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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뮤피의 V-DAC을 사용했을까? 바꿈질 경력도 이젠 10년이 훌쩍 넘었고 오디오 경력은 그보다 한참 길지만 난 항상 오디오 하는 사람들에 대해 살짝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무척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마음속의 생각 중 하나일 뿐이다. 오디오는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이나 그 자체로도 하나의 취미가 된다. 그게 나쁘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할 순 없다.
대만 개인적으로 극히 개인적으로, 음악이 바탕에 없는 오디오란 그냥 별 시덥잖은 취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하다.
좋은 오디오는 돈만 있으면 가능하다. 어제까지 생초보였다가 오늘은 하이엔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오디오보다 오히려 많은 돈이 들고 동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이엔드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참 부질없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오디오와 음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엔 음악도 만만치가 않다. 오디오적 쾌감과 함께 좋은 음악을 얻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정말 운 좋게 취향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한 내인생의 음악과 오디오파일용 음악은 공존하지 않는다.
SACD, DVD-Audio, 그리고 24/196 음원.. 다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음악적 취향이 맞지 않다면 이것들은 그저 짧은 오디오적 쾌감을 위한 것일 뿐 오랫동안 깊은 감동을 전하는 음악은 아니다.
문제는 음악적인 오디오와 오디오파일의 오디오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홈시어터와 하이파이를 함께 하려고 혹은 멀티채널 오디오와 스테레오를 함께 하려고 많은 분들이 노력하였지만 결국 거의 모두가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음악과 오디오파일은 함께하기가 다소 힘이든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선상에서 오디오들을 평가하려 한다.
모두들 노트북을 쓰는게 아닌데도 USB 입력에 많은 분이 목숨을 건다. 그래서 24/196이 USB로 전송이 가능하면 누군가에겐 쓸모가 있겠지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가? 서서히 판매가 되고 있는 24/196 음원을 구입해서 듣기 위한 것이라면 동축으로 연결하면 된다.
'이렇게 했더니 해상력이 막 높아지면서' 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난 정말? 하는 생각과 함께 살짝 웃기다는 생각도 함께 한다. 생각을 해보자, 똑같은 덱이 있는데 연결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다 근데 한 쪽이 해상도가 더 높다.
과연 제작자는 무얼 바탕으로 튜닝한 것일까? 소리의 발란스는 완벽하게 똑같으면서 해상도만 쏙 올라가는 것이 같은 제품에서 과연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다면 그 제작자는 과연 뭘까? 왜 더 좋은 소리가 나는 연결의 소리를 일반적인 연결에선 안 나도록 튜닝한 걸까?
난 내 귀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기댈것은 내 귀밖에 없다. 모든이의 취향은 다르다. 자신의 취향을 모른다면 그것을 찾는데 우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객관적으로 덱의 점수를 메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같은 소리를 듣고도 다들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일단 오디오를 하는 이상 바꿈질은 필연적인 것이다. 안 들어보고 평가하는 것은 우스운 짓이다. 다른 사람이 좋아한다고 나도 좋으리란 법은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의 귀를 무한정 믿을 수는 없다. 우리의 감각 기관은 일정하게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심리적인 요인도 엄청나게 작용한다. 따라서 심리적인 안정 즉, 다른 사람도 인정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내가 왜 뮤피의 덱을 선택했을까? 우선 뮤피는 제법 오래된 브랜드다. 오래된 브랜드는 대부분 음악성을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최근 신생회사의 어떤 제품이 인기를 얻었다고 하자. 그것은 분명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디오는 시장이 정말 작다. 고로 인기 제품이라고 몇 십만대가 팔리는 건 아니고 고작 백여명이 될까 말까한 사람이 그걸 좋아해도 게시판은 난리나는 것이다.
결국 안전빵을 원한다면 역사가 어느정도 있는 브랜드를 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뮤피는 오랫동안 덱을 만들어왔다. 그것도 저가격대의 덱 라인업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것으로 일단 높은 점수를 줬다. 내 귀는 못 믿어도 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만들어 온 제품의 질과 그걸 구입해 준 많은 사용자를 믿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내 귀다. 바꿈질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오디오를 하는 병자의 한 명으로 니코틴 중독보다 무서운 바꿈질을 꾸준히 해왔다. PC-Fi 이전에도 덱 바꿈질은 존재했으며 많은 덱을 들어왔지만 V-DAC 정도면 괜찮은 편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한 선택의 이유가 아닐까? 좀 더 하이엔드적인 또 내가 항상 우습게 생각하는 그 해상도를 추구한다면 V-DAC에 신경 쓸 필요도 없는거 아닌가? 스피커 천만원 엠프도 천만원인데 덱은 몇십만원짜리 쓰는게 말이 되는가?
애초에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분들은 대부분 오디오 대충 천만원은 넘는 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직접 구경다녀 봐도 그렇다. 그래서 내린 내 결론도 달리거나 아님 적당히 멈추거나였다.
이런 말 무척 실례가 되겠지만 고만고만한 시스템에 덱 해상력 더 좋은 거 쓴다고 그게 하이엔드가 되는게 아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음색을 추구하는게 옳다고 본다.
심지어 자신의 리스닝 룸이나 음악 소스에 의해서 결정되야 하는게 오디오다. 어차피 끝까지 달릴 수 없다면 가진 환경에서 최선의 그리고 적당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이뤄야 하며 여기에 무조건적인 최고 혹은 더 괜찮은 덱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덱을 고를 때는 음악적인 경향 혹은 성향 혹은 음색을 따져야 할텐데 해상력만 따지는 걸 보면 좀 아니다 싶다. 해상력 왕창 떨어지는 구형 시디피도 그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확실한 마니아 층이 있을 정도다. 해상력이 모든 것이 아니다.
특히 초보들의 많은 오해는 음악에 대해선 깊이가 없으면서 오디오만 어떻게 해보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음반의 음질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며 똑같이 음질이 좋은 음반도 모두 다른 소리를 지향한다.
최근에 녹음되고 SACD 등으로 발매한 그야말로 음질이 좋게 음질에 신경을 각별히 쓴 재즈 음반을 들어보면 이것도 사실 음반마다 다르지만 크게 부드럽고 공간감과 정보량이 살아있는 풍성한 느낌을 강조한 것과 극강의 분리도와 해상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갈라진다.
근데 해상력 추구하는 음반보다 실은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 음악이니까. 오디오 테스트용 음반이 아니니까 그런 것이다. 해상력이 상당히 높게 들리게 녹음된 음반도 가끔 있다. 가끔이다. 유난히 그런 음반들이 있다. 많은 경우 리마스터링 하면서 일단 혹하게 만드려는 살짝 저질 음반이다. 당장은 들으면 신나고 귀가 뻥 뚫리지만 계속 들으면 피곤하다. 귀가 못 버티고 둔해진다.
V-DAC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저역이 그다지 단단하거나 깊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건 거의 전통이다.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오디오 브랜드는 의외로 많다. 왜냐면 소리의 경향에선 모든 걸 취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에서도 소리의 발란스나 경향은 똑같은데 해상도는 확 느껴지게 올라가는 경우가 덱만으로 가능한 것이냐고 웃은 것이다.
덱은 만능이 아니다. 전체적인 소리를 만드는데 있어선 중요하지만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꿈질이 만만해서 자주 바꾸게 되는 품목이긴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고르시길 바란다.
흔들리지 않는 믿을 수 있는 귀를 가진다는 건 정말이지 어렵고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포기했다. 하지만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주관이다. 이것이 뚜렷해졌을 때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만족스런 소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는 끝이 없다.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바꿈질 하는 자체가 하나의 취미다. 당장 완벽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질리면 바꾼다. 나처럼 맨날 새것 지르지 마시고 적당히 쓰다가 질리면 또 다른 소리를 즐긴다고 생각하는게 옳다.
그 많았던 오디오 자금이 한 방에 안 지르고 찔끔찔끔 반복되는 바꿈질로 제로로 향해가고 있다. 중고 사시라.. 게으른자는 신품 지르다가 돈 다 쓰고 결국 초라하게 몰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