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급 인티들을 사용해 보고 나면, 분리형이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인티란게 결국 프리와 파워를 합쳐놓은 것인데, 이를 굳이 분리해 봐야 샤시값만 더 들 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술일 뿐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상급 인티로 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이는 때가 되면 어느 오디오쟁이이든 하는 고민일 것입니다.
이에, 그 과정을 거쳐본 이로서 그 소감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그간 제가 사용해 본 앰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인티 : 인켈AK650, 아캄 알파9, 오디오랩8000A, 리비도 레인보우, 메리디안551, 인켈AD2210, 프롤로그200i MKII, NAD S300, 인켈AX7R MKII, 크렐KAV500i, 아남 AA-40, 아남 AA-77, 프라이메어 A30.1, 아캄 A85, 유니슨리서치S6, 제프롤랜드 콘센트라, 풍악MKII, 마란츠PM5003, 캠브리지오디오350a, 인켈AD280b(개조), 멜로디KT88
프리 : 인켈 PD2100, SAE P102, 실바웰드(모델명기억이안남), NAD S100, 리비도P35(V1,V3,V4,V5), 제프롤랜드 콘서넌스, BAT VK-20
파워 : 인켈1311T, 마크레빈슨No27, 마크레빈슨332, 뮤지컬피델리티AC3R, 리비도M35, 인켈MD2200, SAE502, 젭솔루트, 패스알래프0s, BAT VK-200, 제프롤랜드 모델2, 크라운K1, BAT VK-500
적어보고 나니 변변찮아 이런 얘기 하기가 좀 민만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참고가 되실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하기에....
1. 프리부의 유무
인티와 분리형의 가장 큰 차이는 프리의 유무라 생각합니다.
싸고 좋은 파워는 많지만, 싸고 좋은 프리는 적습니다.
이는 곧 프리는 잘 만들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인티는 보통 프리앰프가 없고 프리부가 패시브방식입니다.
잘 만들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대충 만들자니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그냥 바이패스로 해 버리는 것이죠.
그럼, 음질상 패시브프리와 액티브프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간혹 파워앰프를 소스기기와 직결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대부분 결국 액티브프리로 회귀합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단순히 편의성 차원만은 아닙니다.
파워를 직결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언뜻 소리가 박력있고 투명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뭔가 소릿결이 거칠거칠하고, 저역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프리를 연결해 주면, 이내 소리는 단정, 단단, 매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파워직결시의 소리가 바로 인티앰프들의 소리경향입니다.
인티만 사용해 본 분들은 잘 못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프리파워를 사용해 보면, 인티의 소리가 음결이 거칠고 바스러지듯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물론 하이앤드 메이커의 플래그쉽 인티들은 제대로 된 프리가 내장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제품들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만...
제가 사용해 본 하이앤드 인티는 콘센트라와 500i인데, 콘센트라는 동사의 파워인 모델2 분리형과 비교하면 중고역대가 덜 매끄러웠습니다(그래도 일반 인티들과 비교하면 월등하긴 하지만). 이는 500i도 마찬가지이구요... 분명 제대로 된 프리부가 내장된 인티일진데, 그러하다는 것은 뭔가 다른 factor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앰프는 내부 회로간 차폐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잡음을 타기에 이런 면에서는 분리형이 확실히 이롭습니다. 차폐가 불완전할 경우 그로 인한 잡음을 잡기 위해 회로를 건드리게 되면 그 만큼 음 손실이 발생하겠죠. 혹시 이런 원인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하이앤드 인티는 분리형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한계는 있으며, 그 가격으로 분리형을 구성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2. 스테이징
두 번째 차이점은 스테이징입니다.
인티만 사용하다 처음으로 분리형으로 넘어올 때 체험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곧 스테이징입니다.
인티에서는 악기와 악기간의 구분은 보통 음색이 다름으로 느끼게 되는데, 분리형으로 오면 시각적으로도 구분이 되기 시작합니다.
곧, 내 앞에 악기들이 시각적으로 요기 조기 저기 포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악기와 악기 사이는 비어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리가 왼쪽, 조금왼쪽, 조금 오른쪽, 이런 식으로 좌우로만 펼쳐지는게 인티라면,
왼쪽 앞, 가운데 뒤, 조금 오른쪽 약간 뒤, 이런 식으로 좌우 뿐만 아니라 앞뒤로도 펼쳐지는게 분리형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히려 밀도감이 떨어지고 심심하게 들립니다. 사실은 섞이고 뭉쳐있던 음들을 풀어놓은 것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악기음 하나 하나의 윤곽이 더 분명하고 매끈하게 그려집니다.
저역은 번지지 않으면서 깊고 넓게 펼쳐지게 됩니다.
레코딩이 좋은 음반을 걸어보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지게 됩니다.
3.
이러한 부분이 바로 해상력입니다.
해상력이 높으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악기간 구분이 분명해진다는 얘기가 이런 의미입니다.
그러나, 아무 분리형이나 이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프리는 앞서 얘기했듯이, 잘 만들지 않으면 없으니만 못합니다.
따라서, 시중에는 무늬만 프리인 제품들이 많습니다.
질이 떨어지는 프리의 음 경향은, 해상력이 죽고, 답답하고, 건조하고, 번지고, 스테이징이 좁고 평면적이며, 밸런스가 치우쳐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못 들어줄 소리가 나는데, 파워는 후져도 그럭저럭 들을 수는 있지만, 프리가 후지면 음악을 듣기가 싫어지더군요.
이런 프리를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패시브로 된 인티가 소리가 나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대체로 중고가 기준 100 이하에서는 리비도P35(카멜레온)(V4모듈) 정도가 있고, 100-200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이 혼재하고, 200 이상은 되어야 거의 제대로 된 프리들만이 포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것 중에서는, 제대로 된 모델은 리비도P35(V4,V5), 제프롤랜드 콘서넌스, BAT VK-20 뿐이었습니다.
파워는 프리보다는 낫더군요.
100 이하이더라도 쓸만한 제품들이 제법 있습니다. 전 젭솔루트(앱솔루트)가 참 좋더군요.
물론 저가형 중에는 힘만 좋지 음질은 인티보다 못한 제품들도 많습니다.
질이 떨어지는 파워의 음 경향은, 거칠고, 소리가 지저분하고, 저역이 얕거나 또는 벙벙이고, 고역대가 갈라지듯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폐단은 프리가 떨어질 때 보다는 덜 한 것 같습니다.
4. 음질은 프리가 결정하는가 파워가 결정하는가?
프리는 음색, 파워는 힘 일까요?
제 경험상 둘 다 결정하더군요.
즉, 프리도 음색과 힘 모두 결정하고, 파워도 음색과 힘 모두 결정합니다.
음색에 미치는 영향은 파워가 프리보다 적지 않습니다.
힘에 미치는 영향은 파워가 더 많긴 하지만 프리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garbage in garbage out 이란 말처럼,
프리가 음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하면 파워에서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다 헛일입니다.
따라서 프리는 좋은 것을 선택하고 볼 일입니다.
그러면 예산이 많이 올라가죠.
그러므로, 분리형으로 오려면 비용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간혹 저렴한 프리파워로 시도해 보시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티가 낫습니다.
분리형으로 올 것이면 제대로 할 각오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늬만 분리형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프리와 파워는 되도록이면 같은 회사의 제짝을 붙여주는 것이 매칭의 위험성이 적습니다.
모든 기기는 청감상의 밸런스가 약간씩은 고역 또는 저역에 치우쳐있기 마련인데, 서로 다른 메이커끼리 매칭하다 보면 자칫 밸런스가 치우친 소리가 되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A사는 프리가 약간 고역성향이고 파워는 약간 저역성향이라 이를 서로 붙여주면 중립적이 되는데, B사는 반대로 프리가 저역, 파워가 고역 성향입니다. 이럴 때, A사의 프리와 B사의 파워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으로, 그렇게 정말 각오를 하고 분리형에 도전을 해야겠다 생각이 드신다면, 만약 그 추가비용을 앰프가 아닌 스피커에 들인다면 어떨지 먼저 생각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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