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NHT의 명성을 떨치게 한 두 스피커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작은거인" 슈퍼제로와 슈퍼원이었습니다.
입문기 수준의 가격대이면서, 음장감이 좋고 중고역대가 하이엔드 흉내를 낸다는 이유에서였는데...
1999년 어느날 로텔 RCD950 CDP를 사러 어느 히피동 회원댁에 가서 슈퍼원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당시 코플랜드 파워에 물려 들었던 머라이어캐리의 Dreamlover...
중역대에도 이렇게 에너지가 실릴 수가 있다는 것과 스피커가 사라지는 스테이징이란 것을 처음 경험하면서,
언젠가 기회되면 한번 들여보리라 마음먹은지 어언 십수년이 흘렀네요...
오늘, 다시 그때 그 음반을 걸어 들어보았는데... 시스템이 달라서인지, 세월이 흘러서인지...
닮아있긴 한데 그 때 그 느낌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각설하고....
Now Hear This... 그 메이커 이름처럼, 처음 듣는 순간, 귀가 확 트입니다.... 소리가 쨍~ 합니다...
그러나 조금 오래 듣고 있자니 귀가 좀 피곤해 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저역이야 밀폐형이니 단단한 편이고, 고역은 쭉쭉 올라갑니다.
벨런스는 평탄하면서도 약간 고역대가 밝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낮은 고역대가, 매우 선명하긴 한데, 샤각샤각 칼 가는 듯한 음색이 들립니다....
중고역이 가늘게 고막을 긁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자극적인 음색만 없어지면 금상첨화일텐데.... 원인이 뭘까 궁금해 하며... 배를 따 봅니다...
우퍼는 6.5인치 노멕스 비슷한 재질에, 트위터는 1인치 코팅된 실크돔입니다.
인클로저는 밀폐형이고, 용적은 7리터, 18mm MDF에 피아노마감입니다.
WHD = 185 x 295 x 215mm
우퍼를 열어보니 카시미론 솜이 흡음재로 들어가 있고, 네트워크는 후면 바인딩포스트에 붙어 있습니다.
우퍼도 트위터도 만듬새로만 보면 꽤 저가형처럼 보입니다만... 주파수 특성이나 음질은 만듬새보다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아마도 NHT 자체 유닛이 아닐지.... 특히 트위터의 선예도가 꽤 우수한 것 같습니다....
미드우퍼는 마그넷이 구경에 비하여 작은데, 밀폐형용인 만큼 Q값을 높이기 위한 설계이겠지요...
역시 저가형의 공통점은 이렇게 저차 네트워크가 바인딩포스트에 붙어있다는 것입니다.
코일은 21게이지 정도의 철심코일, 콘덴서는 전해, 저항은 시멘트저항으로, 최대한 원가절감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회로도를 파악해 보았습니다.
우퍼는 1차 네트워크에 조벨필터, 트위터는 1차 네트워크에 L-Pad로, 기본적인 1차 네트워크의 회로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품이 왜 기성품인가 하는 점을 느끼는 부분은,
보통 1차와 같이 저차 네트워크는 트위터와 미드우퍼간 위상이 일치하지 않으면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얻을 수 없는데,
자작을 해 보면 대부분 위상이 맞지 않아, 이 대역이 위상이 맞으면 저 대역에서 틀어지고,
저 대역의 위상을 맞추면 이 대역이 틀어지고...
하여 배플을 기울이거나 유닛의 깊이 조절을 하여 위상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시도를 하게 되지만,
기성품은 신기하게도 이런 단순한 회로구성임에도 주파수 특성을 측정해 보면 위상이 일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비록 저가형이라도, 위상 정도는 기본적으로 맞추어가며 설계를 한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자작시 느끼는 저차 네트워크의 그 중역대의 혼탁함과 이탈감 부족 같은 증상이,
같은 저차 네트워크를 채용한 기성품에서는 덜 느껴지는데, 이것이 유닛간 위상을 일치시킨 결과인지....
이런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이런 문제는 자작시에는 고차 네트워크를 적용하면 해결되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주파수 특성은 역시 상당히 평탄합니다.
그런데 잘 보면 1kHz 부근에 작은 피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되고 맙니다....
바로,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2kHz 보다 아래라는 점입니다.
완만한 1차 네트워크에서, 크로스오버가 2kHz 보다 아래이면,
트위터로서는 너무 아랫대역까지 재생을 하는 상황이 되어,
왜곡이 유발되고 낮은 고역대의 소리가 경질적이고 자극적이게 됩니다.....
상기 주파수 특성 그래프를 보면 1kHz 부분에 피크가 나타나 있는데,
이는 트위터 그래프상 확인되는 피크의 위치와 일치하는 바,
곧 트위터의 피크 때문에 나타난 피크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트위터의 1kHz 대역 피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1kHz가 이 트위터의 공진주파수인 듯 합니다...
트위터의 공진주파수 대역은 특유의 왜곡을 일으키는 대역으로,
따라서, 귓고막을 긁는 소리는 트위터 공진주파수에서 나타나는 피크와 왜곡이라 판단됩니다.
그렇기에, 네트워크 설계시 크로스오버는 트위터 공진주파수와 되도록 멀리 설정합니다만,
중저가 기종에 있어서, 저차네트워크를 채용시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낮게 잡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인 42의 경우도 1차 네트워크로 크로스오버는 2kHz 였고,
많은 중저가 기성품들이 2차 네트워크에 2kHz에서 끊은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다인42의 경우는, 그 트위터가 슈퍼원 보다는 상급이여서인지 같은 2kHz라도 자극성은 슈퍼원보다는 훨씬 덜하였구요.
만약, 슈퍼원이 같은 네트워크 구성으로 그 크로스오버 주파수만 4kHz 정도로 올렸다면
과연 지금 만큼의 선명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그 고막을 긁는 음색은 제거할 수 있겠지만, 소리는 훨씬 멍청해졌을 겁니다....
원가?(상급기와의 차별화?) 문제로 네트워크는 심플해야 하겠고,
크로스오버를 높이자니 소리도 멍청해지고, 저역도 빈약해지겠고...
할 수 없이, 비록 자극적이더라도 사람 귀를 확~ 끄는 소리경향을 선택한 것이겠죠...
저차필터에 있어서 자극성과 선명함은 양날의 검과 같아, 하나를 취하면 하나가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를 희생시켜 어느 정도를 취할 것이냐, 그 어느 정도에 따라 스피커의 성향이 결정되겠죠....
여하간, 그 고막을 긁는 낮은 고역대만 용서하고 들을 수 있다면, 슈퍼원...
십수년전 40여만원하였던 그 가격대와, 이 정도 물량투입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소리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