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로란 취미생활을 꽤 오래하면서 넓은 공간에서 스피커도 3-4대 앰프도 3-4대,
소스기기도 각각 2-3개씩 쭈욱 벌여놓고 사용해보고 또 마음에 드는 기기가 장터에 새롭게 눈에 띄면
호기심에 들여서 사용해보고 비교해보고... ^^
그러다가 APT로 이사 오면서 공간도 줄고 볼륨도 제대로 못올리는 상황이 되어
기기들 다 내치고 단촐하게 인티 하나에 스피커 2개 정도, 소스기기 각각 하나씩...
자금에 여유가 생기니 LP를 들이는데 풍족해지고. 다양한 연주를 들어보게 되고...
인티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기본적으로 이 정도의 소리는 내줘야 된다는
나의 기준치 한계선에서 꼽을만한 녀석들로 비교해보다가 어느 정도 정착한게 Rega Mira입니다.
힘 좋고 소리 땅땅 잘 울려준다는 100만원 이하대에서의 인티들도 들어보면
제일 아쉬운게 음의 잔영감, 뉴앙스 등등을 적절히 표현해주지 못하는 점이었습니다.
일제 70-80만원짜리들도 들여봤지만, 뽀대만 땡땡하고 무게만 나갔지 클래식을 듣기에는 여엉 부족한 것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LP 초반을 들어보면 현에서 송진가루 날리는듯한 잔영감들이, 관악기에선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불어대는 숨결의 농도에 따라 소리의 뽀송한 느낌들이 와닿는데 이걸 표현해주지 못하는 가격만 비싼 앰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잔영, 뉴앙스, 힘, 등등 소리에서 만족감을 제대로 주려면 한이 없고
적어도 앰프에만 중고가 200만원 이상은 투자해야 가능해지는데 그걸 50-60만원대 인티에게 바란다는게 무리이긴 하지만, 오디오쟁이들의 가장 보편적인 욕심이 투자한 비용대비 얼마나 좋은 소릴 내줄 수 있는지 ... 이기에.
Mira를 사용한지 거의 1년이 넘었는데도 항상 아캄 알파9을 꼭 Mira와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아서 알파9의 전신인 델타 90.2를 들여서 비교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엇그제 알파9의 바로 전신모델인 델타290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구해봤습니다.
괜한 짓거리인줄 알면서도 상급 앰프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뻘짓해왔던 세월이 무상하게
이제 다시 중급 앰프들에서도 서로 비교해보고 더 좋은 놈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에... ^^
Arcam은 A&R Cambridge사가 명칭을 줄여서 Arcam으로 하여 오디오기기의 명가에 오른 회사... !
초기에 A&R로 나온 인티앰프 중에 A60이 작으면서도 좋은 소리로 인정받았고
프리, 파워로는 C-200 B-200이 아주 잘 만든 기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Arcam에서 나오는 분리형 C-31, P-35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사용기를 써보려는 아캄 델타 290은 알파9의 전신이고 알파9은 요즘 나오는 FMJ A28의 전신이지요.
A28이 신품가 200만원대에 나오는 기기로 요즘 인티가격으로는 중상급임에 반하여
알파9은 중고가 45만원 정도에 거래되니 참 알뜰하게 좋은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다 싶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 나온 오디오기기들이 가격대가 상승하기 전의 발매가를 기준으로 되기에
중고가가 의외로 저렴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을 실하게 즐길 수 있는게 많더군요.
그런 연유로 알파9을 찾고 있던 중에 델타290을 들여봤습니다.
델타290은 델타 90.2에서 업글되어 1년만에 단종되고 바로 알파시리즈로 이름을 변경하여 알파9으로 나왔지만, 내부는 거의 변화된게 없는 기기이더군요.
1년만에 단종된 터라 알파9보다도 구하기가 힘든 기기이기도 하구요.
델타 90.2에 비해 TR이 캔TR에서 달라졌고 리모콘이 되고 기판도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포노단도 좋아졌고 포노기판은 별도로 장착, 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알파9과 같은 포노기판을 사용하고 전체 기판과 TR 등등 거의 비슷하네요.
75와트에 튼실한 트랜스로 앰프의 크기에 비해 힘이 아주 좋은 녀석입니다.
포노기판이 왼쪽에 세로로 세워져 있습니다.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포노보드의 사진입니다. (MM, MC 절환 스위치가 보드 가운데 중간에 있습니다.)
참고로 구글에서 빌려온 알파9의 내부사진입니다. (포노보드가 없네요)
그리고 A90의 내부사진입니다. (이것도 포노보드가 없습니다.)
어제 받아서 Mira와 비교해보면서 잠시 Test해봤지만 거의 큰 차이가 없습니다.
힘은 아캄 델타290이 쫌 더 좋고 섬세한 맛은 Rega Mira가 좀 더 좋은 정도...
스피커는 KEF 104/2인데 두 앰프 다 적절하게 울려줍니다.
Arcam 290이 힘이 더 좋아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반면
Rega Mira는 힘은 좀 딸리는 느낌이지만 유연함과 섬세함이 좋은 느낌입니다.
스윙글싱어즈 & 모던재즈쿼텟 ; 바흐 G선상 아리아.
모던재즈쿼텟의 비브라폰의 고음과 베이스의 저역이 잘 어울어져 테스트용으로 짱입니다.
거기에 스윙글싱어즈의 보컬합창이 음장감이나 전체적인 어울림을 평가하는데도 좋고요.
메인테마를 실로폰 (비브라)로 연주하는 고역대에서
아캄은 힘이 좋아 여유있게 울려주면서 고역에서의 잔향을 충분히 남겨주는 반면에
Rega는 좀더 맑은 느낌으로 단정하게 울려줍니다.
스윙글싱어즈의 보컬에선
Arcam이 단단하게 울려주면서 좀 딱딱한 느낌이지만 Rega는 유연하고도 울림이 좋네요.
포노단은 둘다 이 정도 가격의 인티급으로는 매우 좋은 편이며 궂이 손을 들어준다면
Rega Mira이지만, Arcam은 MM, MC 모두 된다는 점에서 MC증폭트랜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MM단에 오르토폰의 MCA76 승압포노앰프를 연결해서 비교해봤지만, MM단이 이 정도면
Arcam 290의 MC단도 꽤나 괜찮을 듯 싶습니다. 나중에 한번 ...
두 앰프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Rega는 볼륨단에 불빛이 있어서
청취석에서 리모콘으로 볼륨을 조절할 때 볼륨 증폭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데
Arcam은 멀리서 잘 안보이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Arcam 290은 스피커를 A+B 2조를 사용할 수 있고
스피커 단자 선택도 A,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있어서 바이앰핑 비슷한 효과도 가능...
Rega나 Arcam이나 이 정도 가격에서 실용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기기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만든 기기들이네요.
기판을 단일화하여 잘 설계하여 선재들을 이리저리 연결해 놓고 기판 여러개로 꽉 채운듯한
국산 인켈 9030이나 일제 앰프들에 비해 몸집이 작으면서도 소리가 더 좋을뿐만 아니라
고장율도 적으니 영제 앰프들의 실용성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사용기라기 보다는 기기 소개입니다.
오디오가 뽀대, 가격으로만 만족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으면서 요즘은 이런 알찬
기기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