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말에 코드 QBD76HD를 장만한 이후부터 이상하게도 고가의 오디오 기기를 접할 기회가 자주 생기네요 ^.^
이번에는, 어제 일요일 지인의 소개로 오디오하시는 분의 어느 댁에 방문해서 [Chord CPM 2800 인티앰프]로 무려 5시간 넘게 음악을 듣고 와서, 회원 여러분께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이미 조상현님께서 너무나도 자세히 알려주셨기 때문에, 저는 청음한 후의 소감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런데, 먼저 말씀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에 [HiFi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 음악의 감동은 오디오 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 에 대해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동안 들락거리면서 열심히도 읽었지만....... (댓글만요, 그것도 쭉 내려서 ㅋ)
그러나 와싸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써, 좋게 말해서 방관자인양, 나쁘게 말해서 비겁자인양 숨어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읽기를 중단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다시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구요 다만 이 자리를 빌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와싸다에 들어올 때마다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찜찜함이 해소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것이오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제 생각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간단하게 결론만 말씀드리면 -
1. 예전에 감동받은 적이 있는 음악은, 그 어떤 오디오 기기로 들어도 감동받을 수 있다.
아주 오래되고 고장까지 나 있는 오디오 기기에서 그 음악소리가 난다면, 그걸 인지한 청자는 감동받은 적이 있는 기억을 마음속에서 꺼내 다시 감동을 받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각 개인의 문제이지, 그러니까 오디오 기기가 비쌀 필요가 전혀 없다는 식의 접근은 논리적 오류 내지는 비약이다.
2. 이곳 와싸다는, 음악을 듣는 수단 중에 하나인 [오디오 기기]를 어떻게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의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 - 과정 - 을 공유하는 공간이지, 그 결과만을 주장하는 곳이 아니다.
이상입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코드 제품을 볼 때마다 [오디오 기기]라기보다 무슨 [공학 기기]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저만 그런가요? ^.^
어쨌든 뽀대만큼은 보시다시피 단단하게 생겼습니다. 탱크가 지나가도 끄떡없을 정도로 ^.^
흔히 ‘꼴값 한다’라는 말을 나쁜 뜻으로 쓰고 있지만, [코드 2800]으로 음악을 들어보니까 아주 나쁜 뜻만은 아닌 듯 싶네요 ^.^
주인장께서 작심하고 틀어주신 듯한 (?) 말러 2번 1악장 - 베이스의 현을 긁는 초저음 - 각 악기들의 위치의 선명함 - 그리고 악기소리들이 어우러져서 나오는 음장감 - - - 볼륨을 줄여서야 20여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정도로 !
근데 한가지 재미있었던 일은 -
주인장께서 대편성은 은계열 인터선으로, 보컬은 구리계열의 인터선으로 들려주시더군요.
안나 네트랩코부터 후지타 에미까지 - 특히 여성 보이스는 발군이었습니다. 마치 바로 옆에서 부르는 듯해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아무리 그래도 굳이 단점을 끄집어내자면, 볼륨을 높일수록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묵직하게 내려 퍼지는 음장감이 더 나오는 것으로 봐서 (부밍은 절대 아닙니다요 ^.^) 청취공간이 어느 정도 이상은 돼야, 코드 2800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겠구나하는 정도였습니다.
얼마전까지만 - 코드 QBD76HD 이전만 - 해도, 선재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가 천만원에도 못 미치는 오디오로 음악을 들어왔던 것과, 기기 하나가 천만원을 훌쩍 넘는 오디오로 듣는 차이점은 사실 딱 하나였습니다.
기십 기백대 오디오를 들으면서 항상 가지는 불만사항은 없어지고,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를 분석하려는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게 왜 이럴까? 생각해 보니까, 결국 기본이 탄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하기사 인티앰프의 끝자락에 모여있는, 천만원대의 인티앰프치고 기본이 부실한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요.......^.^
그리고 기본이 탄탄하니까 선재를 바꿔도, 선재의 재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약간 역설적이지만, 고가의 기기일수록 선택하기가 오히려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코드 2800]과 [매그넘 MD309]를 비교하자면 -
남성적인 파워 vs 여성적인 부드러움? 또는 신흥재벌의 패기 vs 전통재벌의 여유?
결국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면 되는.......
그래서 오디오의 길은, 답도 없고 끝도 없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듣는 자의 취향만이 남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본, 어제 오후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