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하면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끈적함, 농밀함, 어두움, 육중함.....
중역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극악의 앰프 구동력을 요구하여,
매니아들에게는 도전이 대상이 되는 어떤 산과 같은 존재...
ATC는 그 만큼 개성이 강하면서도 많은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뭔가"가 있는 메이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소리 측면에서 보면....
쉽게 터지지 않는 저역은 밀폐형에 기인할 것 같고,
농밀한 중역은 ATC가 자체 생산하는 그 무겁고 끈적이는 진동판에 기인할 것 같고,
어두운 음색은 고역대가 뭔가 롤오프가 되어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
물량투입 측면에서 보면...
미드와 우퍼는 자사 유닛으로, 무거운 진동판과 대형 마그넷을 채용한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고,
트위터는 하이엔드 메이커에는 걸맞지 않는 Vifa, 그것도 중저가형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인클로저는 그냥 평범해 보이며, 디자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은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보다 상세한 실체를 알아보기 위하여
주파수 특성을 확인하고, 네트워크 회로를 살펴보았습니다.
네트워크가 타 메이커 대비 꽤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트위터 우퍼 모두 2차 네트워크에, 조벨필터가 채용된, 기본적인 회로입니다만,
모두 철심이 아닌 공심코일을 채용하였고, 우퍼부는 코일굵기도 1.2mm 정도로 무난하며,
우퍼부에도 MKP급 필름콘덴서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회로도를 파악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파수 특성도 찍어 보았습니다.
역시나.... 그 비밀은 주파수 특성과 네트워크 회로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아래는 인터넷에서 구한 ATC SCM20SL 의 네트워크 회로도로,
SCM7이나 SCM20이나 회로는 대동소이한 것이, 일관적인 음색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저역의 음압이 낮습니다.
밀폐형인데다, 네트워크 우퍼부 코일의 용량이 0.5mH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러니 어떠한 유닛을 적용한들 중역은 도드라지고 저역의 양감은 딸릴 수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밀폐형이니 뭔가 저역이 탄탄한 느낌은 있는데, 양이 적으니 답답한 것인데,
이러니 앵간한 앰프를 물린들 저역이 터지는 느낌이 나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간 ATC 때문에 내쳐진 앰프들이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
2. 500Hz 대역이 솟아있고, 1-3kHz 대역이 꺼져 있습니다.
여기서 ATC의 중역의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두툼한 중역과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음색은 낮은 중역대의 음압이 높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중역 과다의 느낌은 그 윗 대역인 1-3kHz의 Dip으로 인하여 청감상 상쇄되는 형태입니다.
3. 고역대가 롤오프 되어 있습니다.
고역으로 갈 수록 롤오프가 심합니다.
이러면 음색이 어두워지고 고역이 답답해지는데, 5kHz 전후로 약간의 Peak를 줌으로써 그 느낌을 조금 상쇄시킨 형태입니다.
그렇더라도, 역시 음색은 ATC 답게 고역이 답답하고 어둡습니다.
저역도 안터져, 고역도 안터져, 참으로 속터지는 물건입니다.
득달같이 교체할 앰프부터 물색을 하게 되는 구입자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4. 그런데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연결하자마자, 뭐 이런 스피커가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꾹 참고 몇 곡을 듣고 있자니, 호~ 이거 나름 매력이 있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역은 적지만 소리가 전체적으로 묵직하기에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고,
고역은 롤오프되어 있지만 그 만큼 편안하면서도 중역대와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고,
낮은 중역대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지는 만큼 보컬이나 악기의 표현이 편안하면서도 실체감이 있습니다.
5. 총평
ATC는 볼륨을 높여야 진가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사람의 귀는 낮은 음에서는 저역과 고역의 예민도가 감소합니다.(등청감곡선)
가뜩이나 저역과 고역이 적은 ATC인데, 볼륨을 작게 하면 더욱 저역과 고역이 부족하게 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이 ATC 볼륨을 높여야 진가가 나타난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ATC는 오직 중역대를 위하여 만든 스피커인 것 같습니다.
중역이 돋보이려면 고역이 죽어야 하는데, 고역이 죽으면 벨런스가 저역으로 치우쳐 버리므로, 저역의 양감도 죽인 것 같습니다.
고역을 죽이기 위하여 초고역 특성이 떨어지는 Vifa 트위터를 채용하고, 네트워크로는 고역대 음압을 많이 낮추고,
저역은 양감은 죽이되 대신 질은 살리는 쪽으로, 밀폐형 인클로저를 채용하였고,
중역을 살리기 위하여 우퍼 코일값을 고의로 낮게하여 네트워크를 설계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중역을 위함인 것이겠죠....
따라서, ATC는 원래 중역을 위하여 다른 부분을 희생한 제품임이므로,
애먼 앰프에 혐의를 씌우지 말고, ATC는 원래 이런 소리다.. 하고 들어야 하는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