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들을 시간도 거의 없이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설계/개발자 50명이 집단해고를 당하고, 급하게 다른 프로젝트로 투입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마이 바쁜 상태였습니다.
해서 오디오키드 라팜 DAC이 들어온지 보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사용기를 쓰게 되네요.
어쩌다 보니 파워코드 3개를 빼고는 풀 코리안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는데,
이전 사용기에도 썼다시피 제가 국산을 애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 C/P때문입니다.
Cost Performance.. 즉 가격대 성능비 말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브랜드 가치(Name Value)가 외산 유명브랜드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말도 됩니다.
윌슨오디오, B&W, 마크, 크렐, 패스, 볼더, 코드, 엘가, 와디아 같은 놈들은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한가지만으로도 소장가치를 높여줍니다. 음질은 그 다음 얘기죠.
물론 그 유명 외산 브랜드들도 그 자리에 있기까지는 당연히 피땀흘리는 노력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국산은 현 시점에서는 철저하게 음질.. 즉 성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아직은 한두 가지 제품을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그렇게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글로벌 브랜드 밸류는 거의 무시 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에이프릴 뮤직에서 나오는 Ai500과 오라노트 프리미어가
해외 유명 오디오잡지에서 올해의 어워드니 Best제품으로 상을 받기도 하니
우리나라의 오디오도 이제 슬슬 해외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 제가 지금 쓰려는 사용기는 에이프릴 제품이 아닌 오디오키드의 제품입니다.
또 길을 잘못 들려고 하네요. 이런...
장황하게 서두가 길었습니다.
제 사용기는 늘 이렇습니다. 장황합니다. 쓸데없는 배경이 깁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내에서 나오는 상용 DAC(디.에이.컨버터)는 에이프릴, 유진오디오, AI사운드, 오디오키드, 사운드포럼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 중에서 사운드포럼 제품만 제외하고는 한번씩 다 써(들어) 봤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몇가지 특징으로는 AI사운드 제품은 넓은무대와 광대역, Cool&Clear 성향이었고
유진오디오 파에톤 DAC은 뛰어난 해상도와 많은 정보량으로 기억되고,
에이프릴 제품(DA220Mk2)은 음악성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표현력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디오키드 제품으로는 예전에 리젠키드를 잠깐 빌려서 들은적 있는데,
쪼그만 놈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상도와 넓은 무대, 광대역은 물론이고 정보량까지도 상당부분까지 끌어 올려준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나... 너무 코딱지만한 크기때문에 제가 돈주고 사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그냥 그런 괜찮은 제품이 오디오키드에 있더라.. 라는 기억만 남기고 흘려보냈습니다.
이후에 리젠풀 DAC 라는 제품도 보긴 했지만, 제품 크기는 커졌어도 마치 데스크탑 컴퓨터 본체를 보는 듯한
시커먼 덩어리 하나만으로도 제 눈을 비켜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다가 두어달 쯤 전에 디자인을 확 개선한 라팜이란 DAC가 나왔다는 말에
디자인이나 한번 보자~ 해서 봤는데.. 딱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전면 넓이 25센치.. 하프사이즈보다는 약간 큰 사이즈인데.. 오히려 제가 쓰는 랙에 올려두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길이 1,500mm 랙에 풀사이즈 기기가 2대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 DAC도 풀사이즈면 빡빡하거든요.(아래 사진에 보다시피..)
사이즈는 일단 합격...
다자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실버컬러에 가운데 포인트 수평 라인까지 들어가서 디자인적 밸런스도 좋습니다.
지인이 우리집에 들어보라고 가져와서.. 하루 딱 들어보고 바로 신품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요즘 왠만해서는 신품을 안사는데(근 3년간 신품 지른건 에이프릴 Ai500밖에 없네요.)
이놈은 신품을 질러 줬습니다. 그만큼 오래 가지고 갈 자신이 있어서였습니다.
LAPAM의 뜻이 Love And Peace And Music의 약어라죠?
사랑과 음악은 이해하겠는데, 평화까지는 왜 들어갔는지.. 참.. ㅎ
암튼.. 뭐 나쁜 뜻은 아니니까 딴지 걸 생각은 없습니다.
정확한 모델명은 DAC-1입니다.
제가 이 제품을 선뜻 구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풀디스크리트로 구성된 아날로그부라는 이유입니다.
OP AMP를 사용한 것과 비교시 각각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디테일 표현이 좋다는 그 장점이 저에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회로 장점대로 일단 정보량이 많고 디테일 표현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음악성과 프레이징 처리도 아주 수준급입니다.
요즘 하도 광대역에 무대 넓은 놈들이 많다보니.. 이런 항목들은 별로 장점이 되질 못합니다.
이미 오퍼스 시그너쳐 앰프나 액시머스 CDP가 광대역에 해상도 위주인 놈들이라
DAC까지 Cool&Clear면 시스템 전체의 소리가 차가워지기에 이런 항목들은 배재했었습니다.
일단은 따뜻한 느낌(이 따듯한 느낌이란게 풍성한 느낌, 뒤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일 수도)이
있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섬세한 표현력도 꽤 중요시 된 항목이었습니다.
일단 지인에게서 빌려서 들은 라팜 DAC은 이런 항목들을 모두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해서 곧바로 질러버린 것이지요. ㅎ
해서 아다라시 신삥을 사다가 에이징 시킨지 어느덧 15일 째...
뭐 바빠서 음악들을 시간 없다고 했지만, 대신 TV나 PC도 늘 라팜을 통해서 듣기 때문에
에이징은 충분히(?) 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어제와 오늘 오랜만에 여유있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참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뭐가 좋고.. 어떤 부분이 좋고... 이런 것보다 그냥 좋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음악성'이란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는 것인데,
제가 사용기를 쓸 때마다 나오는 이 '음악성'은 단골 레파토리이기도 합니다.
황인용씨의 오디오시스템 체크 CD를 들어보아도 '음악성'이란 항목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소리가 음악성이 좋은 소리인지 잘 모릅니다.
해서 제 나름대로 음악성이란 항목은..
'오래도록 듣고 있어도 피곤하지 않고 기분좋게 어깨를 들썩이면서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들어도 음악이 좋으면 절로 몸이나 어깨가 들썩입니다.
사실 음악성 하나만 놓고 보자면 자동차의 순정오디오도 음악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순정오디오는 평범한 음악으로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제대로 세팅이 잘 된 하이파이 오디오는 평범한 음악으로도 감동을 줍니다.
고품질 사운드로 인해 플러스 알파가 된 것이지요.
제 주력 CDP인 액시머스 CD-10으로 비교를 해 봤습니다.
CD-10의 내장 DAC도 나름 꽤 좋습니다.
CD-10으로만 듣다가 라팜DAC로 바꿨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얌전해졌다는겁니다.
얌전 = 정숙+매끄러움 <-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해상도만 너무 뛰어나면 자칫 피곤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해상도와 투명도가 같이 좋아지면 오디오적 쾌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거기에 공간감도 좋아진다면 감동을 자주자주 느끼게 되겠지요.
라팜 DAC에서 해상도와 투명도는 아주 좋지는 않고 평균을 살짝 넘습니다.
디테일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해서 표현력이나 묘사력이 뛰어나죠.
광대역... 이건 저에게 별로 필요없는 항목입니다.
어차피 요즘 나오는 기기들 기본적으로 5Hz에서 50KHz까지 나옵니다.(스피커 제외)
인간의 가청범위인 20Hz~20KHz에서 한참 오버된 수치니까 별로 신경 안써도 됩니다.
대역 밸런스.. 요것도 꽤 중요한데,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얼마나 균등하게 들리느냐인데
이게 균등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지는 않습니다.
중역대를 살짝 부풀리면 피곤하지 않고 두터운 소리로 들리고
중역대를 살짝 내리면 가는 소리로 들리니까요.
해서 튜닝 하는 기술자에 따라 일부러 균등에서 벗어나게 튜닝하기도 합니다.
근데.. 라팜 DAC는 균등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특정 대역에서 튀거나 하진 않습니다.
즉 CD-10으로 듣다가 라팜으로 바뀌었을 때, 소리가 두터워졌다든가 저음이 많아졌다든가
또는 가늘어졌다든가 하진 않았단 얘기가 되겠습니다.
스테이징...
1990년대 하이파이가 성행하면서 가장 큰 항목이 바로 이 스테이징이었습니다
무대를 얼마나 크게.. 또는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주느냐... 이게 큰 이슈였죠.
하이파이를 지나 하이엔드로 향하는 지금도 여전히 스테이징은 중요한 항목입니다
하이엔드에서는 적당한 무대가 100점입니다만, 좀 더 큰 감동을 원하는 매니아들은
조금 더 오버된 무대를 원합니다.
실연보다 조금 더 오버된 감동을 느끼고 싶은거죠.
가끔 보면 공연에 한번도 안가본 사람들이 첨으로 공연장에 한번 다녀와서
입에 침이 튀도록 실연을 자랑하는 경우 종종 보는데, 그도 그럴만 합니다.
처음 접하는 공연은.. 열이면 열 모두 감동하거든요.
그런데.. 공연장에 여러번 가다보면...
가끔식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스튜디오에서는 일부러 이펙트를 넣어서 홀톤을 듣기 좋게 만들거든요.
실연에서는 그게 안되지요. 공연장 음향설계가 잘 되어 있다면 모를까
우리나라 공연장은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이 많지 않습니다.
요즘도 가끔 공연 보러 갔다가 보다말고 승질만 내다 오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집에서 오디오나 들을껄..." 하고 말이죠.
그러니 스튜디오에서 인공적으로 홀톤을 만들어준 사운드에서 감동을 느끼는거지요.
자연스런 소리와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물론 이런 소리 싫어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저는 이런 소리도 다 용서됩니다.
즉, 실제보다 좀 더 오버된 무대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이게 바로 오디오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라팜 DAC는 무대 크기를 아주 살짝만 오버시켜주는군요.
내심 조금 더 오버해 줬으면 싶었는데... ㅋ
대신 깊이감이 좋습니다.
솔티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3번(DECCA)의 관악기(아마도 트럼본인듯) 서주부에서
큰북과 팀파니의 타격음은 정말 짜릿할 정도로 쾌감을 선사합니다.
물론 오퍼스 시그너처 분리형의 힘도 크지만, 라팜 DAC의 힘도 상당부분 일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써 왔던 다른 DAC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품질의 사운드입니다.
저렴하고 맛있는(!) 정육식당에서 먹는 스테이크와 고급호텔 양식당에서 먹는
스테이크와의 비교라면 비교가 될까요?
물론 저는 고급호텔의 양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아웃백에서도 먹고, 정육점에서 사다가도 먹고, 경양식집에서도 먹어봤습니다.
근데 대체로 이름있고 비싼 것들이 더 맛있더군요. ㅎㅎ
뭐 그런 의미로 이해해도 되고.. 또 자동차로 비교한다면..
고속도로에서 똑같은 100km/h로 달려도 아반떼로 달리는 것과 에쿠스로 달리는 것이 다르듯이
아무리 해상도 좋고 스테이징이 넓어도 음의 퀄리티에서 떨어진다면 일단 저렴한 소리입니다.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고음질'이라고 하지요. ^^
라팜 DAC는 고급스러운 소리입니다.
제가 에이프릴 제품을 좋아합니다만, 그래서 이런 소리를 하면 내얼굴에 침뱉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DA100S보다 고급스러운 소리입니다.
DA100S도 저는 상당히 뛰어난 DAC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라팜이 고급스럽다는데는
어쩔수 없이 동의합니다. 뭐 비싼놈이니까 당연히 더 좋겠지..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DA100S는 가격을 떠나서 상당히 잘 만든 DAC입니다.
아마 2배의 가격과도 겨룰 수 있는 DAC입니다.
그런 DA100S보다도 라팜 DAC가 제 귀에는 확실히 더 고급스럽습니다.
쓰고 보니 '비싸니까 더 좋다.'가 맞네요. ㅎ
안타깝게도 현 시점에서 라팜DAC보다 2배 이상 비싼놈을 써보지 못해서
몇배 이상 비싼놈과 겨룰 수 있다느니 그런 소리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써 오던 타 DAC들보다는 확실히 품위있고 고급스러운 소리입니다.
적어도 이 가격대(신품가 100만원~150만원 사이)에서는 거의 최강이라고 단언합니다.
또 한가지 이 제품의 장점이라면.. USB 단이 상당히 좋다는 것인데,
기존에 에이프릴뮤직읜 U2를 사용했더랬습니다.
안타깝게도 U2를 쓸 때는 Ai500을 썼을 때여서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는 좀 뭣하지만
U2와 이놈은 막상막하인 것 같습니다.
다만.. U2는 USB 전원(5V)를 쓰기 때문에 노이즈에 좀 약하고..
DAC-1은 자체 전원을 쓰기 때문에 노이즈에 좀 더 강하지요.
그러고보면 U2도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기특한 놈입니다.
물론 U2는 DDC이고, 라팜 USB 단은 DAC에 보드 하나 끼워 넣은거라서 비교가 좀 무리지만
어쨌든 우리 청자 입장에서는 DDC면 어떻고 DAC면 어떻겠습니까?
최종적으로 우리 귀에 와 닿는게 중요하지요.
요즘 중국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걸 볼 수 있는데,
제가 들어본 바로는 해상력이나 무대감 등 기본적인 항목에서는 뛰어나지만
음악적인 뉘앙스의 튜닝에서는 아직도 조금 더 가다듬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만,
그 역시 C/P면에서 보자면 거의 동가격대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산도 자극 받아서 더욱 더 노력을 해야만 국제경쟁은 말할것 도 없고 국내 시장에서나마 살아남을겁니다.
일상 용품은 이미 중국산에 점령당한지 오래되었고, 간단한 가전제품도 2/3 이상이 점령당했고
AV 시장도 어느 정도 잠식당하고 있고, 하이파이 제품이 그나마 아직까지는 건재하지만
그도 얼마 남지 않은걸 느낍니다.
제가 열혈 애국자라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한국이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소릴 하는겁니다.
참고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시스템 구성입니다.
CDP : 액시머스 CD-10
PRE-AMP : 오퍼스 시그너처
POWER-AMP : 오퍼스 시그너쳐(스테레오)
SPEAKER : 와트퍼피 복각 4차(공제)
스피커케이블 : 오이스트라흐 더블런
인터케이블 : 오이스트라흐 RCA, XLR 각각 2조
파워케이블 : PS오디오 AC-5 2개, AC-3 1개, Prelude 1개, 상투스 1개, 네오복스 1개
전원장치 : 크리스탈오디오 MVR3300, PS오디오 쥬스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