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의 (가칭) 폭탄이 사용기
드디어 어제 오디오키드에서 폭탄이 완성품을 인수해왔습니다. 그 동안 완성되기 전까지 제가 1호기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스피커 인클로저에 침과 땀, 그리고 작은 진동을 선사하신 분들의 이름을 제가 다 확보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그 동안의 일을 묵과하고 있지 않겠습니다 ㅜㅜ..
장통방(예전에는 이통방, 지금은 장통방..장덕춘 사장님…정말로 많은 이름으로 불리워져서 이통방과 장통방의 관계는? 등등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업체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합니다. 국내 대부분의 업체에 스피커 인클로저를 제공해왔거나, 모든 스피커 제작업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지요..그 만큼 소리통의 나무 가공과 관련해서는 그 내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업체입니다. ㅜㅜ 그런데 갑자기 두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유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이 심혈을 기울여서 처음으로 대놓고 선보이는 제품이라 저도 내심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통 가공과 관련해서는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고, 스피커 유닛은 스캔스픽의 바람개비 미드 우퍼와 스캔스픽 트윗..모델명이..음 어쨌거나 리빌레이터 9900 이후에 나온 제품입니다. 네트워크 튜닝 및 마무리 튜닝은 오디오클럽/키드의 차태영 사장님과 함께 했으니 뭐 그 부분에 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요.
맨 처음 가죽으로 전체를 감싸고 머리에 외계인의 눈 혹은 폭탄을 하나 얹어 놓은 모습의 톨보이를 처음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잘빠진 여인의 몸매를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거기에 가죽으로 전체를 감싸고 자작나무를 덧댄 얄삭한 모습이 매우 이쁘게 보였습니다. 머리에 이고 있는 폭탄 모양의 트위터 하우징은 당연 매력의 포인트였습니다. 거기에 유닛발에 약한 제 자신…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호기에 마음을 두고 있던 저에게 들려온 처음의 소리는…음…소리가 통 안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급 실망..하지만, 아직 완성된 작품은 아니니 네트워크 조정하고 통 조정하고 해서 소리를 다듬겠지..그렇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소리가 많이 달라졌고, 최종 OK 사인이 떨어졌다는 말에 기대를 하고 어제 오디오키드에 물건 인수차 갔습니다. 그래도 최종 소리는 “나의 공간”에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센 장통방 사장님과 함께 저의 집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배달을 갔습니다.
트라움 모노 모노와 프리, 라팜댁에 소스는 PC로 연결을 하고 청음을 했습니다. 맨 처음 들었을 때의 선입관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무대가 좁게 느껴진다는 느낌..그리고 소리의 엣지가 약간은 딱딱하게 느껴진다는 생각..하지만 유닛이 아직 풀리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그것도 희한하고..뭔가 익숙치 않다는 느낌…에전에 비슷한 유닛으로 구성된 사운드 *럼의 2 웨이 북쉘프를 가지고 있는 터라(지금은 잠시 출타 중입니다..그 유닛에서 나오는 소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자꾸 그 소리와 비교를 해보게 되네요. 일단 북쉘프와 톨보이니까 양감에서도 차이가 나야 하고 유닛 소리는 페이퍼콘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 있으면서 두툼하고 무겁고 부풀리지 않은 양감으로 느껴져야 하고..등등등…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악곡과 마크 노플러의 주절거림, 그리고 몇 가지 재즈 트리오 곡을 함께 들어 본 후 오디오키드 홍실장님 왈…너무 정확하게 의도한대로 소리가 난다..아 좋다…포커싱이 아주 또렷하다…일단 그 평의 일부분에 동감을 하고 배달오신 분들을 배웅해드리고 돌아 와서 이른 새벽까지 계속 들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아큐톤+스카닝 미드우퍼의 2 웨이 북쉘프, 스카닝 11인치 짜리+미드우퍼와 리본 트윗이 붙어 있는 3 웨이. 그리고 요즘 한참 들었던 베릴륨 트윗이 붙어 있는 어셔의 BE 718.
그런데 말입니다. 홍실장님 이야기가 맞았던 것입니다. ㅜㅜ…포커싱이 정말 뚜렷하고, 피아노 타건음은 소름 끼칠 정도로 명징합니다. 아큐톤 트윗 소리와 비교해봤을 때 “아 사기 그릇 소리가 나지 않으면서 이렇게 명징한 할 수 있구나.., 스캔스픽 실크 트윗의 소리가 이렇게까지 명징하게 들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전에 리빌레이터 9900을 채용한 다른 북쉘프와 톨보이를 가지고 있을 때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소리입니다. 리본 트윗의 소리와 비교했을 때는 쭈욱 뻗는 것이 약간 덜한 맛이 있어도 그 타건 시의 배음과 여운이 이렇게 오래 남을 수 있구나…그리고 각 악기의 소리가 얄미울 정도로 명확하게 구분되면 이렇게 당황스럽게 들릴 수 있구나….그 느낌이었던 것이지요. 바이얼린 보윙은 숨막힐 정도로 빠르게 느껴집니다(있는 그대로 느려지게 들려주지 않는 것이겠지요). 바로 그 점이 저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음악을 BGM처럼 듣고 있는 저에게 오랜 만에 정확하게 청음해보자 했을 때 들려왔던 그 소리가 생경스러웠던 것입니다.
무서울 정도로 악기 소리가 서로를 잡아 먹지 않고 또렷하게 나옵니다. 그 두루뭉실하지 않음이 무대가 좁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부풀려지지 않은 중음과 저음이 무대가 좁은 것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아 스피커 사이도 더 떼어 놓았습니다 ^^;;;). 업체 입장이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 했는데 홍실장님의 말이 맞았던 것입니다. 결국..폭탄이와 비교해보면 그 동안 아주 두루뭉실 스리슬쩍 그리고 대충 얼버무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미드우퍼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자비언 250 evo의 그 유닛입니다). 하지만, 바람개비의 특성..페이퍼콘 답게 무겁게 떨구어 주는 중저음의 소리가 어셔 718 BE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어서 좋습니다. 밝고 경쾌해서 좀 가볍다는 느낌은 절대로 들지 않습니다. 아큐톤 하면 떠오르는 가볍고 경쾌한 중저음을 연상시키는 소리와는 성향이 다릅니다..미드우퍼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빠르고 날렵하게 차고 나간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다가 톨보이인 지라 부밍 없는 적당한 양감은 명징함이 줄 수 있는 날카로움을 잘 중화시키면서 전체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고성능 실크 유닛의 시원스러움과 더불어 페이퍼콘 특유의 무겁고, 그래서 아날로그적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소리를 원하신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되어지리라 보입니다. 보통 2 웨이 북쉘프에 많이 채용하는 두 개의 스피커 유닛을 가지고 이런 톨보이를 만들었다는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그 소리 또한 신선하기 그지 없습니다^^ 삼성동 근처에 계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청음 하러 오시는 것 환영합니다^^
**역시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이 구립니다. iPhone 4 구입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ㅜㅜ