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참 싫었습니다.
'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고는 군복무 시절 탈영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추위와의 싸움, 아무 것도 없는 산속을 노려봐야 하는 경계임무의 짜증, 끝도 없이 걸어야만 했던 행군코스, 하다못해 몸에 걸치기만 해도 우울함 수치가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군복의 색상까지... 즐겁고 긍정적인 이미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온통 부정적인 것들의 총 집합체가 '산'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 끊임없이 등산을 권유하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남은 생애에도 "내 삶에 등산이란 없다"고 단언하고 있었습니다.
* 저의 뇌리 속에 '산'이란 대략 이런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란, 인간의 판단이란 얼마나 간사하고 믿을만한 게 못되는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슬리퍼 신고 10분이면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마저 거부하던 제가 뒤늦게 등산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가뜩이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와중에 담배까지 끊고 나니 체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량도 줄여보고 실내 사이클도 타보고, 별의 별 짓을 다 해봐도 체중계는 꿈쩍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위 말하는 나이살이 찌기 시작한 거죠. 이제 체중조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정기적인 운동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서울 근교산을 하나하나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이런 곳을 스스로 원해서 기어올라가게 될 줄이야...!
그런데 이 등산이란 게 의외로 재미있는 취미더군요.
생각과 달리 차가운 산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쾌함도 좋고, 나름 정상에 올랐을 때의 정복감도 있고, 여기에 부수적으로 몸에 지방이 빠져나가는 듯한 행복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용품을 지르는 게 재미있습니다.
등산을 정말 사랑하는 분들이 들으면 경을 칠 소리지만, 저란 놈은 등산용품을 지르다보니 등산까지 좋아하게 된 셈입니다.
마치, 오디오를 지르다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말이죠
* 시도때도 없이 폭탄세일을 감행하는 6pm
그 누가 말했던가요. 주말 서울근교의 산은 산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패션쇼장이라고...
중고딩들의 교복이 되어버린 노스페이스부터,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K2, 코오롱 등의 국산 브랜드, 거기에 몸에 걸치기만 해도 귀티가 좔좔 흐르는 아크테릭스, 클라터뮤젠 같은 고가 브랜드까지...
* 사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노스페이스와 뉴발란스가 중고딩의 교복이었는지
매일매일 할인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국내외 아웃도어 쇼핑몰을 뒤적이다가 원하던 용품을 할인코너에서 만나는 그 맛이란 와싸다에서 쿨매물을 만났을 때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주섬주섬 사들인 용품을 걸치고 산에 올라가면 등산 그 자체보다도 이번에 사들인 용품의 접지력이라든지, 방풍능력, 탄성 테스트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면 제 몸은 정상에 올라있게 마련이죠.
말이 쓸데 없이 길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등산이라는 취미에 처음 발을 딛고 나서 용품을 하나하나 지르다보니 의외로 너무 복잡했습니다.
기능성 언더웨어를 입고, 폴라플리스 티를 입고, 때에 따라서는 폴라플리스 자켓을 겹쳐입고 운행을 하며, 휴식중에는 배낭에 보관했던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아이젠은 4발과 체인젠을 같이 준비했다가 상황에 맞게 운용해야 하며... 등등
그냥 고어텍스 자켓 걸치고 배낭 하나 둘러매면 되는 줄 알았건만, 뭐 이렇게 용품의 종류와 운용법은 복잡한지... 이제 입문한 초보가 한동안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믿을만한 다기능 제품은 없는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아마도 오디오에 갓 입문한 분들도 동일하게 부딪히는 문제일 것입니다.
최근의 흐름인 PC-FI로 오디오에 입문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만 대충 생각해보아도 가성비가 괜찮은 DAC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혹은 액티브 스피커), 가끔이지만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헤드폰 앰프, 헤드폰 등등 제 초보시절을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도움이나 조언없이 이 중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를 쏙쏙 골라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때문에 오디오에 대해 충분히 눈을 뜨게 될 때까지는 적절한 가성비를 가진 다기능 제품으로 입문하는 게 가장 현명한 길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사용기를 올리게 된 MATRIX MINI-i DAC은 바로 이럴 때 사용해볼만한 기기입니다.
DAC와 헤드폰 앰프, 디지털 프리앰프 등 3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의 음질적인 부분은 잠시 후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기능이라던지 외관, 가격 등에서 중국산이라는 선입관만 버리면 초보자의 입문기로 꽤나 그럴듯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가격대에서 베레스포드 TC-7520이나 뮤질랜드 MD11이 이런 이유로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만, 실제 3가지 기기를 모두 사용해본 입장에서 MATRIX MINI-i DAC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1. 외관 & 기능
벨칸토 DAC의 그것과 상당히 흡사하기에 비아냥을 받기도 했던 외관입니다. 그러나 시점을 조금 달리해보면 기존 중국산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품 유격이라든지 부실한 마무리 등에서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적어도 외관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동가격대 국산이나 유럽산 제품에 못지 않습니다.
샵에 말만 잘하면 그냥도 받을 수 있을 법한 별매 리모컨 역시 꽤나 완성도가 높습니다.
* 사진에서 보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사이즈는 CD와 비교해보시길
* 꽤 묵직한 리모컨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 제품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체크 항목은 철저히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디지털입력 (허용치) :
- AES/EBU (32/192)
- BNC (32/192)
- Coaxial (32/192)
- Optical (32/192)
- USB (16/44)
출력 (특징)
- 아날로그 밸런스
- 아날로그 언밸런스
- 디지털 Coaxial (AC3 / DTS 패스스루 가능)
기타
- 헤드폰 단자
- 프리모드 볼륨 조절 (파워앰프 직결 가능)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존하는 대부분의 입출력 단자를 지원하는 확장성
- AC3 / DTS 패스스루를 지원하므로 오디오와 홈씨어터 시스템 간의 연계 가능
- DAC 모드와 프리앰프 모드 전환을 이용한 활용성
- USB 입력시 16/44만을 지원하므로 고음질 음원 이용시 DDC 필수
앞서 제가 언급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담겨있습니다.
다양한 입출력 단자, 홈씨어터와의 연계를 가능케하는 패스스루 기능, 헤드폰 앰프나 디지털 프리앰프로의 기능 등 오디오 입문자에게 닥칠 다양한 환경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내부 부품에 꽤나 물량투입을 했음에도 왜 USB입력단은 16/44로 한정지었는지, 파워 앰프 직결시 거슬리는 팝노이즈는 해결방법이 없는지 등
그러나 공식판매가 50만원 내외의 이 제품에서 더이상 뭔가를 바란다는 건 도둑놈 심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스펙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한 주요 사용 부품정보
2. 청음
개인적으로 신품가 기백만원이 넘어가는 제품을 청음할 때는 타 제품과의 비교보다는 그 제품 자체가 추구하는 성향에 중점을 두곤 합니다. 소위 말하는 브랜드 철학이 잘 녹아있는지, 추구하는 방향은 어느 쪽인지 등
그러나 입문자가 주로 접하게 되는 입문기 급을 청음할 때 첫번째 청음 포인트는 가성비입니다. 특히 기존 동가격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과의 비교는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입문기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가성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MATRIX MINI-i DAC의 청음은 동 가격대 널리 알려진 뮤질랜드 MD11과, 한단계 윗급의 가격대를 형성중인 아톨 DAC-100을 기준으로 적어내려가보겠습니다.
청음 시스템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세팅을 고정한지 대략 8개월은 된 덕에 갑자기 끼어든 MATRIX MINI-i DAC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비교적 손쉬웠습니다.
소스기 : PC - DX USB HD - MATRIX MINI-i DAC
앰프 : 프라이메어 I30 인티
스피커 : 토템 모델원 시그너처 3rd
헤드폰 : 데논 AH NC732
케이블 : 오이스트라흐 등 은도금 계열 / 네오텍 등 동선 계열 (교체 셋팅)
* 가장 널리 알려진 대륙산 DAC
* 업글의 유혹에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톨 DAC-100
Classic
Beethoven Piano Concertos NO 5 - Charles Mackerras & Artur Pizarro (24/192 고음질)
피아노협주곡의 장점이라면 피아노 타건음과 현악기의 질감,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까지 다양한 포인트를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앨범은 Linn에서 녹음부터 마스터링까지 오디오파일을 위해 작정하고 만든 듯한, 음질면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앨범입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4,5번이 수록된 이 앨범 중 5번 '황제'를 청음해보았습니다.
모두 잘 알고 계시듯 이 곡은 나폴레옹의 군대가 빈을 침공, 점령했던 1809년 작곡된 곡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한때 베토벤이 영웅으로 추앙하던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되려하는데 대한 배신감, 스승 하이든의 사망에 따른 상실감, 그리고 베토벤이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빈이 전쟁으로 난장판이 된 데 따른 허무감 등 베토벤의 예술혼에 영향을 끼칠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와중에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호방한 스케일과 내면적 슬픔, 그리고 아름다움 등의 요소가 각 악장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을 MATRIX MINI-i DAC은 무리없이 연주해냅니다.
아톨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살짝, 아주 살짝 높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MD-11과 비교하면 대륙산 특유의 가벼운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고역 파트의 해상력은 발군으로, 피아노의 타건음은 상당히 명확하며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현악 파트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음의 심지가 살짝 얇은 탓인지 무게감은 덜하지만, 질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불만은 없습니다.
저역의 성향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양감을 줄이고 타이트함을 추구하는 듯합니다. 주파수 대역별 체크 음원을 사용해 아톨과 비교해본 결과 30Hz부터 저역이 잘려나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게 아쉽습니다. 실제 음악을 들을 때 이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느냐는 논외로 하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 파트에서 각 파트의 위치를 표현하는 입체감이나 분리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지만 아톨과 비교할 때 살짝 좁은 듯한 무대감과 개방감은 아쉽습니다.
POP
Livingston Taylor - isn't she lovely (24/96 고음질)
개인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청음하면서 여성 보컬은 되도록 피하자는 주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성 보컬은 어지간한 시스템이라면 모두 좋게 들리는, 시스템 평가가 가장 힘든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청음할 보컬 장르의 곡으로는 Livingston Taylor - ink에 수록된 isn't she lovely를 선택했습니다. 이 앨범 역시 녹음상태가 상당히 우수한, 오디오파일이라면 필청해야 할 곡들로 가득하며 이중에서도 타이틀곡 isn't she lovely(원곡 : 스티비 원더)는 남성보컬의 중후함에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청량감이 곁들여진 명곡입니다.
이 곡에서도 MATRIX MINI-i DAC은 특유의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어쿠스틱 기타 표현에 있어 핑거링이 생생히 느껴지는 해상력을 기본으로, 곧 이어지는 통울림까지 과하지 않게 표현해줍니다. 남성보컬의 피치는 적당한 수준이며, 역시나 입체감과 분리도는 MD11에 비해 한수 위임에 분명합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동안 사용해본 모든 대륙산 기기를 통틀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음의 '윤기'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MD11의 기능적 장점(USB 비동기식 32/192 대응)을 취할 것이냐, MATRIX MINI-i DAC의 음질적 장점을 취할 것이냐하는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겠지요.
ROCK
Pain - Zombie Slam (16/44)
스웨덴의 인디밴드인 Pain의 Psalms Of Extinction에 수록된 곡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곡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WOW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첫음이 터지는 순간부터 몸에 피를 끓게 하는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WOW의 PvP 동영상 중 가장 유명한 DrakeDog과 Vurtne의 영상에 심심찮게 Pain의 곡들이 삽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 곡을 통해 MATRIX MINI-i DAC의 전체적인 스피드와 중역대를 체크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인 스피드감은 아톨과는 비슷한 수준이며 MD11에 비해 약간 늦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악보를 펼쳐놓고 메트로놈으로 체크하기 전에야 객관적으로 빠르다, 느리다를 논하는 게 웃긴 일이긴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수도 없이 들어온 익숙한 곡이기에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ATRIX MINI-i DAC의 스피드감은 딱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드럼과 보컬, 베이스가 포진되어있는 중역대에서는 뭔가 살집이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3. 세팅 팁
나름대로 정리한 세팅 팁을 적기에 앞서 이 제품의 성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역의 개방감과 해상도, 포커싱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중역의 살집이 약간 부족한 감이 있지만 밀도감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저역의 양감은 다소 적으며 타이트한 편이고, 초저역을 재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이는 이 가격대 제품 공통의 문제점입니다."
다음의 세팅이 지향하는 방향은 '중립'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쏠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만약 저랑 취향이 다른 분이라면 그저 참고사항 정도로만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 은도금 계열과 동선 계열을 번갈아 물려본 결과 동선 계열이 바람직한 매칭입니다. 은도금 선재의 경우 전체적인 해상력과 타이트함이 상승하지만 음의 피치가 다소 높게 형성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 제품의 저역양이 풍부한 편은 아니기에 동선재가 훨씬 잘 맞았습니다.
- 입력 스펙의 한계는 차지하고, USB 입력단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고음질 음원을 사용하는 경우, 아니 일반 16/44 음원만을 사용한다 해도 DDC는 꼭 연결하길 추천합니다. 입문형 DDC도 괜찮지만 이번 청음에서 사용한 DX USB HD와 찰떡 궁합입니다. 말그대로 음의 '질'이 한단계 상승합니다. USB 선재는 말레나 정도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 역시나 밸런스 출력보다는 언밸런스 출력이 낫습니다. 밸런스의 경우 볼륨이 약간 상승한다는 것 외에 장점이 없습니다. 음의 정숙성 면에서 언밸런스를 추천합니다.
- 헤드폰 단의 경우 지인에게 뮤피 V-CAN을 대여해 비청을 해보았으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헤드폰 분야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공이 못되는지라 평가를 보류합니다.
- 전원을 킨 상태에서는 프리 모드와 DAC 모드 전환이 불가합니다. 모드 전환 방법은 제품 전면 볼륨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후면 메인 스위치를 ON하면 전환할 수 있는 메뉴가 표기됩니다.
4. 마치며
사실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간편한 일입니다.
간단하게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디오쟁이들이 끊임없는 바꿈질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사용해보지 못한 기기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욕, 나아가 각자 추구하는 소리의 완성을 위한 열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DAC 바꿈질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체되어 과거로의 회귀가 미덕이 되어버린 타 파트에 비해 유일무이하게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파트가 바로 DAC이며, 현실적으로는 무겁기 짝이 없는 앰프, 스피커에 비해 간단하게 바꿈질을 할 수 있는 스마트함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디오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철학은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 고유영역과도 같지만, 개인적으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오디오 세팅방법을 한 가지 꼽자면 먼저 자신이 사용할 앰프와 스피커를 고른 후 DAC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전체적인 음색을 완성해가라는 것입니다.
스피커를 선택하므로써 전체 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은 80% 이상 정해집니다. 거기에 앰프는 그 스피커를 만족스럽게 구동시켜주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이제 남은 부분은 소스기가 책임져야 하며, 현재 주류가 되어버린 PC-FI에서 그 역활은 DAC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DAC에 있어 비동기 방식이니, 32/192이니 하는 스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스펙이 최우선 고려대상이라면 와디아나 마크의 구형 명기들이 왜 아직도 사랑을 받을까요?
어정쩡하게 스펙만 높은 DAC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DAC를 고르고, 거기에 추가로 필요하다면 DDC를 부착하여 DDC와 DAC 간의 케이블 매칭을 통해 또 한 하나의 세팅 포인트를 가져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입문자라면 다른 이의 의견이나 조언보다는 스스로 최대한 많은 DAC를 사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느 순간 평생을 함께 할 DAC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