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강훈입니다.
사진의 플러그와 IEC 단자가 오늘의 리뷰대상이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아닙니다.
천천히 읽어보시면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합니다.
또한 어떤 분께는 내용에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으리라 봅니다만, 저처럼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못할 유부남 직장인 오디언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평어체로 적은 점, 여러 선배님들께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
참 호기심이 많은 것도 죄다.
호주머니 가벼운 유부직장인 주제에 10여년 계속한 취미인 사진도 멀리하고 그간 모아둔 라이카를 전부 처분해도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인 오디오질 호기심이라니...
하지만, 오디오란 취미는 참 재미난다.
기기는 물론이요 청취환경, 악세사리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소리는 확확 변하니 말이다.
이렇게 예측이 쉽지 않고 통제가 어려운 점들이 남성이 오디오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난 이런 점들 때문에 오디오질이라는 취미가 너무도 즐거우니 말이다.
그런데 종국적인 문제는 자신의 기기가 내어주는 소리에 대해 쉽게 만족할 수 없고 좋은 소리를 탐닉하는 욕망은 내 주머니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기도 아닌 악세사리에 얼마를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에 대한 물음에는 누구도 쉽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기 투자에도 빠듯한데 몇 십 만원의 악세사리를 쓰는 건 주머니 사정상 너무나 부담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좋은 악세사리를 투입 했을때 기기들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주는 것을 알고 또 맛보았기에 그 달콤함을 포기하기는 여간 쉽지는 않다.
본론은 시작도 안했는데 참으로 주절주절 말도 많았다.
이제 시작해본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전원선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써 본 케이블 중 인상에 남는 것들은 상투스와 오야이데 츠나미 그리고 이니그마 SE 등이다.
(상투스/신형로듐, 츠나미/팩토리터미네이션)
전부 좋은 케이블들이다.
다른 분들께서도 별 이견은 없으실 것이다.
앰프에 붙이면 각각 뉘앙스와 표현이 조금은 다르지만 속 시원하게 위, 아래를 뻥 뚫어준다.
아마도 막선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깜짝 놀라 패닉에 빠질 것이며, 대략 저렴한 자작선 수준을 쓰던 사람이라면 구할 때까지 장터매복에 들어갈 그런 실력 있고 매력적인 선들이다.
유난히 배경이 깨끗한 그래서 앰프에도 좋았고 소스기에도 좋았던 오야이데 츠나미.
특유의 다크한 착색이 소리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JTA 이니그마 SE.
일단 외관부터 나 비싸!!! 하고 자랑하는 게다가 잘난 외관만큼 고급스런 상투스.
(이정도로 대충한다. 주인공들이 아니니 말이다.)
가성비 좋다는 PK-10도 위에 언급한 선들과는 비교불가하다.
(자작/오리지널 터미네이션 모두 빠르고 에너지는 넘치지만 다이나믹한 저역을 위해 중역의 손해가 심함.)
차이가 너무 난다. 급이 다르다.
PK-10을 지상계에서 노는 급으로 본다면 위의 선들은 천상계니 말이다.
그러나 위의 선재들의 문제는 중고가도 그리 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냉정하게 귀를 세워보면 본전이 생각나게 만드는 단점들도 있다.
만약 셋의 장점들만 합친 선재가 존재한다면 무조건 GO를 외치겠지만 말이다.
(그런 케이블이 있긴 있으리라. 다만 내 손에 쥘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는 게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제야 진짜 본론으로 들어간다.
모두들 잘 아실 트리니티 MK2라는 전원선이 있다.
제작자이신 채사장님이 보시면 저가라는 표현이 섭섭하시겠으나, 트리니티 MK2는 ‘저가’선재의 황제다.
경쟁상대는 존재치 않는다.
그 가격으로는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최고다. 말이 필요 없다. 정말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다다. 그저 ‘저가’ 급수의 황제일 뿐이다.
비교는 자체가 우습겠지만 위에 언급한 선재들에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착색이 있다. 이니그마가 가진 다크한 매력과는 다른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착색.
또한 거칠다. 질감이라 혼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질감이 좋은 게 아니다. 그냥 거칠다.
츠나미처럼 배경이 깨끗하지도 않다. 다이나믹은 제법이지만 저역의 컨트롤은 아쉽다.
이쯤이면 단점 많은 트리니티 MK2 이야기를 왜 꺼내는가를 의아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이다.
사실은 이렇다. 그동안 나의 트리니티 MK2에 대한 평가가 공정치 못했으며 잘못 판단한 오류의 원인도 최근에야 깨달았다는 것.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 선재들이 채용한 급수의 전원단자를 적용한 트리니티 MK2를 들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에 적은 트리니티의 단점들은 내가 사용했던 위너스/슐터단자 조합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리뷰 시작에 올려놓은 이미지의 네오텍 OCC전원 단자들을 구입하게 된다.
(사실 오야이데/후루텍의 높은 단자가격 부담에 따른 차선책이긴 했다.)
네오텍은 대만회사다. 이런저런 케이블 참 많이 나온다.
대표격인 300x 번대의 케이블들은 정말 좋다. 가성비를 떠나 성능에 토 달 이유가 없다.
이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데 제공해야 하는 반대급부는 너무나 비싸다.
그런데 이번엔 플러그가 나왔단다.
지금까지 나온 타사의 단자들이 동합금(황동 혹은 베릴륨 등)이었는데, 이 단자들은 OCC란다.
TV를 담당했던 트리니티를 꺼내 다시 슬리브처리를 해주고 새 단자를 달아 마감한 후 내 인티앰프에 붙여보았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네.
.
.
음, 거칠지는 않군. 단자의 효과인가보군..
.
.
어, 트리니티가 저역을 이렇게 치나? 꽤 적극적이네..
.
.
어라, 이게 진짜 트리니티 맞아?
정자세로 자세를 고쳐 앉고 아이와 아내를 산책 내보낸 후 볼륨을 조금 더 올려보았다.
위의 언급한 단점이 상당부분 개선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완전히 다른 케이블이다.
먼저 청취한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SPK : 틸 CS1.6
AMP : 코플랜드 CSA29
CDP : 오디오에어로 신형 PRIMA
NEOTECH Speaker Cable ns-072060 with Furutech FP-202R
JMAUDIO Exceed PS OCC SILVER RCA CABLE
Furutech 3T35 with FL-E35G/FL-25G FOR CDP
주관적이지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몇 개 항목을 써보겠다.
고역의 표현이 적극적이다. 해상력이 상당하여 숨어 있는 악기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매칭이 잘못된 틸이 뿜어내는 (고역이 잘 나온다고 착각할 수 있는) 소란하고 날 선 자극적인 고역은 아니다.
저역 역시 어떤 타악기인지 귀에 명확히 들어온다. 저역의 소리끝이 상당히 탄력적어서 다이나믹이 좋게 들리고 에너지 감이 상당하다.
이의 연장선 상의 이야기지만 소리끝을 대충 흩트리지 않아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보여준다.
단단하게 치고 빠짐을 표현한다. 그렇지만 양감도 적은 편은 아니다. 빈티지의 퍼지는 풍성한 양감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꽉찬 중역이라고 이야기 하긴 힘들지만 고역과 저역에 눌려 자칫 잃기 쉬운 중역이 정확히 가운데 자릴 잡고 있다. 밸런스는 이정도면 만족한다.
틸의 넓은 스테이징을 부족함 없이 넓고 깊게 펼쳐준다. 위의 언급한 선재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말러 2번을 전혀 뭉침없이 심장이 쫄깃해지도록 휘몰아쳐주고, 메탈리카는 각 파트를 면도날로 분리한 듯 분석적이지만 그 헤비함음 잃지 않고 달려주며, 흘러간 가요는 구수고 맛깔나게 울려주는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
트리니티는 어떤 단자를 적용했는가에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재밌어 기존에 사용하던 후루텍 FL-35와 FL-25단자도 붙여보았으나 오히려 네오텍이 나았다. 매칭이 네오텍이 나은 건지 아니면 절대품질이 네오텍이 앞서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건 사실이다.)
네오텍과의 매칭이 좋아서인지 상당히 만족한다.
서두에 언급한 선재들과 비교를 하면,
이니그마의 다크한 음색과 조금 더 깊게 울려주는 저역 외에는 트리니티가 낫다.
츠나미의 정숙한 배경 이 한 가지 외에는 트리니티가 낫다.
사실 이니그마의 인기의 비결은 그 특유의 다크함이고 츠나미의 정숙함이야말로 츠나미를 선택하는 이유지만 말이다.
만약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이니그마나 츠나미가 아닌 트리니티를 고를 공산이 크고, 그 이유는 이니그마와 츠나미가 가진 부족한 점을 트리니티는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품질도 부족함이 없고 가격은 훨씬 저렴하니 이 역시 큰 장점이 아닐까?
물론 이런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미터당 일만원 조금 넘는 선재에 이십만원이 조금 못되는 단자를 달아주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
일정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트리니티에 좋은 단자를 대접해서 나오는 성능은 몇 배의 몸값을 가진 것들에 비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리고 싶다.
애초에 트리니티 MK2라는 선재는 제작자께서 판매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셨기에 고가에 홀리는 오디오파일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너무나 저평가 된 것은 아닐까?
더 이상 대안이 아닌 대접받는 케이블이 되기를 바라며 사용기 혹은 리뷰라고 부를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