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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정착해보려 노력하면서 앰프와 소스기는 변화가 없는데, 목표로 하는 스피커는 저~ 멀리 있다보니 자꾸 스피커가 왔다갔다 하네요...
하베스 SHL5를 들이고 흥분해서 계시판에 끌적인게 엇그제 같은데요. 어느 기기든 사용하다보면 첫인상과 많이 달라지는데, 하베스 SHL5도 마찬가지 였습니다만... 판매할때까지 이녀석은 갈피를 못잡겠네요.
하베스 SHL5에 대한 제 느낌은 일단 이렇습니다.
상당히 넓습니다. 음장형 스피커와는 다른 넒음인데...모양만 넓은 게 아니라... 한발짝 뒤로 펼쳐지는 스테이지도 넓고, 음의 높낮이, 주파수 반응폭도 넓으며, 음의 깊고 얇은 표현도 넓고... 여기에 정위감까지 좋고 이런 소리들에 통울림까지 섞이니 ... 소리의 풍성함 자체만으로 기분이 묘해지는 ...... 하지만 소리로 만들어지는 이런 가상 공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실제 공간이 확보가 되어야 합니다. 뒷 벽뿐 아니라 스피커 좌우로도 공간이 필요하며, 특히 가운데의 공간도 중요한데, 포커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자칫 잘못하면 이런 풍성함이 산만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또 표현하는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보니 적은 볼륨에서는 그 맛을 못느끼고 중고역부의 가늘고 허한 느낌만 받을수 있습니다. 불륨을 높혀 들을수 있는 청취공간도 필요합니다.
다른 면으로는 개나리나 벚꽃이 여백을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장미 한 송이가 여백을 꽉 채우기도 하는데요. 후자같은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소편성이나 독주를 들어보면 대편성 연주 만큼의 감흥은 아닌 듯합니다.
소스기는 오디아플라이트 시디원 MKII 고정이였고, 하베스와의 매칭을 해본 앰프는 네임 슈퍼네이트, 레벤 CS600, 유니슨 리서치 신포니아, 럭스만 590AII, 데논 PMA-A100을 연결해봤는데 처음 물렸던 네임 앰프를 교체하니, 중역대의 흡입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바로 드는데, 이부분도 가끔 소리가 허하게 느껴지는 한 이유가 될 듯하고, 중역대의 강점이 있는 앰프들이 매칭에 좋을 듯합니다. 네임 앰프의 교체 후에는 주로 신포니아에 연결해서 들었고, 매끄럽게 쭉 밀어내는 듯한 중역대의 강점이 하베스 SHL5와 잘 어울리지 않았나 합니다. 신포니아가 KT88관을 사용하는데, 중역대가 좋은 비슷한 6550관 사용의 앰프도 잘 어울릴듯하고, 특히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중역을 가진 오디오리서치와 매칭해보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레벤은 음색의 조화는 좋았으나, 구동력에서 약간은 아쉬워서 개인적으로 베스트 매칭이라고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
그리고 86dB/8 Ohm 답게 조금 어둡고 멀리 들리는데, SHL5는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 보듯, 약간 뒤에서 고즈넉하니 듣는 게 맛이라고 보기 때문에, 개방감 같은 걸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는 듯합니다. 선재도 은선류를 주로 쓰다가 그냥 정갈한 동선 케이블로 바꾸니 소리가 듣기 편해지더군요. 또 무대를 뒤로 빼주는 성향을 가진 케이블도 - 제가 주로 들이대는 시스템에 사용했던 IXOS 케이블 - 좋았습니다.
장르를 많이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예전에 듣던 브리티쉬 락 U2를 들으니, 멜로디와 가사의 분위기가 하베스의 관조적인 느낌과 섞여 묘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삽질을 하면서 느낀 점은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스피커라는 사실이고, 어디까지 이 스피커의 맛을 보았나 가늠이 안됩니다. 하지만 더 밀고 나가기에는 거실 공간의 제약이 심했고, 단촐한 분리형 앰프면 딱일 듯 싶은데, 들이자니 부담도 되고 하여, 여기까지...;;;
이어 거실 자리를 차지한 ProAc D2입니다. (큰 맘먹고 신품구매 했습니다. ;;) 처음 소리는 십중팔구 괴성이 나올 듯하여 며칠동안 시간날때마다 에이징만 하고, 본격 청음은 오늘이 첫날인데요. 장단점이 명확한 시원스런? 친구같습니다.
고역과 저역의 응답이 좋다보니 중역이 위축된 듯한데, 자세히 들어보면 발란스는 잘 맞아있으나 중심이 반옥타브 정도 올라가 있어 상대적으로 그렇게 들리는 듯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성향은 클래식에선 오히려 재미있게 들릴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음이 두터운 편이고 은은하고 맑은 공명도 있어 상당히 오디오적 쾌감이 있습니다.
이 스피커도 중역을 잡는 게 악녀가 되는 걸 막는 방법일 듯합니다. 중역대가 좋은 앰프나 발란스가 좋거나 중립적이어서 스피커를 잘 보좌해줄수 있는 앰프가 어울릴듯합니다. 일단은 유니슨 리서치 신포니아에 또 물려놨습니다. 레벤CS600에도 살짝 물려봤는데, 음이 상당이 들뜹니다. 그러나 산만하다기 보다는 화장없이 세수만 해도 이쁜, 스쳐가는 바람에도 웃는다는 낭낭18세 소녀같은 이쁘고 산뜻하고 밝은 느낌이라 좋습니다. 스피커 케이블은 네임 NAC A5입니다. 보통 네임 시스템을 바꾸시면서 A5도 같이 처분하는데, 정보량이 많다 던지 하는 현대적 케이블의 미덕은 부족하지만 음의 무게중심을 낮추고 산만함을 줄여주는 성향이 맘에 들어 나중에 쓸일이 있겠다 싶어 이쁘게 터미네이션해서 가지고 있었는데요. 네임 앰프만큼 네임 케이블도 매칭이 좋기를 기대합니다. ^^
스탠드는 고민 끝에 목재 스탠드에 유리 구슬을 넣어 목질의 느낌과 투명한 재질의 느낌을 얻고자 했는데, 무거운 철제 스탠드는 고역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고 중역이 더 위축될 수가 있어......라기 보다는 비싸고, 이동도 어렵고 하여 ;;;
스테이징은 조그만 거실에서 쓰기에 괜찮은 듯 하나, 넓디 넓은 SHL5에 익숙해져 버린 귀 때문에 아쉬움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독특하게 느낀 점은 현대적 성향의 스피커가 아님에도 스피드감이 상당히 좋고 음의 입자도 명료해보입니다. 대편성도 소문만큼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역의 직진성과 저역의 울림도 좋은 편이어서 만약 미끈거리는 질감만 없으면 하이테크적 모던 스피커가 되고도 남았을 듯 합니다. 미끈 거리는 질감의 맛은 스펜더와 조금 다른데, 스펜더가 참기름이라면 프로악은 치즈라고 할까요?
하베스 SHL5와 마찬가지로 ProAc D2도 들으면서 많은 느낌의 변화가 있겠지요. 어쩌면 완성된 소리를 구한다기 보다는 이런 변화를 보는 과정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번 바꿈질의 변명을 해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모두 행복한 오디오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