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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는 말
불과 몇 년 전만해도 PC-FI 는 오디오파일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서자 였다. 아주 사소한 음의 불균형도 거슬리는 이들에게 PC 에 연결된 오디오 시스템은 간단히 음악이나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PC-FI 가 갖는 압도적인 편의성은 한번 익숙해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결국 태생적인 약점이 너무도 많은 PC 이지만 보다 더 나은 음질을 위해 수많은 시도가 계속 되었고 정체되어있던 HI-FI 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또 하나의 자극이 되었다.
덕분에 레퍼런스 레드북 CDP를 100으로 놓고 봤을때 잘 세팅된 PC-FI 의 성능은 90이상 쫓아 왔다. 일부 고가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performance 에서는 동일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성향상의 호불호만 갈릴 정도이다. 편의성과 성능 두마리 토끼를 잡은셈이다.
이런 분위기 인만큼 최근 PC-FI 를 위한 제품들 역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책상 위에 간단히 올려놓을 수 있게 하프 사이즈, 혹은 그 보다 더 작은 앰프나 DAC 들이 주종을 이루며 공통점은 usb 입력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 리뷰에서 다룰 Chord Scamp 역시 이런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는 제품으로, Chord 가 갖고 있는 놀라운 제품군에 과연 이 작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본 문
(1) 외관
리뷰를 위해 Maxx 제품을 받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 Scamp 로 대체받아 몇 주간 실사용을 할 수 있었다. 사정상 촬영을 대부분 Maxx 제품으로 해뒀지만, Maxx 는 Scamp 제품을 베이스로 DAC 부분 개선과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 되었기에, 기본적인 앰프의 성향 자체는 유사하며 외관상으로도 블투 안테나 와 모노블록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Bridge 버튼을 빼고는 차이가 거의 없다.
코드 제품의 공통적인 형태인 알루미늄 절삭 공정은 금속 재질의 느낌이 독특하다. 코드는 이런 단단한 만듦새와 함께 디자인적으로 독특한 포인트를 한 가지 이상 넣는데, 동사의 DAC 단품인 QBD76 같은 경우 로렉스의 날짜 볼록 렌즈처럼 내부 회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한쪽에 제법 크게 마련해놨다. Maxx 나 Scamp 는 촘촘히 만들어놓은 일련의 홀과 내부의 붉은 LED 를 통해 디자인적인 포인트를 살렸다. 진공관 앰프의 그것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제품군의 가장 큰 외관 특징은 무엇보다 크기이다. class-D 앰프나 full-digital 앰프는 일반적으로 IC 칩에 Amplifier 와 각종 protection 기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원 회로와 몇 가지 패시브 소자들만 추가하면 되므로 작게 만드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class A/AB 앰프는 mosfet 소자와 함께 증폭 회로가 별도로 필요하고 이런 PC-FI 컨셉 제품은 USB 입력과 DAC, Buffer 부, 각종 controller 를 내장해야 하므로 작게 만드는데는 상당한 노하우와 위험이 따른다.
내부 설계는 측면 활용이나 voltage 영역별 분리를 잘 해놔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소자들이 들어 있었다. 또한 아날로그 앰프이기에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크기가 작다보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팬을 사용했다. 소음을 걱정했는데, 처음 전원이 들어왔을때만 윙~ 거리고 실제 동작 중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게 적당히 조정되어 있었다.
앰프가 워낙 작고 높이가 높지 않아 말굽단자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며, 바나나/권총형 단자의 스피커 케이블도 무거운 제품은 앰프 앞부분이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 무게를 지지해줄 수 있게 랙 중앙 쪽으로 앰프 위치를 옮겨야 한다.
DAC는 TI의 pcm2704 가 사용되었다. 다양한 소스 기기에 사용되어 성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칩이지만, 192kHz DAC 가 대중화 된 최근 추세에는 다소 부족해보이며, 실제로 별도의 DAC를 아날로그 입력으로 받아 사용했을 경우 몇 가지 아쉬운점이 극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OSFET 은 Fairchild Semiconductor의 Pmos / Nmos가 2pair 사용되었고 class-AB로 Ampifier 부가 설계되어 있었으며, 전체 크기는 작지만 있어야 할 파트를 뺀 것이 아니라 가급적 심플한 소자들로 구성을 하고 신호 경로를 짧게 가져 가면서 각종 간섭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설계 포인트를 두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 빠진게 있다. 전원 OFF 스위치와 이와 관련된 프로시져 들이다. 일반적으로 앰프는 커패시터를 비롯한 여러 패시브 소자들이 온도에 따른 편차가 발생하고, 증폭 소자의 바이어스가 안정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pure class-A 를 제외하면 끄지 않고 켜둔채로 사용하는 유저들도 많다. 하지만 maxx 나 scamp는 아예 전원 스위치가 없어 전원코드를 뽑아야 한다.
전원 off 과정에서 출력 부에 남아있던 전류를 뺀다던가 디지털 부에 power off sequence 를 적용해줘야 하는데 이 제품군에서는 갑자기 전원이 꺼질 뿐이라, 소자 동작/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전원을 끄지 않고 사용하되, 전원을 끌 경우는 일단 볼륨을 0으로 놓고 소스 전환 스위치를 연결 안된 쪽으로 돌려놓은 후 아답터의 콘센트쪽 파워코드를 뽑아야 할 것이다.
(2) Specifications
• PRE-AMP SECTION
• UNBALANCED INPUT : 1 pair RCA phono
• DIGITAL INPUT : USB (44/48KHz USB 2.0 Compliant)
• GAIN : Variable manual volume control
• POWER AMP SECTION
• OUTPUT POWER : 2 x 40W rms per channel @ 0.05% distortion into 4 Ohms
// 1 x 80W rms bridged mono @ 0.05% distortion into 4 Ohms
• FREQUENCY RESPONSE : -1dB, 0.8Hz to 46kHz (8 Ohms)
// -3dB, 0.8Hz to 77kHz (8 Ohms) // -1dB, 0.8Hz to 39kHz (4 Ohms)
// -3dB, 0.8Hz to 75kHz (4 Ohms)
• Signal To Noise Ratio : Better than -103dB,‘A’weighted two thirds
• CHANNEL SEPARATION : -80dB
• OUTPUT IMPEDANCE : 0.03 Ohms
• OUTPUT INDUCTANCE : 2.6mH
• OUTPUT CONNECTIONS : 4 x rhodium binding posts
• SLEW RATE : 70V per mS, 1kHz 20V square wave
• POWER SUPPLY : 12V 8A // 100V ~ 240V 50/60Hz power adapter supplied
• DIMENSIONS : 160 x 70 x 40mm (Width x Height x Depth)
• WEIGHT : 0.4Kg
(3) 청음기
크기가 작지만 Scamp 가 갖는 연결고리는 분명히 코드 앰프로 이어진다. 현재 일반 유저가 구매를 생각할 수 있는 가격 수준에서 물리적인 특성이 가장 좋은 스피커는 B&W 의 신형 diamond 시리즈 이다.(특히 800 모델) 그리고 그런 B&W 의 베스트 매칭 앰프로 손꼽히는게 바로 Chord 이다.
스피커의 물리 특성이 아무리 좋아도 음악성과 직결되지는 못하지만, 모니터 스피커의 특성상 앰프나 소스 기기의 미묘한 매칭이 그대로 소리로 나온다. 자칫 무미건조해지고 정직한 음이 나올 수 있는 B&W 에 코드 매칭은 활기를 넣어주고 음악적 늬앙스를 입혀준다.
사실 작은 크기와 PC-FI 컨셉 때문에 소리를 직접 듣기 전에는 큰 기대가 없었지만, Scamp 역시 존프랭크스의 자식이었다. 코드의 중급기로 대표되는 1200e 파워 앰프와 스케일 / 구동력 에서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음색이나 성향 자체는 놀랍도록 흡사했다. 끝이 약간 거칠고 투박하긴 하지만 음의 디테일도 수준 이상이며, 저역의 반응성도 제법 준민하며 깊이감도 있었다.
청음시 북쉘프는 B&W signature 805, 톨보이는 KEF의 XQ40 을 사용했다. 수입사에서 이벤트로 Maxx 를 윌슨오디오의 대형기 Maxx3 에 물려 시연회를 갖았을만큼, 4ohm 40W 스펙을 넘는 구동력이 또한 특징이다.
코드 앰프의 대표적인 특징은 독자적인 설계의 SMPS 파워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리니어 앰프에 비해 높은 효율과 작은 크기 등에 장점을 갖지만 PWM 스위칭을 하면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가 앰프 전반에 걸쳐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코드와 함께 제프롤랜드, Linn 같은 하이엔드급 벤더에서는 독자적인 설계로 이런 약점을 극복한 SMPS 파워를 사용한다.
Scamp 역시 외장 아답터 외에 별도의 SMPS 회로를 내장하였는데, 500kHz 로 끌어올린 스위칭 주파수는 가청 주파수 대역에서의 간섭 노이즈를 줄였고 대신 전원 응답 특성과 작은 크기, 적은 발열이라는 장점을 선사했다. 최근 DAC, DDC 를 비롯한 소스 기기나 프리앰프에서 clean power 인 배터리 전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원의 응답 특성이 곧 앰프의 응답 특성으로 직결되기에 코드 앰프는 특히 이쪽에 강점을 보인다.
응답 특성이 좋으면 소스에서 보내주는 낮은 전압의 입력 파형을 적은 지연을 갖고 고출력으로 증폭하기 때문에 소리가 명쾌하고 뚜렷한 윤곽을 갖게 되며, 저역의 해상력도 향상 된다. 앞서 언급한 B&W 신형 모델의 경우 이런 성향쪽으로 아주 우수하기 때 코드 앰프가 현대적인 그 장점을 잘 살려내어 베스트 매칭으로 손꼽히는게 아닐까 싶다.
다만, Scamp 는 간소화한 SMPS 회로와 외장 아답터 사용, 작은 본체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각 회로에 받는 노이즈 양이 커서 연결된 220V 전원 품질에 따라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테스트가 진행된 곳이 전원 품질이 평균 이하이고 DC noise 도 간혹 뜨는 곳이라 앰프에 따라 아마티의 DC-cut 스위치를 on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Scamp는 N사, Y사의 몇몇 앰프들 보다는 덜했지만 전원부 세팅에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4) 청음 음반
1) Lendvay, Gypsy Violin
오디오파일의 끝없는 딜레마는 음악을 듣느냐, 소리를 듣느냐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명연주라도 모노 음반에 오래된 레코딩 품질, 자글거리는 노이즈가 가득하다면 대부분 감흥이 떨어진다. 더구나 오디오 기기를 리뷰 함에 있어서라면 제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녹음과 앨범이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Lendvay의 Gypsy Violin 은 코드가 갖는 장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대표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집시 바이올린이 갖는 생동감과 개성 넘치는 강렬함은 코드의 성향과 같은 길이며, 저역의 탄력있는 약동감 역시 "쥬니어 코드"는 화려하게 잘 살려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스산한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추천 앨범이다.
2) Bill Evans Trio, Waltz For Debby
말이 필요 없는 명반.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놀라우리만큼 세련된 연주는 두말할 것도 없고 61년도의 라이브 앨범을 이정도로 뽑아낼 수 있다는 자체도 참 대단하다. Waltz For Debby 라는 제목답게 이 앨범의 포인트는 왈츠가 재즈 리듬의 자유로움과 섞였을 때 드는 신선한 청명성, 그리고 묘하게 투명한 피아노의 음색일 것이다.
Scamp 는 또박또박한 맛이 나는 앰프라 이 영롱함을 적당히 잘 살려주었고, 피아노의 터치감 역시 비교적 맺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조금 힘을 빼고 들려줬으면 좀 더 듣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3) Dido, Safe Trip Home
좋아하는 Anna Netrebko 를 올려볼까 하다가 코드라면 역시 보컬에도 이런 비트가 들어가 있어야 진가가 확인된단 생각에 꺼낸 앨범이다. Dido 의 목소리는 감미롭거나 시원하게 터진다기 보다 상당히 담백하다. 음의 끝을 내뱉는 느낌이 묘하게 재즈보컬의 그것같은데, 앨범 전체에 깔려있는 무거운 분위기와 비트들에 잘 섞인다.
상당히 다양한 악기들이 있고 저역의 반응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scamp는 흐트러짐 없이 빠지지 않고 소리를 내보내 주는데 대역별로 살펴봐도 해상력이 떨어지지 않아 놀라웠다. 금속 타악기가 울릴 때 나는 공명감이 약간 거슬리는 파트도 있긴 했지만, 보컬 톤이나 각 악기의 배음 처리도 좋았다.
4) Jason Mraz, Jason Mraz's Beautiful Mess: Live on Earth
므라즈... 뒤늦게 바람이 들어 내한 공연을 못가본게 한으로 남았는데, 이 앨범의 DVD를 볼 때마다 아쉬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오디오 시스템으로 콘서트 실황의 느낌을 이정도로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기쁨은 또 다른 행복이다.
PC-FI 가 갖는 장점 중에 하나는 궂이 최신 AV리시버와 스피커를 앞뒤로 도배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히 2채널로 음악과 영상에 집중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scamp 로도 현장감을 느끼는데 크게 부족함은 없지만, 이런 라이브 앨범이나 DVD의 생명은 스테이징의 표현인데 음상이 분명하지 않고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밝힌대로 scamp 의 DAC는 TI의 pcm2704 인데 역시 별도의 외부 DAC를 연결했을 때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peach 같은 제품을 별도로 만들어 업그레이드를 한단계씩 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코드의 배려(?)는 이렇때 얄밉기도 하다. naim 과 마찬가지로 chord 도 투자한만큼 소리가 나온다.
3. 맺음말
Scamp 를 몇 주간 사용해본 느낌을 한줄로 표현하면, "누구나 작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성능은 코드 답다" 이다.
작은 크기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면면을 하나씩 따져보아도 이 가격대에서 코드의 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강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엔트리 모델에서도 이 정도 수준을 보인다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만큼 코드 앰프의 라인업은 스펙트럼이 넓고 자신감이 가득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뱀다리
- 올 9월~10월은 살면서 가장 정신없이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측정도 그렇고 설계 분석도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네요.
- 본 리뷰는 샘오디오의 기기 대여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한달을 넘게 믿고 기다려주신 담당자분께 감사드립니다.
- 측정 데이터는 사정상 삭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