞추는 것이 아주 까다롭고 오래걸리고 성질버리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온냉수 수도꼭지를 돌리고 나서 물이 쏟아지기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 샤워기 파이프가 벽속에서 빙빙 수십미터를 돌고 나서 꼭대기에서 쏟아져 나온다면, 적당한 샤워기 물온도를 맞추는 것이 거의 예술적인 작업이 될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자동제어의 최대의 적은 딜레이 (시간지연) 입니다.

제어를 더 빠르게 하려고 할 수록 뜨거운 물 찬 물이 교대로 쏟아져 내릴 뿐입니다.

발진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앰프는 일종의 자동제어 기기입니다.

출력단 전압이 입력단에서 지시받은 목표전압보다 낮으면 +쪽 소자를 열어서 전압을 올리고, 낮으면 -쪽 소자를 열어서 전압을 낮춥니다.



그런데, 진공관에는 딜레이가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진공관의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날아가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여간, 상당히 굼뜨답니다.

가청 주파수 대역에서 움직이는 목표 출력전압을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게 제어를 하다가는 발진을 일으키기가 쉽습니다.

진공관앰프의 발진을 피하면서 가청 주파수 대역의 전영역에서 제대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진공관 앰프의 장인들은 그러니까 예술가들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앰프들을 만들어 냈으니까 말입니다.

진공관 앰프는 예술품입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소자들은 전자나 정공의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기껏해야 수십 마이크로 미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공관들에 비하면 거의 딜레이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가청 대역 최대 주파수의 10배에 달하는 동작 주파수의 앰프를 만드는 게 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 앰프를 만드는 것은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트랜지스터 앰프는 그냥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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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2012-01-11 14:21:21
답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오승 2012-01-11 14:34:54
답글

재미있는 비유네요. 잘 봤습니다.. ^^ <br />
<br />
진공관의 저런 나쁜 특성(?)이 음을 왜곡시켜서.. <br />
그 일종의 착색을.. 듣기 좋다고 느끼는 걸까요?

석경욱 2012-01-11 14:41:59
답글

네, 왜곡 때문에 기수배인지 우수배인지 고조파 하모닉스 성분이 많아져서 더 근사한 소리가 되기도 합니다.<br />
스피커 제동이 확실하지 않고 초고역 주파수 성분이 적어서 점잖고 차분하기도 합니다.<br />
여유 돈이 생기면 중고로 한 번 사서 듣다가 겨울나고 여름되면 팔아 볼까 생각 중입니다.<br />
<br />
칭찬들 고맙습니다.

이영중 2012-01-11 16:33:52
답글

오늘도 하나 배우고갑니다.<br />
비전공자인 저도 귀에 쏙 들어올 정도네요..명쾌합니다.

장명호 2012-01-11 16:36:12
답글

태엽 감는 시계는 예술품이지만 쿼츠 시계는 제품인 것과 비슷하군요. :)

김종만 2012-01-11 17:24:12
답글

아 재미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박수영 2012-01-11 18:25:55
답글

장명호님 비유도 적절한 거 같네요...<br />
기계식 시계가 쿼츠 시계보다 더 정확하지는 않지만<br />
차고 있을때 눈으로 보는 시간의 질감(?)은 기계식 시계가 훨씬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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