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북셀프 스피커 12종의 비교시청기, 그 세 번째입니다.
오늘은 40-70만원대 중급 기기들의 비교입니다.
가격상으로는 Era 디자인3부터 포함이 되지만, 앞서 드림박스의 예와 마찬가지로 인클로저 용적에 있어 차이가 좀 나는 편이라 일단 제외시키고, 번외(?) 경기로 비교해 볼까 합니다.
오늘의 비교 대상은
- 오디오키드 오클 보이스
- Era 디자인4
- 챠리오 피콜로 Star Sat
- NHT 앱솔루트 제로
1. 챠리오 피콜로 스타 Sat vs. 오디오키드 오클 보이스
예전 사용하던 크리스 Z-40의 좋은 기억 탓인지 저는 국산 스피커라면 일단 좀 호감을 가지고 보는 편입니다. 같은 가격에 더 고급 유닛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입 스피커에 비해 가격대비 성능이 대단히 좋을 거라는 생각이고, 사실 많은 국산 기기들이 그런 이유로 사랑받고 있죠. 국산 미니 스피커를 알아보던 중 인티머스(예전 크리스)는 요즘 거의 액티브에 주력하는 것 같아 패스하고, 대신 소개받은 것이 오디오키드입니다. 재즈 mk2나 클래식 등 조금 더 덩치가 큰 북셀프들 말고, 보이스가 딱 제가 원하던 유닛과 크기를 가지고 있더군요.
만듦새 : 일단 받아들었을 때 느낌은 인클로저가 독특하게 생겨먹었습니다. 앞쪽이 길고 뒤가 좁은 사다리꼴인데 비대칭이어서 만들기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고,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만들었다는 설명처럼 색깔도 곱고 만질 때 감촉도 좋아 흡사 악기처럼 울림이 좋은 소리를 내 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대신 그릴은 좀 별로네요. 본체 앞면에 금속으로 된 볼이 있고 전면 그릴 뒷면에 볼을 끼우는 플라스틱원통이 있는데, 플라스틱이 볼을 너무 강하게 붙들고 있어 그릴 벗겨내기가 엄청 힘듭니다. 벗겨 내보면 플라스틱이 그릴에서 전부 분리되어 볼에 들어붙어 있구요-_-. 뭐 자주 벗겨낼 일은 없으니 문제될건 없겠네요. 사진을 찍다가 느낀건데...책상위에 놓고 매일 쳐다보기엔 좀 못생기긴 했습니다. 인클로저 자체가 비대칭 사다리꼴이라 어디서 바라봐도 약간 찌그러져 보입니다^^. 대신 인클로저 바닥에 아예 금속 스파이크가 부착되어 있는 점은 맘에 듭니다. 가구위에 그냥 올려 놓으면 바닥을 긁을 염려가 있으니 슈즈는 필수겠구요.
이와 정반대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챠리오 피콜로입니다. 챠리오라는 메이커는 우리나라에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소너스 파베르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라는군요. 2010년에 35주년을 맞았으니 역사가 짧지는 않은데 하이엔드보다는 적당한 가격대에 소리 좋고 만듦새 깔끔한 스피커들로 이름나 있는 것 같습니다. 홈피를 들어가 보니 꽤 비싼 스피커부터 저렴한 입문기까지 스피커 종류들도 다양한데 그 중 피콜로 스타는 5.1 새틀라이트 시스템중 중상급기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센터와 우퍼를 제외하고 스테레오 스피커로 들어온 것 같군요. 카탈로그를 보니 챠리오의 스피커들 대부분의 특징이 MDF 인클로저 옆에 원목을 덧대는 형태네요( 참고로 같은 이탈리아 메이커인 소너스 파베르도 비슷.^^ ). 피콜로 스타도 상급기들의 마감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보기에는 참 예쁩니다. 약간 뒤로 기울어진데다 베이스 위에 올라 앉은 형태여서 인클로저 용적만 따지면 피콜로가 가장 자그마합니다. 흔한 무늬목이나 값싸보이는 시트지와는 달리, 원목을 가공해서 덧대놓은 탓인지 나무결이 고급스럽게 느껴지고 둥글고 각지게 깎아 놓은 것이 흡사 잘 만든 가구를 보는 듯 합니다. 특히 미드/베이스 유닛 옆면은 원목 부위가 약간 부풀어 있는 것처럼 마감해 놓아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별 관심없던 집사람도 이거는 참 귀엽게 생겼네 한마디 할 정도군요. 집안 어디에 얹어 놓아도 위화감없이 어울릴 듯한 모습입니다.
소리 : 좀 놀랍네요. 피콜로는 사실 관심 밖이었습니다. 저로선 별로 이름 들어본 적도 없는 이탈리아제 메이커를 수입상에서 마진 문제로 수입했다 생각했었거든요. 적당한 가격에 원목 조각(?)도 붙어있어 고급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소리도 어느 정도 나와 주면 권하기 딱 좋을 것 같더군요^^. 수상경력이 있다는게 2002년, 그나마도 이 피콜로 스타 시리즈가 아니라 그 이전/아랫버전인 피콜로 클래식이고, 수상경력을 선전하기 마련인 제조사 홈페지에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고.... 사실 이런 저런 이유로 초기 비교청음 목록에는 들어 있지도 않았습니다만 장터에 저렴하게 나온 녀석을 우연히 발견하고 소리나 한번 들어보자 싶어 들여 왔던거였거든요.
그런데...소리가..소리가... 오클 보이스 보다 낫네요-_-;;;
보이스를 첨 받아서 들어봤을 때, 역시 국산 스피커 참 좋구먼 하고 감탄을 했었습니다. 소리가 참 맑고 깨끗하다는 느낌, 낮은 볼륨에서도 배음이 잘 살아난다는 느낌, 밀폐형이라 저음의 양감은 좀 덜해도 울림이 좋아서 여 가수들의 목소리가 정말 손에 잡힐 듯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보이스”란 이름을 붙였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막상 피콜로와 A-B-A-B로 비교하면서 들어보니 몇 가지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우선, 스테이지가 조금 좁습니다. 피콜로를 눈을 감고 들으면 연주회장 가운데 온 것처럼 사방에서 음이 들리는 듯한데, 보이스로 바뀌니 저 앞 어디쯤 스피커에서 소리나고 있네 바로 알아채겠네요. 어떤 분께서 표현하신 입이 작아진다는 느낌인지... 특이한 점은 보통 선명도가 높은 스피커들일수록 미세한 현장음이 잘 들려서 현장감, 스테이징이 잘 살아나게 되는데 보이스는 대단히 선명한, 어찌 보면 약간 쏘는 듯하게 들리면서도 현장감 대신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라는게 느껴집니다. 혹시 스피커 극성이 바뀌었나 몇 번씩 확인해 볼 정도였습니다. 보이스 혼자서 들으면 이런 점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 피콜로랑 번갈아가며 들으니 확연히 느껴지네요.
두 번째... 앞서 벡터10과 Q2010의 비교에서처럼, 저음의 양감과 질감이 조금 다릅니다. 이 부분은 보이스가 미니 스피커로는 드물게 밀폐형이라 감안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스펙 상으로도 조금 부풀림이 있어 보입니다. 오클 보이스가 60Hz, 피콜로가 90Hz까지 내려가는 걸로 되어있는데, 크기를 고려한다면 피콜로는 좀 짜게 적은 것 같고 보이스는 좀 과장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드럼과 더블 베이스의 소리가 보이스에서는 조금 작은 북, 조금 가는 현 소리로 들리고, 피콜로에서는 울림이 풍부하고 매끄러운 소리로 바뀌는군요. 특이한 점은 중역대 위주인 여가수들의 목소리는 두 스피커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보이스는 확실히 사람 목소리에 조금 특화된 느낌을 줍니다.
결론 : 둘 중에서는 피콜로 스타를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챠리오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확인하니 620유로...피콜로가 크기는 작지만 상당히 비싼 넘이었구만요-_-
2. NHT 앱솔루트 제로 vs. Era 디자인 4
Era 디자인4은 미니 북셀프로는 드물게 수상 경력이 화려함은 앞서 몇 차례 이야기 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형뻘인 디자인 5가 더 유명하지만, 여러차례 말씀드렸듯이 D5 정도 크기면 더 좋은 스피커도 많죠. 슈퍼제로로부터 이어져오는 NHT 제로 시리즈에서 앱솔루트 제로는 가장 최근의 4세대 프리미엄 버전에 해당합니다. 이번 비교청음 대상중 드물게도 오클 보이스와 함께 밀폐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듦새 : 디자인4는 이 급의 다른 미니스피커들처럼 made in China 이긴 한데, 디자인3 과 더불어 상당히 깔끔하게 만들어졌네요. 무늬목 마감이고, 무게도 리마 제로를 제외하면 가장 무겁습니다. 작은 녀석일수록 무게가 있어야 공진을 막을 수 있어 음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생각하면, 그런 면에서 디자인4에 더 점수를 줄 수 있겠군요.
앱솔루트 제로는 첫 번째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제품간 편차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받은 2조 중 한쪽에서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찌르르르 하는 잡음이 섞여 나와 교체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스피커 들이면서 잡음으로 교체한 것은 첨이지 싶군요. 앱솔루트 제로의 미드/베이스 유닛은 비교 대상중 가장 크기 때문에 음질적으로는 어드밴티지가 있겠지요. 트위터 앞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망은... 가격을 생각하면 좀 저렴하게 느껴지는군요-_-.
소리 : 디자인 4는 이번 비교대상중 가장 먼저 들여온 녀석이라 가장 오랜 시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적당히 어두워서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무엇보다 여가수들의 목소리들에 기분좋은 울림이 더해지는 듯해서 나름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고, 외지들의 평가나 수상 경력들이 허명이 아니라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앱솔루트 제로, 만만찮네요^^;;;
이 중급대의 기기들은 초급기들의 비교와는 달리 다들 어느 정도의 기본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비교 청음이 필요했고, 이런 저런 종류의 곡들을 모두 들어보게 되고서야 조금씩 차이가 느껴지는군요.
- 앱솔루트 제로가 확실히 저음이 깊고 강하게 떨어집니다. 저음의 양감은 비교 대상중 가장 큰 5.25인치의 미드/베이스 유닛 크기 때문인 것 같고, 저음의 단단함은 밀폐형 구조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클 보이스의 경우 밀폐형 구조 때문에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에 비해 양감과 울림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앱솔루트 제로의 경우 밀폐형임에도 저음의 양감과 울림이 상당히 풍부하군요. 제가 저역 테스트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Jheena Lodwick의 A groovy kind of love의 도입부의 경우 비교대상중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전부에서 음량을 올릴 경우 덕트에서 푸르르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앱솔루트 제로는 돌덩이같은 저음으로 깔끔하게 테스트를 통과하는군요^^.
- 앱솔루트 제로는 소리들이 대역별로 상당히 시원시원,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흡사 저역, 중역, 고역을 각각 이퀄라이저로 강조한듯한 소리라고 할까요. 고역의 디테일도 살아있고, 중역의 울림도 풍부하고, 저역은 쿵쿵쿵쿵 잘 울립니다. 특히 알루미늄 트위터에서 나오는 고역이 쏘는 느낌이 없이 상당히 매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좀 놀랍네요. 하지만 이런 특징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 것이, 소리들이 대역별로 튀어나오다 보니 음상이 좀 앞쪽에서 맺어집니다. 음악에의 몰입도는 뛰어나지만 약간 오래들으면 조금 피곤한 소리라고나 할까요. 대신 벡터10에서 느껴지던 고음량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은 없고, 그대로 디테일이 강조된 채 소리만 커지는 것이 다른 점이군요.
이에 비해 디자인 4는 음상이 좀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Q2010처럼 연주자들이 좀 얌전하게 연주하는 느낌은 아니고... 여전히 신나서 노래/연주하는 모습은 그대로지만 객석 맨 앞줄 대신 몇 줄쯤 뒤에서 듣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앱솔루트 제로만큼은 아니지만 저역도 풍부한 편이고 페트리샤 바버의 목소리도 기분좋게 울리는군요^^
결론 : 단기간의 비교에서라면 앱솔루트 제로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네요. 선명하고,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하게 울립니다. 스테이징이나 포커싱도 우수한 편이구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제품간 편차가 존재하므로 신품 구입시에는 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3. NHT 앱솔루트 제로 vs. 챠리오 피콜로 스타 Sat
앞서 두 번에 걸쳐 기기를 비교하면서 어느 정도 특성을 파악한 탓인지, 항상 세 번째 비교는 앞의 두 번보다 수월해지는 느낌입니다. 앱솔루트 제로가 여러 가지 면에서 피콜로보다 낫군요. 저음도 깊이 떨어지고, 더블 베이스의 소리의 질감도 더 잘 느껴집니다. High life에서의 열정적인 실로폰 연주가 더 탱글탱글 영롱(?)하게 들리는 점도 맘에 들구요. 피콜로가 스테이징과 개방감에서 보이스보다 더 낫다 했는데, 앱솔루트 제로에 비하면 역시 좀 모자란 듯 느껴집니다. 특이한 것은 피콜로와 보이스를 비교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앱솔루트 제로와 비교해 보니 피콜로의 경우 레베카 피죤과 제인 몬하잇의 목소리에서 약간 콧소리 같은 착색이 느껴지는군요. 피콜로로 두 가수의 목소리를 듣다가 스피커 셀렉터로 앱솔루트 제로로 바꾸면 목소리의 질감과 톤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다시 피콜로로 바꾸면 노래부를 때 손을 입 앞에 대고 있는 것처럼 약간씩 소리가 부자연스러워지네요.
결론 : 앱솔루트 제로 승입니다.
4. 챠리오 피콜로 스타 Sat vs. Era 디자인 4
그룹 결승은 아니지만, 디자인 4와 피콜로 스타도 한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비록 앱솔루트 제로와의 비교에서 근소한 차이로 밀리긴 했지만 디자인 4 역시 쉽사리 내치거나 할 수 없는 것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기에 이만한 녀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콜로 스타와 비교해 보니 디자인 4의 장점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피콜로가 음의 중심이 높고 약간 밝은 음색인데 비해 디자인 4는 조금 더 편안하고, 매끄럽고, 울림이 좋은 소리를 내어 주는 군요. 특성이 비슷했던 Q2010과 잠시 비교해 봤는데, Q2010보단 훨씬 저음도 잘 울리고 디테일도 잘 살아있는, 더 좋은 소리를 내줍니다.
이 그룹대에선 일단 앱솔루트 제로가 첫 번째 선택으로 생각됩니다. 앱솔루트 제로의 특징상 A-B-A-B를 해 보면 많은 부분에서 비교대상보다 낫게 느껴지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능 비교에선 돋보일 수 밖에 없네요. 전형적인 JBL 풍의 미국 사운드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선명하고 시원시원하게 잘 울려 주는군요.
그렇다고 디자인 4를 쉽사리 제외시키긴 힘들것 같습니다. 며칠을 비교해봐야 할 만큼 제로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같은 미국제 스피커이긴 해도 그 특징은 오히려 영국제 스피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약간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그러면서도 디테일은 충분히 살아 있어서 오래오래 곁에 두고 즐기기엔 안성맞춤일 것 같습니다.
다음은 상급기들간의 비교입니다. 미니 북셀프 치고는 가격대가 높은 리마 제로나 달리 멘토 미뉴엣이 단기성능비교에서 출중한 앱솔루트 제로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