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케이블편
오디오에서 케이블이라 하면 인터컨넥터, 스피커케이블, 파워케이블...
좀 더 나가면 바이와이어링 단자끼리 연결하는 케이블, 스피커 내부 배선재, 바인딩포스트도 케이블의 개념에 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케이블은 그 중요도에 대한 인식 정도가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물론 소스기기나 앰프 보다는 그 영향이 적다는 것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지만...
따라서, 케이블 만큼 중요도가 어느정도인가와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지 헤깔리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케이블이 바뀌면 소리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제 경험을 얘기해 봅니다.
- 음결을 굵게 만들거나 아니면 가늘게 만든다.
- 음을 전체적으로 풀어주거나 아니면 조인다.
- 저음을 느슨하면서 풍성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단단하면서 날씬하게 만든다.
- 고음을 가늘고 연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굵고 경질로 만든다.
- 음의 입자감을 굵게 하여 질감적이게 만들거나 아니면 입자감을 미세하게 하여 매끈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와 재질의 케이블이 어떤 소리성향을 나타낼까요...
- 케이블이 굵을 수록 음결도 굵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굵을 수록 밸런스가 저역쪽으로 내려오고 가늘 수록 밸런스가 고역쪽으로 올라갑니다.
- 단심선의 고음은 굵고 선명하나 딱딱한 경향이 있고, 연심선의 고음은 가늘고 부드러우나 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케이블을 꼬을 수록 저역이 단단해지고 날씬해지며 음결이 매끈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OFC는 음색이 시원하고 고역이 굵으나, 자칫 고역이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 OCC는 음색이 차분하고 고역이 가늘면서 섬세하나, 자칫 고역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 은선은 고역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케이블로 인한 소리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리변화가 과연 음질의 향상인지(a), 아니면 그냥 음색적인 변화인지(b)가 문제로,
만약 그냥 음색적인 변화 뿐이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미가 있는지에 대하여 물음표가 생깁니다.
음질을 향상시킨다면 그것은 소리신호를 손실없이 전달하는 능력이 그 지표일 것이며,
이에는 재질의 순도와 차폐 성능, 그리고 기타 손실없는 신호전달을 위하여 적용한 기술이 핵심일진데...
과연 케이블만 신호를 손실없이 전달하게 하는 것이 신호전달 경로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CD에 담긴 소리는 스피커 유닛까지 흘러나올 때 까지 수많은 소리경로를 지나게 됩니다.
CDP의 PCB동판 및 내부배선재 -> 인터컨넥터 -> 앰프의 PCB동판 및 내부배선재 -> 스피커케이블 -> 스피커의 네트워크 -> 스피커 내부배선재 -> 유닛
이 중,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은 불과 한 두 개의 인터컨넥터와 스피커케이블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신호경로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나 스픽케이블보다 훨씬 가는 게이지에 OFC도 아닌 일반 동을 사용한 PCB동판 및 주석도금된 내부배선재를 거치며, 스피커 네트워크의 경우 코일이 들어가는데 OFC도 아닌 재생동 등을 사용한 이 코일은 그 길이만도 수십미터가 됩니다. 그리고 스피커 내부 배선재는 일반OFC 또는 주석도금선을 사용합니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콘덴서들을 거치면서 소리신호는 무수한 손실과 왜곡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수 미터 길이에 불과한 인터컨넥터와 스피커케이블 선재를 최고급으로 사용한들, 그것이 음의 순도에 몇 % 만큼이나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소리는 수 많은 손실과 왜곡을 거친 뒤 앰프를 나오게 되는데, 그나마 이를 잘 담아서 손실없이 스피커까지 전달을 해 준다 해도, 스피커 내부에 이미 흙구정물이 담겨있는데,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외산 스피커도 뜯어보면 사용한 선재와 컨넥터들은 가관입니다.
불과 미터당 몇백원 하지 않는 주석도금선에, 컨넥터들은 몇십원 수준의 허접한 것에 불과하지만,
겉에 보이는 바인딩포스트만은 금도금에 WBT 어쩌구 하는 상당히 고급 제품을 달아 놓습니다.
'이게 얼마짜리 스피커이고 바인딩포스트가 이리 고급인데, 내가 이에 걸맞는 케이블을 걸어주어야 소리가 제대로 나겠지....'
나기는 개뿔, 사실 소리는 스피커케이블보다 오히려 스피커 내부배선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말입니다...
케이블을 수십만원을 들여 비싼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보다, 네트워크의 코일 두개를 2-3만원 들여 좋은 것으로 교체하는 것의 효과가 훨씬 큽니다.
따라서, 전 케이블은 음의 순도 보존(a) 보다는 일종의 필터와 같은 역할(b)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케이블은 길이가 길어질 수록 직류저항이 높아져 댐핑팩터가 저하되므로, 직류저항을 낮추려면 굵을 수록 좋은데, 너무 굵으면 음결이 굵어지고 밸런스가 저역으로 치우치므로, 너무 굵지는 않은, 적당한 굵기로 하고, 다만 길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며,
그 재질은 순도면에서 일반 OFC 이상급이면 된다고 보며,
단심선 보다는 연심선이 음색적인 면에서 무난하며,
기본적인 차폐가 되어있는 케이블이라면 모자랄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 외에에는 음색 튜닝을 위한 필터 개념으로 이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케이블로 인한 소리변화는 소스기기나 앰프로 인한 소리변화보다 작으므로, 케이블은 다른 기기간의 매칭이 완료되고 난 후에, 1% 정도 아쉬울 때의 미세튜닝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지, 케이블로 안나오는 저역을 풍성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나, 쏟아지는 고역을 잠재워보겠다는 시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케이블은 고유의 개성이 적은 것을 사용해야, 다른 기기들의 소리를 판단하고 매칭하는 데에 불필요한 변수로 작용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되도록 보편적이지 않은 재질이나 형태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케이블에 너무 많은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고, 케이블에의 투자는 시스템 전체 가격의 대략 5% 정도이면 적당하고 많아야 10%이지, 그 이상 투자할 바에는 차라리 기기를 교체하는 쪽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재 끝입니다. 부족한 면도 많았겠지만 그저 입문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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