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사용기는 엘락 602 X-Jet과 럭스만 MQ88/CL88의 뒤죽박죽 진행입니다. 와싸다에 음반 리뷰는 많이 남겼는데 사용기는 처음 써봅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니까 가볍게 봐주세요...
* 현재 구축된 시스템
1. 스피커: 엘락 602X-Jet
2. 앰프: 럭스만 MQ88/CL88 진공관 분리형
3. 소스기(pc-fi): 소니 바이오 vgn-p15L(넷북)에 2.5인치 외장하드연결, 솜 dac-200hd(usb 모듈 및 클럭 업그레이드 버젼)
4. 케이블
(1) 인터케이블: 오이스트라흐, 오디오플러스 신포니아 각 언밸런스
(2) 스피커케이블: 상투스 싱글 3m에 솔리톤 2mm 점퍼
(3) 디지털 케이블: usb 솜 은선 연심선 (dCBL-USB-St)
(4) 전원케이블: 크리스탈오디오 MVR 3300(차폐트랜스), 와이어월드 실버일렉트라와 스트라투스, 트랜스페어런트 선재의 자작 케이블 등.
5. 기기받침대: mvr3300(클럽우드 움핑고콘 3단지지), mq88(하이파이스테이랙), cl88, dac-200hd(pmc 스탠드 하판에 맞춤유리), vgn-p15L, 외장하드(코디아 마이크로랙)
* 청취공간: 3.7m x 3.5m(4평)
* 스피커와 앰프, 몇몇 케이블은 신품으로 사용기 작성 기준으로 한달 정도이고, 하루에 평균 5시간 정도 에이징된 상태임.
엘락 602 X-Jet 사용 전에는 Atc 19sl과 럭스만 550a2 인티로 음감했는데, 예전 310ce 엘락의 소리가 그리워 다시 엘락 최상위 북셀프로 업그레이드 회귀했습니다. 럭스만은 마음에 들었지만 진공관에 대한 향수가 계속 남아있고, 별도로 들이자니 부담되서 그냥(?) 동사의 진공관 앰프인 MQ/CL 88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오디오에서 보는 즐거움을 매우 중요시하는 제게는 mq/cl 88을 처음 본 순간 예정된 수순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진공관임에도 현대적인 티알의 디자인을 접목해 만든 그 자태에 새삼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이 샘이 날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만듬새를 보면 어떠한 소리가 나올지 너무 궁금해 결국 들어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모양입니다. 샤시는 알루미늄 블럭을 절삭 가공한 일체형 구조의 견고한 샤시형태로, 마치 제프 롤랜드가 연상됩니다. Piezon 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복합 절연체가 상부 알루미늄 샤시를 지탱하고 있는데, 타이텍스 재팬이 개발한 제진 재료랍니다.
‘바꿈질을 멈춘 오디오파일은 그 순간부터 죽어가는 것이다’
‘유혹은 빠지라고 있는 법, 나비가 어찌 꽃을 피해가랴.’
바꿈질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결국 일을 저질렀고, 그렇게 602 X-Jet과 mq/cl 88 과의 동거에 들어간지 이제 한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mq88을 보면 전면 패널부는 매우 심플합니다. 전면 상판에 고정식 바이어스를 조정할 수 있게 만든 네 개의 조절부와 블루 LED 미터계기판(계측기 필요없이 미터기보면서 바이어스조정하는 형태임), 전면에 위치한 볼륨조절 다이얼이 전부입니다. 럭스만 80주년 기념 모델로, 최선의 음질향상에 초점을 두고 11년간의 개발 끝에 탄생한 동사 최상위 앰프라고 하는데, 11년의 개발기간은 좀 오버가 아닌가 합니다. 럭스만 전통의 은은한 조명의 아날로그 파워미터기가 패널구조상 생략될 수 밖에 없는게 조금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후면은 입력라인에 언발란스 2계통, 출력라인에 1계통 스피커 단자 4개, 포노 입력단, 그리고 특이하게 입력계통에 direct, variable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후자는 파워직결, 전자는 프리연결과의 매칭을 염두에 둔 듯한데, direct의 경우에는 파워 및 프리의 양쪽 볼륨을 모두 활용가능한데, 볼륨셋팅을 통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87dB의 602 x-jet과의 매칭에서 드라이빙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비슷한 사양의 북셀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벌써부터 머리 속으로는 다른 북셀프와의 매칭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놈의 몹쓸병!...
kt88관 푸시풀, 8옴 40와트의 앰프는 파워플한 느낌보다는 진공관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매칭 실패시 무엇보다 저역이 과잉 되거나, 제대로 구동을 못해 붕붕대는 부밍음을 겪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런 걱정이 한낱 기우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엘락의 실키한 중고음에 진공관의 질감이 가미해 나오는 소리는 모든 것을 잊고 그 순간만큼은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앰프 전원을 켠 후 10분정도 예열 후 플레이하는데, 진공관의 특성상 20분정도 지나야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저음의 경우는 단단하면서 깊게 떨어집니다. 특정 음원에서 부밍감이 없진 않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602가 쏟아내는 저음이 많많치 않음에도 4평 공간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느낌입니다. 이는 602의 묵직한 전용 스탠드를 스파이크로 바닥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게 한 것과 엘락 상위 모델 특유의 3점 스파이크 접지를 통한 공중부양이 한 몫한다고 생각됩니다.
간략 청음기
-- 보다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청음기에서는 경어체 잠시 생략합니다 --
-- 스피커와 앰프, 몇몇 케이블을 동시 교체한 상황을 고려하고 읽어 주세요 --
1. 장필순 - Best Collection 중 ‘제비꽃’등
장필순의 나른한 봄날씨를 연상케하는 보이스가 그대로 전달된다. 예전 시스템에서는 국내 가요의 경우 저음에서의 과도한 부밍등으로 보통 가사가 명확하게 잘 들리지 않아 기피하게 됐는데, 가사 하나 하나가 또렷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박기영의 ‘어쿠스틱 베스트’음반에 자주 손이 가게 된다.
야신타의 ‘대니보이’에서는 고음이 쭉쭉 뻗어가면서 맑고 청아한 그녀의 음색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바로 이러한 성향이 그리워 다시 엘락으로 돌아온 것이다.
2. 채금 - 试音 蔡琴
개인적으로 특정가수의 노래는 왠지 진공관을 통해 (보면서)들어야 그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채금이다.
‘缺口(상처)’의 시작부의 허밍음이 너무 좋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다. 야심한 밤에 듣는 채금의 보이스는 정말이지 무념무상이다.
‘恰似니的溫柔(흡사니적온유)’에서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시스템보다 훌륭한 소리를 내준다. 어떤 하이엔드시스템도 부럽지않을 정도다. 앰프와 스픽이 최고 매칭된 느낌이다. 채금의 또랑또랑하면서 농익은 듯한 보컬이 공간을 가득 채워준다. 작은 볼륨에서도 보컬이 선명하게 맺힌다. 음장감이 매우 뛰어나다.
3. Yim Hok Man - Virtuoso Pieces of Chinese Percussion
날잡아서 본격적으로 엘락의 독특한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유닛 테스트에 들어갔다. 청취음반 중 1번 트랙 ‘poem of chinese drum’은 우퍼테스트 및 좌우 밸런스체크에 제격이다. 제대로 볼륨을 올리자 중국의 전통 큰북 소리가 좌우에서 쏟아지는데 심장이 벌렁거릴정도다. 아랫집이 신경쓰여 평소 볼륨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새가슴이었는데, 오늘 만큼은(주말 저녁) 제대로 올려봤다. 금속재질 우퍼라서 그런지 우퍼의 움직음은 눈에 띌 정도가 아니다. 손을 대보니 상당한 진동이 느껴진다. 10분이라는 연주시간이 잛게 느껴진다. ‘과연 이놈이 북셀프인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상당한 저음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4평공간임에도 부밍이 생기지 않는다. 앰프의 드라이빙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하면 90점 이상은 주고 싶다.
4. Gary Karr - Adagio d'Albinoni
평소에도 즐겨듣지만, 시스템이 바뀔시 저역 테스트에 이용하는 레퍼런스 음반이다. 베이스 연주도 그렇지만, 뭐니해도 오르간 소리는 저역테스트에 제격이다. 시스템이 밸런스가 안맞거나, 받쳐주지 못할 때는 오르간의 초저역 소리가 자칫 부밍음에 가깝게 들린다. 이전에는 이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케이블이나 액서사리 등으로 매칭을 번갈아 해봤지만 결국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스피커와 앰프를 교체하니 이제서야 원하는 소리가 90% 쯤은 나오는 느낌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스피커와 앰프였는데 그동안 애꿎은 케이블탓만 했었나보다.
5. C. Haden & P. Metheny - Beyond the Missouri Sky등
두 명의 대가들이 기타와 베이스의 단촐한 두 악기만으로 만들어 내는 화음이 일품인 명반이다. 저역 및 부밍 테스트에도 어느정도 유용한데, 개인적으로 13번 트랙 ‘Spiritual’을 가장 좋아한다. 해이든의 베이스 현 튕김 특유의 울려퍼짐이 기분좋은 잔향감을 만들어내고, 메쓰니의 기타 소리가 감상에 젖게 만든다. 엘락성향을 질감보다는 해상력을 바탕으로 한 청명한 소리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코타로 오시오의 ‘wind song', 곤티티의 'autumn leaves' 같은 어쿠스틱 기타소리는 매우 뛰어나게 들린다.
6. Rachel Podger - Vivaldi: La Stravaganza
그라모폰 및 기억안나지만, 그 외 몇 개의 유수한 상을 휩쓴 앨범으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음반이다. 포저의 바로크바이올린 연주실력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녹음상태가 좋아(HD Track) 즐겨 듣는 음반이다. 현란하고 역동적인 바로크바이올린 연주에서는 엘락의 JET 트위터가 제대로 반응하는 느낌이다. 다이나믹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마치면서,
엘락의 겉모습을 보면, 금속형태의 인클로져 및 유닛을 보고 다소 경질적인 소리가 나올 것으로 선입관을 갖기 쉽습니다. 처음 에이징이 안된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추측이지만, 금속성 유닛이 에이징이 되기 시작하면 놀라운 소리들을 뱉어냅니다. 엘락의 경우 다른 브랜드보다 에이징기간이 많이 소모된다고 느낍니다. 제 경우 집에 있는 시간에는 잠자는 시간에도 낮은 볼륨으로 풀가동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그제서야 원하던 소리가 나오더군요. 단단한 저음, 해상도를 바탕으로 한 가을 하늘같은 맑고 청명한 중고음은 일품입니다. 여기에다 진공관 앰프 내지 질감 성향의 티알을 잘 매칭하면 그 중독성에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바로 엘락의 성향이 아닌가합니다.
전반적으로 보컬 및 현악기 재생에 만족감이 높습니다. 비슷한 급의 다른 스피커를 비청평가할 수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또한 602 x-jet과 mq/cl 88이 둘 다 첫 매칭이라 부정확한 선입견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기기들에서의 그 어떤 매칭보다 궁합이 훌륭했습니다. 현재로선 굳이 다른 매칭을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입니다.
엘락 라인 만을 놓고 봤을 때 602는 310에 비해 확실히 업그레이드체감을 느낄 수 있었고, 330은 들이지는 못했어도 몇 시간 청음한 적은 있는데, 저역 및 중역대 질감에서 330을 앞서는 느낌입니다(팔은 안으로 굽고, 기억에 의존하는 거라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뭐 가격이 조금 상위라인입니다.).
저역 스펙을 보니 330은 40Hz인데, 660은 32Hz 시작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상력이 뛰어나도 이 정도의 저역을 들을 만한 음반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오르간 연주를 들을때 미세한 진동음이 혹시 이에 해당할려나?
310에서 602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보다 저역 및 질감에서 급이 틀렸고, 피아노 타격감이 좀 더 사실적이며, 전체적으로 음장감과 잔향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좋아집니다. 이는 볼륨조절로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또한 현악기의 볼륨을 평소보다 올리면 그 차이가 확연해집니다. 310에서는 평소 듣는 방향에서 볼륨을 무리하면 밸런스가 무너져 조금 듣기가 거북해지는데, 602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뭐랄까 일종의 쾌감 비슷한게 느껴져 오히려 볼륨을 계속 키우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이럴 땐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현실이 억울할 뿐입니다. 이는 엘락만의 특징이기보다는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 업그레이드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평정도의 공간이면 매칭 및 튜닝만 잘하면 602를 운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악,다인,하베스등이 질감있는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려준다면, 엘락은 오디오적 쾌감의 긴장감있는 바이올린 소리에 제격입니다(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미묘한 차이일겁니다). 비욘디, 포저, 까르미뇰라의 바로크바이올린 연주를 듣다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단점을 언급하자면 대편성에서의 정위감부족, (재즈 피아노 소리는 맘에 들지만)클래식 피아노에서의 아쉬움입니다. 예전 다인 컨투어 5.4에서 듣던 소리가 인상깊게 남아 그 기준과 비교한 느낌에서의 단점입니다. 북셀프의 한계인가봅니다. 이 정도의 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욕심이지 않나 싶습니다.
두서없이 횡설수설한 감이 있는데, 반복적이지만 최종적으로 느낌을 간략하게 적습니다.
1. 4평 정도면 602 x-jet을 충분히 운용할 공간이 확보됩니다. 위에 언급한 제 청취공간이 3.7m x 3.5m의 정사각에 가까운 구조로 오디오환경상은 쥐약인데도 나름 배치하니까 괜찮습니다.
2. 확실히 브랜드의 최상급 북셀프는 뭔가가 있나 봅니다. 확 드러나는 한방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업그레이드가 쉽게 체감됩니다.
3. 엘락 성향은 굳이 표현하자면 단단한 저음, 해상력을 바탕으로 한 청명한 중고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에 따라 이러한 오디오적 쾌감 성향의 스피커들은 장시간 청취시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경우 진공관 앰프나 질감 성향의 티알 매칭이면 다소 중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 구동력 관련해선 여러 앰프를 물려보지 못해 평가하긴 그렇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에 비해서는 덜 까탈스러울 것 같은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참고로 호기심에 프라이 i30을 한번 물려봤는데, 들어 줄 만은 했습니다.
간략하게 적고 끝내렸는데, 길어지네요 ^^
장마도 이제 어느덧 끝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즌입니다. 진공관 최대의 적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다들 건강하게 즐거운 오디오생활 하시길 바라며, 이만 허접 사용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