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죽전 하수 이강훈 입니다. :)
출시된지 8년이나 된 스피커 사용기 되겠습니다.
틸은 녹녹치 않은 스피커고 그저그런 앰프와 소스등으로 대접하면 참 거시기한 소리만 나오지요.
제가 사용했던 기기들은 고가의 소위 하이앤드 기기들은 아닙니다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소리를 뽑아보려는 노력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의 조합이니 그저 재미삼아 봐주시면 합니다. (웃음)
* 평어체로 작성하였습니다.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
하이파이 한답시고 이런저런 입문기들을 집에 들여다가 듣던 어느날, 옛 친구와 다시 연락이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간 그의 집..
그의 작은 방에 들어서자 양쪽 벽을 꽉 채운 CD들과.. 그리고 운명이 될 틸을 만났다.
클래식의 C도 모르던 내가 틸과의 첫 대면에서 들었던 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정말 그 환희와 감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이것이 내가 클래식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내 숫한 바꿈질의 시작이었다.
장터매복으로 드디어 1.6을 예약하게 된다.
강서의 회원님댁에서 듣게 된 오디아CDP, 레벤 CS600과의 조합은 다시 날 흥분시켰다.
그러나..
내 집에 도착해 세팅하고 PLAY한 후 흘러나오는 소리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매칭: 프라이메어 CDP / 에이프릴 AI320 / 오플바흐 / 트리니티 MK2, 트리니티 SP 등.
(인터선과 프라이메어 모델명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고역만 나대고 중역과 저역은 아예 사라진 소리.
참을 수 없었다. 왜 퀘이사와 매칭보다 못한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중, 저역을 해결하기 위해 후루텍 파워플러그들을 급파하고 깔깔한 고역을 다스리기 위해 소노리스 금휴즈로 교체하였으나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매일 매일 한숨이 그치질 않는다...
그러다 모 샾에서 우연히 YBA 자회사인 오디오리파인먼트 CDP를 들여왔다.
음장감은 좋아졌으나 여전히 중, 저역의 실종.
시름시름 앓는 날 보던 친구는 탄탄한 기본기의 CD10을 추천한다.
일주일의 장터 잠복 끝에 구하여 풀밸런스 설계기기들에 맞게 밸런스로 연결.
고, 중, 저역의 밸런스가 개선되었고 음장도 더 넓게 펼쳐지고 해상력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저역은 아직도 양감이 부족하고 깊이도 깊질 못했으며, 배음은 전혀없는 마른소리...
다시 시름은 깊어진다. 나름 투자한 것들인데 이런 소리라니...
다시 바꿈질은 빠르게 진행된다.
(이후 기술은 순서와 무관하게 기억나는 대로 쓴 것 들입니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편의성과 디자인만 보고 들어온 오라노트 프리미어.
그냥 소리만 났었다. 신품이었는데 일주일을 못버티고 방출.
싼맛에 들인 에이프릴 AI300MK2 + 레가 아폴로 조합.
이도저도 아니었다. 저역 완전상실, 중역은 뭉침. 고역은 그나마 300MK2가 선방.
(레가의 정체를 이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뭔바람이 불었는지 전혀 관심없던 빈티지 쿼드를 대구까지 가서 가져온다.
쿼드 44/404 + 레가 아폴로 조합.
그냥 고중저역이 모두 뭉쳐서 나오는 소리. 커튼에 한 겹 가려진듯...
빈티지와 나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기대를 가장 가졌던 에이프릴 AI500I + 마란츠 SA11-S1.
이전 조합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좋았다. 에이프릴 전작들과는 달리 깔깔함은 사라지고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소리결에 밸런스도 나쁘지 않고 틸의 저역을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소리의 중심이 좀 위에 있다. 휴즈등 악세사리를 마구 바꿔보았다.
결국 상투스 파워케이블까지 투입.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CDP는 마란츠를 그대로 두고 전부터 관심있던 하이브리드 유니슨리서치의 SR-1를 들인다.
분당의 이상훈님이 고역이 피곤해서 만지셨다는 SR-1였건만 하아.. 고역이 엄청나게 쏴댄다.
여전히 저역은 간데 없다.
이쯤되니 더 윗급의 기기들을 들일 여력이 없는 나는 틸을 방출한다.
크릭등의 입문기들을 다시 전전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나는 매일 앓아야 했고 다시 틸을 들이기로 작정한다.
안양의 회원님 댁에서 만난 틸.
와트퍼피 5.1 옆에 수줍게 틸이 서있었다.
오디오밸브 진공관 모노블럭과 마크레빈슨 CDP, 프리앰프는 처음 보는 기기.
그리고 엄청난 악세사리들. 보는 것 만으로도 그 소리가 기대되었다.
먼저 청음한 와트퍼피는 흠잡을 곳 없이 좋았다. 미천한 내 귀로는 단점을 알 수 없었다.
이번엔 틸 차례. 클래식은 너무도 넉넉한 편안함을 주는 와트에 못 미쳤다.
하지만 마일즈 데이비스 음반을 걸고서는 우린 음악에 빠져들었다.
재즈만큼은 너무도 훌륭하다는 회원님을 뒤로하고 돌아온 난 다시 틸과 씨름하게 된다.
마란츠 SA17-S1 + 에이프릴 HP100 + 플리니우스 8200P
예전과 똑같은 고민이다. 게다가 빅마우스 현상이 심하다.
악세사리를 쳐발라도 개선은 없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구동력 부족으로 인한 중저역 상실.
이젠 반쯤 미쳐서 제프롤랜드 콘센트라나 그리폰 칼리스토 급까지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친구가 다시 추천한 코플랜드CSA29 를 들인다.
또 관심있던 오디오 에어로 프리마도 들어온다.
AI500I 조합을 제외한 이전의 어떤 조합보다 싹수가 보인다.
중저역이 어느정도는 터졌고 나름 저역의 임팩트도 생겼다.
해상력도 나름 준수하고 무엇보다 실키함이 맘에 든다.
앰프와 CDP 모두 진공관이 들어간 영향이겠지.
그러나 여전히 중저역의 양감이 문제다. 저역의 디테일도 아쉽다.
아마 이건 거실로 나온 탓도 있겠지만..
파워케이블을 전부 교체했다.
전원단자를 후루텍으로 도배하고 소스케이블은 후루텍 구형 플래그쉽, 앰프는 이니그마 SE 로 교체.
효과는 무게중심이 내려가고 정숙해졌다. 절반의 성공이다.
그러나 양감은 여전히 부족하고 배음이 만족할 만큼 살지 못한다.
다시 시작된 고민...
기기들의 배를 따 보았다. 소스에 1개 앰프에 6개의 휴즈가 들어간다.
가장 싼 업그레이드가 휴즈건만 소노리스 금휴즈면 휴즈값만 20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휴즈를 들이게 된다.
기기를 건드리기엔 그나마 좀 맞춘 밸런스가 틀어질게 분명하고 이제 더 투자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기에...
다행히 휴즈를 교체한 이후 변화는 상당했다. 중저역의 양감증가, 디테일도 살고 대역도 더 넓어진 느낌이다. 해상력은 물론 배음도 상당하다.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지금까지 어떤 조합보다 가장 짜릿하게 들려주는 조합이다.
기기가 바뀐듯 하다. 물론 공기감을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이정도가 어디인가.
투자를 넘어선 결과를 바라는 건 도둑놈 아니겠는가?
일주일이 지났다.
양감은 다소 줄었지만 저역은 더 깊고 윤곽이 또렷해졌다.
약간의 소란함이 정리되어 이젠 꽤나 편안한 소리다.
드디어 틸 답게 넓은 스테이징이 그려지고 정위감도 논할 수 있을듯...
욕심이 여기서 멈춘 건 아니지만, 이제는 좀 쉬어갈 타이밍인 건 맞는 것 같다.
오디오만 바라보고 사는 삶은 아니기에.. (웃음)
써놓고 보니 전부 기기에 대한 이야기고 공간세팅에 대한 이야기는 빠졌군요...
하지만 저 역시 소리가 맘에 안든다고 무조건 기계만 바꿔대지는 않습니다.
최근 음향판이 설치되었고 tv장을 빼고 오디오랙을 넣어 좌우거리만 좀 줄이면 당분간의 바꿈질은 없이 만족할 듯 한데, 와이프가 허락은 안해주니 일단은 지금상태에서 스피커만 조금씩 움직이는 중입니다.
바꿈은 멈추었으나 좋은소리에 대한 욕구는 멈추지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