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의 유닛을 사용하지만, 자사의 유닛을 사용하는 다인제품보다 소리가 더 좋다는...
그리고 구동이 어렵지만 잘만 울리면 엄청난 스테이징을 보여준다는 토템 스피커입니다.
토템의 특징은 스테이징, 포커싱, 해상력으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모델-1은 토템이란 회사를 세계에 알린 데뷔모델로,
1988년도에 최초로 출시되어 개량을 거듭하다 현재는 3rd 시그너처버전까지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이 모델원을 10여년 전에 어느 분 집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소리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분명 메탈돔 트위터임에도 실키한 중고역 음색에, 스테이징과 해상력이 우수하고, 저음은 많지 않지만 단단했던 기억인데...
세월을 건너 다시 마주하게 되었지만, 역시 그 때의 그 소리 그대로입니다...
저역은 분명 양감이 많은게 아닌데 꽤 무게감이 있고,
고역은 분명 금속 트위터임에도 금속성 울림이 느껴지지 않고 실키한 음색에 살짝 어두운 느낌인데...
어둡더라도 결코 답답하거나 멍청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높은 해상력을 유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시간 청취시 역시 메탈돔이라서 그런지 실크돔 스피커 보다는 청감상 피로도가 빨리 오는 것 같긴 하네요...)
모델원에 사용된 우퍼는 일전에 리뷰하였던 다인 오디언스 42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이고,
트위터도 비록 재질은 다르지만 그 성능은 다인 42 보다 별반 나을 것도 없는 알미늄 돔 유닛인데...
그 소리의 완성도는 다인 42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저역은 다인42쪽이 타격감이 강하나 윤곽은 흐린데, 토템은 타격감은 덜하지만 더 묵직하고 단단합니다.
중역은 다인42는 1차 네트워크 특유의 중역이 도드라진 음색이 있는데, 토템은 평탄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고역은 다인42는 좀 굵고 깡깡대는 느낌이 있는데, 토템은 보다 섬세하고 메탈돔임에도 실크인 다인보다도 질감적입니다.
전반적인 해상력은 토템의 압승이구요...
물론 초저역은 크기에 따른 한계가 있지만, 전 대역이 빠지거나 강조되는 대역이나 악기가 없이 고르게 잘 들립니다.
빠지거나 강조되는 대역없이 고르게 잘 들린다는 것은, 네트워크 튜닝의 최적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자작을 해서인지, 요즘은 소리를 들어보면 네트워크 튜닝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해상력을 구현할 수 있고... 이런 유닛으로 이런 벨런스를 구현할 수 있을까... 궁금하더군요...
이제 그 실체를 벗겨봅니다... (모델원 초기형입니다)
1. 유닛
트위터 : 1인치 알루미늄 돔 (25TA/GB-SC H607, 6옴, Seas로 추정)
미드우퍼 : 5인치 PP콘 (15W75, 4옴, Dynaudio)
2. 인클로저
용적 : 7.2L
재질 : 18mm MDF
보강목 : 트위터와 우퍼 사이에 횡으로 설치
덕트 : 32mm x 140-165mm (내측 끝부분을 사선으로 절단, 공진주파수 약 45Hz) !!!
흡음재 : 우퍼 후면, 즉 바인딩포스트쪽에만 두꺼운 스폰지 부착, 나머지는 내벽은 흡음재 없음 !!!
3.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 2.7kHz
차수 : HF, LF 모두 2차, 조벨필터 없음 !!!
우퍼코일 : 리츠 공심코일(연심선)
트위터 코일 : 매우 가늠
콘덴서 : 솔렌에 폴리스티렌 콘덴서를 덧댐 !!!
결선 : 소자 리드선끼리 꼬아 납땜 직결 !!!
배선재 : 은과 동의 합금 소재 단심선으로, 우퍼쪽은 16게이지 정도, 트위터쪽은 매우매우 가는 선 !!!
4. 주파수 특성
1) 전체 (100Hz 이하는 룸 반사 영향으로 측정의 신뢰성이 없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2) 우퍼와 트위터 각각 (근접측정)
조벨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탓인지, 2.2kHz에 Peak가 있습니다.
이를 트위터 로우컷을 조절하여 3kHz 대역에 Dip을 유발시킴으로써, 청감상 상쇄를 시켜버린 것 같습니다.
5. 고찰
1) 조벨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 : 해상력과 이탈감을 위하여
조벨필터이든 노치필터이든, 회로 사이에 저항이 들어가는 경우, 해상력과 이탈감을 깎아먹습니다.
그러나 피크를 제어하기 위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것이 이 조벨필터와 노치필터입니다.
토템은 그 이탈감(스테이징)과 해상도를 위하여, 피크를 감수하고 조벨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2kHz 대역의 피크는 유닛 특성 탓도 있겠지만 분명 조벨을 사용하지 않은 결과로 인하여 더 심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영리하게도... 이를 그 바로 윗 대역인 3kHz에 Dip을 가하여
청감상 상쇄시켜버리는 방법을 취함으로써, 그 문제를 교묘하게 회피한 것 같습니다....
2) 고역에 roll off 가 있는 이유 : 벨런스를 맞추기 위하여? 질감을 살리기 위하여?
메탈돔 트위터인 것과, 네트워크 회로만 보아서는 고역에 roll off 가 있는 것이 좀 의아하지만...
일부러 그런 유닛을 선택한게 아닐까 싶은 것이....
이것은 다인42에서도 볼 수 있었던 튜닝으로, 다인은 네트워크 트위터 회로에 직렬 코일을 삽입함으로써 고의적으로 초고역대를 롤오프시킨 것 같이 보였는데, 5인치 다인 유닛의 부족한 저역으로 인하여 벨런스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윗쪽도 깎아버림으로써 그 벨런스의 중심이 가운데로 오도록 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결과, 다인52는 중역 위주의 음색이 되어 버린 것 같지만, 토템은 이를 튜닝으로 잘 극복한 듯 합니다...
또는, 고역을 어둡게 하면 보다 질감적으로 들리게 되는데, 이를 위함은 아닐지 싶기도 하구요...
3) 덕트 구경이 32mm 밖에 되지 않는 이유 : 공진주파수를 낮추어 깊고 단단한 저역을 구현하기 위하여
보통 7리터 북쉘프의 경우, 덕트의 공진주파수는 60-70Hz 부근으로 설정하며,
덕트는 구경 40-50mm, 길이 100-140mm 정도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것이 청감상 가장 좋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델원은 희한하게도 32 x 140-165mm의 덕트를 적용하여 공진주파수를 45Hz로 끌어내렸는데...
이러면 일반적으로는 저역이 깊어지긴 하지만 그 윗 대역인 높은 저역대가 허전해 지면서 저역의 양감이 줄고
음색이 좀 빽빽거리고 소리가 통에 갇힌 듯한 답답한 현상을 보이는데,
모델원에서는 그러한 증상은 잘 못느끼겠고, 다만 저역이 깊고 단정하고 단단한 느낌만이 있을 뿐입니다.
특히, 덕트 안쪽 끝부분을 사선으로 절단하여, 비록 구경은 작아도 공기가 들고 나는 입구는 최대한 넓히고자 하였습니다.
인클로저가 앞뒤로 더 깊었더라면 더 굵고 긴 직경의 덕트를 삽입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32mm의 직경에서 만족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간 다인 5인치 유닛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네트워크 소자의 성능도 받쳐준 결과가 아닐까 추측할 뿐입니다....
4) 흡음재를 전체적으로 부착하지 않고, 한 곳에만 몰아서 설치한 이유 : 싱싱한 음색을 위하여???
이런 경우를 카시오페아 입실론에서도 보았습니다.
즉, 흡음재는 저 구석에 몰아서 뭉터기로 넣어두고, 나머지 벽면은 모두 딱딱한 채 그대로 노출시켜 두는 방법으로....
자작하면서 흡음재 튜닝을 해 본 경험을 떠올려 보면 납득이 가는 것 같습니다.
흡음재가 없을 수록 유닛의 반응이 빨라지고 중역의 이탈감이 좋아집니다...
이게 너무 심해지면 정재파가 발생하고 음반사가 심해져 중역대가 소란스러워지는 문제가 생기지만...
여하간 개인적으로 흡음재는 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방법이 중역대도 싱싱함을 유지하면서 그 소란스러움만 잡을 수 있는 방법인지...
자작을 한다면 한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5) 그 외, 소자를 직결함으로 해상력과 디테일 손실을 최소화 하려는 부분과,
메탈돔의 자극성을 순화시키기 위함인진 모르겠지만 트위터 코일과 배선재를 모두 엄청 가는 것을 사용한 부분과,
내부 배선재도 여느 기성품과 같은 준 막선이 아닌 은동합금선으로 상당히 신경써서 선정한 부분과,
다른 종류의 콘덴서를 두 개나 덧대면서까지 음색을 조정하려는 부분 등에서는
정말 토템의 스피커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느껴지는 듯 하더군요....
기성품을 하나씩 살펴볼 때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역시 인정을 받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고 그럴 만 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느끼며...
스피커 자작을 토템과 같은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으로서가 아닌,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도 새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