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동안 무척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기기라서 부족하지만 나름의 시청평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스펙이나 기술적인 내용에는 제가 과문한 탓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스타일오디오와는 보통 이상의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테레오의 입문도 동사의 기기로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껏 구입했던 얼마 안 되는 신품인 페리도트에서 시작해서 HD1V와 루비1, 2에 이르기까지 토파즈 사이네쳐를 제외한 거의 전제품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스타일오디오의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종종 '괜찮은 디자인에 투입된 부속 대비 저렴한 가격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음질에 있어서는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지는 못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으로의 집중을 방해하는 컬러레이션 같은 단점들을 생각하면서 누군가에게 질문받았을 때 객관적인 성능으로 흠없이 '좋다'라고 추천하기에는 살짝 꺼려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일오디오의 기기들은 한때는 음악감상에 도움을 준 지대한 공헌자이자 동료였지만, 여러 경험이 생기고 조금씩 귀가 깨어날 시기를 즈음으로 차츰 기억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후에 동사 최상위 DAC의 출시 소식을 접했지만, 당시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고 뇌리에 오래 남아있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스타일오디오와의 재회는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오디오를 개비하기 위해서 궁리하던 도중에 소스에 별로 투자하지 않고서 일정 수준의 음질을 얻고 싶었지만 음악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릴 여유는 없었습니다. 습관처럼 들어가게 된 장터에서 오로지 호기심이라는 이유 때문에, 순수하게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실은 이전에 사용했던 메이커에 대한 연상작용으로, 작은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상대적이나마)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등한시할―그게 아니면 적어도 뒷전으로 미룰―정도로 하이파이에 집착하지 않았던, 기계들을 연결하고 흘러나오는 감동적인 음악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실물을 보고 느낀 첫인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Phone 단자가 사라져서 디자인적으로도 한층 개선되었고, 주관적으로 부피가 작아서 '오디오스'러운 태가 나지 않는 점을 제외하면 겉모습은 불만을 가질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사실 음질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소리만 나와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나마도 오래도록 사용할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사파이어를 기존의 오디오 기기에 연결하고 나서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물론 음질이 기대했던 것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지요. 색채감이 가득한 꽃이 피는 듯한 음색에 즐거웠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입체적인 스테이지를 구현하는 재능만큼은 가격대에서 일급에 속한다고 생각됩니다. 악기의 수가 늘어날 때에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속도는 약간 빠른 편으로, 힘이 넘치는 고음은 거ㅤㅊㅣㄻ이나 날카로움과는 다른 분류에 속합니다. 풍부하지만 과잉되지 않은 저음은 정확한 윤곽을 형성하고, 교향악의 오케스트라의 저현에서는 세밀한 해상도가 느껴졌습니다. 루비를 처분하게 했던 결정적인 이유인 과장된 고음역의 착색과 깊이 없이 밍밍한 중역의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시종일관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사파이어는 가격 대비 성능이 무척 뛰어난 DAC입니다. DACMAGIC과 비교하면 대역이 넓지만 유연성이 부족한 등으로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원 극성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음색이 고와지기도 한 반면 저음의 임팩트가 줄고 페이스가 나빠졌습니다. 옵티컬 입력으로 사용하다가 코엑시얼로 바꿔도 보았는데, 이때 소리가 한 단계 다른 차원이 됐습니다. 음의 두께가 다소 얇은 듯했던 인상이 깨끗이 사라지고 명석하고 윤기가 감도는 음으로 변모됩니다. 이전―광입력일 때―의 대역 발란스에 특별히 손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가격표를 떠올리면 납득이 되지만 아쉽게도 남아있었던 2퍼센트의 부족이 해결된 것이라고 하면 맞을 듯싶습니다. DAC 구입을 고려하고 계신 분께는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