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사용기 보다는 밤에 LP를 듣다가 혼자 씨부렁 거리면서 쓴 글입니다.
오디오 메인을 LP로 가고자 올 여름에 Pc-Fi를 몽땅 처분을 했다.
매킨토시 컴퓨터와 찰떡궁합인 아포지 미니댁을 내보내는게 마냥 아쉬웠지만 LP에
대한 도전을 내칠수가 없었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보낼수 밖에
없었다.
LP에 대한 도전은 5번째이다.
80년대 중후반 테크닉스 턴테이블과 마란츠 리시버앰프 그리고 JBL L시리즈 스피커
조합은 유행처럼 번졌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나는 오디오 보다 음악에만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LP를 사 모으는것만 취미였고 당시의 오디오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전자상가에 가서 슈어 바늘을 사오는일 이었다. 그게 진짜 미국산인지 모조품인지
모르겠으나 부러진 바늘을 대신할 새로운 바늘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기뻤다.
그런데 본인이 LP를 즐겨 듣던때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생 였을때 이다.
아마 보니엠의 선풍적인 인기가 한국에 상륙하여 하였을 때 였을것 이다.
방과후 턴테이블 앞에 앉아 음반을 걸고 초등학생 머리에는 벅차 보이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즐기는게 일상이었다. 이런 일상을 보낼수 있었던 것 은 사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아버지가 오디오를 좋아 하셨기 때문
내 기억에는 없지만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전기 기술자로 일을 하셨다. 진공관 앰프를
직접 만드셨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화이트 노이즈를 잡기 위해 밤새 스피커 유닛에
귀를 바짝대고 앰프 튜닝을 하셨다고 어머니는 회고를 하신다.
지금의 아버지는 약간의 치매를 앓고 거동이 불표하신 노인이시지만 당시에 만드셨던
앰프의 진공관 튜브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 술술 읊으신다.
그리고 또하나 내가 어렸을때 LP를 즐겨 들을수 있었던 영향으로 아버지 집안에서
LP가계를 하셨기 때문이다. 하하
당시 광주에서 아주 유명한 가계였는데 지금은 없어졌다..LP를 듣다 CD라는 매체가
대중화 되고 집 이사를 하면서 집에 있는 LP 수백장을 모두 버렸고 오디오 또한
JVC콤포넌트가 그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초년부터 청소년 시절의 LP는 접게 된다.
세월은 흘러..흘러 2003년 부터 본격적으로 나만의 오디오를 시작하게 되었고 LP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번째 LP도전
듀얼인티 앰프와 뮤지컬피넬리티 신포니아 리미티드 프리 파워에 듀얼 턴테이블을 걸었다.
듀얼604로 기억을 하는데 옛날에 듣던 LP 소리를 찾을수 없었다. 카트리지 때문인지
좌우 밸런스도 맞지 않았고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한쪽 엉덩이가 함몰된? 비키니 입은 글래머 여인을 봤다고 해야 하나..
괜히 시작을 했나 싶어 근거리 지역분에게 턴테이블을 얼마 안되어 넘겨 버렸다.
당시 모니터오디오 S1 북쉘프 스피커를 사용 했었음
두번째 LP도전
기왕이면 뽀대도 한번 내보자 하고 듀얼골든 턴테이블이 눈에 꽂혀 샵에 한걸음에
달려가 가져왔던 기억이 난다.
한데 두전째 도전도 실패다. 스레숄드 10HE/HL 프리와 동사의 SA4/E 파워 그리고
캠브리지오디오 540p 포노앰프 였는데 대실망을 안겨 주었다. 넬슨패스가 직접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명기라고 하는 스레숄드의 앰프빨이 않먹어 주는것이다.
존재감 없는 포노앰프 소리가 너무 가늘고 힘이 없었다. 스피커 때문일까?
펜오디오 카리스마 카라인데
세번째 LP도전
펜오디오 카리스마 카라에 매료가 되어 톨보이 일체형인 세레나데로 업그레이드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인티앰프중에 베스트에 꼽히는 제프롤랜드 콘센트라를 들이게 된다. 그것도
국내 출시 당시에 150만원 상당했던 화투짝 만한 포노모듈 2개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때는 꼭 LP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사실 없었다.
그냥 심심한데 턴테이블이나 물려볼까 하고 장터에서 고물처럼 보이는 텔레풍켄을
아주 저렴한 값 4만원에 택배로 받아서 설치를 했는데...
그런데 앗 이럴수가..바로 이소리야.... 아니 스피커도 현대적인 성향에 앰프 또한
그러는데 외관이 허접한 텔레풍켄 하나 붙였을 뿐인데..
어떻게 80년 LP전성기때 들을수 있었던 풍만한 아날로그 소리가 나올수 있지?
나를 혼란 스럽게 만들었다.
포노모듈이 좋아서 였을까? 역시 하이엔드 포노앰프는 먹어 주는구나 하는 생각...
턴테이블은 아주 허접하게 보이는데..이때 고정관념이 흔들렸다.역시 턴테이블은
그시대를 풍미했던 제품들이 좋구나 포노앰프도 좋아야 겠고
요즘 나오는 값비싸고 멋져 보이는 턴테이블은 큰 의미가 없네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것 이다. 그러나 빈곤한 LP판들 그리고 눈에 자꾸 거슬리는 너무나
외모가 후덜덜한 턴테이블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이별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네번째 LP도전
일단 친인척들에게 집에서 썩고 있는 LP를 죄다 긁어 모았다. 그래봤자 몇장 되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지방에서 서울에 휴가차 놀러온 김에 턴테이블 하나 사자고 마음을 먹고 오디오샵에 들려
토렌스 295mkV를 덥썩 싸들고 와서 차에 실었다. 그리고 집에와서 프로젝트오디오SE 포노(MC/MM)앰프를 중고로 들이고
데논 103 MC카트리지도 하나 사고 LP랙까지 새로 들였다. 크렐 KCT프리와 크렐 300cx 지금의 하베스모니터40 스피커에 붙인다..
생각보다 실망이다. 내가 턴테이블 조작을 잘 못 해서 그러나 이것 저것 만져보고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오디오테크니카 MM 카트릿지랑 번갈아 끼워서 테스트를 해보지만 내가 찾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 이리 김빠진 소리가 나는지
얼마간 서로 씨름을 하다가 더이상 LP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LP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처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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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이제는 Pc-Fi 시대이다.
물론 태광오너,익스포져,프라이메어,아캄,오디오노트,크렐등의 CDP를 사용했지만 Pc-Fi를 접하자
CDP가 무슨 필요 하고 매킨토시PC 를 베이스로 하여 갖고 있는 CD 리핑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NAS도 HP마이크로 서버를 한대 구입해서 구축을 하고 음원을 하나 둘 저장을 하고 앰프를 바꿔가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리모트 조절 하는게 편리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편리함 뒤에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 버렸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었다. LP는 포기를 했고
CD로 잘듣다가 Pc-Fi를 하면서 무엇을 잃은것 일까? Pc-Fi가 분명 편하고 음질도 괜찮긴 한데..음악을 깊이 있게
듣는 맛과 멋을 잃어 버린것 이다. 지인들에게도 이제 CD 시대는 끝났다..Pc-Fi를 경배하라 할 정도로 광고를 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옛 첫사랑이 떠오른 것 일까?
몇해전 모 통신사 TV광고가 생각이 난다. 문자 메시지를 없애주세요 다시 연인들이 편지를 쓸수 있도록 맞나? 확실치 모르겠지만..
바로 그것이다. 리핑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음원을 다운 받고 USB나 하드디스크라는 매체에 저장을 하고 듣고 싶을때 언제라도 들을수 있는
편리한 세상 그러나 옛날처럼 듣고 싶은 음반이 있을때 돈을 모아 레코드 가계로 달려갔던 재미와 신혼 첫날밤 신부의 쪽두리 벗기듯?
암을 레코드위에 살포시 조심스럽게 얹는 순간의 기쁨 그리고 판 한쪽이 다 돌아갈때까지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애잔한 소리를 나는 다시
찾고 싶었던 것 이다. 그렇게 나는 LP를 다시 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지금 5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VPI Scout, 데논 DL-160 , 해외에서 포노단이 좋다는 평이 있는 오디오이노베이션 S200 프리
그리고 쿼드606mk2로 말이다.
2011년 11월 9일 야심한 밤 국화차 한잔에 취하고 LP소리에 취해 끄적이는 헛소리...
들을만한 LP 판떼기가 너무 부족하다..잠자고 있는 클래식 LP 나에게 좀 버리시라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