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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는 골룸에게 손가락을 물어뜯긴다. 골룸은 반지를 움켜쥐고 용암 속으로 용해되고 반지도 사라진다. 그 뜨거운 물줄기는 폭발을 통해 사방으로 흐른다. 검은 탑 위의 거대한 눈은 언제나 반지를 향해 사방을 훑고 있다가 손가락에 끼워지는 순간 거대한 눈과 마주치고 그 거대한 눈은 접속된 지점을 향해 움직였지만...
반지는 골룸과 함께 사라졌다.
‘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반지를 통해 그 어떤 것을 경험했던 프로도의 말은 진정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오디오란 취미를 시작하면서 ‘소리 분석이 좋아서’ ‘음악의 통체가 좋아서’ ‘기계의 외관에 매료되어’ 등등 많은 각자의 동기로 진행되었지만..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와 재생되는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정보의 바다에서 저마다의 지향점을 향해 헤엄칩니다.
어떤이에게는 빛이 나던 반지도 시간이 지나 용암에 용해되어 사방으로 흘러가며 온 사방을 적십니다.
솔루션...
그것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사방에 널려진 지평이 되고 굳이 반지를 끼지 않더라도 사람은 ‘손을 끄덕’하는 범위에서 원하는 것이 재현되는, 재생되는 현장을 바야흐로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몇 일전 지인이 네모난 박스하나를 들고 방문을 했습니다.
랜선 한 다발과 노트북도 같이...
부산하게 공유기를 통해 이리저리 연결하고 인터케이블을 그 은색 박스에 꽂고 넓적한 무엇인가를 꺼냅니다.
타블렛?
애플에서 나온 넓적한 그것을 테이블에 놓고 음악을 플레이했다.
앨범 쟈겟이 이미지로 떠있고 그것을 손까딱 하면서 순차적으로 귀에 익은 곡들을 들려주었다.
1. PC-Fi? 혹은 PC를 기반으로 한 음악 감상에 매우 낙후된 환경
2. CDP와 턴테이블을 통해 음악 감상을 하는 보수성
3. 몸이 고되어도 시디와 엘피를 열심히 닦자
4. 튜닝을 통해 기기의 잠재력을 살려내자.
5. 내츄럴한 현장적 음악 재생을 지향하되 각자의 취향은 존중하자
6. 아날로그가 극한에 가면 오히려 섬세하고 쿨한 감도 있으며 CD재생이 극한으로 가면 역으로 따뜻한 감성도 끌어낼 수 있다. 개인의 몰입도가 있다면..
대략 위에 나열된 정체가 제가 음악재생을 하고 듣는 기본 골격입니다.
한편으로 타인들의 PC-Fi 혹은 멀티 플레이어, 네트웍 플레이어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성향도 있는데...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음질적인 측면에서’라는 기준을 들이대곤 했습니다.
지인이 들고 온 기기는 메리디안 MC200
저는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관계로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관심이 덜 갑니다.
다만, 편리함을 기반으로 구현되는 네트웤 플레이어가 최종적으로 검증되야 할 사운드의 질적 측면을 나름 객관적으로 검증해봐야 할 입장이기에 시디피를 여러모로 검증할 때와 같이 경우의 수를 염두하고 각자의 시스템의 대역을 추측하면서 일사분란하게 들어가면서 체크하는..
몸으로 뛰면서 바꾸어 가며 값을 산출하는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선입견 없이 즐기기로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마도 컴퓨터 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과 제 경험상, 의외로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이파이를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오디오를 하는 엔지니어의 얘기를 시금석 삼아 비용과 환경 등의 문제로 선듯 달려들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가격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식겁했습니다.
몇백만원짜리 ?
이렇게 조그마한 박스 하나가?
한편으로 초장에 절망한 것이 차라리 냉정한 판단을 위해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게 차라리 나은 것 같아 작심하고 테스트에 몰입했습니다.
‘제가 이것을 갖고 있는데 저는 괜찮은데 과연 이게 음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 ‘시스템 좀 빌리겠습니다’
타블렛을 손끝으로 움직이는 그는 매우 일사분란합니다.
선곡 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선곡하는 과정에는 앨범 재킷이 타블렛 위를 평탄하게 덮고 있습니다.
‘이.. 이것.. 편리성과 가독성이 대단하구나’
속으로 놀랐고,,, 한편으로 ‘그렇지만 편리보다는 구현되는 음악의 질이 진정한 퀄리티지’라고 생각하며 선곡리스트대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나윤선, 비틀즈, 안네소피 본 오토, 현악, 얼쓰 윈드 앤 파이어, 비틀즈, 아론네빌 안네소피무터바이올린 협주, 피아노 협주곡 등등 ....
첫 번에 청취했던 감흥은 하이파이쇼에서 들려지는 매끈하고 유려한 사운드의 전형이었고 개인적으로 호감이 덜 가는 ‘오디오적으로는 예쁜 소리지만 현장감의 공기가 부족한’그런 유형의 소리인지라 케이블들의 조합을 달리하고 제가 소유한 앰프가 경로에 따라 4가기 앰프의 유형에 근접한 속상을 블랜딩할 수 있기에 조합을 달리해 들어보았지만 대역폭의 변동과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트러블 없이 대체적으로 이쁜... 하지만 제 취향인 공간의 들숨날숨같은 환기감은 부족한....
‘이게 전부인가?’
‘글쎄 난 잘 모르겠지만 음악성이 관건인데 일반 하이파이 고가 시디피가 갖는 매끈한 개성이 보여서 나는 좀 별로인데 편의성을 생각하고, 음악적 취향을 생각하면.. 사람에 따라 그리 후회되지는 않을것 같은데?’
‘아 업 샘플링으로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러나 지인은 이미 업 샘플링 설정으로 플레이를 했고 역으로 샘플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봤습니다.
공기감의 느낌, 악기의 사실감, 깊이 내려가는 저역, 등등 원래 저의 시스템에서 느끼던 것과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장점이 묻어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메리디안 시디피의 소리가 이거였지’
‘오히려 업 샘플링은 음장감을 확장시키지만... 온전한 시스템에서는 손실이 있기에 업 샘플링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순수하게 받아서 플레이하면 만족할만한 음질이 구현되겠네’
편리라는것.. 그것에 원하는 퀄리티가 구현되면..
많은 갈등이 시작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살 능력이 없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몸을 굴려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메르디안 네트웍 플레이어는 반지가 다 녹아 용암으로 사방에 흐르는 지금에도, 누군가는 그 반지를 탐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비싼 가격’을 붙인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과연, 지금 다른 메이커에서 만들어 출시되는 네트웍 플레이어들이 100만원 미만으로 책정된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메르디안의 MC200은 편리성의 보편적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한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질적 측면을 따지는 저에게는 고가격의 시디 플레이어보다 지불할 비용이 있다면 이런 퀄리티의 음질이라면 오히려 이게 더 이득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저는 MC200 구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기에 흘러가는 용암을 한 숟가락 떠서 반지를 만들어볼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제 환경에서는 음악을 청취하기 위해 근방에 뮤지션들도 종종 방문하고 미술가들, 오디오 매니아 등등 때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들을 감수성으로 흡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디오 시연을 종종합니다.
한번 시연회를 할 경우 음반을 찾아서 목록대로 배열하고 음악이 끝나면 시디를 교체하고 그 시디들은 널부러져서 진빠진 상태에서 한숨을 쉬며 원래 제자리로 꼽습니다.
‘아 이렇게 양자를 다 갖춘 솔루션에 허무하게 마음이 동하는구나!!!’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그것을 평정하는 인내심을 다시 끄집어 냅니다.
저와 아직은 관계없는 세계로 떠나보내야 하는 ..
사족입니다만
‘선생님 이 기타는 싸구려 적층 합판으로 만들었어요!! 원목이 아니예요!!’
‘ 목재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합판 덩어리지만 좋은 악기를 만드는 사람은 그 특성을 악기적 용도로 활용하지, 웨하스 합판이 튜닝과 스트링의 두께가 맞으면 얼마나 서스테인이 길고 아름답게 나오는 줄 사람들은 모르지. 원목도 원목 나름이고 그게 기술이지 그거 알아? 기타리스트 아무개씨가 이태원에서 연주했던 기타가 합판이었어’
세태는 Fact와 Real, Ture를 유린하며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디오에서는 비싼 부품이 늘 좋은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규모에 합당한 선택과 그것을 결정짓는 음악성의 기준이 있을 뿐이겠지요. 그리고 기기의 성능을 위해 부단히 실험해 보는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인이 이제 갑니다. 노트북과 타블렛을 챙기고 랜선은 저에게 기부(?)하고..
반지를 프로도에게 돌려주는 샘의 손끝으로 네트웍 플레이어를 건네주었습니다^^
오디오에서는 보수에 가까운 저에게 솔루션의 진보와 네트웍 플레이어는 그렇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즐거운 한 주간 되시고 청취기는 청취기 일뿐입니다.
발로 뛰시면서 들어보시고 판단하실 수 있으시다면 그게 더 정확한 선택이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임 글 : 사용자 편의성에 대해서는 저에겐 사실 절실한 플레이어입니다.^^
일단 시디 천여장이 Flac파일로 저장되고 타블렛에서 자신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게 컨텐츠화할 수 있다는것에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즉, 메르디안이 이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최대한 골수 오디오매니아의 심리를 꿰뚫어 반발력까지도 무장해제시킬만큼 번잡스럽지않게 핵심만을 짚은 느낌이라고 에둘러 느낀 소감을 알려 드립니다.
어제 하이파이 게시판에 누가 청취기를 올려 달라는 요청이 있어 올려 드리기에 부족한 청취소감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