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중급이상의 성능을 가진 SACDP 3기종을 청음해 볼 기회가 있었다. 파워앰프, 프리앰프 및 케이블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을 처음 뽑아내 주는 소스기기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기에 시간 날 때마다 장터링을 한 결과 작년 12월과 올 1월에 SACDP 2기종을 추가로 영입하여 각 기기들의 장단점과 음질적 특징 및 사용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검토해 볼 수 있었다.
요즘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PC-FI로 음악을 즐기는 분들도 무척 많아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급 이상의 성능을 가진 SACDP 한 대 정도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나에게 잘 맞고 음악적인 맛이 살아나는 소스기기에 계속 관심이 가 있었다.
12월에 영입한 캐리의 306 SACDP와 1월에 영입한 에소테릭의 최신형인 SA-50 두 기종과 기존에 사용하던 마란츠 SA-11S2, 이 세 기종을 집중적으로 해부해 보고자 한다. 기본적인 스펙이나 특징들은 이미 많이 알려졌기에 생략하고 외관, 구조, 사용편의성, 음질적 특성 및 음악적인 성능에 중점을 두고 두어 달 가까이 느껴본 점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회원님들은 그냥 부담 없이 참고삼아 보시길 부탁드린다.
매칭에 사용한 기기로는 파워앰프 PS오디오 HCA-2, 프리앰프 패스 X2.5,스피커는 힘사운드의 업글형 B-621과 동사의 맞춤형 스탠드에 스픽선은 오야이데 OR-800 어드반스, 그 외 파워케이블과 인터선은 중급정도를 사용하여 구성된 시스템에 위의 세 기종을 발란스 출력(Hot 2번핀)으로 연결하여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하였다.
아래는 눈에 익은듯한 거실에 꾸며진 시스템 전경입니다.
1. 마란츠 SA-11S2
출시 된 지는 한 4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아직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장터의 인기기종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점도 큰 작용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성능은 많은 유저들의 칭찬을 받으며, 가격대 성능비가 아주 뛰어난 제품이다. 전체적인 은색톤의 마감에 마란츠 라인업의 디자인을 따르면서 성능은 그의 상급기인 SA-7S1에 버금가는 것으로 많은 잡지에 소개되었고, 그 이전 기종인 SA-11S1과는 모델명만 비슷하지 아주 다른 제품이라고 한다.
일반 CD의 재생도 수준급이며, SACD의 음질도 만족을 준다. 특히나 일본 제품들이 발란스 연결시 Hot핀이 보통 3번인데 이 모델은 2번과 3번을 변환하여 설정할 수 있도록 하여, 타 기기와의 순조로운 매칭에도 신경을 쓴 점이 돋보인다. 트레이의 동작은 고급기에 못지않은 안정성과 정숙성을 보이지만, 음반을 올려놓는 부분의 깊이가 얕아서 정확히 올려놓지 않으면 가끔 에러가 생기기도 한다.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이 점이 가장 불만족스러웠으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면 표시창의 글씨가 흰색에 도트 방식에다가 글씨도 작아서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리모컨의 버튼 배치도 이상적이며, 크기 또한 손에 쏙 들어오게 되어 있어서 양호하며, 무게도 적당하여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외관이나 사용편의성 면에서는 이 가격대에 상응할 만한 제품이라 여겨진다.
입출력단의 구성에서 가장 큰 단점은 디지털 입력단이 없어서 DAC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PC-FI 사용자들에겐 매우 큰 단점으로 기기의 활용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물론 그 후속기 들에서는 USB 및 디지털 입력단을 갖춘 제품들이 연이어 나왔지만, 이 모델에서 만약 그것이 추가되었다면 더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그럼 이제는 소리를 살펴볼 단계, 음반에 수록된 정보를 세세히 끄집어내어 많은 정보량을 바탕으로 광대역 재생을 한다는 것이 첫 인상이다. 소릿결은 부드러우면서 골격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스피커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는 무대감을 표현한다. 그러나 각 악기들의 위치나 앞뒤의 표현력은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현이나 건반악기, 어쿠스틱 악기들의 음색은 적절히 내어주지만 현악기들의 고유한 목질감은 약간만 느껴지며, 전체적인 S/N감은 다른 두 기종에 비해 떨어지지만, 음악적인 분위기는 그런대로 살려내는 편이다.
최성수나 장사익의 목소리는 가수의 특징을 비교적 정확하게 살려내는 편이며, 다른 여성 보컬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편성 뚜티에서의 많은 악기들이 총주 할 때는 약간 혼탁함이 느껴지며, 악기들이 섞이는 것이 이따금씩보이기도 하지만, 팝, 가요, 국악, 클래식 소편성 및 대편성을 두루 소화하는 능력은 대체로 괜찮았다. 대편성에서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제품 가격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봐줄만 한 편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이 가격대에 이 만한 제품이 있는지 둘러보면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급의 하이파이적인 SACDP로는 최적의 기종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스템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2. 캐리 306 SACDP
역시 캐리의 상위기종답게 고급기의 외모가 눈길을 끈다. 전면과 상판의 알루미늄 판넬이 깔끔함과 신선함을 느끼게 해 주며, 특히나 상판에 동그란 유리창을 달아서 음반이 동작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하고, 정확한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수준기도 부착되어 있다. 바닥 스파이크의 높낮이 조절을 하면서 수준기 내부의 물방울이 정확히 중심에 위치하도록 세밀한 조정을 하고 시청에 임하였다.
전면 버튼들의 위치나 모양새도 현대적인 스타일이고 표시창의 파란색 글씨가 시인성을 좋게 해 주지만 글씨가 좀 작은 편이다. 뒷면 단자들의 배치도 이상적이며, 고급기종답게 디지털 입출력이 풍부하다. 광, 동축, 발란스의 3개 디지털 입출력이 가능하여 DAC으로의 활용성도 좋은 편이다. 다만 아쉽게도 연식이 좀 있어서 그런지 USB 입력단이 없는 것이 PC-FI 사용자들에게는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에는 성능 좋은 DDC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트레이의 동작이 좀 거칠어 보이고 투박한 것이 불만이며, 이 기종의 최대 약점인 듯싶다. 그러나 음반을 넣고 빼는 데는 전혀 불편함은 없다. 세 기종중 유일하게 리모컨으로 전원 ON/OFF를 포함한 모든 기능이 제어가 되며, 일반 CD 재생시에는 44.1~768KHz까지 업샘플링이 가능해서 미세한 음질적인 차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한 점이 독특하다.
음반을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귀가 확 트이도록 시원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힘차게 음을 쭉쭉 뽑아내 준다. 소리의 모양새가 앰프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게 아니라 소스기기가 스피커를 구동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실려 있다. 보컬곡에서는 가수들의 나이가 한 십년쯤은 젊어진 듯 힘 있고 활기 있게 노래한다. 저역부터 고역까지 치우침이 없는 평탄함을 바탕으로 각 악기들의 고유한 음색 표현력도 아쉬움이 없다. 다만 너무 거칠게 느껴지기도 해서 부드러움과 미려한 소릿결의 모양새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팝이나 가요 락, 재즈 등의 장르에서는 아주 좋은 재생능력을 자랑하지만, 클래식 소편성에서는 현악기의 질감이 듣기에 따라서는 거슬리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편성에서는 실로 당당하고 힘차게 악기군의 특징을 살리면서 상하좌우 흔들림 없이 귀를 즐겁게 한다.
여러 장르를 들어본 결과 무대의 펼침이나 악기들의 정위감 표현은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시원스럽고 당차게 울려주는 점은 음악을 듣는 내내 흥분하게 만들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기도 하다. 이런 음질적 특성에다가 약간의 부드러움과 매끈함이 가미된다면 정말로 하이엔드급 소스기기라 할 만 하다. 앞서서 들은 마란츠SA-11S2가 약간의 착색을 가미한 왜색적인 소리라면, 캐리 306은 힘과 호방함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사운드로 특징지을 수 있겠다.
기기들을 가까이서 담아봤습니다.
3. 에소테릭 SA-50
셋 중에서 가장 최신형이다. 에소테릭에는 이 보다 상급인 X시리즈가 있고, 올 초에 발매된 최신형인 K시리즈가 있지만 가격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음질과 성능을 생각한다면 아주 적절한 소스기기라고 할 수 있다. 외관은 기존의 X시리즈와 동일한 전면 알루미늄 판넬에 버튼 배치도 아주 비슷하다.
일단 디자인적으로는 제일 현대적이며, 호감이 가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전면과 상판, 측면 판넬들의 고급스런 금속마감 처리가 돋보이며, 뒷면의 단자 배치도 아주 이상적이다. 다만 기기의 좌우 폭에 비해 높이가 약간 높은 듯 하여 한 1센치 정도만 낮았으면 더 안정적인 모습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바닥면의 베이스도 스파이크와 슈즈의 조립형을 3점으로 지지하여방진에도 신경 쓴 설계가 인상적이다.
전면 표시창에 파란색의 글씨크기도 적절하여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시인성을 좋게 한 것이 아주 맘에 든다. 트레이의 동작도 부드럽고 정숙하여 매우 안정적이며, 특히나 마란츠에서의 불만이었던 음반 놓는 자리가 더 깊어서 손쉽게 음반을 넣고 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전원버튼을 포함한 모든 버튼 주위에 파란색의 은은한 불빛이 분위기 있게 보이며, 리모컨으로 출력단ON/OFF 제어 및 입력을 설정하고 저장하는 기능이 어렵지 않다.
다만 리모컨이 약간 무거워서 사용하기 불편하며, 버튼의 간격들이 조밀조밀해서 숙달되기에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세 기종 중 유일하게 최신형답게 USB입력단이 있어 PC를 직결한 디지털 소스재생이 손쉬운 것이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다. 즉 DAC으로의 독립적 사용이 가능하여 기기의 활용 가치를 높여주는 장점이 된다. 물론 단품 DAC으로서의 성능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음악을 들어보자. 소리의 특징을 결론부터 말하면 앞서서 들어 본 마란츠와 캐리의 딱 중간이라 할 수 있다. 해상력을 잃지 않으면서 부드러움 속에 힘을 겸비하고 리듬감을 살리면서 음악을 음악답게 풀어낸다고 할 수 있다. 배경도 아주 정숙하여 높은 S/N감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나 무대표현력이 상기의 두 기종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명확한 악기위치도 파악할 수 있고, 그 원근감도 느낄 수 있으며, 음의 무게중심이 약간 아래로 내려와 전체적인 소리에 안정감을 실어준다. 보컬의 표정과 음색표현도 그 특징을 잘 살리며, 각 악기들의 고유한 특징들도 세세한 부분까지 잘 느끼게 해 준다. 어느 장르를 들어봐도 그 장르에 맞는 음악성을 나타내 주며, 특히 대편성에서도 악기군이 흐트러지거나 섞이지 않는 표현력이 돋보인다. 현의 질감이나 피아노의 타건감은 적절하며, 강약 표현과 음의 굴곡을 생기 있고 현실감 있게 풀어나간다. 즉 마란츠에서의 흐릿한 배경은 더욱 정숙해지고, 캐리의 당당함은 나긋나긋하며 실키하게 해주므로 두 기종의 단점은 최소화하면서 장점만을 살려내는 기기가 에소테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두어 달 가까이 이 세 기종을 동일조건에서 번갈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애호가들의 개성과 성향이 천차만별이고 개인차가 많이 있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전적으로 한 개인이 체험한 것이기에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