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도 기존의 오디오 애호가들로부터 날아오는 돌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평소 생각해 오던 바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웬 뜬금없이 저탄소니 녹색성장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가 나오는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을 줄 압니다. 그렇다고 2MB가 주장하는 바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2MB를 여러분들과 같이 저도 매우 싫어합니다. 어떤 특정 정치권에도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오디오 애호가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어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피하면서 또는 이마에 맞고 피를 흘리더라도 제 생각을 애기해 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사진들은 웹상에서 퍼왔으니 양해 바랍니다.
전통적으로 오디오 기기의 중심은 소스기와, 앰프, 스피커 및 연결 케이블들로 구성된다. 1950년대 초반 스테레오 시대가 열리고 난 이후부터 음악소스의 변화를 살펴보면 크게 LP(Tape, 릴덱, DAT등 포함) → CD(SACD, XRCD, HDCD, HQCD등 포함) → 디지털 음악파일 순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서는 FM이나 AM등 라디오 방송은 제외하기로 한다. 소스의 변화에 따라 이를 재생해 주는 플레이어의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물론 여전히 LP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지만, 현대에는 디지털 소스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런 발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그렇다고 전통적인 소스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소멸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통한 음악생활, 즉 PC-FI가 유행하면서 향후에도 점점 더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는 음악소스로 발전해 나갈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음악소스의 재생방식이 바뀌어도 앰프나 스피커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잘 아시죠? 앰프의 종류나 제작업체도 셀 수 없이 많으며, 스피커 또한 그렇다. 우리의 생활환경과 사고방식이 바뀌어가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다. 현재의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앰프로 A급 증폭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여러 가지 손실과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앰프회사들은 애호가들의 요구에 맞추려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소재의 발달에 힘입어 그 단점들을 극복해 가며 나름대로의 기술축적을 해 왔다.
스피커 또한 오디오의 전성기인 70 ~ 80년대를 거치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앰프의 발달에 맞추어서 음질 및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오히려 갈수록 기존의 앰프로는 구동과 제어가 더욱 까다로워지기도 한다. 이렇듯 음악소스의 발전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앰프회사나 스피커 회사는 서로의 제품을 이겨내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전해 온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하이파이 성능을 발휘한다는 진공관 앰프들도 90년대 이후로는 티알 앰프들과 구분이 모호할 정도의 음질특성과 성능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진공관 고유의 음색을 고집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데 기존의 여러 가지 방식을 채용한 앰프들의 에너지 효율성을 살펴보면 20 ~ 40% 정도가 대부분이다. 즉 나머지는 열로 변환되거나 기타 다른 손실로 없어지는 에너지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녹색성장의 의미를 벌써 감지하셨을 줄로 안다. 지금까지 앰프회사들은 음질, 디자인, 스피커 구동력, 호화로운 스펙과 사용편의성에만 집중하여 기술개발을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들이지만, 에너지 효율성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앰프제작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제가 직업상 에너지관련 업종에 종사하기에 이 부분을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디오 관련 기기들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전기 먹는 하마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가끔 진공관 앰프나 A급 증폭의 앰프를 들이면서 전기요금 걱정하시는 분들도 보기는 했습니다만, 일반 가정에서의 다른 가전제품에 비하면 오디오가 소비하는 전력은 아마 아주 많아야 5% 미만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꼼꼼하게 사용시간과 소비전력을 계산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시간에 음악한곡 더 감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꼭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2000년대 이후에 디지털 증폭방식을 사용하는 앰프들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스위칭 파워 또는 D급 앰프라고들 칭한다. 이 방식은 에너지 효율이 최소 80% 이상이어서 저탄소 녹색성장과 연관 지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도 이런 방식의 앰프는 있었지만 대부분 서브우퍼에 들어가는 내장용이나 PA용 정도로만 사용했지 일반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감상용의 메인앰프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갈수록 D급 앰프들의 성능과 음질이 향상되어 앞으로는 이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적인 디지털 소스들 또한 가청주파수 이상의 광대역 재생을 추구하기 때문에 D급 앰프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 되리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기존 애호가들의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겠지만, 이런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강력히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D급 앰프를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대세는『디지털 앰프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저 자신부터 실행에 옮겨보고자 한다.
즉 이 글의 논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주요 관점이 아니라 앞으로는 기존 방식의 앰프들을 위협하면서 결국에는 그것들을 능가하는 고성능의 D급 앰프들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런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D급 앰프의 에너지 효율이 거기에 기여하는 정도는 아주 미미한 것이겠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작년 10월경에 우연히 NCD-1이라는 디지털 파워앰프를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지금까지 봐왔던 기존의 여러 가지 앰프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들이 한꺼번에 깨지게 되었다. 이후로 여러 종류의 D급 앰프들을 들어보고, 관련 자료나 리뷰 등을 관심 있게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점점 굳어지게 되었다.
메이저 앰프메이커에서도 스위칭 파워, 즉 D급 앰프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 제작사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오디오 리서치에서 작년에 DSi200이라는 인티앰프와 DS450 D급 파워앰프를 출시하였다. 출력은 각각 8옴에 200와트와 450와트로 웬만한 대형 스피커들도 무리 없이 구동하며, 에너지 효율이 무려 85% 이상이 되는 이 앰프들이 평론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스위칭 파워 앰프를 많이 제작했던 제프롤랜드에서도 500와트급의 인티앰프인 컨티넘 500과 301모노파워, 312스테레오 파워앰프 등이 있으며, 호주의 앰프브랜드인 할크로도 DM 시리즈라는 대형 파워앰프들이 있다. 특히 할크로사는 스위칭 파워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며, 현대적인 감각과 독특한 디자인을 살린 타워형으로 만들어졌다.
브리티쉬 사운드를 대표하는 린에서도 현재에는 이런 종류의 앰프들로만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영국 브랜드인 코드사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캘릭스 500이라는 모노파워앰프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수입앰프에 비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출중한 구동력과 독특한 음색으로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는 예전의 열이 많고 효율이 낮은 A급 또는 AB급 앰프들은 점점 D급 앰프들에게 자리를 내 주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고 또한 그걸 선호하는 애호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D급 앰프가 쉽게 자리를 차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지만, 예상컨대 한 20년 정도가 지나면 D급 앰프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A급이나 AB급 앰프들은 빈티지란 이름으로 소수의 애호가들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AR이나 60~80년대에 만들어진 앰프들이 빈티지란 이름으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럼 음질적으로 D급 앰프들은 어떠한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지금까지 들어본 몇 가지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느낌을 애기하자면 한 마디로 『음악의 자연스러움』이었다. 한 2년 전에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D급 앰프를 들어서 그런지 온기감이 없었으며 깨끗하고 너무 투명하여 차가운 맛이 있었는데, 최근에 들어본 것들은 그런 선입견을 한 방에 날리듯 단점들이 많이 개선되고 발전하여 음악을 음악답게 풀어내고 자연스런 무대를 그려주는 성향의 앰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과장되거나 억지스럽게 소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리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가져가면서 해상력과 온기감, 모자라지 않는 구동력과 스피커 통제력을 바탕으로 악기들의 질감을 아주 사실적이고 자연스런 맛이 살아나도록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존의 A급이나 AB급 앰프들도 이 정도의 음질은 보장해 주고 있으나, 광대역 재생 측면으로 볼 때 점차적으로 D급 앰프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결론적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가장한 D급 앰프의 예찬론이 되었지만, 우리 애호가분들도 좀더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현대적인 성향의 음질을 계속 추구한다면 다른 시각으로 오디오 기기들을 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겠다.
본인도 올해에는 그 동안 미뤄두었던 PC-FI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해당 관련 기기나 케이블 등을 열심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지만, 조만간 시스템을 구성하여 좀 더 편리하고 음질 적으로도 손실이 없도록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서 음악을 즐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