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아 헤맨 초소형 스피커들
“우퍼 사이즈 4~5인치의 초소형 스피커에서 음악을 맛있게 들을 순 없을까? 세컨드 스피커라서 사이즈가 작을수록 좋은데….” 그런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든든한 메인 스피커는 따로 있으니 다른 맛도 보려는 것이죠. 초소형은 보통 새털라이트 스피커로 분류됩니다. 저는 이걸 AV의 리어 스피커가 아니라 정식 하이파이로 쓰려는 것인데, 부스트된 저역이나 빽빽대는 고역으로 응석부리는 녀석들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보석’을 원했습니다.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막내 모델들을 주로 선택했는데, 프로악 타블렛 8 레퍼런스sig, 달리 미뉴엣, 다인오디오 1.1, 토템 마이트, 펜오디오 레벨2미니, PMC DBIi, 시스템오디오 SA505, 암피온 헬륨 플러스 등이 기억납니다. 약간 아랫급으론 사운드포럼의 쇼팽, 레가 R1, ERA 디자인3,4, 자비안 미아2, 와피데일 다이아몬드3 등도 거쳤으니 꽤 섭렵했던 편인가요? 메인은 저에겐 부동의 레퍼런스인 국산 카시오페아의 델타2인데 여기에 짝 지워줄 막내 모델, 그런데 이게 영 만만치 않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따로 있다
이들 경쟁자들을 물리친 승자가 영국 AVI의 뉴트론4. 국내에서는 무명에 가깝지만, 아는 이들에게는 실력기로 통합니다. 일테면 인기있다는 PMC보다 유닛의 물리적 특성이나 가격대 모두 뉴트론4가 훠얼씬 윗길이더군요. PMC, 그건 고역의 색색거리는 소리부터 거슬립니다. 상급 모델에까지 모두 적용된 유닛 탓인데, 놀랄 정도로 값싼 트위터라고 지적 받는답니다. 자랑이라는 저역도 괜히 붕붕댑니다. 명성과 실제란 다르다는 걸 체감했던 경우이죠. 대신 출중한 생김새의 달리 미뉴엣은 고역의 개방성이 꽤 아쉽고, 이름만 덜렁 높은 또 다른 모델인 프로악 타블렛8도 나름 똘망똘망하지만 성능은 크게 신통치 않더라구요. (순전히 제 귀에 그럴 뿐이니, 참조만 하시길~)
값싼 유닛의 한계를 솜씨 좋은 튜닝으로 잘 메운 스타일인 레가 R1이나, ERA 3,4도 나름 설득력있는 소리를 들려줬지만 흡족할 순 없었죠. 의외로 한 방 있었던 게 토템 마이트와 암피온의 헬륨 플러스였는데, 저가 유닛 탓인지 아무래도 거칠고 경질의 소리입니다. 즉 음의 완성도가 많이 쳐집니다. 생긴 걸로 으뜸은 국내 사운드포럼의 쇼팽인데, 생각 이상으로 설익은 튜닝이라서 매우 실망….
고품위한 ‘작은 보석’이란 목표에 뉴트론4는 일단 근접했습니다. 6년 전 발매 당시 해외 평이 꽤 높아 프로악 타블릿 8, 오페라 미니, 디아파종 에메라 등과의 그룹 테스트에서도 가장 우수한 걸로 나타났다는데, 편견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들었을 겁니다. 저는 6년 전 이걸 신품 구입했습니다. 당시에도 만족하며 꽤 듣다가 이내 처분했습니다. 다시 찾길 수 년, 드디어 얼마전 이걸 중고로 재구입했습니다. 새로 들어본 뉴트론4,“이 정도라면”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우리 속담대로 업고 있는 아이 3년 찾다가 아차했던 순간입니다.
‣‣‣될성부른 넘을 개조하다
이 실력기를 세컨드로 굳히려고 했으나…. 뭔가가 좀 걸립니다. 고역(한 고수의 말로는 '낮은 고역대' '높은 중역대'의 주파수가 봉긋하답니다)이 아주 살짝 강조됐습니다. 보컬이나 피아노를 들을 때 잠시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과장된 소리입니다. 그 때문인지 볼륨을 높이면 밸런스가 조금 무너지는데, 이게 몰입을 방해합니다. “이만한 것도 없는데 걍 끌어안고 살까?” 고민 고민했습니다. 생각 끝에 자작계의 고수 손일철 님에게 재튜닝을 부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문적으로 튜닝작업을 하는 분이 아님에도 뭔가 직감 때문인데, 얼굴도 못 본 그 분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그분도 덜컥 응하진 않았습니다. “오리지날 자체가 제법 훌륭해서 제3자가 손대기 어렵고, 실은 그럴 필요도 없는데”가 그의 중간결론입니다. 제가 “될성부른 놈이니 더욱 좋게 해달라”고 애걸한 끝에 개조에 착수했죠. 뭐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게임 아닙니까? 아니다 싶으면 원래의 네트워크로 돌아가면 되니, ‘모 아니면 윷’입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손일철 님은 바로 아래 올려주신 글에서 "전혀 다른 스피커가 되었다"고 자신있게 밝혔습니다. 제 판단은 좀 다름니다. 당초 기대 수준을 웃도는, 놀라운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습니다. ㅋㅋㅋ
중간 결론은 "나는 보석이다"입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해졌습니다. 중고역의 해상력은 약간 어둑해졌고, 소리의 촉을 가다듬었지만, 이게 맞는 밸런스입니다. 순간적으로 혹 하는 맛은 없어졌지만, 거의 모든 장르를 카버하는 범용성이 훨씬 커졌지요. 디지탈 전자음향을 담은 라디오헤드의 록음악에서 대편성까지 너끈히 소화합니다. 솔로 연주는 더욱 깔끔하고 정교하게 재생합니다. 좀 얇았던 사운드에 두께감이 생겼다는 것도 음악의 맛을 돋웁니다. 전반적으로 고품위한 사운드로 변신한 것입니다. 불륨을 키울 때 어수선해지는 버릇 따위는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며칠 새 에이징이 되는 지 고역이 나긋거리는 기미도 보이니 횡재한 기분입니다.
‣‣‣“어떤 북셀프에도 밀리진 않지만” 좀 아쉬운 점
소리의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엔간한 북셀프에 밀릴 것 같지 않습니다. 아니 명품이자 하이엔드 급이라고 자신합니다. 물리적 특성이 우수한 유닛들이고, 이 분야 고수의 재튜닝을 거쳐 ‘내장’과 ‘신경계통’즉 네트워크를 몽땅 바꿨으니 당연한가요? 듣자니 신품가 120만원(6년 전)짜리의 이 제품에 스캔스픽 트위터에 비파 유닛을 장착했다는데, 조당 가격이 10만 원 전후랍니다. 이 정도를 장착한 스피커라면, 외산의 경우 신품 기백만 원 내지 그 이상을 부르고 보는 게 우리 현실인데, 저는 중고가 60만원을 지불했고 약간의 튜닝비용이 전부입니다. 로또 맞은 것이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기준은 델타2인데, 그것처럼 투명도가 훌륭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좀 무리죠. 실은 국내 시장에 뉴트론4과 그 윗모델 몇 개가 많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데, 거듭 밝히지만 이 녀석 참으로 좋아요. 굳이 개조를 하지 않아도 우수한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재튜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그레이드, 두 그레이드를 올려놓고 싶으시다면, 이 스피커의 잠재력을 믿고 미친 저처럼 도전해보시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정정합니다. 글을 올린 뒤 손짱 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유닛은 스캔스픽인데, 조당 무려 244불 짜리랍니다. 우리돈으로 26만 원~! 또 우퍼는 조당 10만원 정도. 그렇다면 고역이 점점 매끄러워지는 변화는 우수한 유닛빨을 무시 못할 듯한데, 뉴트론4는 아무래도 자선 사업용으로 제작한 듯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