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리비도와의 인연은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1995년 리비도의 첫 모델인 파워앰프 100.2를 제가 처음으로 썼으니까,
어느덧 15년이 넘었군요.
3년전.. 제가 8년 정도 쉬던 오디오를 다시 시작하면서
리비도 사장님과도 다시 연락이 됐는데,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계시더군요.
앰프만드는 기술 하나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분인데...
마케팅을 좀 알고 장사하는 법을 좀 배웠으면 그렇게 살지는 않을텐데...
그놈의 장인정신이 뭔지.. 여전히 자신만의 고집으로 앰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자신만의 고집이란건, 저항이나 콘덴서 하나하나 모두 일일이 납땜하여 기판을 제작합니다.
게다가 모든 배선을 하드-와이어링으로 작업합니다.
요즘 국내 다른 업체들을 보면 절대로 그런식으로 앰프 만들지 않습니다.
기성화, 모듈화된 기판과 좀 더 쉬운 조립방법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리비도는 아직도 고전적인 제작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달 내내 쉬지않고 만들어도 리비도 파워앰프 두대 만든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런 쓸데없는(?? 제생각에는ㅎ) 고집에 대해 많이 답답했습니다.
남들처럼.. 적당히 장사 좀 하면서, 돈 좀 벌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리비도 매니아들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 그게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런 리비도 사장님으로부터 얼마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레인보우-II 인티앰프 공제 샘플기가 만들어졌는데, 가져가서 한번 들어보라고..
저는 물론 참여도 하지 않았고, 레인보우2보다는 스펙이나 편의성이나 디자인으로나 훨씬 좋은
AI500IU를 쓰고 있어서 별로 관심을 두지도 않았었습니다.
제가 요즘 프리나 인티를 고르는데 기준이 리모콘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뭐 나이가 들다보니 몸이 게을러지는건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제 오디오룸 동선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앰프로 바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즉, 앞 테이블을 빙돌아서 가려면 시간상으로는 5초 정도 걸리고..
볼륨이라도 줄일라치면 그 거리가 서울과 부산만큼이나 멀게 느껴집니다.
해서 리모콘이 없는 프리나 인티는 거의 선택에서 제외시키지요.
지금 채널당 150W짜리 AI500도 제 스피커에서는 헐떡대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콘도 없는 겨우(?) 60W짜리 인티를 갖다가 어따 써먹겠다고...?
물론 리비도에서 말하는 리모콘을 지워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모콘을 지원할 돈으로 음질쪽에 더 투자하겠다는거지요.
그러던 중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시는 분이 리비도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라면서
우리집에 레인보우2를 들고 오셨네요.. 허...
암튼.. 그래 잘 됐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약간은 무시하는(AI500도 안되는 판에) 마음도 없지않아 있고..
해서 AI500 대신에 레인보우2를 연결시켜 봤습니다.
생긴건 예상대로 참.. 귀신 나올 것 같네요. -_-;; (사진 참고하시죠. --;)
본체도 시커멓고, 전면도 패널이 없어서 시커멓고...
뒤에 아웃풋 단자도 3개가 있지만, 현재 한개밖에 안되네요. 샘플기라 그렇답니다.
완성품에서는 알미늄 패널과 입력단 밸런스 1개와 언밸런스 3개로 정리된다고 합니다.
근데.. 전면 패널에 따라 정말 디자인 차이가 많군요. ㅎㅎ
볼륨 노브감은 참 좋네요.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오히려 AI500의 디지털 볼륨보다 느낌이 조금 더 좋은 듯...
일단 전원을 넣고.. CDP의 PLAY 버튼을 눌러봅니다.
볼륨도 적당히 올려봅니다..
마침.. CDP에 체실리아 바르톨리 독창곡이 들어가 있네요.
음.......................
.
.
자리에서 일어나서 볼륨을 좀 줄이고 왔습니다.
산만합니다.
중고역이 자극적입니다.
저역이 풍성하지만 단단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역은 기대 안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다.. 어느정도 에이징이 된거라고 했는데...
리비도의 기본 실력이 있는데.. 이런 소리는 아니었는데..
그냥 전원을 넣어놓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다음날은 술약속이 있어서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바로 자버림..)
이틀 정도 지났으니 조금은 나아졌으려나...?
하고 CDP의 PLAY 버튼을 다시 눌렀습니다.
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이틀 전과는 많이 다른 소리입니다.
이틀 전에는 소리가 산만하고 정리가 안되다보니 더 이상 듣기가 싫었거든요.
에이징이 된거란 얘기는 뻥이었나..??
그건 아니 것 같고, 아무리 중고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다른 기기들과 매칭을 했을 때,
짧던 길던 에이징타임은 늘 존재합니다.
늘 그렇듯이.. 배를 한번 따 봤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올 하드와이어링 배선입니다.
전원트랜스는 토로이달 타입에 채널당 300VA짜리, 2개로군요.
이 정도 용량이면 8옴에서 채널당 150W까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데,
아마도 음의 순도를 위해 출력을 줄였나봅니다.
(참고로 AI500은 750VA 하나를 썼습니다.)
그리고 리비도 프리앰프 모듈을 갈아끼워서 듣게 만든다고 합니다.
즉, 골라 듣는 맛이 더 늘어나겟지요.
이제 좀 들을만 해져서 차분~하게 들어봤습니다.
레인보우1은 남의 집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고, 또 주위에 레인보우1을 보유하신 분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일단 너무 음악성만 추구하다보니 음악에 따라서 답답하게 들릴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출력은 채널당 300W지만, 부드러움을 강조해서 튜닝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구동력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느꼈었구요.
레인보우2는 전작인 레인보우1과 많이 다릅니다.
일단 출력은 60W로 대폭 줄었지만, 청감상 구동력은 더 향상된 듯 들립니다.
음색은 진공관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는 않고 적당히 중립적입니다.
Cold냐? Cool이냐? Warm이냐? Hot이냐? 를 묻는다면..
Warm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력소자를 MOS-FET를 쓴 것도 아닌데, Warm에 가깝습니다.
리비도 음색에 익숙해 있던 저로서는 꽤나 뜻밖의 결과여서 놀랬습니다.
기존 리비도 프리나 리비도 파워는 Cool 쪽에 가까웠거든요.
저역의 임팩트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풍성하고도 맺고 끊음이 분명합니다.
리비도 파워에 비하면 저역의 임팩트는 약하다고 볼 수 있죠.
리비도만큼의 스피드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고역과 저역의 시간차가 생긴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공간을 꽤 넓직하게 그려냅니다.
스테이징도 AI500에 비하면 약간은 넓은 편입니다.
아마 중저역대가 AI500에 비해 약간 풍성해서 그러한 느낌이 나는 것 같으네요.
중역대가 살짝 부풀림 현상이 보이는데, 보통 영국 제품들이 이런 경우가 많죠.
고역대는 쫙쫙~ 뻗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별로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예쁘장하게 그려내는 스타일은 아니고, 있는 그대로 그려냅니다.
까칠하게 녹음된 음반에서는 까칠하게, 멍청하게 녹음된 음반에서는 멍청하게 표현합니다
즉, 투명하고 명징하게 녹음된 음반은 역시나 투명하게 그려낸다는 얘기입니다.
전체적으로 중고역의 디테일에서도 제법 하이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제 SN450 스피커에는 많이 무리겠다~ 싶었는데, 제법 당차게 울려줍니다.
컨트라베이스의 저역에서 풀어짐도 가끔 보이지만, 어차피 스피커와의 격차가 많이 나는 상황이고
AI500으로도 완벽한 저역 제어는 불가능했으니까요.
(아, SN450이 또 그렇게 앰프밥을 많이 요구하는 스피커는 아닙니다.)
말 나온 김에 구동력에 대해 AI500과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AI500은 150W/ch, 그리고 레인보우2는 60W/ch입니다.
스펙상으로는 게임이 안되지요.
실제로도 AI500의 구동력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스펙차이만큼은 아닙니다.
레인보우2는 60W인데도 구동력이 꽤 좋은데, 심오디오 MOON i-1이 생각납니다.
그놈도 50W인가 그랬는데, 구동력이 상당히 좋았거든요.
반면 제동력은 AI500과 차이가 별로 안납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AI500도 SN450 스피커 앞에서는 제동이 잘 안됐습니다.
즉 AI500으로 SN450의 구동이 85%였다면 제동은 70% 정도..
레인보우2로 SN450의 구동이 80%였다면 제동은 69% 정도??? -.-;
저번에 다른 사용기에서 구동력과 제동력의 차이점에 대해서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구동력은 출력과 토크이고, 제동력은 브레이킹이 얼마나 잘 되는지에 대한겁니다.
즉 제동력이 좋을수록 스피드와 반응이 빠르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얘기는 바꿔 말해서 순발력이 좋다고 해석해도 무난합니다.
일단 가격에서도 2배 이상의 차이가 나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인보우2가 AI500보다 나은게 있습니다.
바로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현이나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같은 목관의 질감입니다.
위에서 말한 진공관스러운 음색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솔로, 듀엣, 트리오, 콰르텟, 퀸텟, 체임버 오케스트라 정도의 소규모 실내악에서는
듣는 맛이 참 좋습니다.
음의 순도면에서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투명한 편입니다.
제가 독일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레인보우2도 살짝 그런 성향입니다.
구동력이라든가 스테이징 같은 오디오적 쾌감보다는 음의 퀄리티에 중점을 둬서
음악을 듣는 맛을 높여주는 스타일입니다.
악기수가 많아질수록 AI500이 유리해지기는 합니다만,
그건 질감의 표현보다는 정위감과 관련이 있겠군요.
악기들이 섞이거나 겹쳐지는건 아무래도 해상력과 정위감에서 따져야 할 문제니까요.
약 5일 정도 시간을 두고서 청음해본 결과...
스테이징, 뎁쓰, 정위감이나 해상도 모두 기본 이상입니다.,
레인보우2는 톨보이나 중형기보다는 85dB 이상의 북셀프에 물리면 참 맛깔나는 소리가 나겠단 생각입니다.
얼핏 생각나는 스피커로는.. 엘락 243, 힘사운드 532, 코디아 에어, 소너스파베르 미뉴에토,
다인 포커스140, 보체디비나 소프라노 정도가 생각납니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저역의 끄트머리를 조금 더 타이트하게 잡아주었으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램이고, 실제로 레인보우2가 나의 성향을 따른다면
그 반대성향을 추구하는 많은 분들에게 외면당하는 앰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국산 앰프류를 평가할 때, '외산 000만원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는 얘길 하는데,
레인보우2가 공제가 120만원이라는걸 감안할 때, 음질만으로 평가한다면 외산 300만원대까지는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다만, ATC20이나 하베스 5/12같은 앰프 무지 가리는 놈만 아니라면,
리모콘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샘플기라서 몇가지 보완할 점이 보이긴 합니다.
전원 스위치를 끌 때, 가끔 스피커에서 틱 소리가 나는 점..(항상 그렇지는 않단 얘깁니다.)
그리고 음량에 관계없이 화이트노이즈가 약간 있다는 점..
완성품에서는 모두 해결이 되겠지요.
리비도에서 오랜만에 물건 하나를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