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PC-Fi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몇개월된 입문자의 시각에서 프리앰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프리앰프 기변을 단행하면서 느낀 점들이 저와 같은 입문자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하여 짧게나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 감정에 충실하면서 적은 다분히 주관적인 글이니 재미로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2. 프리앰프의 입문
프리앰프는 무엇에 쓰는 기기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각종 포탈사이트에서의 검색이나 고수분들께 양보하겠습니다. 입문자 처지에 전문용어와 원리도 잘 모르는 상황에 이것 저것 자료를 검색취합하여 마치 무엇인가 많이 아는 것처럼 글을 쓴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며 그럴 의욕도 흥미도 없습니다.
저는 요즘도 제 오디오스승님께 마치 초등학생처럼 질문을 합니다. "형님 신호대잡음비는 무슨 의미가 있나요?" "형님 채널분리도가 100db 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오디오에 대한 기본용어와 원리에 대한 기초가 없다보니 질문의 수준이 이렇습니다.
음악을 좀 더 깊이있게 들어보겠다고 시작한 PC-Fi 구성에서 선택한 앰프는 인티앰프였습니다. 분리형 앰프는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고 좀 더 비싸서 인티앰프가 손쉬운 선택이었습니다.
제 첫 인티앰프는 데논 PMA-1510AE 입니다. 이후 10여 종의 인티앰프를 사용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구매한 제 첫 분리형 앰프가 바로 카운터포인트 솔리드 M8 & M1 입니다.
카운터포인트는 진공관앰프로 유명했던 회사이기에 장터에서 주로 거래되는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진공관을 사용한 앰프들입니다.
카운터포인트 솔리드 M8(프리) & M1(파워/ 8옴 100W+100W) 은 순수 TR앰프로 그 누가 추천을 해주지도 않았고 검색을 해도 거래기록도 거의 없으며 사용기조차 없는 제품이었습니다만 무엇에 홀린 듯 16년정도 사용해온 1차구매자 분으로부터 양도를 받아서 치약신공으로 깨끗하게 노브등을 닦아서 기쁘게 사용을 했습니다.
M8과 M1의 프리&파워 조합으로 다수의 스피커들을 사용해봤습니다.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음색에 구동력도 괜찮아서 왠만한 북셀프는 그 성능을 상당히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M8 & M1 조합으로 제 소리를 내지 않는 북셀프들(다인25주년이나 ATC 20SL MK2)을 접하게 되면서 앰프의 업그레이드를 고민을 했습니다. 프리와 파워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둘 중에 하나를 정해서 교체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초보의 시각으로는 당연하겠지만 파워앰프를 대형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다인25주년의 저역을 잘 내려면 고출력의 파워앰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오디오스승님이 현재의 M1 파워앰프가 출력이 나쁘지 않으니 우선적으로 프리앰프를 바꾸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초보의 생각에는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라면 출충한 출력의 파워앰프가 우선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오디오를 오래 해오신 분들의 시각은 다르더군요. 저역은 파워앰프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리앰프의 영향이 더 크다는 조언이었습니다.
프리를 먼저 바꾸는게 좋다는 의견과 파워를 먼저 바꾸는게 좋다는 의견에서 저는 프리를 먼저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좋은 파워앰프는 많은 종류가 있으나 프리앰프는 명기라고 부를만한 기기들의 종류가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그 가격대가 제 예산을 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선정한 프리앰프는 마크레빈슨 26/26s, 스펙트럴 DMC 10/12/20 등인데 중고로 구하기가 쉽지않을 뿐더러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프리앰프를 찾다가 파워앰프을 먼저 교체하게 되었고 그 기기가 현재 사용 중인 마크레빈슨 23.5 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카운터포인트 프리앰프인 M8에 마크 23.5를 조합해서 다인25주년을 사용했습니다. 급수가 몇단계 차이나는 파워앰프등급의 업글 덕분에 다인25주년의 8인치 우퍼의 울림이 달라지게 되니 파워앰프 교체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파워앰프를 바꾸고 나니 욕심이 나더군요. 조급한 마음이 생깁니다. 23.5에 어울린만한 프리앰프를 조합하고 싶은 마음이 요동치더군요. "형님 이 프리는 어떤가요?" 이 질문을 몇번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고싶은 프리앰프는 넘 고가이고 파워앰프를 바꾼지 얼마안되어 총알은 한계가 있고..장터에 나온 마크 26S를 사고 싶은데 예산을 초과하고..
그러다가 현재 사용 중인 카운터포인터의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SA-5000R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업체를 통해 구매해서 약간 비싸게 주고 구매를 했으나 상태가 참 좋아서 만족했습니다.
애초에 목표했던 프리앰프는 아니지만 스승님이 이 가격대에서는 상당히 좋다고 해주셔서 선택한 카운터포인트 SA-5000R로 프리앰프를 교체하니 소리의 변화가 크게 다가옵니다.
우선 저역의 울림의 깊이와 단단함에서 기존의 M8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와..프리앰프의 교체에 음색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저역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리고 진공관을 좀 더 좋은 것들로 바꾸면 소리가 좀 더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고음이 될 것이라는 얘기에 스승님께 부탁을 해서 진공관도 포노단 2개를 제외한 5개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SA-5000R은 오른쪽의 약간의 험 때문에 전원부의 콘덴서 6개를 교체했습니다. 아무래도 20년 가까운 나이를 먹은 앰프이기 때문에 콘덴서의 수명이 거의 다했더군요. 전원부의 콘덴서를 스승님이 직접 교체해주시는데 장장4시간넘게 걸렸습니다. 저는 옆에서 거들면서 보기만 했는데도 힘들더군요. ( 형님 감사드립니다!)
기존에 껴있던 러시아산 관 5개를 빼내고 버글보이2개, 텔레풍켄2개, RCA Long Plate 1개로 바꾸었습니다. 한층 유연하고 고역이 부드러워지며 음색이 투명해졌습니다. 역시 진공관앰프는 관의 등급과 품질에 따라 음질수준이 많이 바뀌네요..
전원부의 콘덴서를 바꾸고 진공관을 좋은 것들로 바꾼 제 소중한 프리앰프 SA-5000R 을 아끼고 오래사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던 중..문제가 발생했습니다...쿠구궁..제 마음을 뒤흔든 사건이...아래의 비청기로 이어집니다.
3. 중상급 프리앰프 3종 비청기
간만에 스승님인 형님댁에 갔습니다. 형님의 오디오방에는 2세트의 오디오가 있습니다.
첫째는 메인시스템으로 빈티지입니다. 웨스턴스피커(자작/인클로저가 대리석인 것이 놀람)에 가락프리앰프에 진공관모노파워 구성입니다. 턴테이블은 2천만원대 제품인데 제가 들어도 들어도 잊어서 이름을 기억을 못합니다. LP와 PC-Fi를 함께 하시기에 DAC은 코드 QBD76HD 입니다.
둘째는 서브시스템으로 하이엔드입니다. 와트퍼피5.1에 스펙트랄 DMC-30 프리앰프에 파워앰프는 마크레빈슨 20.5 2덩이입니다. 형님 댁에 여러 번 갔지만 서브시스템은 딱 한번 들어봤습니다. 아..하이엔드의 완벽함이 여기에 있구나..라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메인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형님 이 곡 좀 틀어주세요 하면서 즐겁게 음악을 들으면서 점점 빈티지소리에 익숙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형님의 설명으로는 일반적인 빈티지 세팅이 아니고 하이엔드 성향을 넣은 세팅이라 일반적인 빈티지 소리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형님께 부탁들 드렸습니다. "형님 스펙트랄 DMC-30 좀 빌려주세요. 제 SA-5000R과 비청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무나"
스펙트랄 DMC-30은 신품가 1400만원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중고가로 1천만원미만의 프리앰프에서는 최고수준의 기기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제 오디오 기기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스피커 : 다인오디오 컨투어 S 5.4
프리앰프 : 카운터포인트 SA-5000R / 마란츠 sc-7s2
파워앰프 : 마크레빈슨 23.5
DAC : 네임 DAC
스펙트럴 DMC-30을 연결하고 자주 듣던 고음질음원을 중심으로 들어보았습니다.
음악의 생동감이 인상적입니다. 음이 선명하고 활기찹니다. DMC-30이 모든 소리에 마법을 불어넣어준 것일까요? 음량을 높여도 소리가 시끄럽지가 않습니다.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이나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레베카 피존의 스패니쉬할렘에서의 저역이 어..원래 이랬나? 베이스기타의 울림이 좀 더 선명하고 여운이 깊습니다. 메탈리카의 Nothing Else Matters 의 드럼소리가 원래 이랬나? 헐..베토벤 교향곡9번 4악장..감동이 새롭습니다..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테스트용으로 정말 많이 들었는데..좋네요 좋아요..시게티의 바흐 파르티타..오매..바이올린 소리..질감..울림..새롭네요..
와..내 시스템이 이렇게 소리가 좋았나? 놀랍습니다. 프리앰프의 마술 같습니다. 같은 시스템의 소리로 들리지않습니다. SA_5000R의 중고가보다 3배가 넘는 가격의 DMC-30..설마 소리가 3배나 나겠어? 했던 제 마음이 흔들립니다.
전원부 콘덴서도 바꾸고 진공관도 좋은 녀석들로 바꾸어줬는데..DMC-30에 비교하니 초라합니다.
DMC-30을 빼고 제 SA-5000R을 연결했습니다.
어..소리가 왜이래..왜 다들 풀죽어 있는거야? 김장철이라 소금뿌렸나? 나름 만족하면서 좋은 프리앰프로 아끼는 마음으로 사용해온 SA-5000R에 대한 애정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형님왈 "SA-5000R은 그 가격대에선 매우 훌륭한 프리란다. DMC-30과는 2~3단계 등급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너무 마음쓰지 마라"
아 정말...DMC-30 소리가 딱 제 스탈이네요..제 엔딩 프리앰프는 무조건 DMC-30으로 가려고 합니다.
바로 어제 구매한 마란츠 sc-7s2 입니다.
마란츠의 현대 프리중에 레퍼런스 제품으로 무게가 무려 20kg입니다. 아니 프리앰프가 왜 이리 무거운건지..왠만한 파워앰프 무게입니다.
마란츠의 최상급 프리는 어떤 소리일까..궁금해서 제 SACD 플레이어를 방출하면서 들인 기기입니다.
마란츠의 특색이 잘 들어납니다. 아무래도 SA-5000R과 비교할 때 좀 더 깔끔한 음색에 부드럽고 해상력이 좀 더 좋은 느낌입니다. 부드럽고 깔끔하다..리모콘이 되니 좋다. 이 정도 입니다.
음악적인 감동? 깔끔하고 부드럽지만..감동은..글쎄요..DMC-30을 들은 후라..그다지.. 괜찮은 프리라고 생각합니다. SA-5000R과 비교한다면 개인의 취향차이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저라면 같은 가격이면 sc-7s2 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리모콘이 되니까요 ㅎㅎ
어제 막 들인 기기라서 당분간 메인 프리로 쭈욱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4. 마무리
간단하게 적는다고 쓰기 시작한 글이 주구절절 말이 많아졌습니다.
분리형 앰프에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의 비중을 정해본다면?
제 입문 초기에는 프리4 파워 6정도 였습니다.
프리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을 느낀 지금은 프리에6 파워에 4를 주고 싶습니다.
프리앰프가 저역의 질과 깊이를 결정할 수 있다? 파워앰프가 아니고? 입문 초기에는 이해가 가지않던 프리앰프의 중요성을 귀로 느낀 경험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프리앰프보다는 파워앰프에 가중치를 많이 둡니다. 명기로 손꼽히는 파워앰프는 참 많더군요. 장터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기기도 상대적으로 파워앰프가 많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입문자들이 분리형으로 넘어갈 때 또는 울리기 힘든 스피커를 만났을 때 파워앰프 뿐만 아니라 프리앰프도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신경을 써주여야한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입문자로서 입문자의 시각으로 경험으로 쓴 글인 만큼 부족함이 많습니다. 저처럼 좌우충돌해나갈 입문자분들의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