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놀라운 경험이네요.
요즘은 하도 비싸고 좋은 기기들만 자랑스레 추천되는 추세라 30만원 전후대의
스핔을 사용기에 올리는게 조금 초라한 느낌이지만,
기기의 가격을 떠나서 참 좋은 소리를 내주는 녀석들이 있는듯 합니다.
보통 중고가 20-30만원대에서 하도 좋다고들 하여 호기심에 구해보면,
그래 그 가격에 그렇지... 하고 실망하는게 95% 이상이고
아무리 그래도 50만원대는 가야 좀 쓸만한 것들이 가끔 보이죠.
제가 사용해본 기기중 50만원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북셀프가
KEF 레퍼런스 102, Linn Kan 5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셀프 보다 조금 큰 중에는 셀레스천 디톤44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셀레스천 SL-6도 좋은데 해상력에서 약간 퍼지는 느낌으로 최고순위에선 떨어지고
예전에 45만원 정도면 구했는데 요즘은 하도 가격이 올라가서... ^^
로이드신트라도 저음이 좋아 첼로 등등에선 좋긴한데 전체적인 균형감에선 역시 위의
Linn Kan5와 KEF 102 보단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만에 30만원대에서 꽤 괜찮은 녀석을 발견했네요.
물론 어디까지나 가격대비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
딸아이 방에서 몇차례 까이고 떨어지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잘 버텨왔던
탄노이 System2(DMT시리즈 막내)를 바꿔주려고 구입한 B&W VM1... !
뭐 AV용으로 출시되었고 모양새가 일단 스피커답지 않아서 별 기대를 안하고 구입했습니다.
KEF 2005 위성스피커들 보다는 좀더 좋은 소리가 나지 않겠나 ...
길쭉한 모양새가 딸아이의 좁은 책상 위에서 공간을 좀 덜 차지하겠지...
빅뱅 등등 가요나부랭이나 듣는 딸아이에겐 과분하지 ... 하면서...
(하긴 요즘 들어 쬐금 변화가 보이긴 하네요. 나가수에 필이 꽂쳐 YB, 김연우, 자우림 등등을 무척 좋아하지만, 아직도 클래식엔 거부감이 많네요.)
늘 그러하듯이 일단 내 방의 시스템에서 한번 제대로 울려본 뒤에 넘겨주는 정례행사...
일단 Rega Mira인티앰프에 물려봤습니다.
스피커 케이블은 MIT 최고급형 중 하나인 CVT로 물려주어 호강도 시켜보고...
저음이 75Hz까지라고 하여 저음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4평 안팎 정도의 내 방에서 저 작은 스피커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ㅎㅎㅎ !
요즘 나오는 동사의 Zepplin과 같은 유닛이란 소문이 사실인지... ?
높이 45-50cm 정도, 안에 중저역 우퍼는 한 4~3인치나 될까... ?
꽤나 괜찮은 소리에 청감의 집중도가 더해지면서 Linn Kan5의 느낌까지도...
처음에 토인을 안 맞추고 브람스피협2번 (에밀길렐스, 프리츠 라이너)를 들으니
약간의 산만한 느낌과 음장이 또렷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1악장을 다 들어가면서...
음색과 해상력 등등 모두 좋은데 역시 산만한 느낌과 음장의 정확함에선 떨어지는구나...
그러다 언뜻...
아무리 저가형이라 그래도 B&W인데 토인은 한번 맞춰줘봐야지...
토인을 제대로 맞춰줘보니...
아... !
음장이 아주 또렷해지면서 브람스 2악장에서의 첼로 음색과 관현악, 피아노의 아름다움이 잘 살아난다.
이 스피커는 특히 토인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음장 정확도 차이가 많이 나네요.
마일즈데이비즈의 Sketch of spain 을 걸어본다.
음 ~ 아랑푸에즈를 이 정도로까지... ^^, 입이 절로 째진다...
LP에서 나오는 그 농염하고 다소 거친듯한 뉴앙스까지 완벽하게 살리진 못하지만...
이 스피커에 그걸 기대한다면 그건 좀 심한거 아니겠는가 ... ?
이 정도 만으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피아노를 틀어보았다.
우선 오랫만에 바흐 골든베르그변주 (굴드 81년 녹음)을 틀어봤다.
깨끗하고 맑은 울림이다. KEF만큼의 쫀득한 소리까진 아니지만, 아주 경쾌하다.
통의 울림도 좋다.
관현약의 울림은 어떨지... 일단 협주곡을 틀어본다.
베토벤 바협 2악장 (이작펄만, 쥴리니, 시카고심포니 EMI초반)을 올려본다.
초반이고 디지털녹음이라 해상도가 아주 좋아서 테스팅 시 종종 올려본다.
초반부의 울림이 아주 좋다. 이 가격에, 이 몸매에 고급 스피커의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관현악 각각의 해상도도 아주 좋다. 뒷 배경으로 함께 울려나는 공간감도 좋다
바이올린 음색도 아주 좋다. 고역이 좋은데 결코 뜨거나 날카롭지 않다.
이작펄만의 약간 속도감 있는 당시 젊은 혈기에 찬 보잉의 느낌과 뉴앙스를 잘 불러낸다.
내친김에 1악장도 들어본다. 사실 1악장 초반부의 총주의 울립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1악장은 건너뛰고 2악장부터 들었는데 이 정도면 1악장도 기대해볼만한듯...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저 작고 날씬한 몸매에서 이런 울림을 내주다니...
이제 약간 맛이 갓다. 이 스피커에 빠지기 시작한거다.
뭐 하나가 좋아보이기 시작하면 눈에 뭐가 씌워 다 예뻐보인다.
이젠 그 모양새, 디자인까지 다 좋아보인다. ^^
보컬을 틀어본다.
에바캐시디의 Live 음반 중 Tall trees in Georgia , What a wonderful world...
고역은 물론 좋은데 중역대에서 뭔가 약간 허전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해상력이 좋아서 좋긴한데 중역의 뉴앙스가 약간 부족하다.
그리고 노래 후, 박수 소리의 음장감이 완벽하지 못한듯 하다.
중역대가 두툼했던 KEF를 오래 들어서일까...? 아직 에이징이 덜 되어서일까 ...?
중역대에서의 약간의 허전함만 아니면 이 가격대에선 거의 만점을 주고 싶은...
물론, 이 스피커에게 그거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임을 잘 안다.
하지만, Eva Cassidy의 음색의 결정을 KEF 107을 통해 익숙해졌던 나인지라,
그녀의 그 밝은 듯하면서 맑고 두터운 음색의 끝을 경험한 터라 괜한 까탈을 부려본다.
내가 이 작은 녀석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 하면서 살포시 웃음이 난다.
2Way에서 중역대까지 커버해주는 놈을 찾으려면 100만원 이상은 족히 들어가야...
나의 메인까지 범접할 정도는 물론 아니지만 그동안 사용해봤던 서브들 수준에 가까운 소리를 ...
특히, 고역대에서의 말끔하고 이 가격대에선 기대할 수 없는 고급스런 소릴 내줍니다.
고역대에서 이 정도 좋은 소리 내주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기특해하면서
웬지, 딸아이 방으로 내주기가 아까워진다.
오디오쟁이 아빠의 과도한 욕심이지 어차피 딸아이 방에 가면 이리 깨이고 저리 깨이고...
제 대우를 못 받을텐데... 탄노이 시스템2를 좀더 쓰라고 해야겠다.
메인은 아니지만 서브로서 자기 몸값의 2-3배 역할을 해내는 그 기특함을 좀더 즐겨보고 싶은...
요즘, 나라 꼬라지에 울화가 치밀어 음악을 전처럼 깊이 빠져들어 듣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가끔씩 이런 기특한 녀석들 때문에 메인의 바꿈이 없이도 음악(?)에 집중해보네요.
결론은 3평 전후의 공간대에서는 우퍼가 없어도 어느 정도까지 잘 커버합니다.
공간이 좀 커지면 아무래도 괜찮은 우퍼 하나 플러스 하여 공간감을 살려줘야 할듯...
전체적으로 예전에 참 좋게 들었던 셀레스천 디톤44를 연상시키는 음색과 음장...
하지만 고역의 해상력과 상쾌함, 명료한 음장감은 더 좋은듯...
저음의 깊은 맛은 아무래도 디톤44보다는 조금 못하겠지만 이 정도면
둘이 나란히 세워두고 스피커케이블 바꿔가며 맞짱을 떠봐도...
저렴한 스피커라고 천대하지 않고 중급 이상 앰프와 케이블들 물려주면 충성을 다할 스피커로 보입니다.
요즘 메인으로 사용하시는 스피커들이 하도 고급화, 고가화 되는 추세라
중고가 30만원 전후대의 이 스피커를 메인으로 사용하라 추천하기엔 좀 뭐하지만...
책상 위에서 좀더 좋은 소리를 듣기에 공간도 덜 차지하고 아주 알맞은...
거실에서 AV로 공간을 덜 차지하고 소리도 제법 내주는 역할의 녀석으로도 아주 알맞은...
5.1채널을 하시는 분들께 괜찮은 리어로서도 추천하고픈...
이런저런 기기들을 호기심에 꽤 많이 들어보지만 웬만해선 사용기를 잘 안올리는데
가격대비 참 좋게 생각되는 것들은 그 고마움에 사용기를 올려줘봅니다.
기회가 되면 동급의 M1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비슷하겠지만서도...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런데 역시 B&W인지라 모양의 마감새 등등이 매우 좋습니다.
거실에서도 우퍼를 동반하면 꽤 괜찮은 AV스피커로서의 역할을 해줄듯 합니다.
또 메인을 자주 바꾸시는 분들은 자리 많이 차지 안하니 뒤에 두었다가
메인 출타중에 그리 떨어지지 않는 음질로 허전한 공간을 메꿔주는 역할로도 좋을듯...
사진이 몇장 안되어 저와 함께 음악을 즐겨 듣는 저희 집 귀염둥이 사진도 올려봅니다.
언니가 피아노 칠 때, 뭐가 좋은지 항상 저러고 있답니다.
물론 아빠가 음악 들을 때도 ... ㅎㅎㅎ
EMI 콜럼비아의 로고 니퍼의 전설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