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스피커를 이제야 듣고 짤막히 올립니다.
근래 몇 년 동안 제 시스템의 방향은 비엔나어쿠스틱스 베토벤 베이비 울리기였는데요. 앰프와 시디피,선재와 간단한 튜닝모두 여기에 맞추었고, 베토벤 베이비에 앰프 럭스만 590AII, 시디피 오디아 시디원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뭉쳐있는 듯 한 저음을 풀어해치면서 답답함을 없애고, 럭스만의 까칠함을 현장의 생생함으로 승화? 시키는게 힘들었는데 어느정도 완성하고 나니, 또다른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사실 저같은 사람이 음악을 듣기에 이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데요…….;; 왜이럴까요... 맘에 드는 소리가 만들어지면 만족하고 쭉 써야 하는데요;;;
전에 아이어쇼에서 들었던 비엔나 어쿠스틱스 더 키스가 이제 제 눈과 귀에 아른거리는 거에요. 그래서 시스템 정리란 제목으로 장터에 정리를 하고, 우연치 않게 장터에서 노리던 물건이 판매자분에 의해 불발되면서, - 속상해서 ? - 냅다 네임 슈퍼네이트와 하이캡을 질러버렸습니다. 탐나는 기기긴 했으나 목표 기기는 아닌... 반 충동 구매 같은 거였습니다. 이때부터 좀 힘들었습니다. 한두푼하는 더 키스도 아닌데, 금전을 슈퍼네이트에 많이 부어버리고, 슈퍼네이트는 네임의 레퍼런스 인티앰프인데 소리는 가다듬어지지 않았으나 가능성이 보이는, 매칭이 별로라고 해서 쉽게 바로 내치기는 너무나 아까운 물건이였죠. 그렇다고 양자 모두 잡고 가기는 경제적 부담도 있고, 이런 시스템 하나를 서브로 돌리는 것도 우습고…….
비엔나의 더 키스는 한번들이면 오랫동안 바꿈질도 못할 것 같고(wife recommended ;;;), 아직도 젊고 오디오 즐길 날도 창창하니? 네임으로 다양하게 함 가보자 맘먹고, 용산을 기웃거렸습니다. 이런저런 북쉘프 타입 스피커를 듣고 들이고 스탠드도 장만하고 했지만 ……. 용산에 가서도 갈때마다 청음하고 온건 비엔나 어쿠스틱스 더 키스였네요. 전시된 곳도 제가 알기론 용산에 두 곳 뿐이라서 더 가기도 그렇고……. 좀 괴로웠습니다. 나쁜 소리는 아니지만 3웨이 스피커의 웅장함을 북쉘프가 채워주지는 못하고, 두텁고 푸근하며 그윽한 비엔나어쿠스틱스의 스피커는 눈에 아른거리고…….
그러다 오늘 하베스 슈퍼 HL5를 들였습니다. 네임 슈퍼네이트로 더 운용해보고, 마침 매칭 좋다는 레벤 CS600도 있겠다……, 더 키스 대신 - 꿩대신 닭? - 비슷하게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들인건데요... 판매자분도 저렴하게 올리셨고 바로 연락드렸는데, 판매자분이 우연치 않게 제가 이전에 장터에 올린 스피커를 사주셨던 분이네요. 애감이 좋다 했는데...와우 이 스피커 정말 물건입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 잠을 못 이루고 있어요. 몇시간째 듣고 있는 건지...
슈퍼네이트의 활시위를 당기는 듯 한 타이트함과 긴장감은 super HL5의 대구경 유닛과 근사한 통울림에 용해되고, 특유의 RPT(rhythm & pace & timing)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줍니다. (슈퍼네이트는 아무리 편리해도 소형 북쉘프에 어울리는 앰프는 아니였습니다 ;;) 자이로드롭 같은 기구는 부담돼서 가벼운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시원 시윈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온기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슈퍼네이트가 미끈하게 빼주는 소리는 super HL5의 질감과도 잘어울립니다. 달콤하면서도 진득하면서도 모하나 놓치는 소리없이 풍성하게 전달해 줍니다. 또 하베스의 여유와 슈퍼네이트의 리듬과 속도감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또 비엔나의 두터움 까지는 없지만, 여유와 특유의 배음으로 또 다른 푸근함이 느껴집니다. 저역에선 재빠르고 타이트함이 있으면서 대편성에서 정위감이 좋은 것도 비엔나와 다른점 같구요.
스무스함과 다이내믹함, 거친듯하면서도 매끄러운, 진득하면서도 발랄한……. 이런 양립하기 힘든 것들이 신기하게도 같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런 것보다는, 몇시간이고 너무나 달콤하고 편하게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파일지의 리뷰가 생각나면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Super HL5는 존경을 받을 만한 스피커이니 존경하라. 그냥 앉아 있으라. 편하게 쉬며 들어 보라. 그리고 좀더 길게 들어 보라...' 소리의 편안함과 오디오적 쾌감도 같은 것일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클래식음악을 이렇게 근사하게 표현해주는 건, 하이앤드 기기 귀동냥 말고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런걸두고 음악성이란 표현을 넘어서 insight라고 하는걸까요? 가끔 영문 리뷰를 읽다보면 insight란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통찰력’이란 사전적 의미인데, 기기가 리듬을 만들어준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무슨 통찰력 같은 용어를 사용하나 했는데... 비엔나 베토벤 베이비는 사실 장르를 좀 가렸었습니다.
주말이 기대됩니다. 매칭 좋다는 레벤 CS600은 랙에 설치만 해놓고 아직 못 들어 봤거든요. 영롱하면서 입체감이 좋고 풍성한 소리가 나올듯한데요,,, 핵심은 역시 기기간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어서, 생각지 못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매칭인데요. 설렙니다.
아마도 한동안 비엔나어쿠스틱스의 더 키스의 유혹은 참을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현역기 중에서 중고가가 너무도! 좋은 스피커는 자비안 250evo 이후 super HL5이 두 번째입니다. 자비안 250은 너무 아쉽게 제가 팔았던 기기고, super HL5는 너무 감사히 들인 기기네요. 좋은 물건 양도해주신 판매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시고,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사용된 과장된 표현 너그러히 봐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