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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i 게시판에서 말씀드렸던 “미니” 북셀프 스피커 12종의 비교시청기, 그 두번째입니다.
오디오 잡지 등에서 기기들의 그룹테스트를 하는 것을 보면, 보통 평가항목을 정하고 기기별로 점수를 매긴 후 총점을 더해서 그중 가장 뛰어난 기기를 선정하게 됩니다.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3-4명, Hivi 같은 경우는 6-8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함께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종종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한 전문가가 최고점을 준 기기에 대해 다른 사람은 평균이하의 점수를 매기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죠. 즉, 한 사람의 평가는 말 그대로 그 사람의 preference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또 평가 항목에 있어서도 한 기기를 리뷰할 때는 해상도, 다이내믹스 등등으로 세분화해서 평가했을지라도 여러 기기들의 그룹 테스트에서는 Hivi처럼 각 평론가들의 추천 동그라미 숫자를 단순 합산하거나 왓하이파이처럼 사운드/만듦새/기능/총평 등 4항목으로 단순화하여 평가자 주관에 따른 오차를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미니 북셀프 비교시청을 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혼자”서 기기들의 특징 혹은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여건이 되면 동호회 지인들을 모두 불러다 같이 평가해보는 것도 참 좋겠습니다만...( 그러고보니 동호회 이벤트로 한번 준비해 봐야겠네요^^)
나름 고심 끝에 비슷한 가격대끼리 그룹을 만든 후 / 그룹 내에서 2개씩 짝을 지어 비교하여 / 토너먼트 형식으로 해당 그룹의 승자를 결정하고 / 마지막으로 그룹간 승자들을 비교하여 최종 우승(?)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저 혼자 느낌대로 1등부터 12등까지의 순위를 매기는 방법보다는 좀 더 객관적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니 북셀프 스피커의 주된 운용 환경을 고려하여 시청 기기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정했습니다.
티악 PD-H380 CDP를 CDT로 사용하여 광출력 -> 사파이어 DAC -> EGA 블랙푸가 Ver.3 인티앰프.
특히 H380은 CD 재생과 함께 본체 전면에 USB메모리를 꽂아 MP3 play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레퍼런스로 잘 사용하는 음악들을 USB 메모리에 담아서 한꺼번에 재생하면 비교시청시 대단히 편리하더군요. 기기간 연결은 오헬바흐 광케이블, IXOS 인터, 오헬바흐 은선 스피커 케이블 등을 이용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를 하나씩 앰프에 바꿔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스피커 교체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방금 들은 음악의 인상이 스피커 갈아끼우는 사이에 흐려져 확실한 비교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스피커 셀렉터로 2조의 스피커를 연결하여 한곡 안에서 혹은 곡별로 A-B-A-B-A-B...를 무한 반복하면서 2가지 스피커의 차이점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스피커를 새로 들이면 평가를 위해 무조건 들어보는 음악들입니다.
- Kari Bremnes의 A Lover in Berlin
초반 도입부의 드럼과 베이스, 건반과 기타 연주의 어우러짐, 비트감. 다이내믹스.
- Jheena Lodwick의 A groovy kind of love
맨 처음에 나오는 드럼소리로 저역이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 윤곽이 뚜렷한지 / 질감은 어떤지
- Lynni Treekrem의 Haugtussa
리니 트릭렘의 성대가 찢어지는 것 같이 걸걸한 보컬에 소름이 쫙 끼치는지 아닌지.
- Inger Marie Gundersen의 Let It Be Me
도입부 크고 작은 드럼들의 소리가 각각 제대로 들리는지,
- Jane Monheit의 Over the Rainbow
제인 몬하잇의 목소리에 착색은 없는지
- Lydia Gray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mp3
어쿠스틱 기타 튕기는 소리에 가슴을 때리는 느낌이 나는지
- Rebecca Pidgeon의 Spanish Harlem
연주 공간의 밀도, 공간감, 악기의 배치 등이 느껴지는지
- Chie Ayado의 Tennessee Waltz
아야도 치에의 목소리가 가슴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 나는지
가만히 보니까 제가 주로 좋아하는 영역인 여가수의 보컬, 어쿠스틱 기타, 저음의 단단함에 테스트의 포커싱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청음용 CD를 하나 더 선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체스키 얼티밋 데몬스트레이션 디스크 Vol.2 를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그보다 Fim에서 발매된 Audiophile Reference II : Popular music이 친숙한 곡들이 많고 듣기가 즐거워 이것을 선택하였습니다.
각 곡별로 중심이 되는 악기 및 비교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디오 시스템 평가를 위해 주로 사용되는 CD인 탓에 예전에 구입해 놓고 몇 번 듣지 않았었는데, 비교 대상이 되는 스피커에게서 어떤 소리들을 들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맨 오른쪽의 테스트 항목을 참조하면서 매일매일 출퇴근시간마다 볼륨 높여서 15곡을 계속계속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차량의 오디오 시스템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들으니 무엇무엇을 들어야겠다 대략적인 감은 잡히더군요.
첫 번째 비교시청 그룹은 30만원 이하의 미니 북셀프 들입니다.
퓨어 어쿠스틱스의 드림박스는 간단한 비교청취 후 유닛 크기차이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판단, 일차적으로 제외시키고 비슷한 크기 / 비슷한 유닛을 사용하는 4가지를 일차 비교대상으로 정했습니다.
- 칼라스 다솜 Ver.3
- 모니터오디오 Vector10
- 스캔소닉 S5
- Q어쿠스틱스 Q2010
1. 칼라스 다솜 Ver.3 vs. 모니터오디오 벡터10
가장 초반에 우열을 가릴 수 있었습니다.
만듦새 : 벡터10이 많이 예쁩니다. 사진상으로 보던 것보다는 덩치도 있고, 무엇보다 표면처리가 독특하게 되어 있어 질감이 참 좋군요. 피아노 마감된 앞면도 깔끔하구요. 옆면은 약간 사다리꼴이라 전면 베플이 약간 뒤로 경사져 테이블에 놓았을때 귀쪽을 향하게 된 점도 맘에 듭니다. 그에 비해 다솜이는 정말 단순한 형태인데다 시트지마감 / 철망 마무리라 아무래도 고급스러움과 깔끔함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소리 : 벡터10은 소문만큼이나 매끈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 주더군요. 골드코팅된 C-CAM 돔 트위터가 상당히 예쁜 소리를 냅니다. 그에 비해 다솜이의 고역은 조금 많이 칼칼하고 거칠게 느껴집니다. 제인 몬하잇과 레베카 피존의 고운 목소리에 치찰음이 너무 많이 섞이네요. 조금 과하게 쏜다는 느낌은 아마 트위터 크기가 비교대상 중 가장 작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현 소리도 많이 가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무게가 훨씬 가벼운 벡터10보다도 저역이 빈약하군요. 나중에 나오겠지만 벡터10의 저역도 풍부한 편은 아닌데, 다솜이만 들을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벡터10과 스피커 셀렉터에 물려 A-B-A-B-A-B...번갈아 들어보면 확실히 저음의 양감도, 질감도 벡터10보다 떨어지네요. 아무래도 다솜이는 칼라스 가문에 쟁쟁한 형님들이 너무 많은 탓인지 이래저래 좀 부족한 막내처럼 보이네요.
결론 : 벡터10 승입니다.
2. 스캔소닉 S5 vs. Q어쿠스틱스 Q2010
벡터10과 다솜이처럼 차이가 있다면 금방 비교가 끝나겠거니 했었네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만듦새 : 스캔소닉은 유명한 유닛 제조사인 스캔스픽( 지금은 Dentax에 합병 )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명성에 걸맞게 깔끔하게 마무리된 5인치 케블라 콘 미드/베이스 유닛은 이번 비교 대상중 앱솔루트 제로와 함께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Q2010은 Q 어쿠스틱스 2000시리즈의 가장 막내지만 2009년 왓하이파이 150파운드이하 올해의 베스트 스테레오 스피커에 선정되는 등 입문기중에서는 상당한 실력기입니다. 독특하게 스피커 아래쪽에 바나나 단자가 위치하여 벽에 딱 붙여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둘 다 피아노 마감을 주문했더니 모양도 크기도 너무 비슷하게 보이고, 무게도 가격도 비슷합니다.
소리 : 모양이 비슷하니 소리까지 닮는 걸까요. 소리의 특성이 거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합니다. 몇시간에 걸쳐 온갖 음악들을 들어 봤는데... 정말 똑같네요-_- 아니 내가 정말 그렇게 막귀였나. No.3의 취미라고는 해도 나름 LP 빽판 시절부터 대략 27-8년은 오됴질 해온 것 같은데 어떻게 케블라와 페이퍼콘 2가지 스피커 소리가 같게 들리나 싶더군요. 심지어 바이올린 소리에서 약간씩의 착색이 느껴지는 점까지...-_- 스피커 셀렉터로 A-B-A-B 계속 바꾸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어느게 어느건지 잘 구별이 가지 않고, 심지어 스피커 바뀐 것을 못 알아챌 정도로 닮아 있더군요.
결론 : 다음 날 또 다시 들어봐도 비슷합니다. 결국 일단 이것은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3. Q어쿠스틱스 Q2010 vs. 모니터오디오 벡터 10
원래는 Q2010과 스캔소닉 S5 비교후 승자와 벡터를 비교할 예정이었는데 하는 수없이 각각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소리 : 차이가 납니다. 벡터10의 음 중심이 Q2010에 비해 약간 높게 형성되어 있고, Q2010은 벡터10에 비해 반의 반음 정도 낮고 약간 더 울림이 많은 소리가 납니다. 바이얼린과 첼로 소리가 벡터는 아주 조금 가늘게 느껴지고 Q2010은 좀 더 두툼한 질감의 소리로 들리며 피아노 소리도 벡터는 그냥 피아노인데 비해 Q2010은 그랜드 피아노처럼 울림이 느껴지네요. Q2010에서 두드리는 북의 크기가 벡터10에서는 조금 사이즈가 작은 북처럼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Q2010에서 중/저음의 양감이 잘 느껴집니다.
반면 벡터10에서는 소리가 정말 선명합니다. High Life란 곡.. 너무나 유명한 레코딩인 Jazz at the Pawnshop에서 발췌된 곡이죠. 담배연기 자욱한, 사람들로 꽉 들어찬 재즈 클럽, 두런거리는 말소리, 사방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휘파람소리... 그 분위기를 정말 눈으로 보듯 선명하게 그려내네요. 비교해서 음악을 듣다가 어느덧 비교는 까먹고 리듬에 취해 어깨를 들썩이게 됩니다. 흥겹고 열정적인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음악에 몰두하게 만들어주네요. 그에 비해 Q2010에서는 모두들 아주 약간, 차분한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어렵네요. 두 스피커의 차이는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벡터10은 선명하고 깔끔한 반면, 약간 음상이 앞으로 나서는 편이어서 음량이 커지면 조금 공격적으로 들립니다. 대신 이미징이 정확하여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와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반면 Q2010은 조금 어둡고, 조금 차분하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울림이 풍부한 소리여서 제인 몬하잇과 레베카 피죤의 목소리에서 윤기가 흐르는 듯 정말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음의 양감은 확실하게 Q2010이 많은 반면, 저음의 펀치력/단단함은 벡터10 쪽이 한수 위군요. 강력한 북소리가 이어지는 II Est Ne Divin Enfant에서 저역의 양은 Q2010에서 풍성하게 느껴지지만 주변 기기들에서 진동이 느껴지지는 않던데, 벡터10에서는 옆에 놓인 CDP/스피커 셀렉터에 쿵쿵쿵쿵 강한 진동이 느껴지네요@.@
결론 : 다시 말씀드리지만, 취향의 차이로 생각됩니다. 음악을 적극적으로 몰입해서 즐기는 타입이시면 벡터10을, 다른 업무를 보면서 백그라운드로 음악을 깔아놓고 지내는 타입이면 Q2010이 나을 듯 합니다.
3. 스캔소닉 S5 vs. 모니터오디오 벡터10.
절반쯤 진행하다가 더 이상 진행할 필요를 못 느끼겠더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S5와 Q2010의 소리결이 하도 비슷해서... 벡터10는 음 중심이 조금 높고 밝은 소리를, S5는 약간 풍성하고 어두운 소리를 냅니다. 앞쪽의 비교시청과 마찬가지로 역시 취향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Q2010과 벡터10간의 음 중심 차이가 꽤 났다면 S5와 벡터10은 그 정도 차이는 아니더군요. 다시 말해서 Q2010 --> S5 --> 벡터10 순서로 음이 밝아진다고 느껴졌습니다.
얼른 벡터10을 제거하고 Q2010을 대신 연결하여 스캔소닉 S5와 다시 비교시청에 들어갔습니다.
어렴풋이, 두 가지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저역의 양감이 S5가 조금, 아주 조금 더 많습니다. 저역의 단단함/펀치력은 S5가 확실히 낫네요. 저역의 양감이 비슷하다보니 중역의 톤까지 비슷하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눈을 감고 들을 때는 큰 차이가 없고, 주변 기기들에 손을 대어 보면 S5쪽이 좀 더 진동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근소한 차이이긴 하나 Q2010보다는 S5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대략적으로 첫 번째 그룹의 비교시청을 마쳤습니다. 벡터10과 Q2010간의 비교에서 나온 결론이 이 그룹에서의 결론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단 처음에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었던 Q2010과 S5의 차이가 벡터10과의 교차비교에서 드러났듯이 앞으로 계속 청음를 진행하면서 수시로 교차비교 해서 결과를 검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진행될 두 번째 그룹은 40-70만원대의 중급 클래스입니다.
벡터10만큼 선명하고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주면서도 Q2010, S5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저역을 가진 녀석을 만날수 있을런지 기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